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net of vampires (1965) 마리오 바바의 스페이스 호러. 스포일러 있음.
스페이스 호러영화 가운데에서 분위기만은 단연 월등하다.
사실 소재만 보면 재미가 없을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소재를 재미 없게 만드는 것도 참 안타깝다.
우주를 유영하던 배리 설리반의 우주선은 이상한 신호를 받게 된다.
그들은 신호를 쫓아 어느 이상한 행성에 착륙하게 된다. 그리고 악몽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그 행성이라는 것이 이런 곳이다.
보고있기만 해도 현기증이 난다. 아무튼 행성에 도착하자 그들은 서로 무엇에 홀린듯 싸운다.
주먹질을 한다는 것이 아니라, 진짜 죽여버리려고 싸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진짜 큰 일 날 뻔했다.
한 사람 한 사람 수수께끼같은 죽음을 당하고 대원들은 공포에 사로잡힌다.
그런데 더 무서운 것이 있다. 죽은 자들이 살아돌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슬로우비디오로
한껏 무서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아래 장면을 보여주는 데 꽤 무섭다.
마리오 바바의 스타일은 여기서도 빛난다. 너무나 색채가 요란한 나머지 불안정함과 공포를 자아내는 그의
독창적인 스타일이 이 b급영화를 지금까지도 살아남게 만든다.
그리고, 신호가 오는 곳을 찾아 나서자 그들은 거인 외계인의 시체가 죽어 있는 신비한 우주선을 만나게 된다.
그들도 배리 설리반의 전철을 밟아 살해당한 것일까? 우주선 안으로 들어가자 스피커를 통해서
외계인은 무엇인가를 경고한다. 하지만 알아들을 수 없는 배리 설리반은 그냥 돌아나온다.
하지만 웬지 느낄 수 있다. 비참한 종말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갑작스런 줌인이나, 얼굴을 화면 가득 클로즈업으로 잡아낸 다음 그 위에 강렬한 색채를 투사하고
미묘한 표정을 짓는 배우들은 참 아름답고 강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저 우주복은 디즈니가 만든 트론이라는
영화에 나오는 옷이랑 유사한 것 같다. 저 옷을 입어서는 안 될(?) 여자배우와 남자배우 한 명이 나와서
액션(?)을 펼친다.
전파신호를 찾아갔더니 거인외계인의 시체가 있고 그 외계인을 살해한 무엇인가가 거기 있다. 그리고 그것은
서서히 우주대원들을 괴기스러운 죽음에 이르게 한다 - 어디에서 많이 본 스토리 아닌가? 이런 스토리를 갖고 재미 없는 영화를 만들기 쉽지 않을 것이다. 마리오 바바는 대단한 스타일리스트였고 약한 스토리 텔러였다.
배드엔딩이다. 관객들이 격렬한 전투를 겪으면 간신히 살아남은 줄 알았던 주인공들은 사실 이미 죽어있었다. 그들의 육체를 점령한 외계인들이 지구우주선 안으로 들어오기 위해 연극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원들은 모두 몰살당하고, 외계인들은 지구로 향한다.
그들은 이 행성 안에서 벌인 학살극을 대규모 스케일로 지구 위에서 펼칠 것이다. 아무도 그들을 막을 수 없다.
그리고 영화는 끝난다.
사실 젊은 스필버그처럼 긴장과 이완을 자유롭게 하면서 재미를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은 아무나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마리오 바바는 자기만의 천재를 가졌지만, 스필버그의 이런 능력은 없다.
그의 능력은 환상과 공포를 극대화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지만, 그렇게 환상과 공포를 구축해 놓고
허우적거린다.
거기에다가 마리오 바바는 엄청난 대규모 예산을 받아본 적 없다. 평생 b급 영화를 만들다 갔다.
그의 예술적 능력 안에 어떤 거대한 것이 있었는지 지금은 알 도리 없다.
하지만 그 스타일 안에서 그는 최고의 경지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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