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지 않을 정도로 처절한 남미의 모습
이번 주 싱가포르에서는 브라질 영화 한 편이 개봉했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검색을 해보니 한국에서는 KBS를 통해 방영된 적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 소개된 제목은 <엘리트 스쿼드>이다. 싱가포르에서도 같은 제목으로 개봉되었다. <Elite Squad>로. 원제는 <Tropa de Elite>이다. 감독 이름은 Jose Padiha인데 한국의 어떤 사이트는 조제 파질랴로 표기했고, 다른 곳은 호세 파딜라로, 또 다른 곳은 호세 파디야로 되어 있다. 과연 어느 것이 맞는지 포르투갈어를 아시는 분이 알려주면 좋겠다. 이 영화는 베를린 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받았는데 당시 심사위원장은 코스타 가브라스였다고 한다. 과거 남미 독재정권을 소재로 한 <계엄령> 같은 영화를 만들었던 코스타 가브라스는 아마도 이 영화에 호감을 가졌던 것 같다. 이 영화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과연 그 정도인지는 모르겠다.
영화의 배경은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이다. <시티 오브 갓>이라는 영화도 그랬지만, 이 영화 역시 브라질이라는 나라의 이미지를 고정시킨다. 그것은 마약상이 들끓고 총기의 범람으로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는 나라라는 것이다. 과연 현실은 어떨지 알 수 없지만, 브라질의 슬럼가는 꽤 위험해 보인다. 아마도 남미에 가더라도 그런 곳은 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도시를 구성하는 데 있어 슬럼의 형성은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그 슬럼은 부자와 가난한 자를 분리시키는 정책의 산물이다. 아직 한국의 도시에 슬럼이 형성되었다는 말은 듣지 못한 것 같다. 그런데 지금 서울에서 벌어지는 뉴타운 정책은 가난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에서 원주민들을 쫓아내고 부자들을 살게 한다는 것이다. 쫓겨난 원주민들은 어디로 가게 될까? 자칫 서울에도 슬럼이 형성될 가능성은 없는가? 한국의 도시계획 담당자들은 필히 이 영화를 보아야 한다.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혼합한 스타일을 보여준다. 물론 이것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브라질에는 보페BOPE라는 특수경찰부대가 있다. 이 부대는 주로 슬럼가에서 마약을 팔고 있는 마약상을 상대한다. 마약상들 역시 자동화기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에 그 부대의 경찰들은 매우 위험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또 부패경찰들도 감시한다. 물론 보페에도 부패한 자들은 존재한다. 영화는 보페에 소속된 한 장교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된다. 그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임신한 아내와 관계에도 문제가 생긴다. 그는 보페를 떠나려 하지만 그것은 쉽지 않다. 그 보페의 대원들은 마약상들을 무자비하게 다룬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법절차는 아예 무시된다. 한마디로 경찰과 마약상들은 전쟁을 벌인다. 리우데자네이루의 슬럼가에서는 시가전을 방불케 하는 전투가 벌어진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혹시 브라질에 대해서 잘 아는 분이 계시면 진실을 알려주길 바란다.
이 영화에서 카메라는 쉬지 않고 움직이고 강렬한 비트의 음악이 흐른다. 그래서 좀 정신이 없다. 보페 내부와 더불어 이 영화에는 대학 캠퍼스가 등장한다. 앙드레라는 흑인경찰이 변호사가 되기 위해 법대에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와 그의 급우들은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을 놓고 토론을 벌인다. 그들은 경찰의 폭력에 대해 토론을 하는데 당연히 대학생들은 경찰의 폭력에 적대감을 드러낸다. 이 영화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그 전쟁의 원인이나 그 전쟁의 발생을 막기 위한 처방을 내놓지 않는다.
하긴 그것의 근원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아니 그럴 겨를이 없다. 또 아무도 그런 것에는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실천에 옮길 사회적 세력이 존재할지도 의문이다. 마약상은 마약을 팔 뿐이고 경찰들은 그들을 찾아 죽인다. 대학생들은 법에 대해 토론을 하고 슬럼가에 찾아가 NGO활동을 하기도 하지만 그들 역시 마약을 한다. 경찰들은 동료가 죽으면 이성을 잃고 새로운 전쟁을 시작한다. 거기에 이성적인 판단을 끼어들 틈이 없다.
