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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귀사리
제2장 액막이
제3장 뺑소니 (1)
제3장 뺑소니 (2)
제3장 뺑소니 (3)
제3장 뺑소니 (4)
제3장 뺑소니 (5)
제3장 뺑소니 (6)
제3장 뺑소니 (7)
제3장 뺑소니 (8)
제3장 뺑소니 (9)
제3장 뺑소니 (10)
제3장 뺑소니 (11)
제3장 뺑소니
형준은 남자가 노숙자라고 생각했다. 남루한 복장도 그렇지만 길가에 신문지를 깔고 아무렇게나 누워 있던 남자를 보았기 때문이다. 평소 같으면 금방 잊어버렸을 남자의 얼굴이 이상하게 뇌리에 강하게 남은 건 길바닥에 누워 형준을 쳐다보는 남자의 눈빛이 증오로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남자의 눈빛은 마치 ‘난 네가 한 일을 다 알고 있어.’라고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런 남자가 지금 형준의 뒤를 따라오고 있다. 물론 남자는 그를 따라오는 게 아닐 수도 있다. 그저 우연히 가는 방향이 같은 것일 수도. 그럼에도 형준은 남자가 자신을 쫓아오고 있다고 생각했다. 뒤를 돌아볼 때마다 남자가 그를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려보는 남자의 눈빛이 묘한 광기로 이글대고 있었다.
형준은 걷는 속도를 높여 인파들 사이를 빠르게 헤치고 나아갔다. 뒤를 돌아보자 남자와의 거리가 조금 벌어져 있었다. 마침 앞쪽에 파란 신호등이 깜빡거리자 그는 전속력으로 달려 간신히 횡단보도를 건넜다. 뒤쪽 사람들이 빨간 신호등 앞에서 멈춰서는 모습이 보였고 남자도 곧 신호등에 걸려 멈춰 서게 될 터였다.
형준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남자의 행동을 관찰했다. 남자는 전혀 서두르지 않았다. 같은 속도와 같은 몸짓으로 형준이 있는 쪽으로 꾸준히 걸어오기만 할 뿐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시선은 집요하게 형준을 향하고 있었다. 남자가 횡단보도 앞에 도착하는 걸 보고서 형준은 천천히 뒷걸음질을 치며 마음을 놓았다. 기분은 께름칙했지만 남자의 행동에서 딱히 위협을 느낄 만한 징후는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저 신호등은 신호가 꽤 긴 편이었다.
형준이 막 돌아서서 걸음을 옮기던 순간이었다. 차량들의 급정거소리와 사람들의 신음소리가 꽂히듯 등 뒤에서 날아들었다. 그는 반사적으로 돌아섰다. 그 남자, 그 노숙자가 빨간불인데도 서슴없이 횡단보도를 건너오고 있었다. 차량들은 연이어 아슬아슬하게 급정거를 했고 욕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하지만 남자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는 오직 형준만 쳐다보며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비로소 심장 한가운데 커다란 얼음덩어리 하나가 출렁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제 형준은 돌아서서 달리기 시작했다. 남자가 그를 따라오고 있다는 사실이 확실하게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는 대로를 피해 골목으로 내달렸다. 남자는 일찌감치 시야에서 멀어졌지만 멈추고 싶지 않았다. 그는 회사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계속 달렸다.
형준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간신히 회사 현관 안으로 들어섰을 때 휴대폰이 울렸다. 지영이었다. 그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며 전화를 받았다.
“어, 나야.”
―형준 씨, 지금 어디야?
“회사. 왜, 또 무슨 일 있어?”
―그런 형준 씨는 왜 그렇게 숨이 찬데?
“아니, 아무것도 아냐. 달리기를 좀 했더니.”
―형준 씨, 아직 아무 일 없는 거지?
“일은 무슨 일? 난 괜찮아. 왜?”
―그럼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내 말이 맞았어! 남편이 정말로 원혼이 돼서 나타났었어! 아깐 나한테 왔었고 아마 지금은 형준 씨한테 가고 있을 거야.
