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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영화의 보도자료를 읽고 있는데, 봉만대랑 도지원은 호러영화를 보지도 못한답니다. 둘 다 남들보다 무서움을 잘 타는 성격이라나. 봉만대는 이걸 장점으로 이용한다면 오히려 괜찮은 호러영화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같이 겁이 많은 도지원을 끌어들여 이 영화 <신데렐라>를 만들었다는군요.

먹히는 논리일까요? 절반은요. 제대로 된 호러영화를 만들려면 공포의 감을 갖추고 있을 필요가 있고, 그러려면 난도질 영화를 보면서도 무덤덤한 사람은 곤란하겠죠. 스티븐 킹도 밤마다 괴물이 기어나올까봐 침대 밑을 확인한 다음에야 잔다잖아요. 하지만 나머지 절반이 문제입니다. 무서움 잘 타는 것만으로는 모자라요. 그 감각으로 호러영화를 보고 연구를 해야죠. 봉만대는 거의 기초도 없이 이 장르에 도전했습니다. 영화를 보면 티가 나요. <신데렐라>는 장르 아마추어의 영화입니다.

그래도 <신데렐라>에는 벤치마킹한 영화가 있습니다. <장화, 홍련>이죠. 고전 원작, 뒤틀린 모녀/자매 관계, 장식적인 스타일, 여자들로 부글거리는 캐스트, 숨겨진 기억... 모두 여기서 빌려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죠. 노력의 결과나 오마주라고는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이 영화의 히트 이후로 수많은 한국영화들이 이를 모방한 '청담동 호러'를 지향했으니 말이죠. 어떻게 보면 이 노골적인 모방은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장르에 대한 지식이 얼마나 빈약한가에 대한 증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장르 팬들이라면 다른 영화에 주목할 겁니다. 이미 조르주 프랑주가 1959년에 같은 소재로 (아하, 이건 스포일러입니다!) <얼굴없는 눈>을 만들었습니다. 이 영화는 헤수스 프랑코가 88년에 <페이스레스 Faceless>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했고요 (이 영화 포스터에 대한 제 옛날 트라우마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차례 이야기했죠.) 만약 봉만대가 이 영화들을 검토했다면, 각본의 문제점들을 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었을 겁니다. 봤는데도 무시했던 걸까요?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아닌 것 같습니다.

내용. 성형외과의사인 예쁜 엄마가 예쁜 딸을 키우며 잘 살고 있는데, 엄마의 시술을 받은 친구들이 이상한 환각을 본 뒤 죽어나간다는 겁니다. 그러는 동안 딸은 엄마가 10여년 동안 지하실에 숨겨놓은 게 뭔지 알아내려 하죠. 그 반전이 뭐냐고요? 전 이미 <얼굴없는 눈>을 언급했습니다. 이 영화의 제목은 <신데렐라>고요. 포스터들 중 하나가 카피부터 그래픽까지 노골적으로 반전을 폭로하고 있지요.

아직도 눈치를 못 채셨다고요? 걱정 마시길. 이 영화의 진상은 그렇게까지 미더운 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치에 맞지 않고 논리도 이상하지요. 가장 노골적인 건 성형외과와 관련된 정말 말도 안 되는 미신과 절대로 가능하지 않은 몇몇 시술입니다. 이에 비하면 <얼굴 없는 눈>은 하드 SF예요. 호러영화에서 엄격한 과학을 기대하지 말라고요? 그래도 캐릭터들의 행동이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점은 빠져나갈 구석이 없습니다. 지나친 잔혹함과 설명 안 되는 애정이 최악의 방식으로 엮여 있지요. 보면서 그냥 믿겨지지가 않아요. 그런 비밀이 10여 년 넘게 지켜졌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되고.

봉만대는 영화를 만들면서 "호러는 내 취향이 아냐!"라고 끊임없이 외쳐댔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엔 어떤 열의도 보이지 않아요. 끊임없이 등장하는 사다코 클론부터가 그 증거입니다. 중간도 하지 못하는 노골적인 귀신 음향 효과는 맥이 풀릴 뿐이고요. 이 영화의 호러 장면엔 아이디어가 부족하고 스타일은 맥없이 썩은 관습만 좇습니다.

그래도 도지원과 신세경은 봉만대보다는 성공했습니다. 둘은 잘 어울리고 연기에도 적절한 힘과 날이 들어가 있습니다. 가끔 이들에게서 염정아와 문근영의 얼굴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죠. 설득력없는 각본이 종종 그들의 발목을 잡는 것도 피할 수 없는 함정이고. (06/08/10)

기타등등

정말 순진무구한 퀴어코드가 있습니다. 현수의 단짝 친구인 성은은 노골적인 부치 캐릭터죠. 배우가 그렇게 어울린다는 생각은 안 들고 설정도 낭비된 편이지만.

Posted by DJ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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