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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해고당한 수금사원인 산드라는 동생 앨리스를 만나기 위해 고속도로를 달리던 도중 사고를 당합니다. 우연히 지나가던 정신분석의 제이크가 그녀를 구해주죠. 제이크는 우연의 힘에 집착하는 이상한 버릇이 있는 사람으로 아주 하찮은 일에서부터 아주 중요한 일까지 동전 던지기로 결정합니다. 산드라는 제이크에게 매료되지만 사기꾼 산티니의 등장과 제이크의 집착은 이야기를 파국으로 몰고갑니다...

2.

<아메리칸 퍼펙트>는 97년 영화지만 미국에서 제대로 극장 개봉된 적은 없습니다. 아마 올해 초에 곧장 비디오로 출시된 것 같아요. 국내 출시판 비디오에 '극장 개봉작'이라는 딱지가 붙어있는 걸로 보아 우리나라에서는 작년 말인가에 비디오 판권료 높이기 위해 잽싸게 개봉 했겠고요. 영국에서는 지난 주말에 개봉했는데 결과가 어땠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런 영화 치고는 배우들이 꽤 빵빵한 편입니다. 우연치 않게 모두 제가 좋아하거나 좋아하려고 작정한 사람들이고요. 전 늘 아만다 플러머의 건조한 괴팍함과 페어루자 보크의 미친 괴물과 같은 모습을 좋아했습니다. <재키 브라운> 이후 로버트 포스터의 모든 영화에 충분히 관대해질 수 있고요. 데이빗 튤리스 역시 훌륭한 배우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그들은 모두 잘하고 또 캐스팅도 아주 잘 되어 있습니다. 로버트 포스터는 제이크의 온화함과 광기를 매끈하고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있고 아만다 플러머 역시 사만다의 허세와 절망을 적절하게 조화시킵니다. 보크와 튤리스의 비틀린 캐릭터들 역시 마음에 들고요.

3.

<아메리칸 퍼펙트>는 먼지 풀풀나는 미국의 고속도로를 무대로 한 로드 무비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분위기를 좋아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영화 속의 먼지와 햇빛만 생각해도 머리가 어찔해요. 전 같은 내용이라면 문명 세계와 가까운 곳에서 진행되길 바랍니다.

그러나 이런 영화는 늘 만들어집니다. 일단 싸니까요. 텅텅 빈 고속도로가 무대이니 교통 통제가 필요없고 늘 해가 내리 쬐니 날씨 걱정 안해도 되고 자동차 몇 대와 낡은 모텔로 배경이 해결되니 스튜디오 같은 건 안 들러도 되지요. 진부한 로드 무비가 세상에 그렇게 많이 깔린 것도 이해가 되지요?

이 수없이 쏟아지는 로드 무비의 클리셰들에서 <아메리칸 퍼펙트>는 벗어났을까요? 글쎄요. 오히려 영화는 낡은 영화들의 클리셰들을 이것 저것 이어서 엮은 것 같습니다. 스토리나 아이디어는 그렇게 새롭지는 않습니다. 분위기는 40년대 B급 필름 느와르를 모방하고 있고 아이디어와 인물은 <사이코>에서 빌려왔습니다. 특히 <사이코>의 인용은 노골적입니다. 자매의 활용, 도둑질, 화장실 변기 속에서 발견된 증거 같은 것들을 그냥 우연의 일치라고 볼 수는 없지요.

그러나 감독인 폴 차트는 이 이야기를 또 하나의 '고속도로의 연쇄 살인마' 이야기로 만들려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는 뭔가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그는 간단한 형이상학을 삽입했습니다. 인간의 계획이 얼마나 허망한 것이며 거기에 개입하는 우연의 힘이 얼마나 치명적인가에 대해 생각해 본 거죠. 그는 이를 확장해서 '멀쩡하게 잘 움직이는 것 같은 현대 사회가 얼마나 불안한 기초 위에 세워져 있는가'라는 상당히 거창한 의문으로 발전시킵니다.

영화의 제목은 빈정거리는 반어법으로 그 주제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메리칸 퍼펙트>라는 자신감 넘치는 제목을 앞에 떡 걸어두고 있지만 정작 Perfect의 철자가 틀려있습니다! 앞의 '아메리칸'은 폴 차트의 영국식 이죽거림이겠지요.

그러나 가장 노골적인 상징은 제이크의 동전입니다. 제이크가 동전을 던질 때마다 영화는 극단적으로 방향 전환을 합니다. 그는 계획을 하지 않으며 행동에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그 결과 문명과 이성의 힘은 약화되고 괴물이 된 우연은 희생자를 만들어 냅니다.

꽤 그럴싸한 주제지요? 만약 이 주제를 조금 더 세련된 방식으로 팠더라면 영화는 충분히 더 깊이 있을 수도, 형이상학적이 될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폴 차트의 각본은 중간에 멈추어 서버렸습니다. 자신이 '고속도로 살인마'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걸 잊지 않고 있기 때문에 결국 그 스토리에 끌려가고 마는 거예요. 우연의 힘을 내세우지만 스토리는 그렇게 예측불허가 아니며 중간에 삽입된 노골적인 복선들은 이야기를 닫힌 구조로 몰고갑니다.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차트는 결말을 반쯤 열어둡니다. 그러나 이 방법도 아주 잘 먹히지는 않았어요. 이 영화의 결말은 열려 있다기보다는 힘이 없고 뭔가 빠진 것 같습니다. 산티니의 동전과 같은 트릭을 쓰는 대신 보다 솔직하게 스토리를 열어두고 대신 막판의 힘을 강화시켰더라면 영화가 훨씬 그럴 듯 해보였겠지요. 유감스럽게도 영화는 중간에 걸려 넘어져 또 하나의 고속도로 살인마 영화가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99/06/11)

기타등등

국내 출시 비디오 커버는 Perfekt를 Perfect로 고쳐놓고 있습니다. 쓸데없는 친절이에요.

Posted by DJ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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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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