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인간수업> 빈약한 설정으로 자극적 소재에 매달리는.
<인간수업>은 느와르/갱스터 장르를 하이틴 장르와 접목했다. 범죄 세계를 기본적으로 그리고 있는데 연령대가 10대로 낮춰진 것이다. 인물들 나이대에 따라 장르적인 요소들을 바꾸거나 재배치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느와르/갱스터 장르의 범죄세계를 그린다.
이건 인정한다. <인간수업>을 순수한 장르물로 보자면 정말 재밌는 드라마다.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한 수준이고 장면에 담긴 디테일의 응축도도 높으며 완급조절도 우수한 성적이다.그런데 훌륭한 장르물이라고 기꺼이 박수를 치고 싶지만 개인적으로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한 지점이 있었다.
<인간수업>에 거부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장의 요지는 성매매 포주업을 하는 범죄자를 미화했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불우한 가정환경과 평범한 삶에 대한 꿈을 위해 스스로 포주 업무를 하는 남학생이라는 설정은 흥미를 바로 끌만큼 논쟁적이다.
하지만 이건 장르의 특성상 넘어가줄 수 있다. 느와르/갱스터 장르 특성상 주인공은 범죄자다. 그리고 주인공은 범죄를 통해 상승하다가 사건에 휘말리고 추락하며 파국을 맞이한다. 이것이 장르의 기본적인 베이스다. <인간수업>을 장르물이라는 시선에서 보았을 때 주인공의 설정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소재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문제는 드라마가 세심하지 못하고 무심코 또는 교묘하게 건너뛴 지점에 있다. 영화의 설정을 거부감 없이 납득하느냐 납득하지 못하냐가 관건이다. 남학생이 불우한 가정환경과 평범한 삶에 대한 꿈 때문에 성매매 포주업을 한다는 설정은 곧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동기가 빈약한 느낌이 들기에 충분하다. 이건 중대한 불법행위를 하는 주인공의 명분이 누군가에게는 나르시시즘적 자기연민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한다. 성매매라는 소재 자체에 대한 중대함도 있기 때문에 예민한 소재를 다루어야 했을 당위성에 대해 드라마 내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는 여지도 남겨진다. 왜 굳이 포주일까? 이 질문에 대해서 드라마는 상세한 답을 하지않는다. 그 캐릭터의 설정이 장르의 관습이라는 듯 눙치고 넘어가려 한다.
그 효과는 전체적인 연출 방향과 어긋난다. 드라마에서 주인공에게는 약자로 보이는 수식어가 달라붙는다. 학교폭력의 피해자, 의도치 않게 사건과 조폭에게 말려든 약자이다(지수는 포주업 확장을 꺼려하며 안정적인 사업을 추구하는 인물이지만 강제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게 되면서 사건에 휘말려드는 수동적 인물이다. 전통적인 느와르 장르식 능동적 주인공은 규리가 더 가깝다.) 주인공에게 약자의 서사를 부여하는 카메라는 거리 두기와는 좀 멀어보인다. 연민을 느낄 법한 서사지만 주인공의 설정과 동기를 여전히 납득하지 못한 시청자라면 주인공에게 다가서지 못한다. 연출의 의도와는 엇갈리는 것이다.
드라마는 인물들에 대해 더 깊게 파고들었어야 했다. 인물들의 행동과 심리에 대한 분석이 필요했다. 왜 인물들이 범죄세계에 스스로 접근했는지 질문을 계속 했어야했다. 하지만 드라마가 무심코 장르에 관습에 기대는 순간 주인공이 사는 주변 환경은 주인공이 범죄를 하게 만들기 위해 쓰여진, 각본상 편의적인 설정이 되었고 드라마는 가벼워진다. 그렇게 충분히 사회적인 논쟁거리를 던질 화두가 되지 못한채 결말에 이르면 '잘못 선택하면 책임을 진다'는 익숙한 교훈으로 이어진다. 또한 납득 가능하거나 사유할 만한 동기를 통해 시청자가 더 몰입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지점들을 피해가고, 때문에 드라마는 장르 특유의 자극적 효과에만 집중하고 거기에 매몰된 혐의를 가지게 된다.
드라마가 주인공의 범죄를 옹호한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결말의 파국은 장르의 클리셰인 동시에 주인공의 행동을 정당화하고자 한 의도는 아니라는 선긋기다.
<인간수업>은 자극적인 소재와 장르적인 재미에 주로 매료되어있고 서사에서 정말로 짚어주어야 할 부분을 장르의 관습에 기대어 무심코 또는 교묘하게 건너뛰면서 굵직한 이질감을 만든다. 어떤 소재를 다루냐보다 그 소재를 다루는 것을 시청자에게 설득하는 문제에서 <인간수업>은 그 답이 부실하다.
-07: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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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처음에 그래서 원래는 아예 안 볼 생각이었는데
막상 보니 그 장면만 유독 그렇고 이후는 괜찮더라구요
인물들이 논쟁적이긴 합니다.
다만 지수에게 수동적인 약자의 서사를 부여한 것은 반대 성향의 규리와 재미있는 대비를 이루며 흡인력을 크게 끌어올린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ㅎㅎ
저도 그부분은 부인하지 않습니다.
다만 단지 주인공의 설정을 쉽사리 납득하지 못한 채로는 드라마의 흡인력이 옅어진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글의 뉘앙스에 오해가 있었네요
저와 다른 분들의 생각을 듣고 싶은데 댓글 감사합니다~
거기까지 가기도 전에 사실은 극초반에 선생님이 치는 대사나 주인공의 성격묘사가
너무 억지스럽고 납득이 안 가서 바로 끈 드라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