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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는 [덱스터]처럼 살인자의 관점에서 내용을 전개시켜가는 소설입니다. 다만 [덱스터]와 차별되는 점은 풍자나 위트가 거의 없이, 실시간 리얼타임으로 범인의 숨소리까지 전달되는 듯한 극사실주의적인 서술방식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겠지요.

주인공 나미키는 평범한 남자로 남부럽지않은 애인에 준수한 외모를 갖춘 청년이지만 무엇인가 분명히 밝혀지지 않은 이유 (이 이유는 나중에 서서히, 조금씩 드러납니다)로 자신과 아주 가까운 세 명의 여인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습니다. 어떤 원한이나 감정에 의하지 않은 철저한 이성과 논리에 근거한 살인계획이라는 것이 좀 특별한 설정이랄까요. 

그러나 사람을 죽인다는 건 쉬운일이 아니죠. 나미키도 세 명의 여인을 죽여야 겠다고 결심은 했지만 굳이 그것을 서둘러 진행시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완벽한 범죄를 위해서는 철저한 계획을 세워야 뒷탈이 없다고 생각하는 냉정한 타입의 인물이죠. 하지만 그 계획이 하룻밤 사이에, 말 그대로 순식간에 뒤틀어집니다. 나미키에게 그녀들을 '즉시' 죽이지 않으면 안될 돌발사태가 발생한 것이지요(이는 스포일러상 생략합니다)

덕분에 나미키는 총신을 벗어난 총알처럼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게 되어 단 하룻밤 사이에 3명을 아무 증거도 없이 완벽히 살해해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목표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머리에 오만가지 생각을 하는 주인공의 심리 변화는 이 소설의 백미이자 가장 소름끼치는 대목입니다.  마치 [데스노트] 의 L이나 키라처럼 '왼쪽으로 갈까? 아니야 그럼 상대방이 오른쪽으로 올지도 몰라. 아니 그럼 차라리 오른쪽을 택하는 척하면서 왼쪽으로 가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식으로 앞으로의 전개에 대한 수많은 예측과 결단을 내립니다.

[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에는 탐정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사건은 직선형태로 배열되어 벌어지고 이를 수습하는 캐릭터도 전무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은 추리물이라기 보다는 그냥 범죄심리물에 가깝습니다. 범죄자의 관점에 초점을 맞춘 소설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알리바이 파괴 같은 것에는 전혀 신경쓰고 있지 않지요. 덕분에 소설의 말미에 있게되는 반전은 독자들의 예상치 못한 허를 찌르게 됩니다. 적어도 [살육을 부르는 병] 같이 치사한 트릭으로 독자를 속이는 반전은 아닙니다.

최근 일본 추리문학이 봇물터지듯 밀려와 추리소설 매니아들의 독서생활을 풍족하게 해주고 있다는 점은 참으로 바람직 합니다. 그러나 반면에 정통 추리물과 구별된 일본인 특유의 정서적 잔인성이 드러나는 작품들 또한 여과없이 들어오고 있어 한편으로는 우려가 되는군요. [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 역시 정서적 측면에서는 상당히 충격적인 내용들이 많습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각자의 몫이겠지만 아무래도 아가사 크리스티나 엘러리 퀸 등의 정통 추리극에 길들여진 저로서는 약간 불편한 감도 없지 않네요.

아뭏든 이시모치 아사미의 소설은 이번이 처음인데 문장의 독특함이 참 인상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작가가 쓴 작품으로 [달의 문]이라는 작품이 있던데 다음엔 이걸 한번 읽어봐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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