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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가> <모녀귀> <이프>로 유명한 이종호 작가의 호러 & 판타지 <귀신전>은 랜덤하우스코리아를 통해 출간 되었습니다. 익스트림무비에서는 작가분과 출판사와의 협의를 거쳐 독점 연재로 공개됩니다. 절대로 퍼가시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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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귀사리
제2장 액막이
제3장 뺑소니
제4장 액귀 (1)
제4장 액귀 (2)
제4장 액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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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액귀(縊鬼)



일단 경희는 주인집을 빠져나왔다. 바깥 공기를 맡게 되자 비로소 살 것 같았지만 앞으로 2년 가까운 시간을 이 집에서 살 생각을 하니 다시 가슴이 답답해지고 머리가 둥둥거렸다. 저런 이상한 사람들과 바로 아래위층에 살면서 예쁜 아이를 낳아 키워야 한다니. 맙소사.

경희는 바람이라도 쐴 겸 집을 나와 근처 슈퍼로 향했다. 저녁거리도 사야 했지만 혹시 집주인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을까 해서였다. 경희는 계산대 앞에 물건을 내려놓고 계산하는 주인에게 슬쩍 말을 걸었다.

“새로 이사 왔는데 이 동네는 무척 조용하네요?”

새로 이사 왔다는 말에 주인이 호감 어린 얼굴로 말했다.

“예, 조용해요. 살다 보면 아파트보다 이런 주택가가 훨씬 나아요. 아파트는 집값만 비싸고 답답하잖아요.”
“혹시 물건을 배달도 해주시나요?”
“예, 멀지 않으면. 집이 여기서 가까워요?”
“예, 조기 모퉁이 돌면 골목 안으로 들어간 집 있죠? 27번지.”

27번지라는 말에 슈퍼 주인의 표정이 싹 변하는 걸 경희는 놓치지 않았다.

“그 집으로…… 이사 왔어요?”
“네. 왜요?”
“그 집은 배달 못해요.”
“아니, 왜요? 먼 거리도 아닌데.”

주인여자가 조금 전과 달리 딱딱한 음성으로 말했다.

“아무튼 저흰 그 집엔 배달 안 해요.”

슈퍼주인의 완강한 태도에 경희는 적이 당황스러웠다. 그 집에 뭔가 안 좋은 일이 있다는 확신이 들자 마음에서 움트고 있던 꺼림칙한 예감까지 더해져 불안감이 커졌다.

“혹시 그 집에 대해서 아는 게 있으시면…….”
“아유, 난 몰라요!”

여자는 더 이상 말할 필요조차 없다는 듯 옆에 있던 솔을 들고 물건들에 쌓인 먼지를 탈탈 털어댔다. 경희는 슈퍼에서 쫓기듯 밀려나왔다. 불안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경희는 한석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한석이 오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당장 이사 가자고 할 작정이었다. 한석에게서 전화가 온 건 저녁 11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어쩌지? 아무래도 나 오늘 못 들어갈 것 같은데.
“뭐야? 그러면 난 어떡하라고?”
―미안해. 일이 밀려서 그런 걸 어떡해?
“무서워 죽겠단 말야!”
―어린애도 아니고, 무섭긴 뭐가 무섭다고 그러냐?
“내가 아까 슈퍼 가서 주인아줌마한테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이 집, 정말로 뭔가 있어. 이상하다구.”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오늘 밤에는 아무 일 없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문단속이나 잘 하고 자셔. 아무 일 없다고 내가 보증할 테니까. 혼자도 아니고 우리 아기하고 함께 있으면서. 자고 있으면 내가 아침 일찍 들어가서 다 해결해줄게. 알았지?

경희는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끊었다. 하긴 한석의 말대로 오늘 하룻밤인데 문단속만 잘 하고 있으면 무슨 일이야 생기겠는가. 그냥 기분일 뿐이다. 이제 곧 엄마가 될 텐데 이렇게 마음이 약해서 어떻게 아이를 낳고 키울 것인가. 무섭더라도 오늘 밤만 참으면 내일은 해결책이 생길 것이다. 게다가 뱃속의 아기가 의외로 든든한 힘이 되어주었다.

경희는 내일 한석이 들어오면 어떻게 얘기할지 이런저런 궁리에 빠져들었다. 만에 하나 전세금이 안 빠지면 다시 시댁으로 들어가 살 생각까지 했다. 경희는 몇 번씩 문단속을 한 후 침대에 누웠다.

밤이 깊어갈수록 시계 초침소리가 더 커지는 것 같았고 정신은 점점 더 또렷해졌다. 아무리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눈은 자연스럽게 시계 초침을 향했다. 새벽 1시가 가까워지면서 시계를 보는 횟수도 점점 늘어났다. 침대에서 일어나 텔레비전을 봐도, 책을 읽어도 그 무엇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1시가 되자 다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끼기긱…… 끼기긱…… 끼기긱…….

마치 한석이 없다는 걸 아는 것처럼 소리가 평소보다 커서 경희는 기절할 만큼 놀랐다. 누가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면, 어떻게 시간까지 맞춰 저렇게 정확하게 소리가 날까. 이불을 뒤집어써도, 귀를 틀어막아도 소리는 집요하게 들려왔다. 천장의 검은 부분도 어제보다 훨씬 짙어졌고 그 범위도 늘어난 것 같았다.

