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를 풍자한 블랙 코미디
<Burn After Reading>, 이 영화가 한국에 개봉하면 어떤 제목이 붙을지 아직 모르겠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제목으로 미루어 짐작을 했을 때, 무슨 문서를 읽고 난 후 태워버린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니 그건 아니었다. ‘burn'은 종이를 태우는 것을 뜻하기도 있지만, CD를 굽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어쨌든 여기서는 CD가 문제가 된다. 이 영화는 코미디이다. 사실 코엔 형제의 이전 작품이 좀 무거웠던 것이 사실이었고, 그들은 이번에는 좀 가벼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몇 개 리뷰를 살펴보니 이 영화가 실망스러웠다는 것들도 있던데, 그렇게 야박하게 생각할 것은 없다고 본다. 코엔 형제라고 매번 <바톤 핑크>나 <그 남자는 여기 없었다>와 같은 영화를 찍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리고 그들은 과거에도 <아니조나 유괴사건>이나 <파고> 같은 영화를 만들지 않았는가?
일단 이 영화의 출연진은 화려하다. 존 말코비치, 프란시스 맥도먼드, 조지 클루니, 틸다 스윈튼, 브래드 피트 등이 나온다. 그 외에도 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얼굴을 보면 친숙한 배우들이 여럿 등장한다. 이렇게 출연진이 화려하면 오히려 영화가 빈약한 경우가 많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캐스팅의 영화를 어떻게 거부할 수 있을 것인가? 영화는 존 말코비치가 CIA에서 한마디로 짤리는 상황부터 시작한다. 그는 술 때문에 CIA에서 쫓겨난다. 그에게는 의사인 아내가 있는데, 그녀는 조지 클루니와 바람을 피우고 있다. 조지 클루니는 한마디로 바람둥이다. 유명한 동화작가를 아내로 둔 그는 끊임없이 다른 여자를 만나고, 섹스 기계까지 발명한다. 그 기계의 디자인이 어떤 것인지는 영화 속에서 꼭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중심인물은 프란시스 맥도먼드이다. 헬스클럽에서 일하는 그녀는 중년의 나이지만 성형수술로 다시 태어나려 한다. 그러나 돈이 없는 그녀는 동료인 브래드 피트와 엉뚱한 일을 저지른다. 이 영화에서 브래드 피트가 어떤 연기를 하는지 역시 꼭 확인할 필요가 있다. 분량은 얼마 되지 않지만, 브래드 피트의 코믹 연기의 진수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프란시스 맥도먼드와 브래드 피트 콤비의 말도 안 되는 행동의 결과가 어떤 것인지는 미리 말하지 않겠다. 코엔 형제는 계속해서 자신들의 주제를 놓치지 않고 있다. 그것은 프란시스 맥도먼드를 통해서 드러난다. <파고>에서 스티브 부세미 일당이 몇 푼 돈 때문에 저지른 살인을 두고,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냐고 탄식을 했던 프란시스 맥도먼드는 여기서는 무리한 성형수술을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엉뚱한 일을 저지른다.
코엔 형제는 유머를 잃지 않으면서, 현재 미국 사회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물신적 삶 그리고 서로 속고 속이는 부부들의 삶, CIA로 대표되는 정부조직의 우스꽝스러움 등을 표현해낸다. 이 영화 속의 각 인물들은 전체 미국인들을 대표하는 것 같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단순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코엔 형제는 지금 미국 사회의 단면을 블랙 코미디를 통해 드러낸다.
나는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보았다. 물론 다른 이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리라. 그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흥미롭게 볼 수 있었던 영화였지만, 약간은 무거운 영화였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벗어나 머리를 좀 식혀보자. 그러면 이 영화가 더 재미있을 수 있을 것이다.
'기획 / 특집 >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손예진으로 본 '아내가 결혼했다' (7) | 2008/11/03 |
|---|---|
| 2008 핑크영화제 개최에 부쳐 (15) | 2008/11/02 |
| '우린 액션배우다' 그리고 '업 시리즈' (1) | 2008/10/17 |
| 변화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들 (1) | 2008/10/17 |
| 환상문학을 옹호하다 (9) | 2008/10/13 |
| 코엔 형제의 부담 없는 신작 '번 애프터 리딩' (14) | 2008/10/13 |
| 우디 알렌의 신작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 (18) | 2008/10/07 |
| 에릭 쿠의 신작 '마이 매직' (7) | 2008/10/02 |
| 인터넷 시대의 영화평론 (28) | 2008/09/30 |
| 브라질 빈민가에서의 전쟁 '엘리트 스쿼드' (5) | 2008/09/28 |
| 명탐정 긴다이치 시리즈 - 영화와 소설 비교 (2) (2) | 2008/09/18 |
|
익스트림무비 추천 도서 |
|
| 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
|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이거 예고편 보니 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더군요. 얼른 개봉했으면 좋겠어요.
피트 횽아 분량이 작나보군요. 국내에는 언제 개봉하련디 흙흙..ㅠ
무조건 기대!!!!!
필 관람!!!!!!ㅎㅎ
어서 나와라~~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정말 부담스러운 영화였어요 -0-
지금도 생각하면 아리송다리송 하다는...
심심하면 클루니 바보영화 찍더라고요 ㅎㅎ
클루니의 바보영화라고 제나름 명칭해버렸다는 ㅋㅋ
게다가 피트까지 ㅋㅋㅋ
무척 끼고싶어했다던데 피트가 얼마나 망가지나 기대해봅니다. ^^
조지 클루니는 바보라기보다는 좀 망가집니다. 상습적으로 바람을 피는 남자인데 그렇게 밉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기대되는군요. 코엔형제는 그 동안 좀 무거운 영화들을 만들어서 그들의 영화를
접할 땐 부담감을 일단 갖고 보는데....ㅎㅎ
프란시스 맥도먼드...감독과 배우가 가족이면 일석이조인가? ㅎㅎ 더군다나 연기
잘하는 배우라면....그렇겠죠?
브래드 피트..얼핏 사진보니 왠지 더 젊어지신듯...ㅎㅎ
브래드 피트는 확실히 젊어보입니다..
아리조나..같이 마구 내 달리는 건가요?
코엔형제도 잠시 숨좀 돌리고 싶었나봐요
<아리조나 유괴사건> 같은 스타일은 아닙니다. 글쎄 뭐라고 해야하려나...일단 수입개봉되면 보세요...
이름값 대단한 배우들에 코엔 형제이고 거기다 코미디....기대됩니다.ㅋㅋ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포스가 워낙 강렬해서...보면 적응이 안될지도?ㅋㅋ
이젠 코엔 형제가 아니라 코엔 남매루 정정 해야 하실듯~
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