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003.jpg

11월 11일부터 개막된 ‘메가박스 일본영화제’의 초청작 ‘가메라 3부작’에 대해, <차우>의 신정원 감독이 쓴 리뷰를 감독의 허락 하에 게재합니다. 마니아들 사이에선 이미 전설이 된 영화에 대한 소개와 같은 괴수영화를 만든 감독으로서의 견해와 평가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참고로 신정원 감독과 익스트림무비와의 인터뷰는 여기서 볼 수 있으니, 아직 접하지 못한 분들은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가메라: 대괴수 공중결전>(1995)

아동용이지만 심오한 괴수영화

gamera1.jpg

나의 어릴 적, 그러니까 언제더라... 여하튼 세월을 한 번 거슬러 올라가 보자. 때는 1980년대 중반. 그때만 해도 서울에 비해 문화적 혜택을 상대적으로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던 나의 호기심 많던 초등학생 시절. 서울, 그것도 강남에서 전학 온 친구가 있었고, 그의 손엔 ‘괴수 대백과 사전’이라는 책이 들려져 있었다. 그 친구에게서 책을 빌린 나는, 착한 어린이는 잠자리에 들어야 할 밤 9시를 훌쩍 넘기고도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며 보고 또 보았었다.

아마도 그 당시엔 술과 스트레스로 암기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지금과는 달리 그 백과사전에 나오던 모든 괴수들의 스펙(제원)을 달달 꿰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중에서도 ‘고지라’의 분신인 귀여운 ‘미니라’와 꿈에서도 악몽으로 나타났던 머리가 셋 달린 ‘킹기드라’, 나방의 모습을 한 ‘모스라’ 등등 캐릭터들의 이미지는 성인이 된 지금도 쉽사리 잊혀지지가 않는다. (심지어 지금까지도 머리 셋 달린 괴물이 꿈에 나타난다는.)

그만큼 어린 시절 어떠한 이미지와 기억의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이 이러한 괴수영화와 애니메이션들일 것이고 지금도 많은 착한 아이들은 나름의 괴수가 등장하는 악몽(?)을 꾸며 성장을 해 나갈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에 소개 할 ‘헤이세이 가메라’ 시리즈는 나의 성장기를 한참이나 지나 군복무를 하던 시절 즈음 개봉이 되었던 작품이었고 그 당시엔 괴수 특촬물이란 장르의 영화란 나의 관심에서 한참이나 벗어나 소위 말하는 ‘구라파’ 쪽 아트영화만이 진정한 영화라 여기던 시기였기에 접할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나의 두번째 작품인 차우를 연출하며 다시금 괴수영화라는 장르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고 또 이렇게 기회가 되어 <가메라>의 리뷰를 하게 된 점, 영화를 보며 나의 유년기 기억을 일깨우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서두가 길었다.

gamera11.jpg

‘헤이세이 가메라’ 시리즈는 일본에서 고지라 시리즈와 함께 일본괴수영화 특촬물의 양대 산맥으로 불릴 만한 작품이라 한다. 60년대 최초로 시리즈가 시작되었고 1995년 탄생30주년 기념으로 새로운 시리즈가 제작되었고, 스토리는 여타의 괴수영화들이 그러하듯 단순하지만 또 나름 심오하다.

고도의 문명을 이루었다가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고 전해지는 고대문명 아틀란티스가 만들어 낸 괴생물체 ‘가오스’가 오랜 잠에서 깨어나 일본열도가 위협에 빠지게 되고, 이에 인간에게 호의적인 ‘가메라’가 등장, 흉폭한 가오스들을 물리치고 유유히 바닷속으로 사라진다는, 다분히 공상영화적인 소재와 내러티브를 지녔지만 영화의 내면에는 환경파괴에 대한 강력한 경고와 국가와 미디어가 군중을 어떻게 선동하고 이용하는지, 또 군국주의의 부활을 꿈꾸는 일본정부의 은밀한 야망을 나름 거대한 스케일로 표현을 해내고 있고, 오래 전의 영화이지만 시각효과와 특수효과 또한 웃고 넘길 수 있는 정도의 것이 아닌 것이다. 영화의 테크놀로지 부분에 대한 것은 다음 글에서 자세히 다루기로 하겠다.

