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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가> <모녀귀> <이프>로 유명한 이종호 작가의 호러 & 판타지 <귀신전>은 랜덤하우스코리아를 통해 출간 되었습니다. 익스트림무비에서는 작가분과 출판사와의 협의를 거쳐 독점 연재로 공개됩니다. 절대로 퍼가시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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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귀사리
제2장 액막이
제3장 뺑소니
제4장 액귀 (1)
제4장 액귀 (2)
제4장 액귀 (3)
제4장 액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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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액귀(縊鬼)



뜻밖에도 주인여자가 잡고 있던 경희의 손목을 놓고는 팔을 들어 올려 거실 쪽을 가리켰다. 마치 저 불결한 어둠속에 누가 있기라도 한 것처럼. 경희는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몸을 돌렸다. 안방 문틈으로 보이는 희미한 거실에는 어둠과 정적만이 감돌고 있었다. 경희가 긴장된 음성으로 물었다.

“거실이…… 왜요?”

여자가 뭔가 말을 하려는 것처럼 우물거렸지만 정작 그녀의 입 밖으로는 아무런 소리도 새나오지 않았다. 이번에는 여자의 동공이 빠르게 팽창하기 시작했다. 여자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숨이 막힐 것 같은 불안과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계속 이대로 있다간 미쳐버릴 것 같아 경희는 공포를 억누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실에 뭐가 있단 말인가. 그녀가 막 거실로 걸음을 옮기는 순간 그 소리가 들려왔다.

끼기긱…… 끼기긱…… 끼기긱…….

경희는 옅은 비명을 지르며 얼른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소리는 1층에서 듣던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크고 또렷했다. 게다가 소리가 전부가 아니었다. 거실에선 정말로 뭔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끼기긱’ 소리를 내며 느릿느릿 움직이는 뭔가의 기척이 분명하게 전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소리는 오래된 마룻바닥을 걷는 것처럼 불규칙하고, 또 음산하기 그지없었다. 공포에 질린 경희가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아, 아줌마. 밖에 누가 있어요?”

하지만 경희가 돌아봤을 때 어느새 여자는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 웃음인지 울음인지 모를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목구멍 아래서 금방이라도 비명과 울음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경희는 흐느낌에 가까운 소리로 여자에게 매달렸다.

“아줌마! 제발 그러지 말아요! 대체 무슨 일인지 얘기해줘요!”

경희가 거의 울먹이듯 속삭였지만 소용없었다. 여자는 뭔가에 잔뜩 겁을 먹은 것 같았고 이성의 끈을 놓은 사람 같았다. 여자에게 기대할 건 아무것도 없었다. 경희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거실로 나아갔다. 겁에 질린 다리가 마치 고무로 만든 것처럼 힘없이 휘청거렸다. 안방 입구에서 반쯤 열린 문틈으로 거실을 뚫어지게 노려봤다. 등 뒤 역광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혹시 여자의 남편은 아닐까. 경희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어둠을 향해 소리를 냈다.

“밖에…… 누구 있어요?”

순간 ‘끼기긱’ 하던 소리가 멎었다. 비명이 목구멍 아래까지 치고 올라와 튀어나가려고 아우성을 쳐댔다. 금방이라도 바로 눈앞 어둠속에서 끔찍한 뭔가가 불쑥 모습을 드러낼 것만 같았다. 만약 지금 밖으로 나가게 된다면 이대로 시집으로 달려 들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이 집엔 절대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머릿속은 어떻게든 이곳을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앞뒤 보지 말고 거실을 가로질러 현관문까지 달린 다음 그대로 문을 박차고 뛰쳐나갈까. 별 것 아닌 일에 자신이 과도하게 겁을 집어먹고 있는 건 아닐까.

