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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제임스 카메론'이라고 하면 디지털 도메인을 만든 인물로 조지 루카스와 함께 헐리우드 특수효과 발달에 지대한 공을 세운 인물로 알고 있다. 실제로 그가 만든 작품은 블럭버스터 영화들의 특수효과를 한 단계 진화시키는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 그러나 제임스 카메론의 초기작부터 천천히 떠올려 보면, 그는 근본적으로 '창작'이라는 작업에 천재적 두뇌를 가진 인물이다. <터미네이터> 1편에서 2편으로 이어져 돌고 도는 놀라운 타임 패러독스는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왠만한 작가가 범접할 수 없는 천재적 구성이었다. <에일리언2> 역시 제임스 카메론의 천재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전편인 리들리 스코트 감독의 <에일리언>은 우주선이라는 밀폐되고 고립된 공간에서 한 여성과 외계생명체와의 대결을 그린 정교한 스릴러물이었다. 제임스 카메론은 여기에 에일리언의 생물학적 세계관을 창조해 다양한 크리쳐들을 만들어냈다.
제임스 카메론이 천재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과 동시에 하나의 세계를 창조해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지닌 인물이다. 제임스 카메론의 이 능력은 그가 테크놀로지를 발전시킨 공로보다 더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임스 카메론의 신작 <아바타>는 그런 의미에서 그의 장점을 가장 잘 살린 작품이다. <아바타>는 기존의 과학적 근거나 이론을 바탕으로 창조한 세계가 아닌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전혀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냈다. 사실 그런 영화는 많았다. 극영화란 늘 창조적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니깐 말이다. 그러나 <아바타> 속 세계, 판도라 행성과 이를 구성하는 동식물, 나비종족, 인간과의 갈등, '아바타'의 테크놀로지. 모든 것은 너무 정교하게 창조되어 관객들에게 큰 설득력을 가져다 준다. 마치 저 옛날 <스타워즈>가 보여준 방대한 세계관을 보고 정말로 "옛날 옛적 아주 먼 은하계"에서는 저랬을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상상을 하게 한 것처럼 <아바타>의 판도라 행성 역시 "정말로 저것과 유사한 행성이 있는 것 같다"라고 할 만큼 설득력이 있다. 이 설득력이란 영화가 논리적 근거를 제시해서 얻어지는 설득력이 아니라 모든 것이 너무 잘 짜여져 있고, 잘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판도라 행성의 식물 하나하나, 각종 크리쳐들, 나비종족의 생김새와 풍습까지. 그야말로 작은 것 하나하나부터 인간과의 갈등까지 모든 것을 잘 창조해냈다. 세심한 창조가 어우러지자, 이것은 '전혀 다르지만 설득력있는 행성'이 되었다.
'어쩐지 설득력있는 행성'을 만들어내는 것, 어쩌면 그것이 이 영화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디지털 도메인의 유서깊은 특수효과 기술은 바로 여기서 활용된다.
<아바타>의 배경이 되는 판도라 행성은 기본적으로 아마존 정글을 베이스로 하고 있다. 나비종족 역시 아마존 부족들을 기반으로 그 풍습이나 코스튬이 창조됐다. 그러나 앞서 강조한대로 이것은 전혀 다른 세계다. 이 '약간은 익숙하지만 전혀 다른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그것을 진짜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바위 하나하나, 나무 하나하나까지 기존의 외계행성들과는 전혀 다르게 '진짜처럼 보여야' 하는 것이 이 영화의 과제였다. 그래야지만 '낯익지만 새로운 세계'를 믿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바타>는 대체 무슨 기술을 썼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이 모든 것들을 진짜처럼 표현해냈다. 지구에서 본 적도 없는 바위와 나무들은 정말 우주 어딘가에 있는 것처럼 완벽하게 진짜 같았으며, 영화 속 말, 코뿔소, 흑표범, 나무 씨앗, 곤충(명칭은 다르지만 그냥 편의상 이렇게 부르겠다) 등도 한강에 사는 괴물만큼이나 진짜같이 표현했다. 상업영화의 최대 지향점은 관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경험은 가능한한 진짜처럼 와닿아야 한다. 제임스 카메론은 그 방법을 잘 알고 있다. 그가 가진, 디지털 도메인이 가진, 그리고 만들 수 있는 모든 기술력을 총동원해 진짜처럼 보이게 하면 되는 것이다. 마치 <2012>의 말도 안돼는 대지진을 진짜처럼 보이게 했듯이 그렇게 우직한 방법으로 '진짜같은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냈다. 