“지영아, 네가 자꾸 그러면…….”
―내 말 못 믿겠으면 잠깐 기다려봐. 지금 내 옆에 날 구해준 분들이 있으니까 바꿔줄게. 잠깐만!
“지영아, 잠깐만! 김지영!”
형준이 소리쳤지만 휴대폰에선 이내 낯선 남자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남자는 다짜고짜 이상한 얘기를 시작했다.
―박형준 씨? 저는 장선일 법사라고 합니다. 저는 영가를 천도하기도 하고 제령하기도 하는 퇴마삽니다. 물론 금방 믿긴 힘들겠지만 김지영 씨의 말은 전부 사실입니다. 저는 못 믿어도 김지영 씨는 믿죠? 지금 한상철의 원혼이 박형준 씨를 노리고 있어요.
“저기,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지영이 좀 바꿔주시겠습니까?”
―우선 제 말을 먼저 들으시고…….
형준은 서둘러 휴대폰을 끊었다. 친한 회사동료가 엘리베이터에 탔던 것이다.
“형준 씨, 무슨 땀을 그렇게 흘려?”
“아, 예. 달리기를 좀 했더니.”
엘리베이터가 열리기가 무섭게 형준은 서둘러 내려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가 다니는 회사는 통신회사라 영업에 관련된 일이 많고 각자 움직이는 근무환경 탓에 다들 자신의 일에만 몰두하는 분위기였다. 형준은 자신의 책상에 앉고 나서야 비로소 안정감을 느꼈고 방금 전의 통화내용을 차분하게 되씹어볼 수 있었다.
“퇴마사라고?”
형준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귀신 따위는 무섭지 않았다. 진정으로 무서운 건 사람이다. 아까 그 노숙자처럼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막장인생들.
오히려 걱정은 지영이었다. 그녀의 불안한 심리상태도 문제였지만 자신을 퇴마사라고 소개한 정체불명의 그 이상한 남자도 신경이 쓰였다. 혹시 경찰은 아닐까. 자신이 한상철을 죽였단 정황을 확보하고 그런 식으로 정체를 숨기고 의도적으로 접근한 건 아닐까.
한 번 그쪽으로 생각이 기울자 마음이 불안해서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그는 지영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에 전화를 걸었다. 두어 번 신호가 갔을 때였다. 사무실 문이 열리며 낯익은 얼굴이 들어섰다. 형준은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남자, 노숙자였다. 남자는 그 넓은 사무실을 한 번 두리번거리는 일도 없이 곧장 형준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남자와의 거리가 가까워졌을 때 형준은 그의 주머니가 칼이라도 들어 있는 것처럼 유난히 불룩 튀어나와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남자의 얼굴엔 그 어떤 감정도 드러나 있지 않았다. 남자에게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드는 건 오로지 증오로 가득한 눈빛뿐이었다. 남자가 손을 주머니에 넣고 뭔가를 꺼내려는 듯한 행동을 취했다. 순간적으로 주머니 속에서 서늘한 빛이 번뜩였다.
형준은 남자를 피해 뒷걸음질을 쳤다. 형준이 달아나자 남자는 주머니에서 잡았던 칼을 놓고 손을 뺐다. 남자는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형준은 사무실을 가로질러 밖으로 달려 나갔다. 남자도 형준을 따라 나왔다. 그는 결코 빨리 걷지 않았지만 최단거리로 정확하게 쫓아왔다. 형준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그냥 계단으로 달려 내려갔다. 8층이나 되는 비상계단을 정신없이 달려 내려가 막 1층에 도착해 비상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데 바로 앞 엘리베이터에서 남자가 튀어나왔다.