경희는 뱃속의 아이를 생각하며 용기를 냈다. 1층 그들의 집엔 아기를 위한 예쁜 옷들과 앙증맞은 신발에 아기침대까지, 모든 물품을 미리 준비해놓았다. 그녀는 벌벌 떨리는 발을 거실로 내딛었다. 차츰 어둠이 눈에 익으면서 형체가 하나 둘 눈에 들어왔다. 그 어둠을 노려보던 경희의 동공이 있는 대로 커졌다. 컴컴한 어둠 속에 누군가 서 있었던 것이다. 여자의 남편이 자고 있다던 바로 그 건넌방 문 앞이었다.

경희는 얼어붙은 것처럼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 형체와 정면으로 눈이 마주친 것 같았던 것이다. 대체 저게 뭐람. 실루엣을 보니 사람 같았다. 그렇다면 혹시 주인여자의 남편이 아닐까. 경희는 여자에게 도움을 청하려고 뒤를 돌아보다가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주인여자는 이불을 아예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었던 것이다. 경희는 너무 무서웠지만 이성적으로 대처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어처구니없게도 자신의 심장박동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고 눈을 너무 크게 뜬 탓인지 물기가 배어나왔다.

‘대체 왜 저러고 서 있는 거지? 뭘 원하는 거야?’

온갖 불길한 상념들이 한꺼번에 머릿속으로 밀고 들어와 휘몰아쳤다.

‘아가야, 제발 엄마를 지켜다오! 틀림없이 아무 일도 아닐 거야. 그치? 이 한심한 엄마가 괜히 겁을 먹은 거지? 제발 그렇다고 대답해줘.’

무섭다고 이대로 계속 머물러 있을 수는 없었다. 경희는 어둠 속으로 걸어 나갔다. 그때까지도 남자는 꼼짝도 않고 경희를 지켜보며 서 있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남자 역시 어딘가 아픈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여자는 남편이 있는데도 자신을 부른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자 마음이 다소 진정되는 것 같았다.

경희는 스스로를 그렇게 설득시키며 여자의 남편에게 말을 걸었다. 실은 그렇게 얼른 말이라도 걸어야 두려움이 사라질 것 같았다.

“혹시 주인아저씨세요? 전…… 아래층에 새로 이사 온 사람인데 아줌마가 아프다고 전화를 해서 올라왔어요…… 그런데 어디가 아픈지 잘 모르겠어요.”

겁에 질린 탓에 중간 중간 말이 끊어지긴 했지만 가까스로 끝은 맺을 수 있었다. 그런데도 상대는 전혀 움직이지도, 대답을 하지도 않았다. 경희는 남자와 현관문을 번갈아보다가 간신히 말했다.

“불 좀 켤게요.”

경희는 조심스럽게 벽 쪽으로 움직였고 남자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치매에 걸린 노인일지도 몰라.’

경희는 벽을 더듬어 거실 형광등 스위치를 찾아 올렸다. 순간 눈이 부실 정도로 환한 빛이 쏟아져 내렸고 앞에 서 있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는 꾸부정한 자세로 서서 경희를 노려보고 서 있었다. 남자의 모습을 본 순간 경희의 동공은 더욱 부풀어 올랐다. 그녀의 입에서는 자신이 들어도 낯설 정도의 기이한 신음과 비명이 뒤섞여 흘러나왔다. 경희는 지금 자신이 악몽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다. 안 그래도 덜덜 떨리던 두 다리에 힘이 풀려 경희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꺽꺽거리는 소리를 냈다. 남자의 목에는 밧줄이 걸려 있었고 혀는 밖으로 밀려나와 아래로 축 늘어져 있었다. 남자가 부들부들 떨며 부자연스럽게 팔다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남자가 움직이자 현관 옆방에서부터 이어져 나온 목에 걸린 밧줄이 팽팽하게 당겨지며 다시 그 소름끼치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끼기긱…… 끼기긱…… 끼기긱…….

턱밑에까지 밀려나온 남자의 혀가 아직까지 살아 있는 것처럼 흐느적거렸다. 남자가 그 혀를 다시 집어삼키더니 탁한 동공을 이리저리 번득이며 우물거리는 것처럼 소리를 냈다.

“나……한……테…… 와…….”

