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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가> <모녀귀> <이프>로 유명한 이종호 작가의 호러 & 판타지 <귀신전>은 랜덤하우스코리아를 통해 출간 되었습니다. 익스트림무비에서는 작가분과 출판사와의 협의를 거쳐 독점 연재로 공개됩니다. 절대로 퍼가시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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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귀사리
제2장 액막이
제3장 뺑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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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액귀(縊鬼)


1

책장 정리를 마치고 나자 이삿짐도 대충 자리를 잡은 것 같았다. 수정은 뒤로 물러나 《귀신전》이 꽂힌, 벽면 하나를 장식한 책장을 보며 흡족한 웃음을 지었다. 새로 이사한 집은 카페 ‘레테의 강’ 바로 옆에 위치한 주거용 오피스텔이었다. 꽤 고급스런 오피스텔이고 혼자 쓰기엔 다소 넓다 싶었지만 어릴 때부터 꿈꿔오던 집이라 욕심을 부린 것이다. 돌아가신 아빠가 남겨준 유산도 많았지만 소설 인세로도 꽤 많은 수입을 올려 경제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 수정은 허리를 펴고 기지개를 켠 후 주방으로 갔다. 숙희가 주방바닥에 엎드려 열심히 걸레질을 하는 중이었다.

“숙희야, 그냥 놔둬. 바닥 청소는 나 혼자 천천히 하면 돼!”
“괜찮아. 별로 힘들지도 않은데, 뭐.”

수정은 옆에 가 앉으며 숙희의 손을 잡고 말했다.

“됐어. 지금까지 도와준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워. 너 아니었으면 이거 다 정리하는 데 아마 일주일은 꼬박 걸렸을 거야. 아니, 내 성격상 한 달쯤 지나도 그대로일지 몰라. 넌 어쩜 그렇게 일을 잘 하니?”

숙희가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나 진짜 괜찮은데. 청소, 마저 하고 싶은데.”
“야, 니가 그러니까 앞으로는 미안해서라도 부탁 못하겠다.”

그 말에 숙희가 얼른 걸레를 내려놓더니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알았어. 그럼 안 할게. 그러니까 다음에도 내가 필요하면 망설이지 말고 불러줘.”
“그래, 알았어.”

그제야 숙희도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폈다. 그녀가 새삼스럽게 부러운 눈으로 집 안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 집은 내가 늘 꿈속에서 보던 집과 비슷해. 죽을 때까지 내가 이런 집에서 살 수 있을까? 아마 불가능하겠지?”
“불가능하긴 왜 불가능해? 너도 언젠간 이런 집에서 살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니가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괜히 미안해지잖아.”

그러자 숙희가 손사래를 치며 황급히 말했다.

“아냐! 그런 뜻이 아니라…… 난 단지 집주인하고 집이 너무 잘 어울려서 해본 소리야.”

수정도 웃으며 말했다.

“정말이지? 너무 좋은 집에 산다고 나 욕하는 거 아니지?”

숙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풀이 죽은 음성으로 말했다.

“솔직히 내가 주인이었다면 이 집도 지금처럼 멋져 보이지 않을 거야.”

그 말에 수정이 볼에 바람을 잔뜩 넣고는 숙희를 노려보다가 말했다.

“그런 소리가 어딨어? 니가 어때서? 착하고, 열심히 살고. 솔직히 나야 부모님 덕에 별다른 노력도 안 하고 편하게 잘 먹고 잘 살았지만, 넌 부모님도 없이 혼자 힘으로 대학까지 다니고 있잖아. 진짜 나 같으면 엄두도 못 낼 일이다. 내가 너 볼 때마다 얼마나 신기한지 알아? 저렇게 여린 성격으로 어떻게 그 어려운 시간들을 견뎌냈을까 싶은 거 있지.”

숙희의 볼이 금세 발갛게 상기되었다. 이상하게 수정은 그런 숙희의 수줍어하는 모습만 보면 마음이 안쓰러워져 뭐든 챙겨주고 싶고 잘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숙희가 들릴 듯 말 듯한 소리로 말했다.

“나, 생각보다 강해.”
“하긴 너 청소할 때 보면 그런 생각 들긴 하더라. 힘도 무지 좋은 것 같고.”

수정의 말에 둘은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잠시 후, 웃음이 잦아들고 어색한 침묵이 흐르자 숙희가 말했다.

“나, 그만 가볼게.”
“그래. 너무 고생했는데 이렇게 그냥 보내도 되나? 같이 저녁이라도 먹었으면 좋겠는데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런 소리하면 나 섭섭하다? 우린 친구잖아.”

말을 하는 숙희의 눈엔 간절하면서도 안타까운 염원 같은 게 담겨 있었다.

“그래, 미안해. 우린 친구니까.”
“고마워. 갈게.”