경희는 이불 속에서 눈만 내놓고 천장을 노려보았다. 핸드폰이 울린 건 그때였다. 경희는 당연히 한석의 전화라 생각하고 허겁지겁 전화를 받았다.

“자기야, 나 지금 무서워 죽겠어! 지금 또 소리가…….”

겁에 질려 말을 쏟아내던 경희는 문득 낯선 예감에 입을 다물었다. 상대방이 한석이었다면 지금쯤 무슨 말이든 했어야 한다. 전화를 건 상대는 색색거리며 위태로운 숨결만 흘려보내고 있었다.

“여, 여보세요?”

극도의 공포에 사로잡힌 경희가 간신히 소리를 내자 상대방이 들릴 듯 말 듯 아주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새댁 전화…… 아닌가?
“네?”
―여기…… 이층인데.

경희는 자기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으며 천장을 올려다봤다. 작지만 갈고리로 콕 찍는 것 같은 음성. 그저 그 기분 나쁜 얼굴과 불결하던 집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오싹한 소름이 돋았다. 시간은 새벽 1시하고도 20여 분을 지나고 있었다. 주인여자가 이런 시간에 대체 무슨 일로 전화를 건 것일까?

주인여자가 잠깐 뜸을 들이다가 속삭이듯 말했다.

―잠깐…… 올라와줄 수 있어?
“지, 지금요? 왜요?”
―내가…… 너무 많이 아파서…… 좀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여자의 목소리엔 쉽게 거절할 수 없는 끈적끈적한 집요함 같은 게 묻어났다. 언뜻 판단하기엔 그다지 절박한 상황인 것 같지도 않은데 굳이 이런 시간에 전화를 걸어 올라오라고 하다니. 차라리 119를 부르던가. 다른 사람의 입장이나 기분 따위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아프다는데 매정하게 거절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낮에 본 여자의 모습도 마음에 걸렸다. 어찌 되었든 무엇에 홀린 것처럼 퀭한 모습으로 앉아 있던 여자는 확실히 정상으로 보이진 않았다.

“알았어요. 지금 올라갈게요.”

경희는 핸드폰을 끊고 나서야 고개를 갸웃했다. 주인여자에겐 남편이 있는데 왜 자신에게 전화를 했을까. 경희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바깥에선 불빛조차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2층을 올려다봤다. 다시 그 끔찍한 악취가 나는 불결한 공간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니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차라리 무슨 핑계라도 대고 119를 불러주는 게 낫지 않을까?’

경희는 몇 번이나 망설인 끝에 내키지 않는 걸음을 계단에 올려놓았다. 2층에 올라섰을 때는 낮에 그랬던 것처럼 똑같이 문이 열려 있었다. 실내는 캄캄한 어둠에 싸여 있었고 악취도 여전했다. 다만 낮보다 어둠이 더 짙고 농밀해진 느낌이었다. 안방에서 흘러나온 빛 한 줄기가 간신히 그녀의 시야를 밝혀주었다.

“아주머니! 일층인데요. 들어가도 돼요?”

안에선 어떤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순간 이대로 달아나고픈 충동이 일었지만 혹시라도 정말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닐까하는 걱정이 들어 그럴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잔뜩 긴장한 채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섰다. 안방 문을 열자 여자는 뜻밖에도 낮에 봤던 그 자세 그대로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 경희가 조심스럽게 여자에게 다가가 물었다.

“아주머니! 괜찮으세요? 어디가 아프세요?”

하지만 여자의 시선은 경희를 보는 대신 멍하니 허공에만 매달려 있었다. 경희가 주인여자의 어깨를 흔들며 말했다.

“아주머니! 아주머니, 왜 그러세요?”

여자는 전혀 반응이 없었다. 동공은 초점 없이 풀어져 있었고 팔은 축 늘어져있었다. 경희는 여자가 의식이 없다고 판단하고 119에 전화를 걸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경희가 막 전화번호를 누르려는 순간 여자가 갑자기 팔을 뻗어 경희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경희가 ‘악’하고 비명을 지르며 핸드폰을 떨어트렸고 여자의 손을 뿌리치기 위해 미친 듯이 팔을 흔들어댔다.

하지만 갈고리를 연상시키는 여자의 가늘고 쭈글쭈글한 손은 경희의 손목을 점점 더 단단히 움켜잡았다. 여자의 탁한 동공이 천천히 경희를 향해 돌아왔다. 경희는 여자에게서 떨어지려 애를 썼지만 손목이 잡혀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여자의 불투명한 동공이 경희의 얼굴에서 그녀의 어깨 너머 거실 쪽으로 옮겨갔다. 경희가 공포에 질려 소리쳤다.

“대체 왜 이러세요!”


다음 이야기
제4장 액귀 (5)

Posted by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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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진짜재밌어요ㅠㅠ!!

  2. 다른 사람도 아닌 임산부를 ... ㅡ.ㅡ 우쒸 ㅋㅋ 잼있게 잘 읽었습니다.

  3. 아...갈수록 흥미진진...! 가슴이 조마조마 했어요~~~;;;

  4. 김여사 2008/10/09 17:46

    대체 이러세요??ㅋㅋㅋ '왜'가 빠졌네요..

    아주 긴장하며 읽다 맨아래서 풉 했어요...

    재미있게 아주 잘 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