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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도 서비스~ 서비스~

20세기 최고의 컬트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리빌드’라는 명목 하에 4부작 리메이크 극장판으로 재탄생했다. 그 1부에 해당하는 <에반게리온: 서>. 본고장인 일본에서 성황리에 개봉된 후 곧바로 부산국제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초청되면서, 국내 수많은 열혈팬들의 이목을 수영만 야외상영장으로 집중시킨 바 있다. 오는 1월 24일 국내 정식 개봉을 앞두고 7일 용산 CGV에서 기자 시사회를 통해 다시금 공개됐다. 지난 1997년, <에반게리온: 데스 앤 리버스>를 모 대학 강당에서 일본 극장에서 찍어온 조악한 캠코더 영상으로 감상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실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에반게리온: 서>는 1995년부터 TV 방영돼 세계적인 붐을 일으킨 <신세기 에반게리온> 26편 중 1~6편까지의 내용을 재구성한 것이다(작품이 가지는 의의와 이전 시리즈에 관해서는 하단 특집 글을 참조하시길). 12년이나 지난 애니메이션을 리메이크하면서 적지 않은 변화도 생겼지만, MP3의 시대임에도 주인공 신지가 들고 다니는 카세트 타입의 워크맨이 변하지 않은 것처럼 원작의 스토리와 진행은 거의 그대로 가져온 편이다.

<에반게리온: 서>의 러닝타임은 약 98분으로 원작의 에피소드 중 2화 분량의 내용이 사라졌으며, 추가된 장면들과 함께 몇몇 변화된 연출이 눈에 띈다. 첫 방영 당시 미스터리한 구성과 수수께끼들로 화제를 모았는데, 이미 밑천이 다 드러난 만큼 원작의 후반부에 나왔던 장면들을 새롭게 재구성하여 미리부터 선을 보인다. <에반게리온>이라는 것을 처음 접하는 이들이라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원작을 적어도 한 차례 이상 봤던 사람이라면 미리부터 히든카드를 펼쳐 보이는 제작진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해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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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의 에피소드를 거의 그대로 따라가면서도 새롭게 추가된 장면, 대사 등으로 인해 캐릭터의 성격 또한 변모했다. 극단적으로 내향적이며 소심한 성격으로 인해 ‘찌질함’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주인공 신지의 경우가 그렇다. 아버지의 강요로 인조인간 ‘에반게리온’의 탑승하게 된 그는 정체불명의 존재인 ‘사도’와 싸우게 되면서 나름의 의지력을 보이는 캐릭터로 묘사된다. 두려움과 피해의식으로 인해 잠깐의 방황도 하지만 어른들의 충고와 친구들의 격려에 힘입어 최선의 활약을 펼친다(원작에서의 방황하는 장면들이 대폭 줄어든 탓도 있다).

신지의 보호자 격인 미사토의 비중도 상당히 커졌다. 원작의 중반 이후에 드러나는 그녀의 과거에 대한 암시가 미리 소개되며, 자신의 불우했던 과거 모습과 흡사한 신지를 적극 옹호하는 행동을 보여준다. 원작보다 짧아진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신지와 미사토의 복잡 미묘한 관계만큼은 원작 이상으로 풍부하게 그려진다. 수수께끼의 소녀 레이를 포함한 여타 캐릭터들 또한 원작과는 다른 모습으로 비춰지는 장면들이 하나씩은 있으니, 원작 팬이라면 그것을 발견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몇몇 대사와 장면들은 <에반게리온: 서> 이후 후속작이 원작과는 상당히 달라질 것임을 암시하고 있어 새로운 기대감을 준다.

스토리와 캐릭터의 변화 외에 <에반게리온: 서>의 가장 큰 볼거리는 바로 영상이다. 추가된 장면을 제외한 거의 모든 장면들의 구성은 원작과 거의 유사하지만, 극장 상영을 위해 향상된 퀄리티로 새롭게 보강한 것이 눈에 띈다. 오리지널 이미지를 재활용한 부분들도 있지만 새로 그려낸 이미지와 비교해도 그리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조정해놨다. 몇몇 장면들의 경우 캐릭터 이미지는 그대로지만 배경을 3D로 작업하여 색다른 느낌을 주는 부분도 있다. 대체로 오리지널과 비슷하지만 훨씬 세련된 느낌이랄까. <에반게리온: 서>와 비슷한 형태로 재개봉했지만 새로 그린 영상과 재활용한 구 영상 사이의 이질감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던 <기동전사 Z 건담>과 비교할 때, 마땅히 칭찬 받아야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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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면에서 특히 괄목할만한 부분은 <에반게리온: 서>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야시마 작전’이다. 원작에서 정팔면체의 모습으로 강력한 빔을 발사하던 사도 ‘라미엘’이 최신 3D 기술을 통해 놀랍도록 화려하게 변신했다(어떤 식인지는 직접 확인해보시길 ^^;). 라미엘을 물리치는 내용은 원작에서도 명장면으로 꼽혔지만, 이번 극장판에서는 라미엘의 압도적인 존재감과 파괴력으로 인해 신지의 고난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멋진 결말로 이어진다. 가히 환골탈태라고 할 만한 장면이다.

보다 업그레이드 된 영상과 세련된 음악(편곡된 사기스 시로의 사운드트랙이 주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우려먹기’라는 비난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나름의 변화를 통해 후속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제작진들의 낚시질 솜씨는 십여 년 전과 마찬가지로 변함이 없다. 한때나마 <에반게리온>에 푹 빠졌던 이들이라면 이번 작품이 극장에서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서비스가 될 것이다.

추가: 서비스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우타다 히카루의 노래와 함께 나오는 스탭롤을 끝까지 보시길. 원작 팬들에게 익숙한 미사토의 내레이션이 포함된 <에반게리온: 파>의 예고편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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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트림무비 스탭
애니메이션 번역, DVD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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