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파탄이었던 마블이 극적으로 부활한 이유
일본의 다이아몬드 온라인 사이트에 마블 스튜디오에 관한 좋은 글이 올라와서 우리말로 옮겨봤습니다.
마블 영화들처럼, 마블의 경영 전략을 페이즈 1~3로 나눠서 해설한 게 재밌네요.^^
경영학적인 내용이라 오역이 있을 수 있는 점 양해 바랍니다.
원문: https://diamond.jp/articles/-/244046
‘어벤져스’ 미국 코믹북의 명가 ‘마블’이 경영 파탄에서 극적으로 부활한 이유
어벤져스, 스파이더맨... 수많은 인기 작품과 캐릭터를 탄생시킨 마블. 하지만 90년대에는 한 차례 경영 파탄에 처한 과거가 있었다. 마블은 어떻게 재건하고 성공을 거둔 걸까. 불황기의 힌트가 될, 비즈니스 모델 전환의 성공 비결을 해설한다(효고현립대학 교수 카와카미 마사나오).
전 세계 영화의 역대 흥행 수입 랭킹은 현재 미국 코믹북의 독무대라는 사실을 아십니까. 현재 역대 1위는 <아바타>(2009) 기록을 10년 만에 갈아치우고 약 28억 달러를 벌어들인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 2018년에 공개된 전편도 약 20억 달러를 벌면서 역대 5위에 랭크되었습니다. 추가로 <어벤져스> 1편(15억 달러: 8위), <어벤져스 2>(14억 달러: 11위;)를 비롯해 세계관을 공유하는 시리즈 작품들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작품들을 탄생시킨 기업은 바로 수많은 코믹북과 캐릭터들을 세상에 선보여온 마블입니다. 이 빛나는 성과는, 단순히 ‘작품’의 좋고 나쁨에만 초점을 맞추면 본질을 놓치게 됩니다. 수많은 역경들을 극복한 끝에 도달한 ‘비즈니스 모델’에 성공의 본질이 있는 것입니다. 마블이 비즈니스 모델에 대응한 방식은, 국가와 업종 업태를 넘어서 모든 기업에 커다란 힌트를 주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해석해 보면, 마블의 역사는 크게 3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출판을 중심으로 한 페이즈 1, 라이선스 수입 획득을 목표로 한 페이즈 2, 영화 제작을 결정한 페이즈 3입니다. 차례로 알아보도록 합시다.
페이즈 1. 출판사로서의 고뇌
작가도 이탈, 결국 경영 파탄
마블은 1939년 코믹북 출판사로 설립되어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책을 제작하고 판매하고 수익화한다는 의미에서, 출판 업계에선 지극히 당연한 비즈니스 모델이었는데, 스파이더맨과 엑스맨을 비롯한 창의성 풍부한 코믹북을 차례로 세상에 선보임으로써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갔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경영진은 매출을 올리는 데에만 급급했고, 그 횡포에 염증을 느낀 코믹북 작가들이 마블에서 벗어나 경쟁사로 차츰 유출되기 시작하면서 회사는 존폐 위기를 맞습니다.
결정적이었던 건 투자자이자 부실기업 인수전문가 로널드 페렐먼의 인수였습니다. 페렐먼은 코믹북 출판이라는 핵심 비즈니스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코믹북 가격을 대폭 인상하거나, 소매점에 직접 판매를 하는 등 안이하고 난폭한 수익화에 매달렸습니다. 그 결과 1997년 마블은 마침내 경영 파탄에 빠지고 맙니다.
18개월에 걸친 관계자들의 협의를 거쳐, 1998년 10월, 마블과 관련된 회사였던 완구 제조업체 ‘토이 비즈’의 소유주인 아이작 펄머터와 아비 아라드가 마블을 획득합니다. 이때부터 코믹북 출판사의 틀을 깨기 위해 마블의 비즈니스 모델이 크게 전환하게 됩니다.
페이즈 2. 수익화 변혁으로 재건
마블을 ‘탤런트 에이전시’로
펄머터는 1999년 7월, 유명한 기업 구조 개혁 전문가 피터 쿠네오를 CEO로 앉힙니다. 전통적인 출판사의 수익화는 재고 리스크가 높고 마진이 적어서 웬만한 매출로는 거의 이익이 나지 않습니다. 쿠네오는 우선 마블이 이익을 낼 수 있는 체질로 만들기 위해 수익화 변혁에 임했습니다.