빈부격차가 가져올 끔찍한 결과
그렇게 일단 사회가 망가지면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 많은 학자들이 한국사회 앞에 놓인 모델들을 이야기한다. 지금의 정부와 여당은 아마도 미국 모델을 선호하는 것 같다. 지금의 정부와 여당이 우파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프랑스 혹은 북유럽 모델이 좋다고 말하는 것 같다. 그런데 자칫 잘못하면 남미 모델로 빠질 수도 있다고 어떤 이들은 경고한다.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부자와 가난한 자들이 분리되면 그렇게 될 수 있다. 이 영화 역시 그런 계급적 격차에 대한 발언을 한다. 부자들은 가난한 자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다만 약간의 자선을 보이려고 할 뿐이다. 부자들이 계속 부자이고 가난한 자들이 계속 가난하려면, 지금의 체제가 유지되어야 한다. 그 체제를 유지하는 데는 비용이 든다. 그 비용을 가난한 자들이 부담할 수는 없다. 그들은 돈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자들은 그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려고 한다. 정부가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는 것은 이런 욕구를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 될 수 있다.
이 영화는 정말 끔찍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한 구석에서 경찰과 마약상들이 자동소총으로 총격전을 하는 것을 상상해보라. 그런 도시에서 살 수 있겠는가? 가난한 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면 그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는 누구든 총에 맞아 죽을 수 있는 비극이 될 뿐이다. 한국 사회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미국인가, 북유럽인가, 아니면 남미인가? 브라질 영화 한 편을 보고 너무 많은 비약적 상상을 했다. 이것도 일종의 병이다. 하긴 예술의 본질은 질병학적인 것이다. 그러니 예술작품의 감상도 그런 것 아니겠는가.
'기획 / 특집 >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환상문학을 옹호하다 (9) | 2008/10/13 |
|---|---|
| 코엔 형제의 부담 없는 신작 '번 애프터 리딩' (14) | 2008/10/13 |
| 우디 알렌의 신작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 (18) | 2008/10/07 |
| 에릭 쿠의 신작 '마이 매직' (7) | 2008/10/02 |
| 인터넷 시대의 영화평론 (28) | 2008/09/30 |
| 브라질 빈민가에서의 전쟁 '엘리트 스쿼드' (5) | 2008/09/28 |
| 명탐정 긴다이치 시리즈 - 영화와 소설 비교 (2) (2) | 2008/09/18 |
| 마티유 카소비츠의 졸작 '바빌론 A.D.' (10) | 2008/09/15 |
| 니콜라스 케이지의 신작 '방콕 데인저러스' (10) | 2008/09/10 |
| 명탐정 긴다이치 시리즈 - 영화와 소설 비교 (1) (3) | 2008/09/08 |
| 일본 추리소설의 거장 요코미조 세이시 (2) | 2008/09/08 |
|
익스트림무비 추천 도서 |
|
| 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
|


댓글을 달아 주세요
우리나라도 총기수입됐으면 벌써 저런꼴 났을듯
맞습니다. 총기규제는 정말 절실히 필요하죠. 브라질이나 미국처럼 언제 총에 맞아 죽을지 모른다면 살 수 없겠죠.
호세 파디야가 포르투갈어로는 맞습니다^^
이런내용 참......영화라는 힘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네요
그렇군요. 고맙습니다. 항상 외국어 표기는 어려운데 다음에도 도와주세요..
잘 읽었습니다.
저는 브라질 상파울로에 사는 교민입니다. ^^
JOSE PADILHA 는 굳이 소리나는 데로 표현하자면 "조세 파딜랴"라도 옮기는게 가장 좋을것 같네요.
위에 zizi 님이 말씀하신 "호세 파디야"는 스페인어식 발음입니다.
스페인어와 포어는 같은 라틴계열이며 발음이 비슷하지만 다른 부분도 많습니다.
BOPE는 BATALHÃO DE OPERAÇÕES POLICIAIS ESPECIAIS 의 약자로 "보피"로 발음하는것이 적당합니다. "바딸령 지 오페라성에스 폴리시아이스 에스페시아이스" 로 발음하구요.
굳이 해석하자면 경찰 특수작전 부대 입니다.
주로 마약, 인신매매, 인질극, 테러등 우리나라 경찰특공대 정도가 맡는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입니다. 이상이구요...
제가 티스토리에 블로그를 준비중입니다.
언제든 포어나 브라질, 남미소식이 궁금하시면 들러주세요.
그럼 늘 좋은 포스팅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