남자의 손에는 보기에도 무시무시한 칼이 들려 있었다. 그는 다짜고짜 형준의 안면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형준은 아슬아슬하게 남자의 칼을 피했고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는 미친 듯이 사람들을 밀치고 밖으로 달아났다. 마침 앞에 택시가 와서 멎자 형준은 허겁지겁 그걸 잡아탔다. 그는 지영의 집을 행선지로 말하고 뒤를 돌아봤다. 막 남자가 회사 밖으로 나와 그를 쳐다보는 모습이 보였다. 남자는 이전처럼 걸어서 그를 쫓아왔지만 빠르게 시야에서 멀어졌다.
형준은 비로소 고개를 돌리고 앞 의자 등받이에 머리를 묻었다. 심장은 아직도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요동을 치고 있었다. 기사가 그를 보고 말했다.
“뭐, 죄진 것 있습니까? 표정이 꼭 죄짓고 도망가는 사람 같네요?”
형준이 화들짝 놀라 쳐다보자 기사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아이고, 진담으로 들으셨나 보네? 농담입니다. 농담! 하하! 하도 두리번거리셔서 마누라라도 쫓아오나 싶어서요. 전 세상에서 마누라가 젤 무섭습디다. 전에 바람피우다 제대로 한번 걸렸거든요.”
형준은 눈을 감고 뒤에 머리를 기댔다. 모든 게 다 혼란스러웠다. 남자는 분명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 범행을 숨길 생각도 없어 보였다. 아까도 사람들이 여럿 있었는데 다짜고짜 칼을 휘둘렀다. 대체 그 남자는 누구일까. 왜 자신을 쫓아온 것일까. 게다가 회사는 어떻게 안 것일까. 직장까지 알고 있었다면 이건 계획된 범죄인 셈이다. 마음 같아선 당장 경찰에 신고하고 싶지만 문제는 노숙자 못지않게 피하고 싶은 게 경찰이란 점이었다.
머리가 아팠다. 뭔가 대책을 강구해야 했다. 남자가 회사까지 알고 있으니 앞으로 계속 피해 다닐 수만도 없는 노릇이었다. 일전에 지영과 해외 나가서 살자고 했던 얘기가 이젠 현실이 될 것 같았다. 차는 정체로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저게…… 뭐야?”
택시기사의 말에 형준은 눈을 뜨고 차창 밖을 내다봤다. 시커먼 뭔가가 마치 팔짝팔짝 뛰어오르는 것처럼 정체로 서 있는 차량들의 지붕 위를 건너뛰며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운전자나 사람들에겐 그게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시커먼 물체가 가까이 다가올수록 그게 사람을 닮았다는 기이한 생각이 들었다.
마침내 그것이 분명한 형체를 알아볼 정도로 가까이 다가왔을 때 형준은 지금 이것이 정말 현실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의 형상을 한 그것은 해골처럼 머리가 반질거렸고 눈엔 동공 대신 까만 어둠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것은 방금 전 지옥에서 뛰쳐나온 요괴 같은 모습으로 팔짝거리며 뛰어왔고 택시의 앞 유리창에 찰싹 달라붙었다. 그것이 안을 들여다보듯 얼굴을 유리에 밀착시키자 운전기사가 어떤 무서운 느낌을 받았는지 비명을 지르며 문을 열고 밖으로 달아났다.
형준도 달아나야겠다는 생각에 문을 열려는데 백미러로 그 노숙자가 칼을 들고 택시로 다가오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형준은 반대편 문을 열었다. 하지만 옆 차와의 거리가 거의 없어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택시의 전면유리에 달라붙어 있던 까만 눈구멍이 마치 유리를 녹이는 것처럼 그 끔찍한 얼굴을 안으로 들이밀었다.
형준은 꺽꺽거리며 신음을 흘렸다. 그 순간 뒷문이 열리더니 살기가 번득이는 칼을 앞세운 노숙자가 올라탔다. 노숙자가 형준을 보고는 중얼거렸다.
“내 마누라가 그렇게 좋았어?”
