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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스>의 시대 배경은 가까운 미래. 미국에서는 테러와의 전쟁을 위한 특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정예 비행사 넷을 선발합니다. 여기서 타이틀롤은 네 번째 비행사죠. 이 친구는 사람이 아니라 에디라는 별명으로 불리우는 인공지능입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려고 작정한 것도 그 때문이었고요. 전형적인 '미친 A.I.의 반란' 설정이 아닙니까?

하여간 이들은 테러리스트들을 때려잡기 위해 첫번째 임무를 수행하는데, 가장 먼저 하는 게 미얀마의 양곤에 모인 테러리스트들을 소탕하는 것입니다. 거기에 왜 조종사가 필요하냐고요? 운 좋게도 테러리스트밖엔 없는 커다란 건물 전체를 폭탄으로 날려버리는 게 임무랍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지만 임무는 어쨌건 성공. 이 '모기 보고 칼을 뽑는' 설정은 외국관객들보다는 오히려 아직도 9/11을 잊지 못하는 예민한 미국 관객들에게 더 모욕적으로 느껴질 것 같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에디는 벼락에 맞습니다. 이런 이야기에서 대부분 그렇듯, 에디는 갑자기 맛이 갑니다. 스커드 미사일을 수입한 중앙아시아의 군벌을 때려잡으러 간 에디는 명령에 불복종하고 자기 멋대로 공격을 시작합니다. 공격은 성공하지만 주변은 방사능 낙진으로 엉망이 되지요. 에디는 다음 목표를 정해 날아가고 그걸 저지하려던 비행사 헨리가 목숨을 잃습니다. 헨리 역을 맡은 배우가 제이미 폭스여서 전 조금 당황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각본이나 캐스팅은 폭스가 아카데미상을 받기 전에 완성되었겠죠.

다른 비행사 두 사람도 사정이 좋지 않습니다. 카라는 파편에 맞아 동양의 호전적인 나라에 불시착합니다. 여긴 원래 북한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끝까지 구체적인 국명이 언급되지 않는 편집판이 상영되었다는군요. 그게 나은 것 같습니다. 일단 나오는 풍경부터 북한을 닮은 구석이 전혀 없거든요. 게다가 파키스탄 국경 부근에서 고장난 비행기가 북한에 불시착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남은 비행사 벤은 간신히 에디를 설득하는 데 성공하지만 이 계획의 책임자인 상관 조지 커밍즈는 에디와 벤을 모두 없애려고 합니다.

흠... 국면 전환이 있군요. 이 영화에서 진짜 악당은 인공지능이 아닙니다. 인공지능은 사용자에 따라 결과가 결정되는 섬세한 기계일 뿐이죠. 악당은 그걸 통제하려는 전쟁광 군인입니다. 아니면, 이 군인은 군수업체와 결탁한 타락한 악당일까요? 모르겠습니다. 커밍즈는 그렇게 성격이 뚜렷한 악당이 아니에요. 하여간 전 인공지능을 단순한 악마로 만들지 않은 것에 대해 약간의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그러나 제가 조금 준 점수는 정말로 성의없는 인공지능의 묘사와 함께 그대로 날아가버립니다. 왜 이 사람들은 이런 소재를 다룰 때 '감정'과 '영혼'에 대한 신비주의를 고집하는 걸까요?

하여간 암살임무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벤은 카라를 구출하기 위해 에디를 타고 날아갑니다. 어떻게 카라의 위치를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카라가 적군에게 발견되는 즉시 백마 탄 기사처럼 짜잔하고 등장하죠. 그냥 에디를 타고 날아가면 될텐데, 그들은 대신 열심히 달려서 '국경'을 넘습니다. 그 국경이 어느 쪽인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중국이나 러시아 국경은 절대로 아니고, 그렇다고 휴전선 부근의 비무장지대도 아니고요. 에디는 어떻게 되었냐고요? 그들을 위해 헬기를 막느라 장렬하게 전사하더군요.

그 뒤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영화는 커밍즈가 자살하고, 헨리의 장례식이 치루어지고, 벤이 서툴게 카라에게 자신의 감정을 고백하는 것으로 끝납니다.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죠. 본토가 공습당했으니 북한에서 가만히 있을 리가 있겠습니까? 십중팔구 서울도 불바다로 만들어주겠다고 으름장을 놓을 거고, 미국은 흐릿한 태도로 책임을 회피하려 할 거고, 우리는 또 뭘 주면서 북한을 얼러대려 할 거고... 왜 이런 일에 우리가 덤탱이를 뒤집어 써야 하느냐고요! (05/07/29)

기타등등

엔드 크레딧 뒤에 짤막한 쿠키가 있습니다. 보시거나 말거나...

Posted by DJ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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