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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가> <모녀귀> <이프>로 유명한 이종호 작가의 호러 & 판타지 <귀신전>은 랜덤하우스코리아를 통해 출간 되었습니다. 익스트림무비에서는 작가분과 출판사와의 협의를 거쳐 독점 연재로 공개됩니다. 절대로 퍼가시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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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귀사리
제2장 액막이
제3장 뺑소니
제4장 액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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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액귀(縊鬼)




“자기야, 일어나봐!”

한석이 힘겹게 눈을 뜨고는 잠에 취한 목소리로 물었다.

“응? 왜 그래?”
“이상한 소리가 들려!”
“소리? 무슨 소리?”
“들어봐! 저 소리!”

한석은 반쯤 눈을 감은 채 인상을 찡그리고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들려?”

한석이 아직도 잠에 취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난 안 들리는데? 무슨 소리 말야?”

경희가 천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천장에서 나는 소리. 잘 들어봐. 이사 오고 새벽마다 계속 들려서 이젠 신경이 쓰여 잠을 하나도 못 자겠어.”

그제야 한석도 다시 눈을 비비고는 천장을 쳐다보았다. 기분 탓인지 경희의 눈에는 소리가 나는 천장의 중심부가 주변부에 비해 점점 검게 물들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끼기긱…… 끼기긱…… 끼기긱…….

소리는 사람의 신경을 긁는 것 같은 불편한 음색을 지니고 있었다. 한석이 한참 인상을 쓰고 귀를 기울이다 말했다.

“난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데?”

경희가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뾰족한 물건으로 바닥을 긁는 것 같은 소리, 저 소리가 안 들린단 말야?”

경희의 말에 한석이 대답했다.

“글쎄, 너무 졸려서 그런지 난 잘 모르겠다구. 그리고 이런 시간에 누가 일부러 그런 소리를 낼 리가 없잖아.”
“어떻게 저 소리가 안 들려? 난 신경이 쓰여 미칠 것 같은데. 처음엔 작은 소리였어. 그런데 신경을 써서 그런지 소리가 점점 더 커지는 것 같아. 나중엔 별의별 상상까지 다 들고, 이젠 낮에도 저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내 머릿속에서 끼기긱, 끼기긱, 하고 진짜 소리가 나는 것 같다니깐? 자기야, 나 진짜 노이로제 걸릴 것 같아.”
“그럼 올라가서 주인한테 얘기를 하지, 그래?”
“솔직히 주인집여자하고 마주치기가 싫어. 그 여자랑 마주하고 있으면 괜히 기분이 안 좋아. 자기, 봤어? 가까이서 보면 그 여자 눈에 초점이 없는 것 같은 게, 꼭 정신 나간 사람 같단 말야.”
“그래? 난 잘 모르겠던데. 너 이사하면서 피곤한 일이 많아 너무 예민해진 것 아냐?”

경희가 여전히 수심 가득한 얼굴로 천장을 바라보고 있자 한석이 다시 덧붙였다.

“아무튼 집주인인데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지. 앞으로 계속 부딪힐 텐데.”
“우리 이사 잘못 왔나봐. 사실 말은 안 했지만 처음에 이 집 보러 왔을 때부터 느낌이 너무 안 좋았단 말야.”
“그걸 왜 이제 얘기해? 그때 얘기했으면 계약 안 하고 다른 집 알아볼 수도 있었는데.”
“그땐 이렇게 심각한 상황이 될지는 생각도 안 했지. 또 간신히 허락받고 시댁에서 독립하기로 했는데 얼른 집 계약 안 하면 어머님, 아버님 마음 바뀌실까봐.”
“너도 참. 한 번 허락하셨으면 말 바꾸는 분들 아니셔. 아무튼 내가 보기엔 별문제 없는 것 같은데 네가 너무 예민하게 구는 것 같아. 아파트는 위층에서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소리에 진짜 잠도 못 자고 미친다고 하더라. 정 신경 쓰이면 주인한테 한번 얘기해보든지. 혹시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지도 모르잖아. 아무튼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얼른 자자! 뱃속에 있는 우리 아기 너무 힘들겠다. 어쩌면 임신 중이라 신경이 예민해져서 더 그럴 거야.”