현재 보유한 자산을 이용해 이익을 내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쿠네오는 마블의 캐릭터를 IP(지적재산권)로 활용하는 라이선스 사업을 구상합니다. 그는 취임 당시 마블이 보유한 캐릭터가 4700개 이상. 마블 캐릭터가 소속된 ‘탤런트 에이전시’가 가능하겠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거기서의 가치 제안은 캐릭터의 특성을 망치지 않게끔 하면서, 할리우드의 메이저 스튜디오가 영화화하고, 이를 통해 출판 사업과 완구 사업에도 파급시킨다는 것이었습니다.
쿠네오는 적극적으로 이 비즈니스 모델을 채용했습니다. 그 결과 엑스맨이 20세기폭스에서, 스파이더맨이 소니픽쳐스에서, 그리고 헐크가 유니버설에서 영화화되었습니다.
그 중에서 특히 영화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눈에 띄는 성과를 보였습니다. 2002년과 2004년 마블의 영업 이익에서 스파이더맨이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영화 개봉이 없던 2003년에도 영업 이익의 1/3이 스파이더맨으로 발생했습니다. 2004년에는 마침내 부채 탕감, 흑자 누적으로 주주자본도 반석에 올라 건전한 기업으로 거듭났습니다.
라이선스 사업은 이상적인 수익화였습니다. 저작권료가 선불로 지급되고, 거기에 더해 흥행 수입에 따라서 수 퍼센트의 로열티도 들어오기 때문에 이 비즈니스 모델은 재건기의 마블을 건전화하는 데 큰 성과를 가져왔습니다.
페이즈 3. 수익화에서 가치 창조로
자사가 직접 영화 제작에 착수하다.
건전한 재무 체질을 얻게 된 마블은, 자신들이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영화를 제작해 수익화를 하는 식으로 방향을 전환합니다. 일반적으로 영화 제작은 성공을 거두면 막대한 이익을 얻게 되지만, 투자 규모가 커서 그만큼 위험 부담이 큽니다. 때문에 진입 장벽이 매우 높은 비즈니스이지만, 마블은 메이저 스튜디오와의 협업을 통해 영화 제작에 있어서의 위험 부담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블이 독자적으로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 중 하나로, 라이선스만으로는 회수할 수 있는 이익이 적었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재무적으로 건전해진 마블이 이대로 라이선스 사업을 계속하여 캐릭터를 소모시키기보다는, 자신들이 다시금 캐릭터의 가치를 높여가는 것이 향후 마블 본연의 자세로서 올바른 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사정으로 인해, 탤런트 에이전시에서 영화 제작 스튜디오로 가치 제안을 쇄신합니다. 이전까지는 라이선스 관리만을 위해 마련했던 ‘마블 스튜디오’라는 이름뿐인 사무실을, 실제로 영화 제작을 수행하는 독립 스튜디오로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즉시 (증권회사) 메릴린치로부터 5.3억 달러를 저리로 차입하는 데 성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마블의 ‘2군’ 캐릭터였던 아이언맨을 실사화합니다.
캐릭터의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영화 <아이언맨>은 개봉 당시 북미 흥행 수입 1위를 차지. 전 세계 흥행 수입에서 최종 5.9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대히트작이 되었습니다.
이는 유명 배우나 감독을 통해 히트작을 만들고자 하는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의 방식이 아니라, ‘캐릭터 우선의 영화 제작’이라는 가치 제안이 가져온 성과였습니다. 이 가치 제안이 얼마나 견고하고 유효한지는 이어서 제작된 <인크레더블 헐크>(<아이언맨>과 동시 기획), <토르>, <퍼스트 어벤져>로 입증되었습니다. 게다가 이들은 독립적인 작품이면서도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으며, 최종적으로는 <어벤져스>를 통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입니다.
