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세이어즈는 동생 마사가 자기 집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살하자, 그 죽음 뒤에 뭔가 더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경찰은 사건을 자살로 종결짓고 더 이상의 수사를 할 생각을 하지 않죠. 동생의 살인범을 찾기 위해 엘리자베스는 동생이 다니던 살렘 아카데미에 위장입학합니다. 엘리자베스가 입학한 뒤에 두 건의 자살 사건이 더 일어나고, 엘리자베스는 학교 교수 중 한 명이 이 사건의 배후 인물이라고 확신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람이 아닌 악마였어요...
...로 전개되는 <사탄의 여학교>는 1973년대에 방영된 텔레비전용 영화입니다. 여러분이 특별히 기억해야 할 작품은 아니죠. 아마 <미녀 삼총사>의 팬들이라면 케이트 잭슨과 셰릴 래드가 시리즈 이전에 같이 나온다는 것 때문에 고고학적 관심을 가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뿐이에요.
하지만 저한테 이 영화의 사적 의미는 굉장합니다. 이 영화는 제가 처음으로 본 금요일밤 AFKN 호러 영화입니다. 한동안 <사탄의 여학교>는 저에게 호러 영화의 모델이었습니다. 한동안 전 모든 호러 영화들은 <사탄의 여학교>처럼 낡고 큰 저택에서 파멜라 프랭클린처럼 작고 가녀린 여자 주인공이 램프를 들고 걸어가는 장면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아, 잊었군요. 제가 파멜라 프랭클린에 애착을 느끼고 있는 이유 중 하나도 이 영화 때문입니다.
인터넷이 나오기 전에는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어서 애를 태우기도 했습니다. 믿었던 레너드 말틴의 가이드에는 이 영화에 대한 정보가 흔적도 없었으니까요. 텔레비전 영화라는 걸 몰랐던 저에겐 알 수 없는 일이었죠. 한동안 전 이 영화가 기억이 만들어낸 가짜가 아닌가 의심도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가짜라고 생각하기엔 장면장면이 너무 뚜렷했죠. 특히 어둠 속에서 담배를 피우며 학교를 바라보고 있는 악마의 모습 같은 건 말이에요.
그러나 제 기억에 아무리 근사하게 각인되어 있다고 해도, <사탄의 여학교>는 그렇게 대단한 영화가 아닙니다. 아무래도 세월이 꽤 흘렀고 저도 그동안 영화를 쬐끔 더 보았으니 예전 감흥이 그대로 남아 있을 리가 없죠.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영화는 그저그런 텔레비전 영화에 불과합니다. 배우들은 전형적인 70년대 텔레비전 시리즈식 연기를 하고 있고, 각본과 연출은 선배들이 쌓아놓은 가장 안이한 길을 따라갑니다. 클라이맥스 역시 약한 편이고요.
그래도 파멜라 프랭클린을 다시 보는 것은 반갑고, 영화가 푹 젖어 있는 70년대의 싸구려 느낌도 새로운 즐거움을 줍니다. 이 모든 건 전적으로 사적인 경험이지만요. (00/10/27)
기타등등
이 영화는 올해 리메이크 되어서 지난 3월에 방영되었습니다. 오리지널에서 학생으로 나왔던 케이트 잭슨은 기숙사 사감쯤으로 나오는 모양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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