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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뺑소니
인하가 열심히 공표의 영능력에 대해 설명을 했지만 정작 이모는 그다지 주의해 듣는 것 같지 않았다. 인하의 말로는 그동안 무당을 불러서 굿도 많이 했는데 아무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아직 묘화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혹시 텔레파시를 받지 못한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될 즈음 바로 등 뒤에서 한기가 느껴졌고 곧 소리가 넘어왔다.
“희한한 일이네. 네가 날 찾을 때도 있고?”
공표가 돌아서자 역시나 묘화가 서 있었다.
“왜 불렀어?”
공표가 사정 얘기를 하자 묘화의 얼굴은 금방 쌀쌀맞게 변했다. 목소리도 까칠해졌다.
“결국은 저 기집애 부탁 때문에 생전 찾지도 않던 날 부른 거네?”
“진심으로 부탁해.”
“이야, 홍공표가 나한테 이런 약한 모습을 보일 때도 있고. 근데 어쩌지? 괜히 약 오르고 심통 나서 부탁 들어주기 싫은데?”
허공에 대고 혼자 말하는 공표를 보더니 이전까지 별 관심을 보이지 않던 인하 이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 네가 싫다면 장 법사님 부를 거야. 마음대로 해!”
공표가 으름장을 놓자 그제야 묘화가 돌아서며 말했다.
“누구? 횡단보도 한가운데 서 있는 쟤?”
“응. 어떻게 생겼어?”
“어린앤데? 한 일고여덟 살 됐을라나?”
공표가 긴장하며 물었다.
“어떻게 하고 있어?”
“이쪽 보고 울고 있는데?”
“가서 물어봐. 이름이 뭐냐고.”
묘화가 입을 삐죽거리며 횡단보도로 걸어갔다. 그녀의 영체를 뚫고 차량이 무서운 속도로 질주했지만 묘화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묘화가 딱 횡단보도 한가운데 지점에 서서 흐릿한 형체와 말을 나누고는 소리쳤다.
“이름은 강성훈이고 지금 니 옆에 서 있는 사람이 자기 엄마라는데?”
공표는 묘한 감흥에 휩싸여 묘화가 한 얘기를 인하 이모에게 전했다. 인하와 인하 이모의 얼굴이 허옇게 변했다. 잠시 후 인하의 이모는 당황한 모습으로 와들와들 몸을 떨면서 인하를 붙들고 하소연했다.
“인하야, 난 못 믿겠어. 우리 성훈이가 저기 있다는 걸. 내 눈에 보이지도 않고 느낄 수도 없는데 성훈이가 어떻게 저기 있다는 거야?”
인하도 안타까운 듯 소리쳤다.
“이모 꿈에도 성훈이가 저기 서 있었다며?”
그러자 인하 이모의 태도가 돌변했다. 그녀는 무서운 얼굴로 인하에게 대들었다.
“너 거짓말하는 거지? 내 꿈 얘기 듣고 이거 다 꾸민 거지?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니? 정말 저기 성훈이가 있다면 틀림없이 내게 느낌이 왔을 거야. 아무리 죽은 영혼이라도 정말 성훈이라면 내가 느낄 수 있을 거라고!”
“내가 왜 이모한테 거짓말을 해?”
“너 내가 정신과에 치료받으러 다닌다고 미친 사람 취급하는 거야? 봐! 아무것도 없어. 아무 느낌도 없고!”
인하 이모의 태도가 갑자기 돌변하자 공표도 적잖게 당황했다.
“이모, 제발 이러지 마! 나도 공표도 이모한테 거짓말 안 해!”
“아니야! 거짓말이야! 거짓말! 다 거짓말이야!”
그때 묘화가 공표에게 뭐라고 속삭였고 공표가 다시 소리쳤다.
“성훈이가 위에는 반팔 녹색 스트라이프 셔츠를 입었고 아래는 베이지색 바지를 입었나요?”
순간 인하를 붙들고 실랑이를 하던 이모가 일순 얼어붙었다. 그녀는 백지장처럼 창백한 얼굴로 공표를 돌아봤다.
“방금 뭐라고 그랬어요?”
“지금 저기 횡단보도 한가운데 서 있는 영혼이 반팔 녹색 스트라이프 셔츠와 베이지색 바지를 입고 있대요.”
인하 이모는 무섭게 공표를 노려보다가 횡단보도를 돌아보고 말했다.
“저기에 정말 성훈이가 있다면…… 왜 집에 오지 않고 거기 있냐고 좀 물어봐주세요.”
묘화의 얘기를 전해들은 공표가 말했다.
“영호라는 친구하고 놀다가 길을 잃었대요.”
인하 이모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오는가 싶더니 그녀가 갑자기 찻길로 뛰어들려 했다. 공표와 인하는 그녀를 황급히 붙잡았다. 인하 이모가 절규하며 울부짖었다.
“성훈아! 성훈아, 엄마야! 성훈아!”
공표가 몸부림치는 인하 이모에게 소리를 질렀다.
“이모님, 제발 진정하시고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정말 성훈이를 위한다면 이러시면 안 돼요!”
어느 정도 진정이 됐는지 인하에게 매달려 울부짖던 인하 이모의 울음이 잦아들었다. 다시 고개를 든 그녀의 눈빛은 한결 차분해져 있었다. 인하가 떨리는 음성으로 공표에게 물었다.
“성훈이의 영혼을 우리 곁으로 데려올 수 있어?”
공표는 묘화에게 영을 데려오라고 소리쳤다. 묘화가 말했다.
