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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TV 애니메이션으로 처음 시작된 <에반게리온>은 제작국가인 일본뿐만이 아니라 당시 국내 애니메이션팬들에게도 커다란 화젯거리였다. 인터넷 이전에 PC통신을 들끓게 했으며, 해적판 비디오와 VCD로 먼저 접한 팬들은 편집으로 누더기가 될 것을 우려해 모 방송사의 방영 계획을 반대하기도 했다. 강산이 한번 변했지만 일본 애니메이션계는 지금도 <에반게리온>의 영향 하에 있다고 여기는 이들도 많다.
할리우드에서의 실사영화화 소식과 함께 애니메이션 팬들에게 또다시 충격을 안겨준 <신 극장판>의 개봉에 앞서, 이전 <에반게리온>에 관한 간략한 소개와 <신 극장판>에 관해 알려진 정보들을 종합해봤다.
에반게리온의 시작
오리지널 <에반게리온>은 1995년 10월에서 1996년 3월에 걸쳐 총 26편의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방영되었다. 제작사는 마니아 애니메이션 창작집단으로 알려진 ‘가이낙스’, 감독은 <톱을 노려라! 건버스터>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등으로 당시 이름을 알리고 있던 안노 히데아키.

작품의 배경은 ‘세컨드 임팩트’라 불리는 서기 2000년에 발생한 세계적 규모의 대재난을 극복해 가고 있던 2015년 미래의 신 도쿄시다. 주인공은 지극히 내성적인 성격을 지닌 14세 소년 이카리 신지. 어린 나이에 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로 버림받은 탓에 자폐적인 기질도 갖고 있는 그는, 속칭 ‘오타쿠’로 불리는 가이낙스 스탭들과 감독 안노 히데아키의 자화상과도 같은 캐릭터다.
신지는 비밀조직 ‘네르프’의 리더인 아버지의 강요로 거대 인조인간 ‘에반게리온’에 탑승하게 된다. 그가 싸워야할 적은 수수께끼의 존재인 ‘사도’. 영문도 모른 채 사투를 벌이게 된 신지는, 처음에는 그것을 완강히 거부하지만 자신과 같은 또래의 신비한 소녀 레이를 위해 에반게리온을 조종한다.
기본 줄거리는 평범한 주인공이 거대 로봇을 조종해 악당을 쓰러트린다는 소년 대상의 로봇 애니메이션과 별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에반게리온>이 다른 애니메이션과 차별화되었던 이유는 사춘기 소년 소녀 캐릭터의 치밀한 심리묘사와 보는 이들의 시선을 빨아들이는 강렬한 연출, 사기스 시로의 세련된 음악, 그리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미스터리 설정에 있었다. ‘오타쿠’ 안노 히데아키가 자신이 즐겨봤던 과거의 명작 애니메이션, 특촬물, 영화 등을 수없이 인용하면서 그것에 새로운 독자성을 가미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주인공 신지의 고뇌와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24편 이후, 글자와 최소한의 선 그리고 온갖 형이상학적인 이미지로 가득한 안티플롯의 25~26편의 결말은, 작품을 찬반양론의 중심에 서게 하면서 사회현상으로까지 발전시킨다.
방송 종료 후 여러 차례의 재방송 등을 거치며 <에반게리온>은 이전까지 애니메이션에 무관심했던 성인들까지 포섭하게 되었고, <우주전함 야마토>과 <기동전사 건담>에 이은 제3차 아니메 붐을 일으킨다. 작품 속에서 해결되지 않은 채 고스란히 보는 이들의 몫으로 남겨진 수수께끼들은 일본의 주요 신문과 방송에까지 언급되면서 열띤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신지의 내면세계를 그대로 형상화한 듯한 TV판의 25~26편은 사실 ‘탈 오타쿠화’라는 제작진들의 주제의식이 담긴 에피소드였지만, 그들의 의도와는 달리 제대로 된 결말을 원하는 팬들의 요구로 결국 극장용 장편으로 새로 제작되기에 이른다.
