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_드라큘라]리뷰입니다(스포 가득)

드라큘라에 대해서는 아래에 대한 상식만 알고 있는 사람이 본 넷플릭스 드라큘라 리뷰입니다. 

-드라큘라는 루마니아의 귀신

-피를 빨아먹으며 생명을 유지하는 흡혈귀

-피를 마시는 방법은 목덜미에 이빨 꼽기

-십자가를 무서워하고

-낮에는 관속에서 잠을 자며 밤에 활동한다

저는 운이 좋게도 1화를 청담 CGV 프라이빗 시네마에서 보았습니다. 관람 전 드라큘라 성에서의 파티를 충분히 즐기고, 관 속에 누워 큰 스크린으로 보아서인지 1화가 가장 임팩트 있게 다가왔습니다. 집에 귀가해서 2화까지 마치고, 다음 날 바로 3화까지 본 뒤... 다시 한 번 보고(모든 회차 2회 시청) 남기는 후기입니다. 리뷰를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스포가 될 수 있다는 점 참고해서 봐주시기 바랄게요!

#1화

드라큘라 성에서 탈출한 변호사 조너선이 드라큘라에 대해 연구 중인 수녀 애거사와 대화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혈관을 흐르던 피가 번져지고 심장을 뛰게하며 드라큘라가 완성되는 유니크한 인트로 영상 뒤 조너선은 드라큘라 성으로 향합니다. 가는 길에 한 여인으로부터 반강제로 십자가를 건네받고(나중에 이 십자가에 의지합니다) 어쩐지 수상한 마부와 헤어진 뒤 드라큘라 성 문 앞에서 노크를 합니다. 가장 먼저 그를 반기는 것은 수많은 박쥐 떼입니다. 음침한 성 안에 성 분위기 만큼이나 음침한 400살은 되보이는(아마 그 때가 400살 정도) 드라큘라 백작과 드디어 만나게 됩니다. 변호사인 조너선이 드라큘라 백작을 방문한 이유는 클라이언트인 드라큘라가 구입한 부동산의 법적 절차를 위함이었지만 이것을 시작으로 엄청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1화 관람포인트  음침하면서 압도적인 분위기의, 그야말로 귀신 나올 것 같은 드라큘라 성의 모습

                      조너선을 만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하는 드라큘라의 외모와 영어 실력. 상반되게 변하는 조너선

1화 베스트 장면  늑대 씬. 수녀들 앞에 처음 등장하던 장면

#2화

드라큘라와 애거사 수녀가 체스 게임을 하는 장면, 그리고 헝가리에서 영국으로 향하는 배에서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7명의 승객은 제각각 다른 이유로 배에 탔지만 이는 모두 드라큘라의 치밀한 계획의 일부였습니다. 2화는 드라큘라의 대화 스킬이 돋보이는 파트입니다. 예를 들어 식사도 하지 않으면서 왜 자꾸 식당에 가냐는 질문에, 사람들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죽이냐고 물으니 사람들이 꽃을 꺾는 이유에 비유하는데, 그런 논리들이 정말 설득적입니다. 그리고 400년 이상 인간의 피를 빨며 습득한 지식의 결과겠지만, 사람들의 심리를 파악해 이용할 줄 압니다(자기 편으로 만들던, 화나게 해서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던 다양한 방법으로).  

2화 관람포인트  New Life를 위해 배를 탄 사람들의 위험한 항해

2화 베스트 장면  안개 속 항해 장면

#3화 

2화의 사건이 끝나고 123년이 지난 2020년이 배경입니다. 애거사 수녀의 자손 조이는 과학자가 되어 드라큘라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많은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그 전에는 드라큘라에 대한 연구를 수녀가 책을 보며 몰래 하거나 주변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과학자가 개인적으로 하는 수준이었다면, 현대가 배경인 3화에서는 대규모 재단을 통해 과학수사 기법과 용병까지 동원되어 연구가 진행됩니다. 3화에서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데, 저 또한 처음 3화를 봤을 때 큰 충격을 받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장 마음에 드는 에피소드입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진부한 소재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창조해 새롭게 만든 것이 넷플릭스다운 연출이라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만약 드라큘라가 현대의 배경으로 시작해서 액자식 구성으로 타임라인을 반대로 보여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3화에서는 신문물에 빠르게 적응하고 이용하는 드라큘라의 모습이 재미있었습니다. 

3화 관람포인트  드라큘라가 현대 사회에서 살아남는 법

3화 베스트 장면  루시와 공동묘지 데이트 

캐릭터 분석

#드라큘라(1~3화)

처음 등장한 노년의 드라큘라는 어눌한 영어를 사용한다. 성이 있는 트란실바니아를 떠나 영국에 가기를 원한다. 드라큘라의 주변 사람들은 풍미가 없다는 게 이유다. 오랜 기간을 살아남은 존재답게 학습 능력도, 적응력도 빠르다. 불멸의 삶을 살지만, 신화 속 신들처럼 인간의 삶을 질투하는 듯하다. 드라큘라는 원래 루마니아의 왕자였다. 뱀파이어가 된 뒤에도 귀족의 신분을 유지 중이다.

