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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가> <모녀귀> <이프>로 유명한 이종호 작가의 호러 & 판타지 <귀신전>은 7월 21일 랜덤하우스코리아에서 출간 되었습니다(2권은 8월 27일부터 출간). 익스트림무비에서는 작가분과 출판사와의 협의를 거쳐 독점 연재로 공개됩니다. 절대로 퍼가시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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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귀사리
제2장 액막이
제3장 뺑소니 (1)
제3장 뺑소니 (2)
제3장 뺑소니 (3)
제3장 뺑소니 (4)
제3장 뺑소니 (5)
제3장 뺑소니 (6)
제3장 뺑소니 (7)
제3장 뺑소니 (8)
제3장 뺑소니 (9)
제3장 뺑소니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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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뺑소니


묘화가 성훈에게 말했다.

“아까 누나가 하는 거 봤지? 자, 해봐.”

공표는 자신에게 안겨 있는 인하가 가볍고 부드러운 깃털로 만든 사람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잠시 후 인하가 꿈틀 하고 움직이더니 스스로 몸을 세웠다. 놀란 공표가 얼른 떨어지자 인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곤 이내 인하의 이모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인하가, 아니 성훈이 불안한 음성으로 말했다.

“엄마!”

인하의 이모가 화들짝 놀라며 돌아섰다. 공표가 얼른 말했다.

“지금 인하의 몸에 성훈이의 영이 들어가 있습니다. 시간이 얼마 없으니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를 나누세요.”

인하의 이모는 신음과 함께 양손을 입으로 가져가더니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너…… 성훈이니?”

그녀의 말에 인하가 쭈뼛거리며 다가서더니 와락 안기며 어린아이처럼 울기 시작했다.

“왜 이제 왔어! 혼자 얼마나 무서웠는지 알아? 저번에도 엄마 보고 막 소리 지르고 불렀는데 날 버리고 그냥 가버렸단 말이야. 난 엄마가 날 잊어버린 줄 알았어. 왜 날 못 알아봐?”
“미안해, 성훈아. 엄마가 왜 성훈이를 버려? 엄마가 잘못했어. 미안해! 정말 미안해!”

인하의 이모도 오열하기 시작했다. 공표가 마음이 아파 차마 보지 못하고 돌아서자 묘화도 덩달아 훌쩍이며 말했다.

“우리 엄마, 아빠도 저렇게 날 그리워하며 찾고 있을 텐데.”

서로 부둥켜안고 울던 성훈 모자의 울음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가 공표가 다가서서 말했다.

“별로 시간이 없습니다. 이제 성훈이는 갈 길을 가야 해요.”

성훈이 말했다.

“엄마, 이젠 괜찮아. 나도 엄마하고 살고 싶지만 이젠 가야 하는 거 알아. 가슴이 무지 답답했는데 이젠 후련해져서 몸이 가벼워졌어. 하늘나라로 올라갈 준비가 된 것 같아.”
“성훈아, 엄마 지금 너하고 같이 갈까?”

공표는 은근히 긴장했지만 다행히 성훈이 이렇게 말했다.

“그러지 마, 엄마. 나 이제 괜찮다니까. 무섭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아. 마음이 가벼워져서 가만있어도 저절로 하늘로 날아올라갈 것만 같아.”
“정말? 우리 성훈이 혼자 괜찮겠어?”
“응. 날 기다리는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이젠 알 것 같아. 나 혼자 아니야. 이젠 정말 가야 할 것 같아. 엄마, 사랑해!”

인하 이모가 인하를 더욱 끌어안으며 말했다.

“성훈아, 엄마도 사랑해! 하늘나라 가더라도 엄마 얼굴 절대 잊으면 안 돼. 엄마가 꼭 너 찾아갈 테니까. 알았지?”

하지만 성훈은, 아니 인하는 대답하지 못하고 몸을 축 늘어트렸다. 공표는 얼른 인하를 붙잡았다. 인하의 이모는 그제야 성훈의 영혼이 인하의 몸을 떠났다는 걸 깨달았다. 인하의 이모가 하늘을 보며 소리쳤다.

“성훈아! 엄마는 성훈이 잊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성훈이도 엄마 잊지 마! 그래서 우리 꼭 다시 만나! 알았지?”

공표는 흐릿한 영의 형체가 풍선처럼 둥실둥실 하늘로 올라가다가 이윽고 연기처럼 사라지는 모습을 황홀하게 지켜보았다.


11

김지영은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은 표정으로 겁에 질린 채 입을 꽉 다물고 있었다. 선일은 그녀가 어떤 중요한 사실을 숨기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걸 알아야만 이 일을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 같았기에 선일이 다그치듯 물었다.

“무슨 일인지 얘기를 해야지, 안 그러면 악귀가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몰라요! 아까 당신의 목을 비틀고 있던 원한령이 당신 남편 한상철 씨 맞죠?”

김지영은 두려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녀는 더 이상 입을 열 생각이 없는 듯했다.

“김지영 씨가 정 말을 하지 않겠다면 저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건 알아야 해요. 어떻게 된 영문인진 모르겠지만 당신 남편 한상철은 이제 보통의 잡귀가 아닙니다. 남편의 원혼은 이미 병원의 직원을 둘이나 죽였기 때문에 반드시 죄악과 업장을 소멸시켜 천도시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끔찍한 악귀가 되어 이승을 떠돌며 사람들을 죽이고 악행을 저지를 겁니다. 그리고 남편의 원한령은 김지영 씨를 절대로…….”

그때 김지영이 비명을 지르며 소리쳤다.

“그만! 제발 그만 해요! 그만!”