* 가오스가 도쿄타워를 파괴하고 둥지를 트는 장면은 상징적인 장면으로, 영화의 정점이라 하겠다. 또, 매우 심각하게 전개되는 이 영화엔 딱 한 부분, 본인을 대박으로 자지러지게 웃겼던 장면이 있다. 각자 찾아서 보시는 즐거움을 맛보시길...


<가메라 2: 레기온의 습격>(1996)

전편보다 세련된 속편

gamera22.jpg

가메라가 가오스의 침략을 물리고 난 후의 어느 날... 이번엔 일본에 정체불명의 운석이 떨어지게 되고, 그 운석에서 나온 곤충과도 같은 흉측한 모습의 괴생명체들은 무차별로 도쿄 시내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그 괴수를 성경에 나오는 ‘레기온’이라 명명하게 되고, 다시 등장한 가메라는 레기온들과 장렬한 전투를 벌이게 된다.

일단 영화전반에 흐르는 분위기가 전편 <대괴수 공중결전>에 비해 한층 더 진지하고 비장하다. 일본 괴수영화의 원류가 원자탄 피폭에 의한 상처와 패전 후 일본사회의 고도성장과 환경오염, 그에 따른 여러 가지 부작용들이 낳은 참담한 부작용들에 대한 집단적 공포로 본다면 이러한 영화의 분위기는 오히려 당연하다고 하겠으며 영화가 만들어질 때쯤 일어난 도쿄 지하철 사린 가스 사건 등등의 그 시절 일본사회의 이슈 또한 영화 전체에 투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실에 근거한 진중함과 비장함을 뒷받침해주는 요소는 물론 1편의 흥행으로 인해 풍요로워진 제작환경, 즉 더 많은 물량의 투입과 업그레이드 된 스케일, 한층 정교해진 미니어처 촬영과 폭파 등의 특수효과에 기인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편의 자위대 전투기가 구식의 F-4J 전투기라면 본편에서는 F-15J 전투기가 등장하는 등 영화감독으로서 보는 내내 그저 부러운 시추에이션... 급기야 센다이 폭파장면에서는 ‘오옷...’ 하며 감탄을 하고 말았다는...

또한 크리처(레기온)의 표현이 한층 세련되어졌는데, 전편에서처럼 대놓고 드러내는 배짱 대신 마치 <에이리언>과도 같은 괴수영화 특유의 절제된 표현을 적절히 구사하여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VFX(시각효과)에 관한 1편에서의 시행착오와 경험도 드디어 빛을 발하는 순간 이었을 것이다. 물론 기술적인 부분에서 <트랜스포머>의 그것을 생각했다면 물론 실망을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트랜스포머>에 비해 제작비가 10분의 1도 되지 않는 13년 전의 영화 이고, 헐리웃을 제외하곤 CGI 기술이 전무한 시절이라는 것을 잘 아는 본인은 오히려 더 신기할 따름이었고 오히려 재래식의 제작방법이 공포감을 자아내는 무언가가 있다고 느낄 수 있었다.

gamera2.jpg

마찬가지로 동시대에 나온 <쥬라기 공원>도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CGI가 많이 사용된 영화는 아니다. 대부분을 프랙티스(실제모형)와 애니메트로닉스(구동모형)를 이용해 촬영했기에 오히려 더욱 실제 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스타 워즈> 시리즈는 또 어떠한가! 

또한 재미있는 점은 영화의 기술적 퀄리티에 발맞춰 출연하는 일본국민들 또한 한층 성숙해 졌다는 점인데, 1편에서처럼 괴수의 출현에 충격을 받아 발작하듯 호들갑을 떠는 사람은 드물다. 마치 괴수의 출연에 대비라도 하고 있었던 것처럼 모두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대피를 하며 성숙한 시민의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자위대의 군인과 조종사들도 한층 세련된 비행헬멧을 착용하고 복장에 걸맞게 침착하고 비장한 표정으로 괴수를 추격하며 미사일의 발사버튼을 누른다.