일관성을 지닌 세계관은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영화 제작사라는 가치 제안으로 인해 실현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들이 지금도 팬들을 매료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마블의 화려한 부활을 실현시킨
‘수익화’와 ‘가치 제안’의 일관성
마블 비즈니스 모델 개혁의 성과는, 매상과 영업이익이라는 실제 수치를 통해서도 명확하게 읽어낼 수 있습니다. (아래 도표 참조)
우선 페이즈 2에서 라이선스를 통한 수익화로 재건에 성공합니다. 재건 당시 매출액 약 2억 달러로 영업적자에 빠져 있던 마블은, 라이선스 수익을 획득하는 가치 제안으로 변경하여, 6년 뒤에는 매출액 5억 달러 이상에 영업이익 2.5억 달러를 기록, ROS(매출액수익률)도 40%가 넘는 초우량 기업이 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수익화에 성공하여 수익 기반이 안정화되었지만, 마블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안정 수익에 안주하지 않고 크리에이터 정신을 부활시키기 위해, 영화 제작사를 만드는 페이즈 3로 넘어간 것입니다. 그 비즈니스 모델로 탄생한 <아이언맨>의 성공을 통해 2008년 마블은 역대 최고 매출액인 약 6.8억 달러와 역대 최고 순이익 3.8억 달러를 실현했습니다. 가치 제안에 따라 수익화 방법도 최적화되어 수익 구조가 크게 변화한 것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페이즈 3의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2009년, 세계가 깜짝 놀란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디즈니가 마블을 42억 달러에 인수한 것입니다. 파탄 지경에 이르렀던 오랜 전통의 코믹북 출판사는 어느새 세계적인 메이저 스튜디오의 일원이 되었고, 이제는 그들의 대들보가 되어 영화의 역사를 바꿀 정도의 영향력을 손에 넣었습니다.
마블의 눈부신 변혁은 곤경에 빠졌을 때야말로 공들여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어느 기업이든 어려움에 처하게 되면 자금 융통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되어, 좌우지간 수익화를 최우선시합니다. 물론 필자도 그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수익화를 주축에 두면서도 그에 따른 고객에 대한 가치 제안의 변혁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마찬가지로 고객 가치 제안을 변화시킬 경우에는 수익화의 기본 방향도 거기에 최적화시켜야 합니다. 가치 제안과 수익화라는 두 가지 요소는 상호의존적인 관계로 비즈니스 모델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어느 한 쪽이 압도적으로 두드러진다고 하더라도 ‘고객을 기쁘게 하고 이익도 올린다’는 비즈니스의 목표를 실현시키는 건 불가능합니다.
불황기에는 단품로서의 제품이나 각각의 이익에 대해 단기적으로 대처하기 십상입니다. 허나 그렇게 되면 애써 노력한다 해도 큰 성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돌아가는 길처럼 여겨지더라도 시야를 넓혀서 비즈니스 모델을 다시 설계하는 것이, 장기적인 승리를 구상할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불황은 압도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침체되는 이익 수치를 보고 그것을 받아들였다면, 크게 숨을 내쉬고 비즈니스 모델을 냉정하게 분석해, 변혁으로 향하여 발걸음을 내딛어주셨으면 합니다.
코믹북의 세계에서 슈퍼 히어로를 탄생시킨 마블은, 비즈니스 모델의 세계에서도 슈퍼 히어로로 활약하며 우리들에게 용기를 주고 있습니다.
golgo
추천인 50
댓글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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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감사합니다^^
어벤져스 하면 제 사촌동생으 선견지명이 아직도 생각나네요 ‘곧 히어로 5명인가? 하는 영화가 개봉하는데 이름이 뭐였더라...아! 어벤져스라고 그거 꼭 봐 재미있을 거야...’
스크랩해놓고 차후에 세세하게 읽어보려 합니다.
그런데 정작 마블을 재건했다고 평가받는 아이작 펄머터는 사실 마블 스튜디오 영화 제작에 사사건건 간섭하고 있었고 그런 그와 수시로 충돌했던 수장 케빈 파이기가 마블 스튜디오의 소속을 픽사, 루카스필름과 같은 디즈니 스튜디오로 바꿔버리죠. 그게 벌써 5년 전 일입니다.
여담으로 이 글이 일본에서 나온건데 정작 마블은 일본에서 그리 인기가 많지 않다는...
깔끔한 번역 감사합니다! 좋은 글이네요. 마블은 원래 큰 줄 알았는데... 참 경영진에 따라 기업의 흥망이 결정되는군요ㅋㅋ 신기합니다
라기엔 이미 워크래프트 를 망해버린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