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크>를 보면서 <니모를 찾아서>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둘 다 해저 세계를 다룬 3D 애니메이션 영화니까요. 심지어 채식주의자 상어라는 아이디어까지 공유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 비교는 성공적인 가족 영화였던 <니모를 찾아서>에 비해 <샤크>의 성과가 너무 초라하기 때문에 더 중요합니다.
<샤크>는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던 걸까요? <니모를 찾아서>의 이야기는 <샤크>보다 특별히 신선하지 않습니다. <샤크>가 애니메이션이나 그밖의 기술에서 특별히 뒤진 것도 아니고요. 로버트 드 니로, 윌스미스, 르네 젤위거, 안젤리나 졸리, 심지어 마틴 스콜세지까지 불러온 성우들의 진용은 <니모를 찾아서>를 압도합니다.
아무리봐도 이건 전술의 실패입니다. <니모를 찾아서>는 진지한 영화였습니다. 비교적 뻔한 스토리에 대해서도 진지했고 그를 장식하는 농담들에 대해서도 진지했습니다. 그 때문에 그 뻔한 이야기의 국면 전환은 박진감넘쳤고 농담들은 정말로 웃겼죠. 하지만 <샤크>는 처음부터 끝까지 장난만 치려고 합니다. 그게 나쁜 걸까요? 아뇨, 그 자체가 나쁜 건 아닙니다. 하지만 <샤크>가 내세우는 내용과 주제와는 어울리는 게 아니었어요. 엉겁결에 '샤크 슬레이어'가 되어 거짓 명성을 누리던 물고기가 결국 자신의 위치를 알게 된다는 내용은 장난스럽게만 말할 수 없습니다. 주제 자체는 진실되어야 해요.
하지만 그런 진실을 담기엔 영화가 너무 가볍습니다. <샤크>는 사실 진지한 이야기를 할 여지가 없습니다. 산호초를 뉴욕 시티로, 거기 사는 물고기들을 노동자 계급의 흑인들로, 상어들을 이탈리아 마피아계로 빗대어 가지고 노는 게 자기네들에겐 너무 재미있었던 거죠. 거기에 드 니로나 스미스 같은 스타들이 달려들자 영화는 농담의 무게에 눌려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나온 건 번지르르하기만 할 뿐 설득력 없는 스토리를 가진 뻔하고 공허한 영화입니다. 영화가 그렇게 공들여 쌓아올린 농담들도 십여 분만 지나면 약발이 닳아버려요. 남는 시간 동안 관객들은 뻔하디 뻔한 이야기가 윌 스미스의 원맨쇼에 끌려 맥없이 기어가는 걸 구경해야 하는데, 윌 스미스의 목소리만 나와도 환장하는 팬들이라면 모를까... 이게 많은 관객들에게 먹힐 거라는 생각은 안 드는군요. (04/12/23)
기타등등
산호초 물고기들이 돌고래들이나 말향고래들을 무서워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그리고 차디찬 북쪽 바다에 가라앉아 있어야 할 타이타닉이 왜 열대 바다 밑에 놓여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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