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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시대가 가고 뮤지컬의 유행도 스러지자, 스탠리 도넌은 새 일거리를 찾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선택한 것은 가짜 히치콕 영화였지요.

첫번째 시도는 대성공이었습니다. 바로 그 유명한 <샤레이드>였으니까요. 장르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그는 3년 뒤에 같은 시도를 다시 한 번 했습니다. 그게 바로 오늘 소개할 <아라베스크>죠.

<아라베스크>의 줄거리가 어떻게 되냐고요? 한마디로 <샤레이드> 남녀 주인공의 역할을 바꾸어놓은 것 같습니다. 남자 주인공인 폴락 교수는 미국인 고전어 교수인데, 모 아랍국의 총리한테서 스파이 역할을 제안 받습니다. 그의 임무는 베쉬라비라는 부호의 손에 들어간 상형문자를 해독하라는 것이었죠. 폴락은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끝도 없이 적과 아군이 뒤바뀌는 스파이전의 미로에 말려듭니다. 물론 폴락이 끝도 없이 정체를 바꾸는 신비스러운 여인 야스민과 사랑에 빠진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겠죠.

<아라베스크>는 썩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스토리는 빠르고 유머도 충분합니다. 산만하고 대책없기는 하지만 영화의 줄거리도 생각외로 영리한 편입니다. 결코 지루하다고 할 수는 없지요.

그러나 보면 볼수록 즐거운 영화인 <샤레이드>와는 달리 <아라베스크>는 영 어색합니다. 뭔가 잘 맞지가 않아요.

아마 캐스팅 문제일 수도 있을 겁니다. <샤레이드>에서 오드리 헵번과 캐리 그랜트는 완벽하게 캐스팅된 배우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라베스크>의 그레고리 펙과 소피아 로렌은 모두 가볍고 위트넘쳐야 하는 캐릭터들에서 살짝 어긋나 있습니다. 둘 다 그런 경쾌한 위트를 처리하기엔 조금 묵직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60년대 쿨한 스타일도 득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일단 남용되었다는 느낌이 강해요. 그만큼이나 흉내낸다는 느낌도 강하고요.

<아라베스크>는 <샤레이드>의 성공이 꼭 도넌 때문이 아니라는 증거일지도 모릅니다. <샤레이드>의 성공은 적절한 사람들과 소재가 우연히 적재적소에 만나 터진 결과일지도 모르죠. 그 뒤로 도넌이 더 이상 가짜 히치콕 영화를 만들지 않는 것도 그걸 알아차렸기 때문이 아닐지? (02/08/13)

기타등등

섹스 후에 남자가 곧장 혼자 여자에게 말을 놓아버리는 번역이 아직도 있다니 짜증나는군요.

Posted by DJ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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