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에 대한 이해가 없는 무성의한 멜로
아내와 사별하고 은퇴를 앞둔 영문과 대학교수가 시인지망생인 제자 영조에게 자신이 소장했던 책 정리를, 꽃집 청년 윤수에게 부인이 아끼던 난과 얼마 전부터 키우기 시작한 고양이를 부탁하고 아들이 사는 미국으로 갑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도 모르면서 교수가 맡은 일을 하게 되고, 쪽지와 타이프라이터 메시지로 티격태격하다가 조금씩 가까워집니다. 그러는 동안 관객들은 젊은이들이 모르는 노부부의 뒷이야기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지요. 그 내용은 <키다리 아저씨>랑 좀 비슷합니다.
젊은이들 연애 이야기야 뻔한 것이고, 이 영화가 차별점으로 내세운 부분으로 넘어가봅니다. 그건 두 젊은이들이 책정리를 하고 고양이와 난초를 돌본다는 것입니다. 영화가 먹히려면 이 사건들이 현실성을 얻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요? 전 난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책에 대해서는 꽤 많이 알고 고양이에 대해서도 조금은 압니다. 그리고 제 지식에 따르면 고양이를 기르는 영문학과 노교수의 집에서는 <여름, 속삭임>에서 벌어지는 일은 절대로 일어날 수 없습니다.
우선 책을 봅시다. 전 분명히 책의 주인이 영문학자라고 말했습니다. 그런 직업을 가진 사람이 평생 동안 책을 모아왔다면 어떤 책이 쌓여있는지만 봐도 그 사람의 직업을 알 수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책은 그냥 헌책방에서 무더기로 가져온 것 같습니다. 클로즈업 신이나 책 제목이 언급되는 신에서도 나이 지긋한 영문학자의 직업적 개성을 찾을 수가 없어요. 종종 젊은 아이들이나 읽는 판타지 소설들이 발견되고 영어 로맨스 소설의 번역본들이 주인공인 척하고 등장하기도 하지요. 한마디로 영화 만드는 사람들이 책에 대해 전혀 관심도 없었고 알지도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 사람들에게 중요한 건 순전히 양이었던 거죠. 감독도 '이 많은 책들'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만 정작 책 내용에 대해서는 한 마디 말도 없더군요.
다음엔 고양이를 봅시다. 이 대학교수는 미국에 떠나면서 고양이를 그냥 집에 버려두고 갑니다. 책정리 하러 오는 제자에겐 고양이의 존재를 알리지도 않고요. 가끔 꽃집 총각이 와서 밥이나 주고 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여러분이 고양이를 기르지 않는다고 해도 이게 말도 안 되는 설정이라는 걸 아실 겁니다. 들어보니 감독은 고양이를 싫어한다더군요. 순전히 여자 주인공 영조의 고양이 알레르기를 자극하기 위해 넣었답니다.
이건 건너 뛰어도 되는 디테일이 아닙니다. 고양이와 난과 책을 제대로 다루지 않으면 영화의 이야기 전체가 허물어져 버리니까요. 그걸 무시해도 될만큼 영화가 로맨스를 정격으로 다루고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고양이, 난, 책은 이야기를 지탱해주는 기둥이고 이야기를 끌어올리는 계단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그 어느 것도 못합니다. 만드는 사람들이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타이프라이터나 아기 입양, 고학생 후원과 같은 영화의 다른 소재를 다루는 방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식이 부족하고 막연히 관념만 안고 있는 게 보여요.
이런 식으로는 아무리 이야기가 선의로 차 있고 배우들이 열심히 뛰어도 진실된 영화를 만들 수 없습니다. 영화가 늘 정확한 사실만을 말할 필요는 없고 영화쟁이들이 모든 걸 알아야 할 필요는 없지요. 하지만 중요한 소재를 골라잡았다면 거기에 대해 공부하고 최소한의 애정을 쏟는 정도의 성의는 보여야 합니다. 그건 관객들에 대한 예의입니다.
기타등등
서정적인 피아노 음악은 제발 좀 이제 그만 좀 썼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선택의 여지가 없어도 그냥 지겨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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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스틸컷 몇장 봤을 땐 참 느낌이 좋던 영화였는데..
근데 참 .. 이 영화평은 투덜거리는 부분을 제외하면, 무슨 옥에 티잡아서 비방하는걸로 밖에는 안보이네요.. 왜 놓쳐서는 안될 디테일인지 당췌 이해가..ㅎㅎㅎ;
항상 이런식의 리뷰긴 하지만 고양이 디테일은 무슨 말씀이신지요 ?
저도 고양이를 기르고 있고 아직 영화를 안봐서 왈가왈부하기는 좀 그렇지만 글 내용으로만 봐서는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네요...?
교수의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적은 듯 보이긴 합니다만 말이죠
풀어놓고 키우는 고양이의 경우에는 가끔 밥이나 주는 정도로도 그다지 문제가 안되거든요
고양이에 대해 정말 알기는 하시는지...
흠. . 여름, 속삭임은 어렵게 나온 저예산 영화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시사회에서 보고 왔는데. 영화의 소품이나 촬영등에서의 문제는 저 역시 보이더군요.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엉망인 영화는 아니라 생각하는데...전반적으로 잔잔한 저예산 영화로 볼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위 글쓰신분은 영화제 최우수작 정도 아니면 영화도 아닌 예의없고 생각없이 만드는 형편없는 영화라 생각하시는듯....그리고 저런 영화에 피아노가 아닌 ,전자기타로 헤비메탈이라도 틀어야 한답니까? )
또 시작이시군요.... 이젠 딱 봐도 듀나님인 줄 알겠네요.
나무에 들러붙은 진액이 눈에 너무 거슬려 숲은 커녕 나무조차 볼 생각 없는
디테일 집착증 화신이십니다...
것두 자기가 싫어하는 스타일의 영화에만 그렇죠.
아마 아무리 좋은 멜로 영화를 만들어도 님한테 칭찬 받긴 힘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