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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가> <모녀귀> <이프>로 유명한 이종호 작가의 호러 & 판타지 <귀신전>은 랜덤하우스코리아를 통해 출간 되었습니다. 익스트림무비에서는 작가분과 출판사와의 협의를 거쳐 독점 연재로 공개됩니다. 절대로 퍼가시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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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귀사리
제2장 액막이
제3장 뺑소니
제4장 액귀 (1)
제4장 액귀 (2)
제4장 액귀 (3)
제4장 액귀 (4)
제4장 액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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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액귀(縊鬼)



경희는 2층집 여자가 그랬던 것처럼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제발, 한석 씨. 어서 집으로 와.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얼굴이 눈물로 얼룩진 경희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바깥이 조용해진 것이다.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지만 어떠한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경희는 창밖을 내다봤다. 밧줄이 없어졌다. 2층에서부터 뱀처럼 길게 늘어져 있던 밧줄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없었다.

이젠 괜찮은 걸까. 정말 가버린 것일까. 그녀는 방 이곳저곳과 방범창을 번갈아보며 더욱 이불을 끌어당겼다. 그녀가 눈동자만 굴리며 공포에 떨고 있을 때 바로 머리 위에서 그 소리가 들려왔다.

끼기긱…… 끼기긱…… 끼기긱…….

경희는 뭔가에 감전된 것처럼 고개를 들고 천장을 올려다봤다. 천장에 시커멓게 변색된 부분이 꿈틀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천장에 달라붙어 있던 검은색의 기운들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가운데로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검은 기운이 뭉실뭉실 연기처럼 피어나더니 흘러내리는 것처럼 아래로 내려왔다. 형체가 구체적인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건 밧줄에 목을 매달고 죽은 어떤 여자의 형상이었다.

끼기긱…… 끼기긱…… 끼기긱…….

여자는 목에 걸린 밧줄에 온몸의 체중을 싣고 있었다. 허공에 떠 있는 여자의 몸이 리드미컬하게 좌우로 흔들렸고 그때마다 리듬을 타는 듯 ‘끼기긱’ 하는 소리가 났다. 눈을 감은 여자의 입술 사이로 거무칙칙한 혓바닥이 밀려나오더니 턱밑까지 축 늘어졌다.

여자는 마치 밤마다 이렇게 밧줄에 매달려 내려다보고 있었다는 듯 경희를 보고 히죽 웃었다. 여자가 몸을 더욱 격하게 흔들어대자 소리도 더욱 커졌다. 여자는 기이한 소리를 내며 발버둥을 쳐댔다. 그러자 밧줄이 조금씩 늘어지기 시작했고 결국 여자의 발이 바닥에 닿았다. 바닥에 발이 닿는 순간 여자의 감겼던 눈이 번쩍 뜨였다. 여자의 탁한 동공이 인형의 눈알처럼 좌우로 움직이더니 경희를 향했다. 경희가 뒤로 물러서며 흐느꼈다.

“제발 이러지 마!”

여자의 입이 기이하게 뒤틀리며 소리가 새나왔다.

“너도…… 가야…… 해.”

그러면서 여자가 손에 들고 있던 또 다른 밧줄을 경희의 목에 천천히 감았다. 경희는 가위라도 눌린 것처럼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내 밧줄이 경희의 목을 조여 왔다. 숨이 막혔지만 움직일 수가 없었다. 밧줄이 경희의 몸을 끌어당겼고 그녀는 바닥에 쓰러졌다. 밧줄이 그녀를 질질 끌고 가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밧줄은 경희의 몸을 일으켰고 들어올렸다. 경희의 발이 바닥에서 떨어졌다. 목에 걸린 밧줄에 모든 체중이 실리며 경희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경희가 꺽꺽거리며 몸부림을 쳤다. 경희의 발이 허공에서 버둥거리며 빙글빙글 돌았고 격렬하게 요동쳤다. 경희가 발버둥 칠 때마다 발아래 함께 묶여 있던 여자도 덩달아 요동을 쳤다.

하지만 여자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는 대신 자지러지는 것처럼 깔깔거렸다. 바로 아래에서 웃는 여자와 경희의 눈이 마주쳤다. 그제야 여자의 얼굴을 본 기억이 났다. 처음 이 집에 이사 왔을 때 바닥에 떨어져 있던 사진 속에서였다. 그때 경희는 사진을 보며 전에 살던 여자인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 여자가 왜 이렇게 끔찍한 모습으로 나타나 자신을 데려가는 것일까.

