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0430, 롯데시네마 부평역사, 1430
'정신없이 소용돌이치는 회전판 위, 빙글빙글대며 남는 잔상의 모습들.'
"하늘에 계신 아버지, 그냥 거기 계시옵소서. 그러면 저희도 땅위에 남아 있으리이다."
<박쥐>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득 자크 프레베르의 '하느님 아버지'가 생각이 많이 났다. 그러니까 <박쥐>라는 영화를 예고편이나 포스터, 보도자료 등을 통해 접한 느낌이 어땠느냐 하면 종교의 가르침에서 일탈한 자들의 도시가 펼쳐진다는 느낌. 딱 이거였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난 후,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에 맴돈다.
그 생각들 중 가장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정신없이 휙휙 돌아가는 회전판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거. 처음에는 조용히 돌다 한 차례 극의 소용돌이가 지나가는 중반 이후부터 회전의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는데, 그 모습이 정신착란을 불러일으킬 정도라 꽤나 불편하게 와닿는 구석도 적지 않다. 장면 장면을 놓치면 흐름을 이해하는 데 손해 보기 딱인 이야기 구성이라 더 그랬던 것 같고.
뱀파이어가 되어 다른 사람을 탐닉하다 끝내는 자신들을 겨누기에 이르는 극의 얼개는 비교적 재미있었다. 좀 회전판을 덜 돌렸다면 어땠을까 싶고, 중간중간 불친절한 이야기 전개가 거슬렸지만 그 모습 자체로는 어느 정도 만족한 결과물. 어떻게 읽느냐, 그리고 어느 캐릭터를 중심으로 볼 것이냐에 따라서 다양한 담론이 쏟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오늘 첫 관람은 일단 뱀파이어가 된 신부의 신성모독 이야기라는 생각 (=상현의 시각) 으로 봤고, 다음 관람 때는 어떻게 볼지 생각 중. 아마도 태주의 입장에서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