경희는 생각할수록 속이 상했다. 그동안 시부모와 함께 살다가 조르고 졸라 간신히 독립했는데 하필이면 이런 집으로 들어오다니.

“할 수 없지, 뭐. 마주치기 싫어도 내일은 주인한테 얘기를 해봐야겠네.”
“그래, 일단 얘기를 해봐. 소리가 워낙 작아서 솔직히 난 일부러 들으려고 해도 잘 모르겠거든.”
“근데 천장에 있는 저 고리는 뭐 하는 걸까?”
경희의 말대로 천장에는 꽤 튼튼해 보이는 고리 같은 게 매달려 있었다.
“글쎄. 전에 살던 사람들이 샹들리에 같은 걸 매달았던 것 같은데?”
“그 사람들도 분위기 꽤나 잡았나보네. 방에 저런 걸 매달 정도면.”
“우리도 근사한 걸로 하나달까?”
“그거 달아서 뭐하려고? 둘이 와인 마시며 분위기라도 잡게?”
“그럼, 어때. 그동안 부모님 눈치 보느라 신혼분위기 하나도 못 냈잖아.”

한석이 스탠드를 끄고 팔베개를 해주며 말했다.

“알았어. 생각해보자. 헤헤. 일단 오늘은 내가 너 잠들 때까지 지켜줄 테니까 걱정 말고 자.”

한석의 튼튼한 팔에 머리를 묻자 언제 그랬냐는 듯 긴장이 풀리며 마음이 편해졌다. 한석이 경희의 배에 손을 올려놓고 말했다.

“아가야, 너네 엄마가 좀 유별나긴 해. 이렇게 간지럼도 많이 타고.”

한석이 배를 간질이자 경희가 몸을 비틀며 키득거렸다. 소리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경희는 금방 행복한 얼굴이 되어 한석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하지만 약속과 달리 한석은 경희가 잠들기도 전에 벌써 낮게 코를 골기 시작했다. 한석이 잠들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소리가 다시 들려오기 시작했다.

끼기긱…… 끼기긱…… 끼기긱…….


3

숙희는 새삼스런 기분으로 자신의 방을 둘러봤다. 그 흔한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한 대 없이 가구라곤 앉은뱅이책상 하나와 캐비닛 옷장이 전부인, 누우면 천장의 사각형이 한눈에 들어오고 숙희의 작은 키로도 머리와 발끝이 닿는 비좁고 답답한 방. 한낮에도 햇살 한줌이 들지 않아 늘 축축한 습기와 곰팡내가 배어 있는 지하의 어두운 방.

이 방에 들어앉아 있으면 절대로 즐거운 생각을 떠올릴 수가 없다. 원래 행복한 기억이라곤 없기도 하지만 하루 종일 방에 있다 보면 끊임없이 우울하고 짜증스러운 생각만 밀려들었다. 게다가 방에 있으면 전파도 차단이 되는지 그녀를 찾는 사람은 물론 그 흔한 스팸전화한통도 오지 않는다. 숙희는 매일 그렇게 세상으로부터 소외되고 멀어지는 끔찍한 기분을 견디며 하루를 시작하고 마친다. 숙희는 그 모든 우울한 일들이 이 진절머리 나는 방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다시는 이런 방에서 살지 않을 거야! 절대로!’

숙희는 다짐에 다짐을 하고는 들뜬 설렘 속에 부지런히 짐을 쌌다. 짐이라야 옷가지 몇 벌과 책 몇 권이 전부일 정도로 단출했다. 구질구질한 것들은 모두 버리고 갈 작정이다. 그런 멋진 집에 우울한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낡고 지저분한 물건을 가지고 가고 싶지 않다. 한 번 마음이 떠나자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밖에 들지 않았다.