하긴, 이들이 누구인가? 전편에서 그 무시무시한 익룡 가오스들과의 전쟁을 겪으며 살아남은 사람 들이 아닌가! 재난도 겪으면서 내성이 생기는 듯, 1편과는 차별되고 발전된 이러한 설정들도 특촬물이라는 장르의 선입관과 한계를 벗어나 영화를 한층 빛나게 하는 요소이다. 


<가메라 3: 사신 이리스의 역습>(1999)

일본영화의 한계를 뛰어넘은 명작

gamera3.jpg

“1편에서 지구를 구하려던 ‘가메라의 실수’로 부모를 잃은 여학생이 복수를 꿈꾸며 마을 뒷산에 잠자고 있던 괴수 이리스를 키워 가메라와의 전쟁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렇듯, 3편의 이야기는 나의 예상을 깨고 가메라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복수가 주가 되어 전편의 비장미를 뛰어넘어 심지어 1999년, 세기말을 앞둔 인간들의 허무와 불안까지 보여주고 있다. 이쯤 되면 어린이용 ‘특촬물’ 이란 장르조차 뛰어넘어 한편의 훌륭한 괴수재난영화로 발전을 한 셈인 것이다. 대부분 영화의 속편이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 속보이는 자기복제와 유치한 내러티브로 실망을 안겨주기 급급한데 비해, 가메라 시리즈는 어찌 편을 거듭할수록 발전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본편 <가메라 3: 사신 이리스의 역습>은 그러한 면에서 ‘가네코 슈스케’ 감독의 재능과 작품에 대한 열정을 여실히 보여준 작품이라 하겠다. 하지만 이러한 영화적 성숙과 스타일, 스토리상의 완성도보다도 영화의 시각적인 부분의 발전이 더욱 놀라움을 자아내게 했던 부분이었다. 사실 1편과 2편의 시각효과 부분에 대해선 현재의 시점으로만 평가 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기에 시대적인 요인과 상황 등등을 나름대로 감안하여 평가를 했었지만, 본편은 이미 10년이 지난 지금의 시각으로 보아도 훌륭하다.

드디어 아날로그였던 실사모형과 미니어처 등등의 특수촬영과 CGI로 대변되는 디지털이 만나게 된, 어찌 보면 일본영화의 어떠한 전환점이 되었을 기념비적인 작품이리라. 오히려 수백, 수천억 원의 제작비를 쏟아 부었으나 유치함이 하늘을 찌르고 철학과 스타일이 전무했던, 아주 뻔뻔스러운 90년대의 몇몇 동종장르 헐리웃 영화들보다 백배 낫다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겠다.

gamea33.jpg

도쿄의 시부야가 공격당해 수많은 인파가 불에 타며 날아가는 장면이나 마지막 교토에서의 전투장면들을 보고 있노라니 이미 10년 전 일본영화계의 특수촬영에 관련한 노하우가 정점에 달했을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실사촬영과 미니어처의 정교함보다는 후반작업에서의 기술적 보완으로 완성도를 높이는 최근 헐리웃의 방식과는 또 다른 일본만의 정교함을 엿볼 수 있었으며, 아직도 가야 할 곳이 멀고 기술적인 노하우와 저변이 부족한 국내의 상황들이 떠올랐음은 물론이다. 감독으로서, 또 작품으로서 진정한 발전은 이런 영화를 두고 하는 말 일 것이다.

전편의 흥행과 호평에 동요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으며, 자기 자신을 뛰어넘으려 부단히 노력하는 정신... ‘헤이세이 가메라’ 시리즈와 감독에게 경의를!

0
추천합니다
profile
익스트림무비

익스트림무비 스탭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