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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없이 사는 서민이 살아생전에 예술의 전당에서 고급스러운 공연을 볼 일이 있을까 생각해봤다. 아무리봐도 이런 기회가 아니면 공연을 볼 일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러니 공짜 이벤트로 이 좋은 공연을 볼 기회가 생긴 것은 매우 큰 행운일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살아생전 처음으로 '예술의 전당'이라는 곳을 구경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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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게 된 것은 처음이었지만 어느 정도 구조가 익숙한 것은 아마도 일본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를 열심히 본 덕분이 아닌가 싶다. 어쨌거나 그 덕분에 어느 정도 익숙한 구조를 가진 공연을 볼 수가 있었다.
아니 로스의 지휘로 유라시안 필 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서울그랜드합창단의 노래로 이뤄진 이 공연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게임음악 공연'이다. 그런데 필자는 그 게임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워낙 유명한 게임인 '파이널 판타지'라지만 콘솔게임기를 가져본 기억이 어린 시절 현대 컴보이와 삼성 재믹스가 전부였다.
그랬기에 사실 가기 전에 좀 두렵고 미안한 감도 있었다. "어째 게임 덕후 득실대는 곳에 잘못 간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매우 지배적이었다. 그러다 막상 찾은 공연장에서는 다행히 덕후들보다는 가족관람객이나 연인들이 많이 보였다. 사실 뭐 그게 다행인지는 모르겠다. 연인들의 다정한 행각과 미취학아동들의 떠들어대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다행히 그런 건 좀 덜했던 것 같다.
이 공연은 알다시피 기존의 클래식 공연과는 매우 다른 것이다. '게임음악'을 중심으로 한 공연이니 만큼 게임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 그런데 필자는 그 상식이 전무(全無)했다. 뭔가 공연을 즐기기 위한 전략을 새로 짤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선택한 '공연 즐기기 전략'은 "영상에 어울리는 음악의 멜로디와 리듬감을 즐기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즐기기 시작한 음악은 웅장하고 훌륭한 리듬과 멜로디를 자랑했다. 워낙 유명하고 완성도 높은 게임에 걸맞는 음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사실 이 콘서트를 보면서 두 번 정도 당황한 적이 있었던 것 같다. 그 두 번은 다름 아닌 'Swing de Chocobo'와 'Opera:Maria and Draco'때 였던 것 같다. 듣자하니 게임팬들에게는 게임의 향수를 제대로 불러올만한 명곡이라고 한다. 그런데 스크린에 번뜩 나타난 2D 그래픽은 당최 무엇인지 궁금했다. "지...지금 이걸 틀어놓고 뭐하자는 거지?" 싶었다. 물론 이 밖에도 게임영상을 대놓고 틀어두는 부분이 많아 적잖게 당황했었다. 물론 이 공연에서 중요한 건 영상이 아니라 연주였다. 그래도 이게 큰 규모의 공연에서 이런 영상을 틀어두는 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팬들에게 들어보니 타조같은 거 타고 다니는 그 장면이나 오페라 공연장 전투장면이 게임팬들에게 굉장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명장면이라고 한다. 혹자들은 "내 살아생전에 오페라를 라이브로 듣다니"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순간 그 생각이 들었다. "이 공연은 사실 게임덕후들을 위한 부분이 지배적이었구나"라는 것이다. 공연 1부가 끝나고 객석에서 잠든 어린이를 보면서도 진작 그 생각이 들었어야 했다. 괜히 게임팬이었던 아빠 쫓아 바깥 구경 나왔다가 지루한 공연보고 잠든 어린이가 괜시리 불쌍해보였다. 그리고 그 만큼 이 공연은 나에게도 쉽사리 다가올 수 없는 낯선 문화였다. 그러니 그 와중에도 128Rpm으로 뜨겁게 박수치는 일행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우선 이 많은 곡들 가운데 유일하게 아는 곡이 보너스 트랙으로 나온 'Sephiroth Theme'(곡명이 이게 맞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편의상 이렇게 부르기로 한다)뿐이기에 가장 좋았던 공연을 뽑는데 물의가 있을수도 있겠지만 또 그만큼 객관적으로 곡을 들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사실 그 오페라도 참 좋았지만 'J-E-N-O-V-A'라는 곡도 인상이 깊었다. 물론 그 밖에 곡들도 참 좋았다. 간간히 누군가 내는 삑사리가 거슬리기는 했지만 말이다.
삑사리 이야기를 잠시 해보자. 아마도 필자의 기억에 'To Zanarkand'쯤이었던 것 같은데, 금관악기 파트에서 두어번 삑사리가 들렸다. 물론 뭐 필자가 잘못 들은 것일수도 있고, 원곡을 몰라서 그리 생각한 것일수도 있지만 상식적으로 거슬린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컨디션이 매우 안 좋아보였던 이수영씨였던 것 같다. 'Suteki da ne' 즉, '얼마나 좋을까?' 부를 때 였는데 컨디션이 많이 안 좋았는지(그냥 그렇게 생각하는게 마음 편한), 음을 두어번 못 잡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실수였겠지 싶었다. 그리고 사실 그 곡의 원곡도 잘 기억이 안 나서 그러려니 싶었다.