숙희가 짐을 거의 챙겼을 때였다. 냉장고를 열었을 때처럼 등 뒤로 한기가 밀려왔다. 숙희는 마지막 짐을 챙겨 넣다 말고 멈칫했다. 기분이 너무 들뜬 탓에 ‘그것’의 존재를 깜빡한 것이다. 까칠하면서 축축한 머리카락이 등골을 타고 앞으로 넘어와 그녀의 목을 휘감았다. 긴장으로 몸이 뻣뻣하게 굳어졌다. 숙희가 불안하게 좌우로 동공을 굴리자 그녀의 머리 뒤쪽에서 또 하나의 얼굴이 나타났다. 아무런 표정도 없이 창백한 얼굴에 눈동자만 번들거리는 여자의 영. 숙희가 이모라고 부르는 영이었다. 물론 진짜 이모는 아니지만. 영이 탐색하는 것처럼 말했다.

“너, 무척 행복해 보인다?”

숙희가 영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들릴 듯 말 듯한, 그녀만의 주눅 든 목소리였다.

“난 행복하면 안 되는 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너도 당연히 행복할 권리가 있지.”
“그래, 나도 행복할 권리가 있어. 지금까지 충분히 불행했고 말할 수 없이 불쌍하게 살았어. 앞으로는 나도 남들처럼 행복한 꿈을 꾸며 살 거야. 더 이상 어둡고 외롭고 축축한 곳에서 웅크리지 않고, 밝고 활기차게 살 거라고. 과거의 내 삶은 잊고 싶어.”

숙희의 겨드랑이 사이로 영의 두 손이 기어들더니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숙희는 훅 하고 숨을 들이켰다. 영의 손은 멍든 것처럼 푸르스름했고 길게 손톱이 자라 있었다. 영이 말했다.

“예전엔 수정이 그 기집애가 싫다고 매일 저주하곤 했잖아! 넌 아무것도 못 가졌는데 그 기집앤 모든 걸 다 가졌다고. 세상은 절대 공평하지 않다고. 근데 이제 와서 그 기집애 집에 들어가서 그 기집애와 같이 산다고?”
“그땐 내가 몰라서 잘못 생각했던 거야. 수정인 좋은 애였어. 마음도 너무너무 착하고. 수정인 날 진정한 친구로 대해줬어. 나도 앞으론 수정일 진짜 좋은 친구로 생각할 거야. 지금껏 수정이처럼 내게 잘 대해준 친구는 아무도 없었어.”

순간 영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

“넌 확실히 속물 기질이 흘러넘치는데다 말로 다 하기 힘들 정도로 천박한 년이야. 하긴 날 때부터 천하게 났고 천하게 자랐으니 자존심 따위가 있을 리 없겠지.”
“이모가 어떻게 알아? 내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봤어? 우리 부모님이 어떤 삶인지 이모도 모르잖아.”
“안 봐도 그런 건 알 수 있어. 애를 낳자마자 버렸다면 뻔한 거 아냐?”

숙희가 노려보았지만 영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버림받았다가도 누가 조금만 잘 해주면 길거리에 개새끼처럼 금방 낑낑거리며 꼬리를 흔들어대지. 그런다고 니가 그년하고 잘 어울려서 살 수 있을 것 같아? 천하고 흉악한 니년의 기질을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 것 같냐고. 결국은 들통 나고 말걸? 그럼 수정인 뒤도 안 돌아보고 널 내쫓을 테지. 그땐 지금보다 몇 배는 더한 상처를 받게 될 거야. 두고 봐. 얼마 안 가서 넌 버림받을 테니까.”


다음 이야기
제4장 액귀 (3)

 

Posted by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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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숙희에게도영이..ㅠㅠ
    소름끼치네요!!
    다음편도기대할게요~~

  2. 숙희에게 음침한 무언가가 있다 싶었더니 조금씩 나타나내요...

  3. 나쁜 영... 숙희 뒤에서 저렇게 숙희를 조종하고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