경희는 미친 듯이 비명을 질러댔다. 남자는 경희를 향해 점점 더 다가왔다. 남자의 목에 걸린 밧줄이 점점 더 팽팽하게 당겨졌고 끼긱거리는 소리도 더욱 커졌다. 경희는 울부짖으며 미친 듯이 뒤로 기었다. 하지만 아무리 팔다리를 움직여도 진창 속에 있는 것처럼 몸의 움직임은 둔하기만 했다.

경희는 방향을 틀어 현관문을 향해 필사적으로 기었다. 남자도 흐느적거리며 그녀를 따라왔다. 눈물과 공포로 시야가 흐려졌다. 입에서는 신음인지 울음인지 모를 이상한 소리가 연신 새나왔다. 남자와의 거리는 1, 2미터 정도에 불과했다. 남자의 손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으려는 순간 경희는 현관문을 열어젖혔다. 싸늘한 밤기운이 얼굴에 와 닿자 퍼뜩 정신이 들며 기운이 났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몸을 일으킨 다음 부들부들 떨면서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계단 중간쯤에서 뒤를 돌아보자 남자가 바로 뒤에 있었다. 그의 목에는 여전히 밧줄이 걸려 있었고 그녀를 잡으려고 손을 뻗고 있었다.

경희는 마당에 내려선 후 거의 쓰러지듯 집으로 뛰어들어 자물쇠와 보조자물쇠까지 닫아걸고 나서야 뒤로 물러섰다. 공포로 인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녀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닥치는 대로 아무거나 집어 들었다. 들고 보니 화장품 병이었다. 그녀는 한 손에는 화장품 병을 움켜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핸드폰으로 한석의 번호를 미친 듯이 눌렀다. 단축번호가 아니었으면 번호조차 기억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참 신호가 가도 한석은 받지 않았다.

“제발…… 제발…….”

그야말로 몸이 사시나무처럼 부들부들 떨려왔다.

―여보세요? 어, 경희야. 왜?

그토록 기다리던 한석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경희는 마구 소리를 질러댔다.

“자기야, 얼른 집으로 와! 얼른! 2층에 괴물이 있어! 그게 곧 집으로 들어올지도 몰라. 목에는 밧줄을 걸었고 혀가 밖으로 늘어져서. 무서워 죽겠어, 제발!”

이성을 잃은 사람처럼 정신없이 울부짖었는데 정작 한석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한석이 전화에 대고 ‘여보세요.’만 외쳐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기이하게도 한석에겐 경희의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경희가 다시 울부짖었다.

“자기야! 내 말 안 들려? 제발! 나 너무 무서워서 죽을 것 같단 말야!”

그때 휴대폰에서 전혀 엉뚱한 음성이 들려왔다.

―색시, 나야. 문 좀 열어봐. 우리 남편이 할 말이 있대.

끔찍하게도 그건 2층 주인집여자 목소리였다.

“아악!”

경희가 휴대폰을 집어던지는 것과 거의 동시에 누군가가 쾅쾅쾅 문을 두드렸다. 경희는 다시 비명을 지르며 반사적으로 방범창이 쳐져 있는 창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늘어져 있는 기다란 밧줄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2층에서부터 내려온 밧줄이 1층까지 길게 이어져 있었던 것이다.

“가! 제발! 저리 가란 말야!”

울부짖었지만 소용없었다.

쾅! 쾅! 쾅!

문이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위태롭게 덜컹거렸다. 이상한 건 아무리 비명을 질러도 그녀를 구하러 오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었다.


다음 이야기
제4장 액귀 (6)

Posted by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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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루종일 다음얘기생각뿐.ㅠㅠ
    넘재미써용

  2. 넘 넘 기대됩니다. 일주일에 삼일은 기다림의 연속..^^

    다음편 기대학께요~

  3. 긴장감이 넘치네요. 아...두근두근

  4. 머임 저게? ............재밋나여? 난왜 아무런감이안와

  5. 너무 긴장되요 어떻하면 좋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