#애거사(1,2화)

믿음보다 계획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성적인 수녀. 수녀가 된 이유에 대해 '또래 친구들처럼 사랑 없는 결혼에 갇혀(주님과 결혼했다는 것을 비꼬아 말하는 듯) 먹고 살기 위해 신을 믿는 척'이라고 하는 신여성이다. 드라큘라에 맞서는 강인한 역을 맡고 있으며, 런던에 지인 탐정을 통해 조너선의 약혼녀 미나까지 적극적으로 찾아낸 행동파이다. 1화에서 원장 수녀도 모르게 다른 수녀들과 드라큘라가 올 것을 대비해 두었을 정도로 치밀함과 추진력이 있다. 자신의 연구실에서 은둔하며 드라큘라에 대해 조사하느라 조너선과는 그가 수녀원에 머문 지 1달만에 만나게 된다.  

#조너선(1화)

긍정적이고 정의로운 캐릭터. 쇠약하고 갇혀있는 최악의 상황을, 쇠약하고 갇혀있어 드라큘라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 유리한 상황으로 생각하고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는다. 무엇보다 자신이 엄청난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다른 사람들을 돕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러한 그의 순수한 영혼 덕분에 드라큘라에게 피를 빨리고 죽은 뒤에도 맑은 영혼을 지켜낼 수 있었던 듯하다.  

#미나(1화)

약혼자인 조너선이 추악한 몰골로 다시 나타났지만, 그를 향한 사랑에는 변함이 없다. 바로 옆에 있으면서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약혼자 앞에서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정이 많이 가는 캐릭터라 그런지 미나의 분량과 역할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루시(3화)

2020년 22살의 루시는 가장 요즘 스타일의 캐릭터. 늦은 귀가를 나무라는 엄마에게 '잠은 죽어서 잘게요'라고 대꾸하고, sns에 사진을 올리자마자 '좋아요' 세례를 받지만 어쩐지 눈빛은 공허하다. 내일이 없이 사는 듯하다가 미국에서 온 부자 퀸시와 즉흥적으로 약혼한다. 노래방 씬에서 기본맛 감자칩은 ' no flavor'라고 거부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드라큘라와 비슷한 성향임을 알려주는 대목 중 하나이다. 드라큘라에게 기꺼이 자신의 피를 허락하며, 드라큘라와의 관계 시작은 쵸커(두꺼운 목걸이) 사용 전후로 구분된다. 파티걸이지만 드라큘라를 위해 술까지 자제하는 헌신을 한다. 

#미나 v 루시

1890년대의 미나와 2020년대의 루시는 모두 결혼을 앞둔 상태이다. 미나는 출장을 떠나는 약혼자 조너선에게 '아름다운 여성의 유혹에 넘어가더라도, 충직한 약혼녀로서 모두 다 이해해주겠다'라고 하는 반면, 루시는 약혼남이 있음에도 친구들과 파티를 즐기고 드라큘라의 매력에 빠져 자진해서 피까지 내어주며  밀회를 즐긴다. 

#선장(2화)

데메테르호 선장. 직전 항해에서 어떤 사건을 겪고, 빅토르의 손을 잃게 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배가 침몰하면 배와 함께 가라앉는 것이 선장의 덕목이라 여긴다.  

#빅토르(2화)

데메테르호 선원. 항해에서 손 하나를 잃었지만 선장을 원망하지 않는다. 무서운 외모에 한편으로는 따뜻한 마음씨가 반전. 루마니아 출신의 작고 외소한 피오트르를 괴롭히는 듯했는데 나중에는 그를 보호해준다.  

#피오트르(2화)

마리우스는 죽은 피오트르 대신 피오트르 행세를 하며 데메테르호의 선원이 된다. 진짜 피오트르는 일자리를 얻어 선박에 탑승할 예정이었는데, 드라큘라에게 희생되었다.  

#루스벤 경(2화)

데메테르호에 탑승한 미남의 동성애자. 아름다운 아내와 함께 신대륙에 가는 길이다. 진짜 연인은 하인처럼 데리고 다닌다. 배에서 매력적인 드라큘라가 그에게 추파를 던진다. 

#아디샤(2화)

루스벤 경과 함께 데메테르호의 탑승객. 연인인 루스벤 경의 결혼에 화가 나있고 그의 하인처럼 보이는 것을 참지 못한다. 루스벤 경이 한눈을 팔 때마다 눈치만 볼 뿐 불만을 표출하지 않는다. 

#도라벨라(2화)

잘생긴 루스벤 경과의 결혼생활에 크게 들떠 있다. 데메테르호에서 우연히 만난 중년 신사 드라큘라에게 잠시 마음을 뺏겼다. 

#샤르마 박사와 딸 야미니(2화)

데메테르호에 탑승한 부녀. 위대한 지성인 샤르마 박사는 조국에서 불명예스러운 예언자 취급을 받는다. 야미니는 소리를 듣지 못해 수화로 대화한다. 