13
김지영과 함께 박형준의 회사를 찾아가던 선일 일행은 길 가운데서 까만 눈구멍이 움직이는 걸 발견했다. 눈구멍은 마치 재미난 장난을 하는 것처럼 정체된 차량들 위를 뛰어넘고 있었다. 선일과 용만, 숙희는 곧장 차에서 내려 눈구멍을 따라갔다. 분명 박형준이 근처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차량 운전자들이 신기해하는 표정으로 도로 위 차량 사이를 뛰어다니는 그들의 모습을 지켜봤다. 특히 사인검을 들고 뛰는 용만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개중에는 영화라도 찍는다고 생각했는지 경적을 울리며 응원까지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저기다!”
선일이 소리쳤다. 멀리 택시 위에 까만 눈구멍이 붙어 있었고 뒤쪽으로는 칼을 든 남자가 다가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칼을 들고 다가가는 남자의 모습에서 영적인 흔적이 어른거리고 있는 걸로 보아 빙의된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택시에서 운전기사가 뛰어나와 달아나는 모습이 보였다. 선일은 품에서 부적을 꺼내들며 소리쳤다.
“서둘러!”
용만이 선일보다 앞서 달렸다. 택시는 서서히 검은 기운에 물들기 시작했고 칼을 든 노숙자가 택시 안으로 뛰어드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제 택시는 완전히 시커먼 물체로 변해 있었다. 용만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달려가며 사인검을 꺼내들었다. 그가 막 택시에 도착해 검은 기운에 검을 내리꽂으려는 찰나였다. 택시 안에서 남자의 끔찍한 비명이 들려오는 것과 거의 동시에 마치 블랙홀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검은 기운이 순식간에 택시 안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용만은 검을 든 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뒤늦게 달려온 선일은 숨이 넘어갈 것처럼 헐떡이며 물었다.
“어……어떻게 된 거야?”
“모르겠어요. 갑자기 검은 기운이 걷히더니…….”
선일은 주위를 둘러보며 낮게 말했다.
“어서 그 칼부터 집어넣어!”
유리를 통해 택시 안이 보였다. 박형준은 이미 피투성이가 되어 축 늘어져 있었고 그 옆자리에선 노숙자가 마치 경기를 일으키는 것처럼 거품을 물고 몸을 뒤틀고 있었다. 주변에 있던 차에서 하나 둘 사람들이 내렸다. 그중 몇몇은 택시 안의 끔찍한 광경을 보곤 비명을 질렀다.
선일은 조심스럽게 차 문을 열었다. 피비린내가 얼굴로 확 끼얹어졌다. 그는 먼저 노숙자를 밖으로 끌어내 도로 위에 눕힌 다음 구급차를 부르라고 소리쳤다. 박형준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손을 대보니 이미 목숨이 끊어진 후였다. 그는 수인을 맺고 영사를 행했다. 그의 육신엔 영혼이 남아 있지 않았다.
뒤에서 김지영의 비명이 들려왔다. 그녀는 선일을 밀치고 택시 안으로 뛰어들어 형준의 시신을 붙잡고 울부짖었다. 멀리서 구급차와 경찰차의 사이렌소리가 들려왔고 누군가 뒤에서 선일을 붙잡았다. 경찰이었다. 그가 선일과 용만을 번갈아보며 말했다.
“경찰서까지 같이 가주셔야겠습니다.”
선일과 용만은 그 자리에서 곧장 경찰서로 연행되었고 그동안의 경위와 사정을 앵무새처럼 몇 번씩 반복해야 했다. 경찰은 특히 용만의 사인검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사인검은 사람을 베는 게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칼날이 무디었고 다행히 주변에 목격자가 많아 용의선상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다.
그러나 경찰은 두 사람을 잡아놓고 반복적으로 조사를 했다. 퇴마사란 직업과 박형준과의 관계가 석연치 않다는 점 때문이었다. 게다가 박형준이 한상철을 교통사고로 가장해 죽였다는 선일의 얘기도 사실관계를 파악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들을 경찰서에서 빼내준 건 홍동철 형사였다. 선일과 용만은 동철이 보증을 서고 나서야 간신히 풀려날 수 있었다. 그에겐 일전에도 한 번 신세를 진 적이 있었다.
