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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렉>의 원작은 윌리엄 스타이그의 그림책 <슈렉!>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덩치 크고 못생긴 초록 도깨비 슈렉은 전도된 미의식과 유쾌한 악취미로 수많은 어린 독자들을 매료시키고 있습니다.

스타이그의 그림책에 대해서는 다음주나, 다다음주에, 영화로 각색된 동화책들을 다룰 때 보다 자세히 이야기하기로 하겠습니다. 여기서는 이 점만 밝혀두죠. 영화와 원작의 스토리는 별로 닮은 구석이 없습니다. 가져온 것은 세 주인공들과 종종 튀어나오는 전도된 미의식의 쾌락뿐입니다.

영화 속의 슈렉은 파쿼드라는 심술궂은 영주가 통치하는 땅에 살고 있습니다. 파쿼드는 그의 영토에 사는 세 마리의 눈먼 쥐나, 백설 공주, 신데렐라와 같은 동화 캐릭터들을 모두 잡아다가 슈렉의 땅인 늪지대로 쫓아보냅니다. 자기 땅을 되찾기 위해 영주를 찾아간 슈렉은 엉겁결에 파쿼드가 점찍어놓은 마법에 걸린 공주 피오나를 구출해오는 임무를 띠게 되지요. 슈렉은 우연히 만난 말하는 당나귀와 함께 늪지를 되찾기 위한 모험을 떠납니다.

단순 명쾌한 그림책과는 달리 영화 <슈렉>은 여러 예술적 요소들과 정치적 메시지가 조각 이불처럼 뒤섞여 있습니다. 조금 잡다해보이기까지 해요.

원작에서 슈렉의 악취미는 순전히 기존 상식을 뒤엎어서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 그림책의 최대 팬들은 청개구리 심보로 무장한 미운 일곱살 꼬마들이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영화에서는 '정치적으로 공정한' 메시지가 숨어 있습니다. 중요한 건 외모가 아닌 마음이라는 거죠. 당연히 영화는 어린 관객들에게 외모나 출신에 의한 차별이 얼마나 나쁜 것인지 자상하게 설명하는 역할까지 해줍니다.

예술적으로 <슈렉>은 꽤 포스트 모더니즘적입니다. 수많은 여러 동화들을 조각내 칵테일처럼 뒤섞고 거기다가 현대 할리우드 영화와 팝송들을 당연하다는 듯 가미하니까요. 그 통에 백설공주와 신데렐라가 부케를 차지하려 싸우고, 프랑스인 로빈 훗이 구식 뮤지컬 넘버를 부르며, 피오나 공주는 <매트릭스>의 캐리 앤 모스처럼 신나는 와이어 액션을 벌입니다.

여기엔 약간의 개인적인 악감정도 섞여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듯, 영화 속의 뒬락 성은 디즈니 월드를 의식적으로 흉내낸 것입니다. 디즈니 클래식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을 마구 학대하는 파쿼드 영주가 디즈니사 회장 아이스너의 캐리커처라는 소문도 무성하고요.

드림웍스사에서는 이 모든 소문들을 부인하고 있지만, 카첸버그의 악감정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고 믿는 것도 재미없을 겁니다. <슈렉>은 정말 굉장한 복수작이니까요. 여름 시즌에 다른 제작사의 애니메이션이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이긴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게다가 <슈렉>은 컴퓨터 애니메이션이며 뮤지컬 넘버가 없다는 걸 제외하면 전형적인 구식 디즈니 애니메이션입니다. 공감가는 주인공들과 그의 귀여운 친구들이 펼치는 풍부한 정서의 로맨스지요. 디즈니가 계속 다른 스타일의 작품으로 막힌 판로를 뚫는 동안, <슈렉>은 원래 카첸버그의 노선을 지키면서 그 방식이 여전히 생명력이 있다는 걸 증명하는 첫번째 영화입니다. 귓가에 이런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내가 옳았지, 메롱, 약오르~~~지!"

3D 애니메이션이라는 새 장르로서 이 영화의 질은 어떨까요? 글쎄요. 물론 기초적인 질은 우수한 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과도기적 영화로 보이는군요. 특히 실물과 크게 다른 점이 없는 사람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컴퓨터 그래픽의 인공적인 면이 더욱 두드러져 보입니다. 이는 곧 개봉될 <파이널 환타지>와 여러 모로 비교될 것 같군요. 하긴 <슈렉>은 <파이널 환타지>처럼 의식적으로 하이퍼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영화는 아니니까 일대일 비교는 할 수 없지만 말입니다.

<슈렉>은 이미지나 스펙터클보다는 정감가는 캐릭터와 이야기에서 더 점수를 따고 들어가는 영화입니다. 3D 애니메이션이라고 해서 전통적인 가치가 무시되어서는 안된다는 좋은 증거라고 할까요. (01/07/10)

기타등등

1. 정치적 공정성을 끝도 없이 의식하는 영화지만 키 작은 사람들은 그 '공정성'의 대상이 아니더군요. :-)

2. 이 영화에 수없이 남발되는 영어권 동화나 동요의 인용은 많은 국내 관객들에게 먹히지 않을 겁니다. 특히 파쿼드 영주와 진저브레드맨의 대화를 이해하는 분들은 얼마 안되는 것 같더군요. 혹시나 도움이 될까봐 원래 시를 아래 적어둡니다.

The Muffin Man

Oh, do you know the muffin man
The muffin man, the muffin man
Oh, do you know the muffin man
That lives on Drury Lane?


Oh, yes, I know the muffin man,
The muffin man, the muffin man
Oh, yes I know the muffin man,
That lives on Drury Lane


Now two of us know the muffin man
The muffin man, the muffin man
Now two of us know the muffin man
That lives on Drury Lane


A few of us know the muffin man
The muffin man, the muffin man
A few of us know the muffin man
That lives on Drury Lane


Now we all know, the muffin man,
The muffin man, the muffin man
Now we all know, the muffin man,
That lives on Drury Lane

Posted by DJ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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