밧줄은 점점 더 경희의 목을 파고들었다. 경희의 동공이 흐려지면서 움직임이 잦아들었다. 입이 벌어졌고 분홍빛 혀가 밀려나왔다. 경희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5

수정이 주방으로 다가와 커피를 만들고 있는 찬수에게 말했다.

“형, 조금 이따 우리 집에 와요. 오늘 이사 기념으로 집들이할 거니깐.”
“집들이?”
“네, 곧 박 영감님하고 용만 씨도 올 거예요. 저녁이나 같이 먹어요.”
“나야 좋지. 근데 저녁 먹으라면서 넌 여기 이러고 있으면 어떡해? 음식 안 만들어? 설마 음식점에서 전부 주문하는 건 아니겠지?”
“그건 아니고 숙희가 대신 만들고 있어요.”
“뭐?”
찬수가 커피를 만들다 말고 돌아서서 말했다.
“너 집들이한다면서 왜 숙희가 음식준비를 해?”
“나도 그러지 말라고 말렸는데 너무 막무가내라서요. 실은 이번에 이사한 집에 숙희도 들어와 함께 살기로 했거든요.”
“뭐? 그게 정말이야?”

찬수의 반응이 예상보다 커서 수정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렇게 놀래요?”
“응? 아, 아무것도 아냐.”
“실은 집들이하자는 말도 숙희가 먼저 꺼낸 거예요. 자기가 전부 준비하겠다면서.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자기가 너무 불편할 것 같대요. 공짜로 몸만 들어오는 게 부담스러운가 봐요. 처음엔 아니다 싶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까 차라리 그냥 맡겨두는 게 숙희한테도 오히려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하라고 했어요. 내가 잘못한 거예요?”
“아니. 뭐, 사정이 그렇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지. 근데 너 이번에 이사할 때 처음부터 숙희하고 같이 살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야?”
“그건 아닌데 어떻게 하다 보니깐 그렇게 됐어요. 숙희 얘기 들으니까 지금 사는 집이 너무 불편한 것 같더라구요. 어차피 집에 방도 남고 넓으니까 괜찮죠, 뭐.”

그때 막 서빙을 마치고 돌아온 소연이 호들갑스럽게 끼어들었다.

“어머, 언니! 앞으로 숙희 언니랑 함께 사는 거예요?”
“응.”
“공짜로?”
“그럼 월세라도 받을까?”
“와~ 좋겠다! 어떻게, 난 안 될까요?”

찬수가 말했다.

“또 까분다! 수정이 집이 무슨 레테 기숙사냐?”

소연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 수정이 소연에게 말했다.

“소연아. 집들이할 동안 너 혼자 레테 좀 지켜야겠다. 미안해. 대신 음식은 따로 싸다가 줄게.”
“네, 걱정 마세요.”

소연은 찬수가 건넨 커피를 들고 테이블로 향했다. 그때 찬수가 수정의 어깨 너머를 보고 말했다.

“어? 박 영감님 오셨다!”

수정이 돌아서자 막 박 영감과 용만이 카페에 들어서고 있었다. 수정은 주방 인터폰으로 2층 사무실의 선일에게 연락했다.

“박 영감님하고 용만 씨 오셨어요. 얼른 내려오세요.”

수정은 다시 숙희에게도 전화를 걸어 식사준비가 다 됐는지 체크했다. 잠시 후 부스스한 얼굴로 내려오는 선일을 보곤 박 영감이 혀를 차며 말했다.

“여태 잤냐?”
“그게, 어젯밤에 찾아온 영 하나가 절 붙잡고 밤새도록 괴롭히는 바람에 잠을 한잠도 못 잤거든요.”
“아니, 웬 영이 퇴마사를 괴롭혀?”

박 영감의 물음에 옆에 있던 수정이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생전에 장 법사님 학교 선생님이었다고 하던데요? 이번에 돌아가신 모양인데 영이 돼서도 학창시절 얘기를 늘어놓으며 어찌나 훈계를 하고 잔소리를 하시는지. 법사님이 학교 때 말썽을 꽤 많이 부렸나 보더라구요.”