경찰서 밖으로 나온 후 선일이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고맙습니다. 번번이 이렇게 신세를 지네요.”
동철은 선일의 감사인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냉랭하게 말했다.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저한테 고마워하지 마시고 제 부탁이나 잊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우리 공표, 그냥 평범한 사람으로 살게 내버려두세요.”
동철은 전에 도와줄 때도 같은 말을 했었다. 그것과 관련해 당시 둘은 커피숍에서 꽤 오랜 시간을 마주앉아 얘기를 나눴었다. 때문에 선일은 일전에 액막이 염체와의 싸움에 공표를 몰래 데려간 게 떠올라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동철이 말했다.
“전에도 말했지만 공표 엄마가 무녀였기 때문에 저도 힘들었고 공표도, 그 사람도 많이 힘들었습니다. 늘 악귀들에게 시달리는 그 사람을 보면서 내가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게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웠죠. 공표에게만은 그런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시겠지만 운명이란 게 사람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아뇨. 만약 전 공표의 앞날에 지 엄마와 같은 가혹한 운명이 기다린다면 어떻게든 막을 겁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선일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고 동철은 다시 경찰서로 들어갔다. 선일도 한때 영을 볼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원망한 적이 있고 어떻게든 그 운명을 피해보려고 발버둥친 적이 있다. 하지만 결국 그는 아내와 이혼했고 아이들과도 함께 할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자신 앞에 또 어떤 운명이 놓여 있을지는 그도 알 수가 없다. 운명은 운명일 뿐이다. 거기는 인간의 마음이 닿을 수 없는 영역이다. 어쩌면 동철도 이미 그걸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의 뒷모습이 유난히 휑해 보이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 1권 끝. 2권으로 이어집니다.
<귀신전> 1권을 마치며...
<귀신전>을 쓰며 가장 고민한 지점은 이미 출간된 퇴마소설과의 차별성이었습니다. 단순하게 주술과 부적으로 악귀를 물리치는 퇴마사의 이야기는 이제 흔하다 못해 감각적으로도 다소 뒤쳐진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렇다고 이 재미있는 소재를 언제까지나 모른 척 할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지금껏 무거운 주제의 정통공포소설만을 써왔지만 오싹하면서도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공포소설을 써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 그런 의도에 귀신과 퇴마사의 이야기만큼 적절한 소재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귀신의 세계는 언제나 신비로운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가장 두려운 동시에 궁금한 대상이기 때문이죠. 기존의 많은 퇴마소설이 환타지적인 세계관으로 일상을 배제시켰다면 <귀신전>의 배경과 이야기는 현대적이면서 현실적인 감각을 잃지 않는 이야기로 쓰려고 했습니다. 더불어 귀신과 퇴마사들 만의 이야기가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담고자 했습니다. 각 에피소드별로 악귀와 퇴마사의 대결을 기본 축으로 하고 있지만 퇴마사들과 그 주변 인물들의 인간적인 드라마 역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건 그 때문입니다.
<귀신전>에 나오는 퇴마사들은 때로 악귀와의 대결보다 일상에서의 인간적인 갈등과 절망으로 더욱 괴로워할 것이며 <뺑소니>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상철’처럼 악귀지만 거대한 악의 세력에 잡혀가 더욱 강력한 악귀로 변신해 다시 퇴마사들 앞에 등장하는 등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구성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아직 1편에서는 그러한 연결고리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무섭고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와 함께 안타깝게 얽히고설킨 인간적인 드라마가 계속 펼쳐질 것이니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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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다음도 기대할께요.
오늘도 감사히 보았습니다. 매번 재밌는 글 감사하구요 ^^
항상 잘보고있습니다. ^^
건필하세요 ^^
재밌게 잘봤습니다. 벌써 1권이 끝났네요.
감사합니다.
항상 잘 보고 잇습니다~너무 재미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