TV 시리즈 1~24편까지를 재편집한 영상과 TV판과는 다른 엔딩을 담은 <데스 앤 리버스 사도 신생>과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 Air/진심을 그대에게>. 1997년에 공개된 이 두 작품은 당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모노노케 히메>와 함께 현해탄을 넘어 국내팬들까지 열광시킬 정도로 대단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의 경우 TV판 이상의 난해한 전개와 충격적인 내용으로 가득했지만 관객을 압도하는 화려한 영상을 보여줌으로써 <에반게리온>의 이야기는 일단 마무리되는 듯 했다.
이처럼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에반게리온>은, 이후 LD와 DVD 등의 성공적인 출시와 수많은 관련 게임과 만화 등 여러 매체로의 이식으로 이어진다. 특히 지난 2003년에는 <에반게리온> 탄생 10주년 기획으로 리뉴얼판 DVD 세트가 선을 보이면서 팬들의 마음을 다시금 설레게 했다. 낡은 영상을 디지털로 새롭게 보정하고 5.1 디지털 사운드를 입힌 리뉴얼판은 국내에도 출시돼 애니메이션팬들 사이에서 상당한 화제가 되었다.
REBUILD OF EVANGELION
지난 2006년 10월, 일본의 애니메이션 전문지 ‘뉴타입’을 통해 처음 알려지게 된 <에반게리온 신 극장판 REBUILD OF EVANGELION> 프로젝트. 당초 TV 시리즈였던 <에반게리온>을 전편, 중편, 후편, 완결편의 4부작으로 리메이크하여, 2007년 9월 1일부터 순차적으로 개봉시킨다는 것이 계획의 골자다.

<에반게리온>의 창조자인 안노 히데아키가 총감독을, 가이낙스의 주요 스탭인 ‘마사유키’, ‘츠루마키 카즈야’가 감독을 맡으며, 새로 설립된 안노 감독의 개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카라’가 제작을 맡았다. 많은 이들이 한번쯤 생각했을, ‘이제 와서 왜 또 다시 <에반게리온>인가’ 하는 의문에 대해 안노 감독은 다음과 같은 ‘소신 표명’으로 답하고 있다(원문 보기).
<에반게리온>이라는 영상 작품은 여러 가지 바람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자신의 솔직한 기분을 필름에 담고 싶다는 바람.
애니메이션 영상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의 구현화, 표현의 다양함, 원시적인 감정과 접촉하는 본래의 재미를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바람.
피폐해져가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미래로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
만연돼 있는 폐쇄감을 타파하고 싶다는 바람.
현실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한 강한 의지를 계속 지니고 싶다는 바람.
지금 다시 한번 이러한 바람들을 구현화시키고 싶다는 바람.
그렇기 때문에 지금,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에반게리온의
리메이크였습니다.
10년도 더 된 옛날 작품을 이제 와서 왜, 라고도 생각했습니다.
에바는 이미 낡았다, 고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12년간 에바보다 새로운 애니메이션은 없었습니다.
막히고 정체된 현대에는 기술론이 아닌,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본래 애니메이션을 지탱해왔던 팬들이었던 중고생들이 애니메이션에서 빠르게 이탈하고 있는 가운데, 그들에게 맞는 작품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현대의 애니메이션계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자 생각하여, 다시금 이 작품을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영화제작자로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현대판 에반게리온 세계를 구축한다.
그러기 위해 본가인 가이낙스가 아닌,
제 스스로 제작회사와 제작 스튜디오를 설립해 초심으로 재출발하고자 합니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현대에 기대지 않으며,
앞선 미래를 목표로 하기 위해서입니다.
다행히도 과거의 스탭들과 새로이 참여해준 스탭들이 멋지게 하나로 뭉쳤습니다.
과거 이상의 작품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에바>는 반복되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이 계속 같은 일을 당하면서도 꿋꿋이 극복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조금이나마 앞을 향해 나아가려는 의지의 이야기입니다.
막연한 고독을 참으며 타인과의 접촉이 두려워도 함께 하길 원하는
각오의 이야기입니다.
