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주의를 부르짖는 허망한 스릴러
어느 날 갑자기, 평범한 사람에게 엄청난 위기가 닥쳐온다. 이유를 알 수도 없고, 누가 그랬는지도 알 수 없다. 뭔가 음모가 있다는 것은 눈치를 채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좀처럼 밝혀지지 않는다. 스릴러의 기본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흥미를 갖게 만드는 것이다. 주인공에게 어떤 상황들이 닥치는지, 대체 어떤 음모가 그에게 도래할 것인지를 궁금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글 아이>의 도입부는 훌륭하다. 평범한 청년 제리의 통장에 75만 달러가 입금되고, 배달된 택배상자에는 첨단무기와 폭탄 재료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걸려온 전화. ‘30초 후에 FBI가 들이닥칠 테니 도망치라’는 알 수 없는 여자의 목소리. 경고를 무시했던 제리는 FBI에 체포되지만, 다시 여자에게 전화가 걸려오고 지시대로 도망을 치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모든 것이 전화 속 여인의 지시대로 이루어진다. 전철에 올라타면 옆 자리의 남자 핸드폰에서 제리를 찾는 전화가 걸려오고, 거리의 전광판이 제리에게 명령을 내린다. 대체 제리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어떻게 될까? 너무나도 궁금해진다.
<이글 아이>의 전반부는 긴장감으로 오금이 저릴 정도다. 제리에게 지령을 내리는 집단이 누구이기에 그토록 완벽하게, 철저하게 미국의 사회 시스템을 자유자재로 조작할 수 있는 것일까? 그 궁금증 때문에, 다음 장면들이 보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그들의 정체, 아니 그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긴장감은 바닥으로 떨어진다. 너무나 엄청난 전반부의 설정들이 사실은 거의 앞뒤가 맞지 않는 억지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제작 스티븐 스필버그, 라는 문구도 별반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오히려 역효과를 끼친다. <이글 아이>의 캐릭터들은 모두 ‘가족’에 얽매여 있다. 부모와 형에 대한 반항, 자식에 대한 절대적인 애정 등 할리우드 영화에서 수없이 반복된 스테레오 타입을 그대로 전개하며 주인공들의 행동을 설명해준다. 모든 것은 가족의 복원을 통해서만 이루어지고, 조금 과장하자면 그것이 곧 국가의 평화이자 번영이라는 논리다. 스필버그 영화에서 치명적인 약점이었던 낭만적인 가족주의는 <이글 아이>에서도 그대로 전개된다.
알프레드 히치콕, 스탠리 큐브릭 등 거장들의 영화에서 빌려온 모티브와 장면들도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 하지만 필연성은 찾을 수 없다. 그저 여기저기서 인용하며 그럴 듯한 블록버스터를 꾸미는 데 낭비한다. <이글 아이>를 보고 있으면, 역으로 거장들의 영화가 얼마나 치밀하고 중요한 문제제기를 하는 걸작이었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2008/10/08 - [개봉작 / 예정작] - 이글 아이 - Eagle Eye (2008) by DJ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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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이글 아이 - 포스트 9.11 시대의 하이테크 히치콕 스릴러
Tracked from 페니웨이™의 In This Film 2008/10/10 10:41 삭제9.11 사태 이후 헐리웃 오락 영화의 소재는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 가장 두드러진 점은 '테러'에 대한 미국인의 공포와 또하나는 미국 패권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각, 혹은 정당성이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왠만큼 영화를 본다 하는 리뷰어들의 글에는 각 영화와 9.11의 연관성을 이끌어 내는 문장이 들어가 있기가 일쑤고 실제 그 영화가 그렇게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상당수 헐리웃 영화들은 9.11 사태의 트라우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에 놓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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