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가> <모녀귀> <귀신전>으로 유명한 이종호 작가의 공포소설 <이프>는 출판사 황금가지를 통해 출간되었습니다. 익스트림무비에서는 작가분과의 협의를 거쳐 연재됩니다. 절대로 다른 곳에 퍼가시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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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도엽은 일찌감치 잠에서 깼다. 빗소리 때문이다. 덕분에 휴일 오전, 모처럼 늦잠을 자려던 계획도 뒤틀리고 말았다. 그는 밖으로 나왔다. 아침 7시가 넘었는데도 거실은 해질녘 어스름처럼 어두컴컴하다. 커튼을 걷고 밖을 내다보았다. 폭우가 쏟아지는 기세가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그는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한 컵 따라 마시고 현관으로 향했다. 현관문을 열고 신문을 집으며 막 문을 닫으려던 도엽은 잠시 멈칫했다. 앞집에 문이 열려 있었던 것이다.

그가 사는 빌라는 구조가 약간 독특했다. 대부분 복도식으로 된 보통의 빌라와 달리 이곳은 가운데 널찍한 사각의 공간이 있고 그 주위로 모두 네 집이 서로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건 각각의 집이 모두 평수나 구조가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문이 열려있는 건 그 여자의 집이다. 이따금 남들의 시선을 극도로 신경 쓰며 수시로 들락거리는 남자를 애인으로 둔, 예전에 세영이 두 사람이 어떤 관계일지 무척 궁금해 하던 그 여자의 집.

도엽은 지금까지 한번도 그 집의 문이 지금처럼 활짝 열려있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그건 다른 집도 마찬가지다. 마주보는 형태기 때문에 문을 열어 놓으면 자연스럽게 집안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게다가 지금은 이른 아침인데다 날씨가 스산하다는 것도 선뜻 지나치지 못한 이유다.

문을 열고 서서 잠시 지켜보기로 했다. 한동안 숨을 죽이고 있자 빗소리에 조금은 낯선 소리가 섞여 나온다. 울음소리다. 도엽은 소리에 이끌려 203호로 다가가 보았다. 울음소리가 좀 더 분명해졌다. 그는 반쯤 열린 문으로 살며시 고개를 들이밀어 보았다. 텅 빈 거실이 눈에 들어오지만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계십니까?”

그의 소리에 갑자기 울음소리가 그쳤다. 잠시 후 낯선 여자가 방에서 불쑥 나타났다. 그녀는 이 집에 사는 아가씨가 아니다. 여자는 겁먹은 얼굴로 양어깨를 쓸어안은 채 웅크리듯 거실 한가운데 서있다.

“괜찮아요?”

그러자 뜻밖에도 여자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표현대로라면 괜찮지 않다는 말이다. 직업적인 본능이 꿈틀거리며 싸한 긴장감이 몰려들었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이다.

“좀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도엽은 안으로 들어서며 여자가 의식적으로 방에서 멀어지려 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방문이 열려있다. 방을 들여다보았다. 방의 한가운데 또 한명의 여자가 있었다. 그녀의 다리는 바닥에 닿지 못하고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

“어떻게 된 거죠?”
“몰라요. 방금 와 보니까”

여자는 완전히 겁에 질려 있었다.

“경찰에 연락했나요?”

여자가 고개를 저었다. 도엽은 일단 방에 있는 전화로 경찰에 연락을 한 후 황급히 203호를 나와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서재에서 디지털 카메라를 집어 들고 다시 203호로 들어갔다. 그때까지도 여자는 인형처럼 거실 한가운데 그대로 서있었다. 그는 카메라를 들고 방으로 들어가며 여자에게 소리쳤다.

“걱정할 것 없어요. 난 신문기자니까”

도엽은 재빠르게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언뜻 봐선 자살인 것 같은데 죽음이 일어난 장소치곤 지나칠 정도로 공허한 느낌이다. 딱히 주변을 정리한 흔적도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느꼈을법한 맹렬한 갈등의 기운도 그 방엔 남아있지 않았다.

기이하게도 여자는 평범한 일상에서 갑작스럽게 죽음과 맞닥뜨린 듯 보였다. 음악을 들으려 했는지 오디오의 CD플레이어가 밖으로 삐죽이 튀어나와 있는 것이나 커피가 반쯤 남아 차갑게 식어있는 책상위의 잔, 금방이라도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것처럼 펼쳐진 잡지책과 노트, 그리고 볼펜 따위가 그런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정말 자살이라면 죽음이 이처럼 갑작스럽게 느껴질 수 있을까. 바깥에서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났다.

“친군가요?”