같은 이야기지만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는 4편의 작품을
즐겁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들의 직업은 서비스업이기도 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에반게리온을 모르는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극장용 영화로서의 재미를 담고, 세계관을 재구축하여,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영상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007년 가을을 기대해주십시오.
원작/총감독: 안노 히데아키
2006년 9월 28일 맑은 날 가마쿠라에서
<신 극장판>의 4부작은 각각 ‘서(序)’, ‘파(破)’, ‘급(急)’이라는 일본 고전 예술의 전형적인 구성 형식명을 차용(완결편에 해당하는 4편은 현재 물음표(?)로 표기). 그 첫 작품 ‘서’는 오는 9월 1일 일본 극장가에 개봉되며, ‘파’는 2008년, 그리고 ‘급’과 완결편은 동시상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개봉일 미정).
에반게리온 신 극장판: 서
EVANGELION:1.0 YOU ARE (NOT) ALONE
자, 그렇다면 개봉일이 눈앞에 다가온 <신 극장판 서>는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TV 시리즈의 초반부 내용(1화에서 6화까지)을 기초로 새로운 작화와 3D CG를 이용한 영상을 보여줄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제작진들은 ‘신작이면서도 신작이 아닌’ REBUILD(재구축)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원화, 동화, 레이아웃(화면 설계) 등 오리지널판의 영상 자료를 기초로 하되 그것을 극장규격에 맞게 재구성하고 최신 기술로 깨끗하게 다듬었다고 한다. 스펙터클한 영상을 얻기 위해 3D 그래픽을 사용하면서도 원작이 갖고 있는 수작업의 느낌을 유지하려고 했다고. 이를 통해 <에반게리온>을 처음 접하는 이들은 2007년의 신작이라고 인식하게 되고, 오리지널을 중시하는 기존의 팬들도 납득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제작진들의 목포라고 한다. 그것은 공개된 스틸 사진을 통해서도 알 수 있는데, 분명 오리지널과 같은 장면임에도 한층 뛰어난 하이 퀄리티의 영상으로 탈바꿈하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TV판을 봤던 이들이라면 에반게리온을 처음 타게 된 신지의 고민, 나중에 절친한 친구사이가 되는 토우지와의 갈등, 그리고 레이의 심경이 변화하는 계기가 되는 ‘야시마 작전’이 전개될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러닝타임은 약 90분으로 일부 스토리와 설정의 변화도 생겼는데, 디자인이 다소 변경된 ‘에반게리온’의 모습, TV 시리즈의 24편부터 모습을 드러냈던 ‘나기사 카오루’가 미리 등장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오리지널 작품에서 나왔던 파격적인 결말 대신 해피엔딩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으나 세부적인 내용은 아직 베일에 쌓여있는 상태다.


참고로 주인공 중 하나인 ‘아스카’는 두 번째 극장판인 ‘파’ 이후에나 등장할 듯, 주요 캐릭터들이 한데 모인 티저 포스터에 조차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외에도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새로운 테마곡 ‘Beautiful World’와 시리즈 전통의 엔딩곡 ‘Fly Me To The Moon’을 일본 최고의 인기 가수 우타다 히카루가 부른다는 점이다. 이미 우타다가 부른 곡들은 예고편 등을 통해 공개되고 있는데, 그녀의 호소력 짙은 신비로운 목소리가 <에반게리온>의 세계관과 썩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여담으로 우타다 히카루는 이미 오래전부터 <에반게리온>의 열성팬이었다고 하며, 제작진으로부터 주제곡을 불러달라는 제의를 받고 뛸 듯이 기뻐했다고 한다(관련 기사 보기).
<에반게리온>은 일본의 문화청이 발표한 2006년 ‘일본 미디어예술 100선’ 가운데 당당히 1위로 뽑힌 작품이며 지금까지 관련 상품의 판매 매상만 1,500억 엔이 넘는 대히트 상품이다. <신 극장판>이 <에반게리온>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고 더 나아가 애니메이션 업계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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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는 오타쿠 에니메이션 창작집단으로 알려진 '가이낙스' (o) ㅎㅎ
저 오타쿠는 비하의 의미로 사용된게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