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올해 여름에 개봉된 영화 중 <식스 센스>만큼 알짜배기 성공을 거둔 영화는 없습니다. 스타라고는 요새 기가 죽은 듯 보이는 브루스 윌리스밖에 없고, 디지탈 특수 효과도 거의 없으며, 심지어 제대로 된 홍보도 하지 않은 이 작은 영화가 이렇게 성공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경쟁 상대가 없는 흥행 사각을 노렸기 때문에? 그것도 맞습니다. <블레어 위치> 하이프에 대한 반발감? 아마 일부는 그럴 겁니다. 결말의 반전? 상당한 도움이 되었겠지요.
이유야 더 들 수 있겠지만 그래도 결정적인 대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사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완전히 이해가 되지 않아요. <식스 센스>는 이런 소동을 일으킬 만한 '큰' 구석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2.
아동 심리학자 말콤 크로우 박사는 집에 몰래 침입해서 그를 저격하고 자살한 옛날 환자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는 그 환자와 비슷한 증상을 앓는 소년 콜을 치료하는 것으로 그 죄책감을 커버하려 하죠. 하지만 콜은 유령들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특별한 소년이었어요...
<식스 센스>의 스토리는 무척이나 고전적입니다. 이 영화의 유령들은 에일리언처럼 사람들을 물어 뜯는 괴물들이 아닙니다. 고전적인 의미의 '원혼'들이지요. 지상에서 못 다한 일이 남아 있거나 부당한 죽음 때문에 원한을 품고 있는 그 옛스러운 영혼들 말이에요. 영화의 액션도 유령들과 '싸우는'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식스 센스>는 스토리가 너무나도 온화하고 모든 등장인물들의 의도가 너무나도 고상해서 정보 없이 들어온 호러 팬들이 당황할 지경입니다. <식스 센스>는 올해 제가 본 영화 중 가장 '착한 영화'입니다. 심지어 관객들을 의식적으로 무섭게 만들려는 의도도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이 영화가 노리는 것은 화해와 사랑의 메시지로 정서적 충만감을 자극하는 것입니다 (세상에나, 세상에나!)
영화는 이 작은 초자연적인 스토리를 별다른 기교 없이 충실하게 끌어가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너무나도 성실해서 오히려 우직스러워 보이기까지 해요.
3.
이런 건전한 내용에 입체감을 더하는 것은 마지막의 반전입니다. 얼마나 반전이 대단하길래? 사실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습니다. 상당히 뜻밖이지만 적어도 반전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간 관객들에겐 그렇게 큰 충격을 주지는 않습니다. 그냥 '아, 반전이 있다는 게 이런 거였군.'하는 수준이죠.
그리고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아주 흔하지요. 소설은 끝도 없이 많고 다른 장르까지 넘어가면 그 수는 배가 됩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납량 특집' 만화를 그리던 만화가들은 밑천이 떨어지면 이런 줄거리의 만화를 그려내 원고료를 챙겼습니다.
게다가 이 반전은 그렇지 않아도 작고 작은 영화의 스케일을 더 줄여 버립니다. 이런 종류의 반전은 단편용이니까요.
그러나 <식스 센스>는 이 반전을 꽤 영리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아니, 영리하다기보다는 성실하지요. 반전은 그냥 놀라움만 주는 대신 지금까지 끌어온 영화의 스토리를 다시 한번 검토하게 만듭니다. 영화는 꽤 많은 복선을 숨겨놓고 있고 적절한 착시 효과로 그것들을 덮고 있기 때문에, 반전 이후엔 지금까지 끌어온 스토리가 새로운 차원을 부여받습니다.
상업적으로 아주 흥미로운 트릭이지요. 그냥 놀라운 결말일 뿐 아니라 흥행 수익에도 도움이 되니까요. 아마 <식스 센스>의 5주 1위라는 기록에도 상당히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복선을 체크하러 다시 본 관객들이 상당히 많을테니까요.
4.
영화가 품고 있는 '성실한' 느낌의 상당부분은 배우들의 호연에서 나온 것입니다. 브루스 윌리스나 토니 콜레트의 절제되고 믿음직한 연기도 좋지만, 가장 눈에 뜨이는 배우는 콜을 연기한 아역 배우 헤일리 조엘 오스먼트입니다. 오스먼트는 자잘한 기교없이 담담하고 조용하게 연기를 하는데, 사실 아역배우에겐 이런 연기가 가장 힘이 들죠. 오스먼트가 너무 잘 해서 몇몇 장면은 연기 같지가 않습니다.
5.
지금까지 거둔 놀라운 흥행에도 불구하고, <식스 센스>는 여전히 작은 영화입니다. 전 꽤 즐겁게 보았지만, 아무런 내용도 모르고 그냥 들어갔더라면 훨씬 재미있게 봤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99/09/18)
기타등등
사실, 복선의 일부는 믿기가 좀 힘들어요. 설명도 완전한 것 같지 않고요. 그러나 더 이상 이야기하려면 스포일러를 건드리게 됩니다. 이 정도도 꽤 괜찮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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