[넷플릭스 - 더 프롬] 간략후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극장에서 먼저 선보이게 된 영화 <더 프롬>을 보았습니다.
<글리>,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래치드> 등 인기 드라마들을 제작한 라이언 머피가 연출을 맡은 영화로
동명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오랜 역사에 걸쳐 사회 문제를 적극적으로 논하고
갈등과 화합의 메시지를 던져 온 뮤지컬의 역사를 이으며 성소수자라는 테마를 작품의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성소수자는 물론 저마다의 이유로 자신에게 솔직하기 힘든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활기찬 음악과 춤의 한마당으로 연말에 극장에서든 집에서든 즐기기 안성맞춤인 엔터테인먼트물이 되었습니다.
토니상 2회 수상에 빛나는 브로드웨이 스타 디디 앨런(메릴 스트립)과 후배 배우 배리 글리크먼(제임스 코든)은
영부인이자 사회 운동가였던 엘리너 루즈벨트의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을 야심차게 준비했다가
'사회 운동가인 척만 열심히 하는 나르시시즘'이라는 평단의 혹평 세례와 함께 이제 막 말아먹은 참입니다.
평단의 반응에 반발하는 의미로 진짜 사회 운동을 해보자며 끼어들 이슈를 찾던 중 한 소녀의 사례를 발견하는 그들.
인디애나 주 교외에 사는 에마(조 엘렌 펠먼)라는 소녀가 커밍아웃 후 여자친구와 함께
프롬(졸업 무도회)에 참가하려고 하자, 보수적인 학부모회가 프롬 개최를 아예 취소했다는 것입니다.
20년 코러스 경력의 베테랑 배우 앤지 디킨슨(니콜 키드먼)과 줄리어드 출신의 트렌트 올리버(앤드류 래널스) 등
브로드웨이 동료들이 모여 이미지 회복을 노리며 소녀가 있는 인디애나 주로 향합니다.
자신들의 유명세와 쇼맨십으로 밀어붙이면 쉽게 해결될 줄 알았던 상황은 생각보다 어렵게 돌아가고,
그 과정에서 브로드웨이 사람들은 애써 외면하고 있었던 각자의 고뇌와 다시 맞닥뜨리게 됩니다.
<더 프롬>을 연출한 라이언 머피 감독은 제작한 인기 드라마 <글리>에서 뮤지컬 연출 실력을 자랑한 바 있는데,
그에 걸맞게 <더 프롬>은 무대에 버금가는 파워풀한 넘버와 군무를 구현해 냅니다.
원작 뮤지컬이 초면에 가까울 정도로 생소하고 모두 오리지널 넘버임에도 멜로디가 귀에 즉각적으로 꽂히고,
출중한 가창력과 댄스 실력을 갖춘 베테랑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노래와 춤 시퀀스도 임팩트 있습니다.
넷플릭스 공개 전 극장에서 상영되는 기간동안 가능한 좋은 음향 시설을 갖춘 영화관에서 본다면,
<더 프롬>은 뮤지컬을 대체하여 극장에서 즐길 만한 즐길거리로도 손색 없을 것입니다.
이처럼 빼어난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끼고서 영화는 자신의 목소리를 뚜렷하게 내는데,
바로 성수자들을 향한 차별과 혐오 어린 시선을 거두고 함께 포용하자는 메시지입니다.
이 정도 규모의 뮤지컬 영화가 이 정도로 성소수자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는 경우도 흔치 않지만,
<더 프롬>은 이 주제를 일부에 국한된 것이 아닌 우리 모두가 품은 고민거리와 연결하며 공감을 자아냅니다.
자신의 사랑과 정체성을 세상에 드러낸다는 것은 결국 세상의 이해, 동의, 공감을 얻어낸다는 의미이며
이는 굳이 성 정체성 문제가 아니더라도 저마다의 사정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일테니 말이죠.
실제로 영화에는 주인공인 에마와 배리로 대표되는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 뿐만 아니라
셀럽의 삶에 익숙한 브로드웨이 스타 디디의 인간적인 고민, 코러스를 벗어나 주인공을 꿈꾸는 앤지의 고민,
평범한 일상을 벗어나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 잠시나마 탈출을 꿈꾸는 호킨스 교장(키건 마이클 키)의 고민,
딸을 누구보다 탄탄대로로 이끌고 싶어 오히려 엄격하게 옭아매는 학부모회장 그린 부인(케리 워싱턴)의 고민 등
극이 전개될 수록 당장 눈앞에 대두되었던 것보다 더 많은 '자신에 대한 고민'과 마주하게 됩니다.
각자 수많은 이유들로 자신 앞에 선뜻 당당하지 못했을 사람들의 모습을 따뜻하고 열정적으로 비추며,
영화는 자신 앞에 솔직해지는 것도, 그렇게 솔직해진 타인을 받아들이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며
그 용기를 실현한다는 것은 축하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더 프롬>은 쟁쟁한 출연진들이 그 이름값에 걸맞은 강렬한 앙상블을 자랑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디디 앨런을 연기한 메릴 스트립은 한국전쟁 전에 태어난 연세라는 걸 믿기 힘들 만큼 스크린을 '찢어놓습니다'.
넘치는 자기애와 폭발하는 에너지로 한번 무대가 주어지면 입추의 여지없이 장악을 해 버리면서도,
자신이 미처 마주하지 못했던 내면을 들킬 때에는 연약한 인간이 되기도 하는 모습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냅니다.
여러 뮤지컬 영화에서 활약한 그녀이지만, <더 프롬>에서의 모습이 단언컨대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배리 글리크먼 역을 맡은 제임스 코든도 기대 이상으로 넓은 스펙트럼의 연기를 보여주는데,
뮤지컬 장면에서의 재기발랄한 노래와 안무는 물론 길지 않은 시간 안에서 꽤 깊은 감정 연기도 선보입니다.
농염한 베테랑 배우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하는 앤지 디킨슨 역의 니콜 키드먼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며,
호킨스 교장 역의 키건 마이클 키는 어쩐 일로 꽤 멋진 역할로 나오며 메릴 스트립과 뜻밖의 케미를 자랑합니다.
에마 역의 신예 배우 조 엘렌 펠먼은 해맑고 투명한 느낌에서 뿜어져 나오는 부드럽지만 강한 에너지가 인상적이고,
얼리사 역의 아리아나 드보즈 또한 준수한 가창력과 연기력으로 감미로운 하모니를 보여줍니다.
여기에 그린 부인 역의 케리 워싱턴과 트렌트 올리버 역의 앤드류 래널스까지 크레딧에 나오는 배우들이
하나같이 한 장면 이상의 인상적인 활약들을 펼치며 짧지 않은 러닝타임을 꽤 풍성하게 채웁니다.
음악과 춤의 향연에 떠밀려 쉽지 않은 갈등도 쉽게 매듭지어지는 뮤지컬 특유의 헐렁한 내러티브가 적용되는 탓에,
성 정체성을 둘러싼 갈등이 행복하지만 매우 쉽게 해결되는 부분은 감안을 하고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납득되고 이해받는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반대편에서
매 순간을 어려운 선택과 결심 속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응원의 메시지는,
세월이 흐를수록 더 많고 어려운 선택과 결심의 순간에 마주하는 우리들 모두가 어쩌면
그런 응원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닫게 하며 충분한 위로를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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