여자가 고개를 애매하게 젓다가 이내 다시 끄덕인다. 긍정인지 부정인지 확실치가 않은 고개 짓이다. 도엽은 잠깐 여자를 응시하다 카메라와 함께 들고 온 명함을 건넸다.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해요. 알았죠?”

여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기계적인 손놀림으로 명함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도엽은 경찰이 올라오는 계단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가려다 여자에게 당부했다.

“참, 경찰한테는 내가 사진 찍었다는 것과 신문기자란 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마침 집이 건너편에 있어서 몇 장 찍은 것뿐이니까”

여자가 다시 기계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27

‘집에 갔을 때 이미 김민경씨가 죽어있었다고 했죠?’
‘... 네’

도착했을 때 민경이 살아있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어둠에 사로잡혀 몸을 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에 그녀를 구하지 못했다고 말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죽은 김민경씨와는 친하셨나요?’
‘네’
‘그렇게 이른 시간에 김민경씨 집에 간 이유는 뭡니까?’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아서 요’
‘전화는 왜 했죠?’
‘그건... 안 좋은 꿈을 꾸었기 때문이에요. 꿈속에서 민경이 언니가 다급하게 도와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꿈이라... 김인해씨는 평소에도 그런 꿈을 자주 꾸는 모양이죠?’
‘네?’
‘일테면, 뭐 그런 거 있지 않습니까? 꿈을 통해 앞으로 일어날 일의 예시를 받는 다던가’
‘아뇨. 그런 적 한번도 없었어요’

‘어제 낮에 김민경씨와 만났다고 했죠?’
‘네’
‘그때 무슨 특별한 얘기를 하지는 않던 가요?’
‘.....’
‘김인해씨?’
‘네? 아, 아니요. 없었어요’
‘김민경씨에게 혹시 남자친구는 없나요?’
‘... 있어요’
‘그래요?’
‘집안에 들어갔을 때 누구 다른 사람이 있진 않았나요?’
‘네’
‘알겠습니다. 일단 겉으로 봐선 자살로 보이긴 하는데 앞으로 한두 차례 더 나오셔야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네’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만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경찰서를 나섰을 땐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그래도 허기를 느끼지는 않았다. 날씨는 거짓말처럼 개어 햇살에 눈이 부셨다. 잠을 못잔 상태에서 놀라고 긴장하고 윙윙거리는 경찰서 선풍기의 후덥지근한 바람을 몇 시간이나 맞으며 조사를 받아 속이 울렁거렸고 머리는 두통으로 깨질 것 같았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몸은 땅에서 1센티미터쯤 붕 떠서 걷는 것처럼 중심잡기가 힘이 들었다. 게다가 급격한 날씨의 변화까지.

지난 반나절은 몇 십 년만큼이나 긴 시간의 터널을 지나온 것처럼 아득하고 멀어 보였다. 신기한 건 그런 무감각 속에서도 유독 민경의 죽음만은 전혀 멀어지지 않고 점점 또렷하게 의식의 한가운데서 되살아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해는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처럼 버스 정류장 가로수에 멍하니 머리를 기대고 서있었다. 눈을 감자 머리가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거리는 태양의 열기와 빽빽하게 시야를 메운 자동차의 매연이 한데 어울려 불가마처럼 달아올랐다. 우선은 이 미칠 것 같은 열기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이 머리를 가득 메웠다. 인해는 마침 오는 택시를 불러 세우고 허겁지겁 뒷좌석에 올라탔다.

“암사동이요”

행선지만 말하고 그녀는 기절하듯 좌석에 머리를 파묻었다. 내내 머리에선 둥둥거리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어떻게 집에 들어와 방에 쓰러졌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눈을 떴을 때는 칠흑 같은 어둠이 사방을 에워싸고 있었다. 두통은 여전했고 하루 종일 먹은 게 없어 속이 쓰렸다. 몇 시나 되었는지 짐작도 할 수 없었다.

스탠드를 켜고 멍하니 누워 불빛을 응시하고 있으니 조금씩 의식이 돌아왔다. 그리고 공포와 슬픔의 감정도 함께 밀려들었다. 죽은 민경과 자신은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상당히 가까운 사이였다. 민경의 방에서 숨 막히는 공포와 함께 그 낯선 기억이 왈칵 달려들었을 때의 두려움이 아직도 솜털처럼 온몸에 달라붙어 있다.

민경과 함께 했던 몇몇 이미지가 모노톤의 흑백사진처럼 두서없이 머리를 스친다. 인해는 민경을 언니라 불렀다. 물론 그녀가 에이즈에 걸렸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에이즈에 걸린 사람과 그 정도로 스스럼없이 지냈다면 보통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왜 기억이 감쪽같이 지워졌던 것일까. 어떻게 그런 일들을 잊을 수가 있단 말인가. 자신만이 아니다. 민경도 그랬다고 하지 않았던가.