선일이 난처한 듯 머리를 긁적이자 박 영감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마 그랬을 것이다.”

일행은 카페를 나서 바로 옆에 위치한 수정의 오피스텔로 향했다. 숙희가 문을 열어주었고 일행은 집 안으로 들어섰다. 거실에는 제법 근사한 저녁상이 차려져 있었다. 하지만 일행은 저녁상보다 멋진 집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가장 호들갑을 떤 사람은 역시 선일이었다.

“와! 차 작가, 진짜 부자였네? 이거 소설 인세 받아서 똑바로 배분 안 하고 몰래 딴 주머니 찬 거 아냐?”

일행 사이에서 왁자하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잔뜩 기대하고 있던 음식상에 대한 얘기가 없자 숙희는 한쪽에서 수줍게 고개만 숙이고 있다가 얼른 주방으로 숨어들었다. 이윽고 다들 식사를 시작했지만 아무도 그녀를 찾지 않았다. 숙희는 내내 우울한 기분으로 주방에 서 있다가 몰래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천장에 매달려 있던 이모가 얼른 내려와서 말했다.

“봤지? 원래 그런 거야. 네가 아무리 정성껏 상을 차려도 저들의 눈에는 차지도 않아. 수정인 널 가정부 정도로 밖에 생각 안 해. 이 집에 공짜로 머무는 대신 가정부 역할을 하길 원한다고. 정말 친구로 생각했다면 아무리 초라한 상이라도 당연히 사람들에게 네가 모든 식사준비를 했다고 인사를 시켰어야지.”

숙희가 힘없이 중얼거렸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하루 종일 얼마나 힘들게 준비했는데. 아니, 며칠 동안 인터넷으로 요리법 찾아가면서 연습까지 했어. 게다가 찬수 오빠도 온다고 해서 더 신경 써서 준비했단 말야. 누군가 한 사람쯤은 음식 맛있다고 한마디 정도 해줘야 하는 거 아냐?”

숙희는 침대에 웅크리고 앉아 고개를 양 무릎 사이에 파묻었다. 문 밖에선 연이어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숙희의 양어깨가 가늘게 들썩였다. 이모가 말했다.

“한심하게 지금 질질 짜는 거야? 그런 모습은 이숙희에게 어울리지 않아. 복수할 생각을 해야지. 네가 상처 입은 만큼 그들에게도 똑같이 되갚아줄 생각을 하란 말야. 왜? 퇴마사들이 무서워서 그래? 괜찮아. 난 무섭지 않아. 내 뒤에는 그들보다 훨씬 강한 존재들이 버티고 있거든. 언제든 때가 되면 그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거야. 그땐 저들 따위는…….”

숙희가 무릎에 고개를 묻은 채 소리쳤다.

“조용히 좀 해! 이모가 자꾸 옆에서 날 나쁜 애가 되도록 부추기잖아!”
“내가 언제? 난 객관적으로 말했을 뿐이야. 게다가 언제나 난 니 편이고. 예전에도 지금도 난 거의 유일한 니 편이라구!”

그때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이모는 얼른 다시 천장으로 기어 올라갔다.

“숙희야, 안에 있니?”

수정이었다. 숙희는 얼른 눈물을 훔치고 방문을 열었다. 수정이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

“너 왜 여기 혼자 있어? 같이 어울리지 않고.”
“난 괜찮아. 신경 쓰지 말고 가서 놀아.”
“무슨 소리야? 저렇게 힘들게 준비 다 해놓고.”

수정이 손을 잡아끌자 숙희는 마지 못하는 척 끌려 나갔다. 숙희가 나오자 뜻밖에도 사람들이 음식이 맛있다고 다들 한마디씩 했다. 숙희는 한 번도 사람들에게 음식을 대접할 기회도 없었거니와 그로 인한 칭찬도 받아본 적이 없어 금세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중에서도 숙희를 가장 행복하게 만든 건 찬수의 짧은 한마디였다.

“음식솜씨가 괜찮은 것 같아.”


다음 이야기
제4장 액귀 (7)

Posted by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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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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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런 경희씨에게 사고가 난거죠? 설마 악귀에게 죽음을 당한건... 안타까워요

  2. 임산부를 죽이면 안되죠

  3. 티엘린 2008/10/14 14:15

    덜덜덜... 점점더 무서워 집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