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마을 근처에 거대한 운석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아마추어 천문학자인 우리의 주인공 존 퍼트넘이 충돌 크레이터에서 목격한 건 벌집 모양의 반투명한 우주선이었죠. 우주선은 곧 바위 속에 묻히고, 사람들은 그의 말을 믿지 않습니다. 하지만 곧 동네 사람들이 한 명씩 이상하게 변해가기 시작하고...
전형적인 50년대 SF 영화의 도입부죠? 아마 많은 사람들은 <인베이션 오브 바디 스내처즈>를 연상할 겁니다. 가볍게 아류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죠. 하지만 이 점은 분명히 말해두어야겠습니다. <그것은 외계에서 왔다>는 <인베이션 오브 바디 스내처즈>보다 먼저 나온 영화입니다. 오히려 영향을 주었다면 주었겠죠. 원래 이 장르에서 아이디어와 스토리는 계속 순환하며 도는 법이니, 특별히 뭐랄 필요는 없겠지만요.
<그것은 외계에서 왔다>는 어쩔 수 없는 50년대 사회 분위기의 산물입니다. 비행접시 열풍과 매카시 선풍으로 인한 편집증의 상식적인 결합인 거죠. 하지만 레이 브래드베리의 단편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는 우리가 익숙한 냉전시대 외계인 침략물과 이야기 하는 방식이 상당히 다릅니다. <괴물>이나 <인베이션 오브 바디 스내처즈>는 모두 외계에서 온 피도 눈물도 없는 사악한 괴물들과 싸우는 지구인들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외계에서 왔다>는 특별히 지구인이나 외계인의 편을 들지 않습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변신 외계인들은 끔찍한 외모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특별히 사악한 괴물들은 아닙니다. 그저 우주 여행을 하다가 지구에 불시착한 여행객들에 불과하죠. 영화는 지구인이 외계인 침략자와 싸우는 이야기를 하는 대신, 이 두 종족들이 타자에 대한 공포에 쫓겨 폭력적인 사태로 몰려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그 폭력 사태는 과학자 주인공의 이성적인 행동에 의해 간신히 저지되지만 말입니다.
이런 설정은 두 가지 면에서 기능할 수 있을 겁니다. 첫번째는 당시의 마녀 사냥 분위기에 대한 직접 비판입니다. 떼거리로 몰려든 마을 사람들이 외계인을 사냥하는 장면과 같은 것들은 거의 1대1 대응이 가능합니다. 다른 하나는 당시 미국 SF의 외계인 스테레오타입을 부수는 무기입니다. 모두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의 시각적 스타일은 비교적 평범한 편입니다. 하지만 원작은 입체 영화였으니, 제가 그 시각적 스타일을 제대로 평가했다고 할 수는 없겠죠. <트왈라이트 존> 풍의 적당히 으스스한 분위기가 상당히 효과적이기도 하고요. 50년대에 할리우드가 시도한 초기 외계인 디자인도 이 장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구경거리일 겁니다. 원래는 외계인 모습이 전혀 나오지 않을 계획이었다고 하더군요. 개념상으로는 그게 더 좋았겠지만, 뭐, 그래도 이 영화의 외계인 디자인은 꽤 그럴싸한 편이라 큰 문제는 없습니다.
<그것은 외계에서 왔다>는 좋은 영화입니다. 효과적인 스토리와 건전한 주제가 적절하게 결합된 작품이지요. 하지만 이 영화엔 나중에 나온 미치광이 영화 <인베이션 오브 바디 스내처즈>에서 느낄 수 있는 격렬한 충격 같은 건 없습니다. 꼭 건전한 영화가 더 좋은 영화라는 법은 없는 거죠. (02/08/06)
기타등등
왜 입체 영화 버전 DVD가 안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기술적으로 그렇게 어렵지도 않을텐데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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