인해는 코를 훌쩍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굴이 땀과 눈물로 뒤범벅되어 몹시 끈적거렸다. 엄마의 방문을 열었다. 엄마는 오늘도 방에 불을 켜놓고 구석에 웅크린 채 자고 있다. 아빠가 왔다고 소동을 피운 날 이후로 엄마의 증상은 눈에 띄게 악화되고 있었다. 약 기운 탓에 거의 하루 종일 잠에 빠졌고 어쩌다 눈을 뜨고 있을 때도 넋 나간 사람처럼 창밖만 보았다. 의사는 조만간 입원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요즘 같아서는 엄마를 돌볼 자신도 없다. 어쩌면 의사의 지시가 있기도 전에 엄마를 입원시켜야할지 몰랐다. 이런 때 서로 마음을 터놓고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이나 친척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만 생각하면 마음이 납덩이처럼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나마 지금껏 살 수 있었던 것도 엄마가 있었기 때문인데.

인해는 방문을 닫고 엄마가 깨지 않도록 주의하며 가스레인지에 스프를 올렸다. 그녀는 부글거리며 끓어오르는 스프의 거품을 보며 민경이 남기고 간 의혹을 다시 더듬기 시작했다. 민경의 말이 맞는다면 다음 차례는 바로 자신일 테니까.

그러자 스산한 기분이 밀려들었다. 민경은 정말 그 이메일 때문에 죽은 것일까. 아니. 말도 안 된다. 그녀는 자살한 것이다. 바로 자신의 코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았던가. 의자를 걷어찬 다리도 다름 아닌 민경의 것이었다.

하지만... 꺼림칙한 여운이 생각의 끄트머리에 달라붙는다. 머릿속에서 도와달라고 울린 그 목소리는 분명 민경의 것이었는데. 정말 그녀는 자살했을까. 바로 그때 ‘팟’하고 부글부글 끓던 스프의 커다란 거품 하나가 공기를 흩뿌리며 허공에서 흩어졌다.

모든 건 그 메일에서 시작됐어!

인해는 가스레인지의 불을 끄고 방으로 달려가 컴퓨터를 켰다. 컴퓨터는 윙하는 소리를 내며 부팅을 시작했다. 인해는 수도 없이 들었던 그 기계음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시무시한 괴물의 으르렁거림 같다는 생각을 했다. 모니터에 화면이 들어오자 인터넷을 띄웠다. 그리곤 곧장 메일 보관함으로 들어갔다. 자극적인 제목의 광고메일들 틈에 사뭇 비현실적인 느낌의 그 이메일이 섞여있었다.

<스벵가리의 선물>

인해는 새벽에 보았을 때하고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그 메일을 클릭 했다. 동영상이 나타났다. 혹시나 했는데 틀림없다. 화면 속 영상은 민경의 거실을 찍은 것이다. 인해는 반사적으로 문이 조금 열려진 방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열린 문틈으로 흐릿한 형체가 있다. 의자와 그 위에 서있는 민경의 다리. 그리고 그 안에서 밧줄을 목에 걸고 서있을 민경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팔뚝에는 벌써 소름이 돋아 오른다.

대체 누가, 왜 이런 영상을 찍었을까.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의문이 머리를 스칠 때였다. 갑자기 스피커가 폭발하는 것 같은 엄청나게 큰소리가 고막을 뒤흔들었다.

민 . 경 . 씨?

“악!”

인해는 비명을 지르며 귀를 틀어막았다. 그리곤 황급히 스피커 볼룸을 낮추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런데 화면 속에 불쑥 낯선 형상이 나타난다. 현관 쪽에서 시커먼 그림자가 화면 안으로 갑자기 들어선 것이다. 인해는 감전된 것처럼 손을 멈추었다. 동영상이 이전에 본 것과 달라진 것이다. 게다가 동영상에 새로 등장한 그 검은 그림자는 바로 어제 아침 민경의 집을 찾았던 바로 자신의 모습이다. 화면 속 인해가 거실로 들어서서 안을 기웃거리다 뒷걸음질치기 시작한다. 다시 스피커에서 엄청나게 큰 소리가 났다.

도 . 와 . 줘!

뒷걸음질을 치던 인해가 멈칫하다 방으로 이끌리듯 다가간다. 인해는 자기도 모르게 떨리는 손으로 스피커의 볼룸을 줄이고 있다. 그녀는 이제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것 같다. 방안에서 민경의 소리가 흘러나온다.

도 . 와 . 줘

마치 바로 눈앞에 있는 것처럼 입을 전혀 움직이지 않고 말하던 민경의 기이한 표정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비록 눈앞 화면에는 등을 보이고 돌아선 자신의 모습밖에 보이지 않지만.

