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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 남성과의 독특한 삼각관계
노장 우디 알렌의 녹슬지 않은 재기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Vicky Cristina Barcelona)를 보고 나서, 나는 ‘역시 우디 알렌이군’이라고 되뇔 수밖에 없다. 아직도 우디 알렌은 자기만의 스타일로 영화를 찍고 있다. 그는 노인이지만 젊은 감성을 그대로 유지하는 놀라움을 보여준다. 과연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어쩌면 그렇게 사랑의 감정과 인간관계의 미묘함을 잘 묘사할 수 있을까? 그것도 그 우디 알렌 특유의 재미를 가미하면서.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할 수 없다.

영화는 바르셀로나에 미국인 두 여성, 비키(레베카 홀)와 크리스티나(스칼렛 요한슨)가 휴가 차 오는 것으로 시작한다. 영화는 시종일관 내레이션이 깔린다. 크리스토퍼 에반 웰치라는 배우가 맡은 내레이터는 독특한 느낌의 내레이션을 소화해낸다. 약간 영국식 억양이 가미된 것 같은 그 어조는 고전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영화는 아름다운 유럽의 도시에 여행을 온 미국인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것은 단순히 여행의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문화 사이의 만남을 의미한다. 어쩌면 그 말은, 이런 이야기가 미국의 어느 도시에서는 벌어지기 힘든 것이라는 의미를 갖기도 한다.

이 두 절친한 친구들은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대학원에서 카탈로니아 지방의 아이덴티티를 연구하는 그리고 가우디의 건축에 매료된 비키는 약혼을 한 상태이다. 잘 나가는 부자 약혼자를 둔 비키는 일단 다른 남자의 유혹을 거부하는 보수적인 성격의 소유자이다. 그런데 사랑에 관한 12분 분량의 단편영화를 찍은 크리스티나는 새로운 유혹에 몸을 던지는 성격이다. 이 두 사람에게 스페인 남자가 다가온다. 후안 안토니오(하비에 바르뎀)이라는 화가는 레스토랑에서 두 여자에게 다가가 오비에도라는 곳에 가서 좋은 와인과 함께 식사를 하자고 제안한다. 뿐만 아니라 두 여자에게 함께 섹스를 하자는 제의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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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당신이 여성이라면 이런 제의를 받았을 때 어떻게 반응하겠는가? 상대는 매력적인 스페인 남성이다. 당신은 멀리 여행을 왔고 그곳에는 아는 사람도 거의 없다. 그 스페인 남성은 예술을 하는 사람이고 신사적이며 로맨틱하다. 또 바르셀로나의 모든 곳은 낭만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고 모든 것이 예술품이다. 게다가 입에 착 달라붙은 와인까지 마시고 감미로운 기타 연주까지 들었다면? 과연 그 유혹을 거부할 수 있을 것인가?

영화는 이 두 뉴욕에서 온 미국인 여성과 스페인 남성 사이의 관계를 펼쳐 보인다. 그러나 다른 영화에서 보는 케케묵은 삼각관계를 생각하면, 그것은 우디 알렌 영화를 모르고 하는 소리가 된다. 여기에 후안 안토니오의 전부인 마리아 엘레나(페넬로페 크루즈)까지 등장한다. 마리아 엘레나는 자살 기도를 하고 전남편인 후안 안토니오는 그녀를 집으로 데려온다. 그런데 그 때는 후안 안토니오와 크리스티나는 이미 동거를 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제 한 남자와 두 여자의 동거가 시작된다. 이 세 사람의 관계에 대한 묘사는 흥미로우며 재미있다. 역시 화가인 마리아 엘레나는 처음에는 크리스티나에게 적대감을 보이지만, 크리스티나에게 사진 작업을 하라고 독려한다. 그리고 그 두 여성들은 섹스를 한다. 또 후안 안토니오와 두 여자는 같이 섹스를 하기도 한다. 그 세 사람은 매우 조화가 잘 된 관계를 정립하는 것이다. 크리스티나가 이혼한 두 남녀 사이에 끼어들자 오히려 그 두 사람의 관계가 안정을 찾는다. 정말 사람의 관계, 아니 남녀의 관계란 참 이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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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나의 행동을 비키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러나 마음 한켠에서는 친구를 부러워한다. 예술을 하지는 않지만 가우디의 건축을 공부한 그녀 역시 남편의 비즈니스 세계, 그리고 미국인들의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세계가 지루하다. 그렇다고 후안 안토니오의 세계로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 그렇지만 매혹적인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이런 망설임과 갈등, 또 일탈의 감행 등을 우디 알렌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아주 재치 있게 묘사한다. 스칼렛 요한슨과 레베카 홀, 하비에 바르뎀과 페넬로페 크루즈의 캐스팅은 아주 적절하고 그들은 우디 알렌의 영화에 훌륭하게 녹아들어간다. 영어와 스페인어 사이에서 일어나는 언어적 유희 역시 이 영화에서 즐길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무척 재미있다. 물론 전제가 있다. 그것은 우디 알렌의 세계 안의 재미이다. 만약 당신이 평소에 우디 알렌 영화를 즐기지 않았다면, 이 영화가 어떨지는 잘 판단이 서지 않는다. 또 사랑과 섹스에 대해 아주 보수적인 시각을 견지한다면, 이 영화가 그리 재미있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표현에 있어 이 영화가 막 나간다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한국에도 이 영화가 수입이 되었을 것이다. 이 영화가 개봉하면 꼭 이 영화를 놓치지 말 것을 당부 드린다. 이런 고급스런 코미디를 만나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아니 그리고 우디 알렌 영화를 외면하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 일인가? 