#공작 부인(2화)

데메테르호에 탑승한 귀족 여사. 18살 생일 파티에서 드라큘라와 만났다.  

#조이(3화)

애거사의 기질을 그대로 물려받은 후손. 과학자이며 조너선 하커 재단의 총책임자가 되어 드라큘라를 계속 연구한다. 결국 드라큘라의 비밀을 풀어낸다.

키워드 분석

#드라큘라의 성

드라큘라는 조너선에게 홀아비인 건축가 페트루비오가 이 성에서 아내 품에 죽었다고 언급한다. 아마 아내를 먼저 죽이고, 그다음에 언데드 상태가 된 아내를 발견한 건축가를 죽인 것으로 생각된다. 죽었으니 이 성은 당연히 그의 마지막 건축물이다. 드라큘라의 행보를 보면 이 성을 정당하게 구입했을 리는 없고 빼앗은 듯하다. 음침하긴 해도 이렇게 의리의리한 '성'도 드라큘라 눈에는 123년 후 '가난한 쪽에 가까운 평범한 집'보다 못하다.  

#거울 

1화에서 거울은 천박한 표현의 허상으로 묘사된다. 드라큘라는 조너선이 거울을 보지 못하게 방해하느라 거울을 깨버린다. 아마 조너선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을 막으려는 것 같다. 2화에서 거울은 조금 다르게 이용된다. 도나벨라를 희생시키기 전, 그녀가 누릴 뻔한 것들을 보여주는 자비(?)를 베푼다. 3화에서 거울은 진실을 보여주는 소재다. 루시와 드라큘라의 본모습이 거울을 통해 비춰진다. 

#꿈

1화에서 조너선도, 2화에서 선원도, 3화에서 루시도 드라큘라에게 희생을 당할 때 황홀한 꿈을 꾼다. 특히 조너선은 머릿속에 가득한 약혼녀가, 선원은 첫눈에 보고 반해버린 도나벨라가 등장하는 야한 꿈을 꾸었다. 피를 빨리는 시간은 고통과 절망이 아니다. 건강에는 해롭지만 쾌락이 느껴지는 마약같은 순간이다. 

#flavor

드라큘라는 미식가이다. 배고프다고 해서 아무 피나 먹지 않는다. 풍미를 중요시여기며, 습득하고 싶은 대상의 피를 찾기 위해 희생자를 신중하게 고른다. 그리고 영국은 드라큘라가 꿈꾸는 맛이 가득한 미지의 세계다.

#와인

드라큘라는 통찰력이 있고 지적이면서 유머까지 갖춘 사람의 피를 좋아하는데, 이는 좋은 빈티지의 와인에 비유된다. 마차에서 발전한 자동차, 대형카메라에서 발전한 디저털 카메라 장비들과 달리 와인은 1800년의 형태가 그대로 갖추어져 내려온 아이템이다.    

#파리

파리는 인간이 살아 있을 때도, 죽은 후에도 육신이 있는 곳이면 곁에 머무는 인간의 벗이다. 

#십자가

드라큘라가 두려워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물건. 조너선이 처음 드라큘라 성 근처에 도착했을 때 한 여인으로부터 반강제로 건네받았다. 드라큘라가 십자가를 두려워하는 것은, 신앙이 있는 사람들의 피를 흡입해 학습된 결과로 표현된다. 그래서 드라큘라는 무신론자의 피를 갈구한다. 

#언데드

삶이 구제불능 상태가 되어 죽을 수 있는 신성한 능력을 잃고 만다. 육신은 썩어들지만 의식은 또렷하게 살아 있다.  

#신문물

드라큘라가 성에 머물 때는 먹잇감이 오길 기다려야하는 수동적인 캐릭터였지만, 3화 영국에서 드라큘라는 활동적이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생활이 안되고, 변호사도 인터넷을 이용해 고용했으며, 스카이프로 소통할 줄 안다. 데이트 앱을 통해 다음 식사를 물색하는데, 매너를 갖춘 매력적인 중년남성에게는 어렵지 않은 일이다. 

#변호사

1화에서 드라큘라의 젊음을 찾아준 것도, 3화에서 갇힌 드라큘라를 구해준 것도 변호사였다. 1896년의 드라큘라도 2020년의 드라큘라도 변호사를 고용했다. 특히 3화의 변호사는 드라큘라의 권리를 주장하며 조너선 하커 재단에 갇힌 그를 빼내주고, 드라큘라의 세계정복을 돕는다.

#조너선 하커 재단

베일에 싸인 이 재단은 바다에서 드라큘라를 건졌을 때 일어난 사건을 은폐하고 자금 출처에 대해서도 함구하고 있다. 드라큘라와 변호사가  출처를 조사했지만 결국 드러나지 않은 채 이야기가 끝났다. 65년생 회계사 어쩌구가 살짝 언급된 부분에서 시즌2를 살짝 기대해본다.

#다크로드

3화에서 변호사가 드라큘라에게 다크로드라고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