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자동차라는 기계가 싫습니다. 좁은 상자 안에 갇히는 느낌부터가 싫고, 가솔린 냄새도 싫으며, 가감속때 느끼는 불편한 기분도 싫습니다. 사실 전 아직도 쉽게 멀미하는 타입이에요. 외출할 때도 전 될 수 있는 한 차 같은 건 타지 않으려고 합니다. 다행히죠. 요샌 지하철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마찬가지로 전 이 냄새나는 기계에 대한 사람들의 열정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합니다. 이 영화의 이상적인 관객은 아닌 셈이죠. <식스티 세컨즈>는 차와 텔레파시가 통할 정도로 사랑에 빠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영화보다 차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일 겁니다.
이 영화는 스턴트 드라이버인 H.B. 할리키가 감독하고 주연한 동명의 74년도 컬트 영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스턴트 드라이버가 만든 영화니, 영화도 드라마보다는 스턴트 위주인 작품이었지요. 원작을 보면 구십 몇 대의 차가 부서진다고 하더군요.
리메이크 영화는 그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사실 원작보다 굉장히 얌전한 편이지요. 이 영화의 주인공은 손을 턴 전직 자동차 절도범인 멤피스인데, 영국인 악당 칼리트리가 역시 자동차 절도범인 동생 킵을 인질로 잡고 협박하자 어쩔 수 없이 전직으로 돌아갑니다. 역시 '손을 턴' 수많은 전직 자동차 도둑들을 모아서요. 이들의 임무는 하루 동안 50대의 차를 훔쳐내는 것입니다.
이런 설정에는 꽤 위선적인 구석이 있습니다. 원작에서 주인공은 그냥 자동차 도둑이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어떻게든 주인공 모두에게 면죄부를 주려 하죠. 동생이 잡혀갔느니, 안 훔치면 죽는다느니 어쨌느니 하면서요. 심지어 주인공 멤피스를 쫓는 형사인 캐슬벡도 그런답니다.
그 때문에 영화의 힘도 약해집니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에서 차 도둑질은 마약과 같은 소재입니다. 유혹적이고, 쉽게 중독되고, 치명적이지요. 이런 소재를 제대로 이용하려면, 영화는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합니다. 유혹에 빠져 철저한 파멸의 길을 걷게 하거나, 차 도둑질의 완전한 도취를 보여주거나요.
그런데 리메이크 영화는 어떻게든 권선징악의 구도 안에 모든 걸 끼워맞추면서도 해피 엔딩을 얻으려 한단 말입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도둑들은 차 한 대 훔칠 때마다 관객들에게 용서를 구합니다. 진실치 못해요. 특히 이런 자극성 오락 영화를 지향하는 영화에선 말입니다. 어정쩡함은 대죄입니다.
그렇다면 카 체이스 신이 괜찮긴 한가? 유감스럽게도 그런 것 같지 않군요. 영화 중 기억에 남는 카 체이스 신은 별로 없습니다. 멤피스가 엘레노어를 훔친 뒤로 멋진 카 체이스가 나올 것 같았는데, 그런 것 같지도 않군요. 지나치게 자잘한 편집과 좁은 무대 때문에 엘레노어 추격전은 속도감없이 갑갑하기만 합니다.
게다가 그 별 것 아닌 카 체이스 신까지 가기 위해서는 전혀 극적이지 않은 맹맹한 드라마를 거쳐야 합니다. 케이지나 졸리, 듀발, 리비시와 같은 배우들이 좋은 연기를 보여주지만 몰두할만한 캐릭터도 전혀 없고요.
사실 드라마가 없다는 건 죄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차 50대를 훔친다'라는 아이디어는 지극히 순수한 게임을 예고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차 50대를 훔친다'라는 사건 자체가 별다른 즐거움 없이 맹숭맹숭하게 흘러가는 판에 드라마까지 약하다면 문제가 심각하죠.
<식스티 세컨즈>는 괜찮은 영화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주저하지 않고 용감하게 소재의 무도덕성을 이용했다면, 게임의 순수성을 살려서 카 체이스의 요란함을 더 강조했다면, 해피 엔딩의 공식을 잊고 갈 데까지 갔더라면... 하지만 브룩하이머나 세나는 어느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자업자득인 셈이죠. (00/07/04)
기타등등
마지막에 나오는 스핑크스의 연설은 꽤 재미있습니다. 너무나도 교훈적이고 뻣뻣해서 어처구니가 없이 재미있는 거죠. 각본가인 스코트 로젠버그의 변명이 아닌가 싶군요. 자기도 이런 '교훈적인' 영화를 만드는 게 쑥쓰러웠나 봅니다.
'리뷰 > 액션 / 어드벤쳐'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어썰트 13 - Assault on Precinct 13 (2005) (0) | 2007/03/12 |
|---|---|
| 어벤저 - The Avengers (1998) (0) | 2007/03/12 |
| 알렉산더 - Alexander (2004) (0) | 2007/03/11 |
| 아일랜드 - The Island (2005) (0) | 2007/03/11 |
| 씬 시티 - Sin City (2005) (0) | 2007/03/10 |
| 식스티 세컨즈 - Gone in Sixty Seconds (2000) (0) | 2007/03/10 |
| 시노비 - 忍 (2005) (0) | 2007/03/10 |
| 시간의 도망자들 - Tempus fugit (2003) (0) | 2007/03/10 |
| 스파이 키드 - 3D Spy Kids 3-D: Game Over (2003) (0) | 2007/03/10 |
| 스파이 키즈 - Spy Kids (2001) (0) | 2007/03/10 |
| 스파이더맨 2 - Spider-Man 2 (2004) (0) | 2007/03/10 |
|
익스트림무비 추천 도서 |
|
| 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
|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