그녀가 몸을 떨며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아마도 속에 차곡차곡 쌓였던 공포와 죄책감이 한꺼번에 폭발한 것 같았다. 선일은 김지영이 충분히 감정을 쏟아낼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선일은 한상철의 영을 처음 봤을 때 원한령이란 걸 알았다. 원한이 얼마나 강한지 그 이글거리는 분노가 선일에게도 전해질 정도였다. 그건 그로 하여금 김지영이 그녀의 남편에게 못할 짓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게 만들었다. 마침내 김지영이 입을 열었다.

“남편에겐 의처증이 있었어요!”

그녀는 옷을 걷어붙이고 팔을 보여주었다. 가느다란 팔에는 아직도 퍼렇게 멍든 자국이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처음엔 그렇게 심하지 않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견디기 힘들 정도로 점점 의심과 집착이 강해졌어요. 처음엔 말로 다그쳤는데 어느 순간부터 절 때리기 시작하더라구요. 때리고 난 다음에는 언제나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고 제 환심을 사기 위해 선물공세까지 하더군요. 하지만 폭력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심해졌고 그대로 있다간 제가 죽을 것 같았어요.”
“왜 이혼하지 않았죠?”
“무서웠어요. 그 사람은 집착이 너무 강해서 절대로 절 놓아줄 사람이 아니거든요. 일전에 한번 이혼 얘기를 꺼냈더니 만약 그런 일이 생기면 저는 물론 저희 친정 식구들까지 모두 죽여 버리겠다고 했어요. 아마도 그 사람이라면 충분히 그런 짓을 저질렀을 거예요.”
“그래서요?”
“하루하루가 공포였고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어요. 그러던 차에 길에서 우연히 아는 남자를 만났어요. 이형준이라고, 실은 대학교 때 캠퍼스커플로 결혼까지 생각했었던 남자였죠. 그 사람도 얼마 전 이혼을 해서 외로운 입장이었고 절 못 잊고 있었더라구요. 우린 남편 몰래 만나기 시작했어요. 적어도 그때부터 남편의 의심은 의처증이 아니었던 셈이죠. 그러다가 그날, 바로 남편이 죽은 날이죠, 남편이 우리가 만난다는 걸 안 거예요. 고수부지에서 만나 함께 차 안에 있는데 남편한테 전화가 왔어요. 그때 그 목소리가 얼마나 섬뜩하던지. 우리 둘 다 배를 갈라버리겠다고…… 그런데 창밖을 보니 남편이 칼을 들고 바로 차 옆에 와 있더라구요! 아마 그때 형준 씨가 차 문을 잠그지 않았으면 남편 대신 저와 형준 씨가 죽었을 거예요.”

말없이 듣고 있던 용만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네, 뺑소니 사고를 가장해 남편을 죽인 사람이 바로 형준 씨였어요. 처음엔 죽일 생각이 없었어요. 차를 몰고 무작정 도망을 가는데 이대로 집에 들어가면 어차피 무슨 일이 날 것 같더라구요. 그 얘길 했더니 형준 씨가…….”

김지영이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끼며 말했다.

“정말 착한 사람인데 저 때문에…….”

선일이 냉정한 음성으로 말했다.

“지금 그렇게 울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김지영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 사람한테 당장 전화 걸어요!”
“예?”
“형준이란 사람한테 어서 전화하라구요! 남편의 원혼이 김지영 씨 다음으로 찾아갈 사람이 누구일 것 같습니까?”

순간 지영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12

살다보면 이유 없이 등이 시리고 무턱대고 불길한 예감이 드는 날이 있다. 그렇다고 딱히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 아니지만 그런 날은 아무래도 매사에 조심스러워진다. 물론 지금껏 한 번도 그런 예감이 맞아떨어진 적이 없으니 그저 기분에 불과했다고 웃으며 넘겨버렸지만 진실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조금이라도 조심을 했던 탓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불운이 빗겨간 것일 수도 있으니까.

오늘 형준이 그랬다. 하루 종일 등골이 시리고 불길한 예감이 주변을 떠나지 않았다. 아침부터 지영이 이상한 소리를 했던 때문인지도 몰랐다. 어쨌든 형준은 오늘 모든 행동이 조심스러웠다. 이전처럼 오늘도 아무 일 없이 지나가길 바랐고 그저 기분 탓이었다고 나중에 히죽 웃을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런데 께름칙한 건 오늘의 이 느낌은 이전의 막연히 불안하던 느낌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었다. 불안감의 원인은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었고 금방이라도 잡힐 것처럼 의식의 표면을 둥둥 떠다녔다. 그가 사람을 죽였기 때문이다. 형준은 김지영의 남편 한상철을 죽였다. 아무리 한상철이 용서받을 수 없는 악인이었다고, 그를 죽이지 않았다면 지영과 자신이 죽었을 것이라고 합리화를 시켜도 살인은 그것과 별개의 문제다.

형준은 어떤 예감에 다시 흘끗 뒤를 돌아봤다. 적지 않은 인파가 거리에 넘쳐나고 있음에도 유독 한 사람의 얼굴만 시야에 들어왔다. 까닭모를 불안감에 뒤를 돌아본 게 벌써 세 번째였는데 그때마다 저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 계속됩니다.

Posted by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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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루비댄군 2008/09/26 10:44

    오오오
    형준이한테 가는 원한령을 잡는 에피소드가 나오겠군요 ㅎㅎㅎㅎ
    성훈이랑 인하라인도 연결이 될것 같은데 ㅋㅋㅋㅋㅋㅋ

  2. 담편엔 왠지 형준이가 큰일을 당할거 같은 예감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