그리고 지금 뜨거운 논란이 되는 '2부 고주파 난입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사고가 난 타이밍은 정확히 이수영씨의 노래가 끝난 후, FF XIV를 소개하는 'New Music Medley(Uematsu) from FFXIV'가 시작할 쯤이었다. 사실 처음에 고주파음이 들려왔을때는 "이수영이 마이크 잘못 놔서 하울링이 생겼나" 싶었다. 근데 이게 하울링치고는 영 이상했다. 앞서 말한대로 스피커 울림이 아닌 고주파음이었으며, 객석 위치에 따라 확연히 다르게 들리는 소리였다. 그때 든 생각이 "누가 무전기 같은 걸 켜서 주파수가 엉켰나?"라는 것이었다. 무전기 외에 다른 기기로 인해서도 주파수가 엉켜서 그 소리가 들릴 수 있다는 것은 그 이후에 알게 됐다. 그리고 독자들이 오해를 할까봐 하는 이야기지만 필자는 음향장비에 대해 잘 모른다. 이건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다.
어쨌거나 그 불편한 고주파음과 그로 인한 두통을 참아가며 공연을 끝까지 보긴 봤다. 만약 돈 주고 티켓을 사서 본 공연이었다면 진작에 뛰쳐나가서 환불해달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을 것이다. 아... 공짜티켓의 비애.
사실 이런 대형공연에는 어떤 돌발상황이 생길 수 있는거다. 어떤 천재적 엔지니어도 그 모든 돌발상황을 다 파악하고 대처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러나 모든 돌발상황을 파악하고 방지하는 것은 힘들다 하더라도 그에 대한 '현명한 대처'라는 것은 가능하다. 다른 예로 13회 부산국제영화제 야외상영장에서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스카이 크롤러>가 상영할 때 약 50분 정도 상영이 중단되는 대규모 영사사고가 있었다. 당시 영화제 상황실 관계자들이 아는 사람이었기에 상영장에 있었던 필자가 상황을 전달하고 빠른 대처를 요구했다. 참고로 그날은 흔치 않은 야외상영장 매진이 있었던 날로 3400석의 객석이 가득찼던 날이다. 관객의 입장으로 그 자리에 있었던 필자가 주최측의 지인들에게 가장 먼저 요구한 것은 "사고원인을 빠르게 공지해라"는 것이었다. 관객입장에서 공연관람 중 사고가 발생했을때, 가장 궁금한 것이 "왜 사고가 났는가?", "언제 사고가 해결되는가?"라는 것이다.
이번 사고도 마찬가지다. 이 소음의 원인이 어디서 나는 것이며, 소음이 언제 가라앉을지 빨리 아는 것이 관객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일이었다. 즉,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사고원인을 빠르게 파악하고 해결할 자신이 없었다면 진작 공연을 중단했어야 했다는 사실이다. 공연장을 끝까지 지킨 사람이라면 알테지만 공연 끝나고 스피커 내리니깐 고주파음이 멈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국내 최고의 공연장인 예술의 전당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들이 자존심도 셀텐데 이런 사고를 스스로 인정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이런 고통스런 사고에서 관객들을 빨리 구하고 더 양질의 공연을 즐기게 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공연을 중단하고 빠른 시간에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생각한다. 예술의 전당 측 주장대로 관객의 불법적인 녹음이 원인이라면 "지금 저희가 장비를 점검해봤는데 아무래도 관객 분들 중 녹음기를 켠 분이 있는 것 같아 공연이 중단된 것 같다. 그 분이 녹음기를 끌 때까지 공연을 시작할 수 없으니 어서 녹음기를 꺼달라"고 대놓고 공지하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아니 로스와 노부오 우에마츠에게는 개망신 당하는 꼴일테지만 사실 그 분들도 소리 듣기 거북했을텐데 어서 해결하기 위해 다른 것보다 빠르게 해결하려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쨌거나 필자에게는 '오케스트라 연주'의 첫경험이자, 예술의 전당 구경의 첫경험이며, '파이널 판타지'의 세계에 들어가는 입문이 된 공연이다. 물론 여러가지 아쉬운 요소를 많이 남긴 공연이었지만 그 음악들이나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만큼은 훌륭했다고 말하고 싶다.
여담1) 이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훌륭한 연주를 보여준 트라이앵글 연주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여담2) 공연장 로비에서 판매하던 그 티셔츠, 솔직히 사고 싶긴 했으나 보통 그런 티셔츠는 필자의 사이즈가 없는게 상식이다. 체격작은 사람만 멋진 옷 골라입는 더러운 세상~ 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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