‘왜... 왜 그래요?’

자신의 목소리에 이어 민경이 발로 의자를 넘어트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자 눈앞의 영상과 기억이 하나로 겹쳐진다. 팽팽하게 당겨진 밧줄. 동시에 기이하게 일그러지던 민경의 얼굴. 민경의 두 다리가 허공에 뜬 채 버둥거린다. 화면 속의 인해도 고통스럽게 몸을 웅크린다. 숨을 쉴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밧줄에 매달린 민경이 인해를 노려보며 계속 빙글빙글 돌고 있다. 이윽고 버둥거리던 민경의 하얀 다리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소름이 끼친다. 그리고 눈시울이 축축하게 젖어오는 걸 느낀다.

대체 누가 이런 화면을 찍어 보낸 것일까. 아니다. 메일은 새로 온 게 아니라 바로 어제 그 메일이다. 메일을 보낸 날짜도 시간도 전날의 바로 그 메일이다. 따라서 누가 새로 찍어 보냈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럼 어떻게 동영상이 변했을까.

그때였다. 오싹하고 한기가 느껴졌다. 화면 속에서 뭔가 움직였던 것이다. 주의를 기울일 필요도 없었다. 허공에 매달린 민경의 두 다리가 다시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다리는 거짓말처럼 되살아나 허공에서 다시 버둥거리고 있었다. 그 농밀한 어둠을 발로 차 밀어내려는 듯 점점 더 격렬하게 요동을 치고 있는 것이다.

인해를 숨을 삼켰다. 아무리 이성적인 사고를 하려해도 신경이 파르르 떨려 도무지 생각 자체를 하기 힘들다. 대신 의식 깊숙한 곳에 무작정 피하고만 싶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인해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공포로 억눌린 심장은 숨조차 뱉어내지 못했다. 허공에서 춤을 추던 민경의 다리가 갑자기 털썩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맙소사. 민경이 되살아나 지금 화면 속 자신의 눈앞에 서있는 것이다. 목에는 여전히 밧줄이 걸려 있다. 하지만 밧줄의 길이는 마술처럼 길게 늘어나 있다. 화면을 보던 인해는 비명을 지르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 서슬에 의자가 뒤로 나뒹굴었다.

그런데도 화면 속 자신은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민경이 창백한 표정으로 그쪽에서도 보이는 것처럼 모니터를 공허하게 쳐다보았다. 인해는 그녀의 하얀 목덜미에 나있는 검붉은 밧줄 자국과 기이하리만치 길게 밀려나온 혓바닥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그런 민경이 방안에서부터 거실로 걸어오기 시작한다. 기우뚱거리며 한발씩 걸음을 옮겨 인해를 향해 걸어오고 있는 것이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모니터를 향해 오고 있었다.

“오... 오지 마, 언니!”

인해는 울먹이며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민경은 그 무서운 얼굴을 앞세우고 모니터 바로 코앞까지 걸어와 멈춘다. 그녀가 잠시 힘겹고도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인해를 응시한다. 그리곤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한다.

‘도 . 와 . 줘’
“제발, 언니...”

인해가 거의 흐느끼며 모니터에서 물러날 때였다. 민경의 손이 마치 인해를 잡을 듯 모니터를 향해 확 앞으로 뻗어 나온다.

“악!”

어둠 속에서 튀어나온 민경의 손이 현실 속 인해의 발목을 움켜잡았다. 소름끼치는 한기가 발목을 타고 뼛속까지 파고든다. 화면 속 민경은 여전히 기이한 표정으로 인해를 노려보고 있다. 그녀의 몸은 모니터 안에 팔은 바깥으로 빠져나와 인해의 발목을 붙잡고 있었다.

“인해야!”

인해는 화들짝 고개를 돌렸다. 엄마가 문 앞에 서있다. 인해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발목을 잡은 손도, 다시 살아난 민경이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화면에는 미동도 하지 않고 허공에 매달린 다리가 처음과 다름없이 어둠 속에 숨어있다.

“엄마!”

인해는 간신히 말하고 그 자리에 허물어지듯 쓰러졌다. 엄마가 다가와 인해의 머리를 감싸 안으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괜찮아. 우리 인해. 이젠 무서워하지 마. 괜찮아. 괜찮을 거야. 아마도...”

 

-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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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국공포작가모임인 매드클럽을 이끌고 있다.
장편공포소설 [분신사바],  [이프],  [귀신전1, 2] 등이 있다.
매드클럽 작품집인 [한국공포문학단편선]을 매년 기획, 출간.
네이버 유령의 공포문학(http://cafe.naver.com/64ghost.ca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