Posted by Ryu Sang 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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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yu Sang Wook 2008/10/07 11:07

    본문에서 이 영화 제목을 <Vicky Christina Barcelona>라고 했는데 <Vicky Cristina Barcelona>가 맞습니다. h가 빠져야 하네요. 죄송합니다. 그냥 크리스티라라는 이름에는 h가 들어간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되었네요....

  2. 바보초자아 2008/10/07 12:41

    스페인 너무 좋아요~ 가우디도 너무 좋아요.
    관심있는 몇몇 키워드만 나와도 영화에 대해 확 끌리게 되는군요..ㅋㅋ
    게다가 우디 알렌 감독의 영화라는거.

    사실 그 감독님 영화는 그리 많이 보진 않았지만(한 세편 본것 같네요...)
    그 독특하고 묘한 뭐시기...음...하여간 그런게 좋았는데.^^

    • Ryu Sang Wook 2008/10/07 17:24

      이 영화에 나오는 스페인 풍경은 너무 아름답습니다. 정말 가보고 싶을 정도로요....

  3. 우디 알렌이 뉴욕을 떠나네요 ㅎㅎ
    매치포인트만큼만 재미있으면 좋겠습니다~

    • Ryu Sang Wook 2008/10/07 17:25

      이제 우디 알렌은 유럽을 떠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는 파이낸싱이 안 되는 것 같은데, 우디 알렌은 뉴욕만큼 유럽이 잘 어울리기도 합니다.

  4. 꾸꾸블랑 2008/10/07 15:26

    남자주인공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그 사이코패스군요...ㄷㄷ
    얼굴로 봐선 잘 모르겠는데요..그 세련된 헤어스타일을 벗으니..ㅋ
    그리고 2:1의 ?는 ^_^멋진 영화 기대가 되는걸요..

    • Ryu Sang Wook 2008/10/07 17:26

      정말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하비에 바르뎀이 이상한 헤어스타일의 킬러로 나올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었죠. 이 영화에서 바람둥이 화가로 나오는데 역시 잘 어울립니다..

    • 하비에 바르뎀..너무 연기를 잘하는 배우죠
      씨 인사이드를 보시면 그의 연기에 매료되실꺼예요
      페넬로페 쿠루즈도 연기를 잘하죠
      스페인 배우들이 은근히 연기를 잘합니다

  5. 스칼렛 요한슨과 우디 알렌이 또 뭉쳤네요..
    거디가 페넬로페 크루즈까지 나오네요..

    • Ryu Sang Wook 2008/10/07 17:27

      우디 알렌과 스칼렛 요한슨이 다시 뭉쳤고, 하비에 바르뎀과 페넬로페 크루즈도 <하몽하몽> 이후 다시 뭉쳤죠. 특히 페넬로페 크루즈가 와일드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이 영화가 더 흥미로워졌습니다.

  6. 진짜 대단한 감독이긴 해요. 70을 훌쩍 넘긴 나이에 과거의 명성에 연연하지 않고 끊임없이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그래도 역시 우디 앨런 영화는 본인이 직접 출연해야 제 맛일텐데요~

    • Ryu Sang Wook 2008/10/08 01:29

      우디 알렌이 직접 연기를 하는 것도 좋기는 한데, 이번 영화에서 나올만한 배역은 없는 것 같구요. 이제는 연출만 하는 것도 괜찮을 듯 싶긴 해요. 워낙 이제 고령이라서요. 그래도 그 연세에 계속 자기 스타일과 감성을 유지하고 있는 게 감탄스럽죠.

  7. 정말 대단한 감독입니다.. 언제적 우디 알렌인데 지금도 이렇게 열정적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는지.. 그저 놀랍기만한... 국내 개봉은 힘들까요? 우디 알렌 영화를 극장에서 본게 있었던가 싶기도한데.. 비디오로만 접한것 같기도 하고.. 이번영화 극장에서 꼭 봤으면 좋겠습니다

    • Ryu Sang Wook 2008/10/08 01:30

      일단 출연진이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어서 수입 개봉이 되지 않을까 싶긴 한데요. 개봉하면 극장에서 꼭 보세요.

  8. 좋은 영화 소개글 잘 읽었습니다. 우디 알렌의 노익장! 정말 대단하네요.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더불어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나오는 걸까요.... 영화 꼭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