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득 아주 철학적인 물음을 하나 던지며 이 애니메이션의 평을 시작하고자 한다. "꿈속의 사실들은 존재하는 것인가?" 살짝 생각해서 대답하자면 그것이 어찌 존재하냐고 대답할테지만 세세하게 떠올려보면 그것은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꿈 속의 사실들이나 상황들은 이미 인지된 사실들이고 대상의 기억속에 행해진 사실들로 인식되어진 것이기에 그것의 존재를 한사코 부정할 수는 없게 되는 것이다.
사토시 곤의 <망상대리인>은 아주 오락적으로 물음을 던진다. "꿈은 존재하는가?" 그리고 이 애니메이션은 그 존재와 허구의 경계를 허물어버린다. <매트릭스>류의 영화들 이후 영화계가 끊임없이 사모해 온 철학자 장자의 호접지몽을 받들어 좀 더 색다른 질문을 건네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매트릭스>의 진화된 이야기이며, <매트릭스>조차 범접하지 못한 존재에 대한 깊은 영역의 탐구이다.
<망상대리인>을 접하기 전에 들은 이야기는 이것이 사토시 곤의 극장판 애니메이션<파프리카>와 매우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들었다. <파프리카>정도면 '아이구 어서오십시오'하고 봐줄 용의도 있었다. 근데 난 차라리 이 이야기를 <트윈픽스>에 비유하고 싶다. 이야기의 발단을 만든 거대한 사건은 있었으나, 전개되는 과정에서 그 거대한 사건은 안개처럼 흩어지고 사건의 주변에 대한 이야기들을 늘어놓으면서 13부까지 전개시키고 있다. 그리고 그 주변인들의 이야기에서 많은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사건은 맥거핀처럼 산화되어버릴 줄 알았다. 후반부에서 다시 살아나면서 명쾌한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참 깔끔했다.
<망상대리인>이 나에게 준 부작용이 하나 있다. 다른 애니메이션에 눈이 안 간다는거다.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