힘없이 말한 후 문을 열고 나가는 숙희의 퉁퉁한 뒷모습이 무척 초라하고 쓸쓸해 보였다. 수정이 알기로 숙희는 화장실도 없는 지하단칸방에 살고 있었다. 언젠가 숙희가 자신이 살고 있는 집에 대해 이런 식으로 말한 기억이 났다.

‘늘 어둡고 축축하게 습기가 들어차서 옷을 빨아 입어도 한 번도 뽀송뽀송한 느낌을 받은 적이 없어. 그래도 그것까진 참을 수 있는데 집 안에 화장실이 없어서 밖에 있는 공동화장실을 써야 하는데 그게 너무 끔찍하게 싫은 거야. 난 지금까지 한 번도 나만의 화장실을 가져본 적이 없어. 고아원에서는 늘 다른 아이들과 함께 써야했고 독립해서도 형편상 화장실이 있는 방을 얻을 수가 없었거든. 다른 때는 그래도 괜찮은데 겨울엔 그것 때문에 우울할 때가 많아. 영하의 날씨에 소변보러 옷을 잔뜩 껴입고 추운 바깥으로 나가야 하고 큰 거 볼 때는 엉덩이가 다 얼어붙거든. 엉덩이가 언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넌 죽어도 모를 거야! 엉덩이 까고 냉장고에 한 삼십 분쯤 넣어두면 조금 알 수 있을까?’

당시엔 얘기를 하는 숙희도 키득거렸고 수정도 함께 웃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하게 그 얘기가 자꾸 가슴속에서 되살아났다. 수정은 막 인사를 하고 문을 나서는 숙희를 불러 세웠다.

“숙희야!”
“응?”

숙희의 얼굴에 묘한 기대감이 떠올랐지만 수정은 그런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수정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너, 나하고 같이 살래?”

순간 숙희의 눈에서 반짝 하고 빛이 나는 것 같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 나하고 여기서 같이 살자고. 물론 너만 괜찮다면. 어차피 나 혼자 쓰기엔 너무 넓은 집이잖아.”
“너 지금 농담하는 거 아니지?”

수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숙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런 집에 같이 살려면 한 달에 방세를 얼마씩 내면 되는데? 이런 집에서 너하고 살 수만 있다면 정말 꿈같겠지만 너도 알다시피 내 형편이 그렇게 넉넉하지가 않거든.”

수정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바보같이 무슨 소리하는 거야. 설마 내가 너보고 돈 내라고 할까봐? 그냥 들어와서 살라구. 우린 친구잖아.”

순간 숙희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했다가 서서히 혈색이 돌아오더니 붉게 상기되었다. 어느새 숙희의 눈가엔 그렁그렁 눈물이 고여 있었고 이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너 뭐야? 우는 거야?”

수정의 말에 숙희는 와락 그녀를 껴안고 꿈결처럼 중얼거렸다.

“고마워, 수정아. 정말 고마워! 너처럼 예쁘고 잘나가는 애가 나같이 한심한 앨 진짜 친구로 대해주다니 믿을 수가 없어. 지금까지 너처럼 진심으로 날 대해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어. 내가 이런 멋진 집에서 너처럼 멋진 친구와 함께 살 수가 있다니. 세상에나! 나 지금 꿈꾸는 거 아니지?”

“그래, 꿈 아니야. 니 집이다 생각하고 같이 잘 지내보자.”

숙희가 고개를 들고 눈물이 번들거리는 얼굴로 말했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세상에 태어나서 지금처럼 기쁜 적은 없었어. 수정아! 나, 널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거야. 뭐든지!”


2

경희는 어둠 속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천장을 노려보았다. 소리는 일부러 신경 쓰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칠 정도로 작았지만 한 번 의식하면 결코 헤어날 수 없을 정도로 기괴하고 소름이 끼쳤다.

처음에는 하루 이틀 저러다 말겠지 했지만 새벽 1시경만 되면 소리는 어김없이 들려왔다. 이사 온 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일정한 시간에 소리가 들려오자 아무리 작은 소리라도 신경이 팽팽하게 곤두서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엔 그 시간이 되면 괜히 긴장하게 되고 귀를 기울이기까지 하는 것이다. 결국 경희는 스탠드를 켜고 곤히 잠든 한석을 흔들어 깨워야 했다. 어제 야근하고 오늘도 늦게 들어와 쓰러지듯 잠든 그를 깨우는 게 미안했지만 그냥 있다가는 자신이 이상해질 것만 같았다.


다음 이야기

귀신전 제4장 액귀 (2)

Posted by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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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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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숙희가 수정이에게 열등감도 느낄거 같아요. 수정이에게 잘해주다가 나중에 해를 입히는게 아닐지... 숙희...무언가 맘속에 감추고 있는 비밀이 많을거 같은 생각이 들어요 ^^

  2. 윗분말이맞아요!ㅋㅋ
    뭔가비밀스런.....앞으로정말기대되요!
    이번것두정말재밌을거같아요~~
    금요일까지어케참지ㅠㅠ?ㅋㅋㅋㅋ
    수고하세요!

  3.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숙희... 앙큼한 기집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