<아바타>의 테크놀로지를 논하자니 3D를 빼놓을 수 없다. <아바타>는 기존의 3D영화들이 보여준 모든 시행착오를 단숨에 부셔버렸다. 가장 크게 보이는 점을 하나 언급해보자면, 기존의 3D영화들이 '입체영상'을 위해 화면을 구성했다면 <아바타>는 바로 그 마음을 과감하게 버렸다. '입체영상'이란 단지 영화를 보여주는 도구일 뿐, 그것이 영화의 주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 점은 기존의 모든 3D영화들, 하물며 로버트 저멕키스의 <크리스마스 캐롤>조차 잊고 있었던 사실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아바타>에서는 사실 뚜렷한 입체감을 잘 느낄 수 없으며, 입체감이 주는 재미 또한 찾을 수 없다. 그러나 3D영상으로 만들어진 덕에 <아바타>는 조금 더 웅장해졌고, 조금 더 빨라졌으며, 조금 더 다이나믹해지고, 조금 더 스릴이 있어졌다. 그에게 입체영상이란 단지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 도구였다. 아마도 이러한 발상은 제임스 카메론이기에 가능한, 기발하고 대담한 발상이다. 그리고 이 발상은 아주 성공적이다. 판도라 행성을 보여주는 화면은 너무나도 웅장했으며, 전투씬은 박진감이 넘쳐흘렀다. 밤의 판도라 행성은 너무 아름다웠고, 이 모든 것들은 너무나 진짜같았다. 정교한 CG와 3D영상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밖에 설명이 안된다.
3D영상 만큼이나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제임스 아너의 음악이다. 아프리카 토속 음악을 기반으로 한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사운드는 광활하고 울창한 판도라의 숲과 어우러지면서 눈물이 날 만큼의 웅장하고 화려한 화면이 완성됐다. 가끔 음악이 한스 짐머의 <라이온 킹> OST를 떠올리기도 하지만 그것은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음악 뿐 아니라 이 영화의 요소들 가운데 어디서 본 듯한 요소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요소는 어디서 본 그것보다 한결 더 정교하고 훌륭하기 때문이다. 음악 또한 마찬가지다.
<아바타>의 화려한 볼거리와 웅장한 음악, 정교한 세계관은 이 영화의 큰 매력이다. 그렇다면 단지 그것만이 매력일까? 잠깐 이 영화의 이야기에 대해 알아보자. 주인공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이 외계인 모양의 다른 생명체와 정신으로 교감해 조종한다는 설정은 SF영화의 단골소재인 '가상현실'과 유사한 설정이다. 말 그대로 사이버공간에서 나를 대표하는 '아바타'인 것이다. 단지 그것이 가상공간이 아닌, 실재하지만 새로운 '외계공간'인 것이 차이일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인간과 나비종족의 관계도 참 낯이 익다. 제 3세계 개발이 이뤄지던 시기에 미국 대기업들이 아마존 밀림을 파괴해가며 자원을 캐간 상황을 고스란히 외계로 옮겨놨다. 큰 화두는 마치 롤랑 조페 감독의 <미션>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제이크 설리와 그레이스 박사(시고니 위버)는 마치 미션의 로버트 드니로와 제레미 아이언스처럼 나비종족을 돕는다. 그리고 환경파괴에 대한 경고를 담은 모습 역시 미야자키 하야오의 일련의 작품들이 보여준 '친 자연주의'적 세계관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이처럼, 솔직히 고백하건데 <아바타>는 신선하지 않은 이야기다. 그러나 신선하지 않다고 재미없는 것은 아니다. 낯익은 배경과 낯익은 설정이긴 하지만 그것을 돋보이게 하는 '드라마틱한 상황'이 있기 때문에 이 이야기는 신선하지 않지만 재미있는 이야기가 된다. 다시 한 번 제임스 카메론이 '볼 거리만 잘 만드는 감독'이 아니라 '천재'임을 증명하는 순간이다.
<아바타>는 이야기, 세계관, 볼거리, 음악이 잘 어우러진 영화다. 문득 '오락영화'가 가져야 할 미덕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런데 그것은 잘 만든 극영화의 필수요소와 다르지 않다. <아바타>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전율을 일으킬만큼 엄청난 볼거리와 감동을 안겨준 이유는 단지 '재미있는 극영화'가 갖춰야 할 요소에 충실했고, 오직 그것에 집중한 덕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바타>는 <다크나이트>에 필적할만한, 몇 가지 부분에서는 그것을 뛰어넘은 오락영화의 걸작이다.
여담 1) CGV 입체안경이 뭔가 바뀌었다. 양 안경알 사이의 중앙부분을 손으로 가리자 입체영상이 사라진다. 뭔가 새로운 테크놀로지다.
여담 2) 요즘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이 대세다. 이 영화는 거기에 크게 일조하는 영화다.
여담 3) 영등포CGV 1관이 그리 작은 화면이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는 영화보는 내내 화면이 지금보다 더 크길 바랬다. 스타리움에서 안 할거면 아이맥스 가서라도 다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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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너무너무 기대됩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