“겁이 나서 못 오는 거야. 아직 자신이 죽었다는 걸 몰라. 근데 몸이 이상하니까 무서워서 움직이질 못하는 거지. 내가 데려올게.”
묘화는 성훈의 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건너왔다. 그러자 흐릿하던 영의 기운이 한결 또렷해졌다. 영이 인하 이모의 곁으로 바싹 다가왔다. 인하 이모가 말했다.
“마치 우리 성훈이가 곁에 있는 것처럼 가깝게 느껴져요!”
공표가 말했다.
“네. 성훈이의 영이 이모님에게 안겨 있대요.”
인하 이모가 손으로 허공을 휘저으며 안타깝게 흐느꼈다.
“성훈아, 엄마야. 어디 있니? 엄마 알아볼 수 있어? 엄마 소리 들려?”
“영은 이모님을 볼 수도 있고 소리를 들을 수도 있어요.”
인하의 이모가 가슴을 부여잡고 말했다.
“한 번만! 한 번만 볼 수 있었으면! 단 한 번만 만져봤으면! 성훈아!”
옆에서 연신 눈물을 흘리며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인하가 말했다.
“방법이 없을까?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까 성훈이 목소리를 듣고 얘기를 나눌 수만 있다면 성훈이도 이모도 한이 풀어질 텐데.”
공표는 잠시 고민하다가 인하를 한쪽으로 불러서 낮게 말했다.
“시도해볼 만한 방법이 있긴 한데…….”
“그게 뭔데?”
“몸을 빌리는 거지. 흔히 말하는 빙의라는 거. 하지만 성훈이의 영이 아직은 기가 약해서 가능할지는 몰라.”
인하가 매달리며 말했다.
“그래도 한번 시도는 해봐줘!”
공표가 곤란한 듯 입맛을 다시다가 말했다.
“빙의를 하게 되면 네 몸을 빌려야 하는데?”
“내 몸?”
인하가 놀란 토끼눈을 하고는 그녀의 이모를 돌아봤다. 인하의 이모는 마치 성훈의 기운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려는 사람처럼 양손을 가슴에 모은 채 무슨 말인가를 속삭이고 있었다.
“그래, 성훈이가 이모님하고 대화를 나누려면 너 아니고 누구 몸을 빌리겠어?”
인하는 난처한 표정으로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난 그냥 가만있으면 되는 거야?”
“응. 처음엔 묘화가 먼저 빙의를 시도할 거야. 가만히 있다가 내가 사인을 보내면 성훈이 생각을 하면 돼.”
“묘화도 내 몸에 들어온다고?”
“응. 다만 한 가지 알아둬야 될 건 한 번이라도 빙의를 당한 육신은 경우에 따라 영이 쉽게 들어갈 수가 있어. 그건 다시 말해 네가 지금 빙의를 당하면 앞으로는 귀신들에게 쉽게 육신을 뺏길 수도 있다는 얘기야.”
“뭐야, 그런 게 어딨어?”
“한 가지 더! 며칠 동안 몸이 쑤시고 아플 거야. 솔직히 그 생각을 하면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할래?”
인하는 입술을 깨물며 고민하다 마침내 단호하게 말했다.
“난 아무래도 좋아. 그렇게 해줘.”
인하가 눈을 감고 양팔을 벌리며 긴장을 풀자 이번엔 옆에 있던 묘화가 투덜거렸다.
“전부 자기 멋대로네? 누가 쟤 몸에 들어가기나 한대?”
“이왕 도와주기로 한 거 제대로 좀 해주라!”
인하가 눈을 감고 말했다.
“그래, 묘화야. 난 네 얼굴도 모르고 말 한마디 나눠보지도 못했지만, 이번 한 번만 도와주면 널 좋은 친구로 생각할게. 부탁이야. 이번 한 번만 도와줘.”
생각지도 못한 인하의 말에 묘화의 표정이 풀어졌다. 친구가 되어주겠다는 말에 감동을 받은 표정이었다. 묘화가 인하의 뒤로 돌아가 몸을 겹치듯 끌어안았다. 인하는 추운 것처럼 부르르 떨다가 신음과 함께 몸을 웅크렸다.
잠시 후 인하가 웅크린 몸을 펴고 일어났다. 공표는 긴장한 표정으로 그런 인하를 지켜봤다. 인하가 말했다.
“내가 누구 같아?”
“묘화…… 너니?”
인하가 자신의 얼굴과 몸을 더듬으며 말했다.
“오랜만에 몸을 가지니까 기분이 묘한데?”
“그 정도면 됐어. 얼른 나와!”
“너 인하 좋아하지? 보고 싶은 곳이 있으면 말해. 어디? 가슴? 엉덩이?”
“지금 이런 분위기에서 장난칠 마음이 나냐?”
“좋아. 큰맘 썼다. 만지고 싶은 곳 한 군데만 만져.”
“너 계속 이러면!”
공표가 기공을 쓰려고 수인을 맺자 묘화가 기겁을 하며 말했다.
“알았어. 나갈게, 나가! 내가 나가면 얘 정신 잃고 그냥 쓰러지니까 니가 알아서 해!”
공표가 당황하여 얼굴을 붉히고 말했다.
“자……잠깐 기다려! 인하 이모님을…….”
하지만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묘화의 영체는 인하의 몸을 빠져나와 버렸다. 그 바람에 공표는 얼떨결에 쓰러지는 인하를 앞에서 와락 껴안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의식을 잃은 인하의 부드러운 뺨이 공표의 얼굴에 와 닿았다. 짜릿한 전류가 전신을 관통했고 심장은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올랐다. 공표는 질끈 눈을 감고 묘화에게 소리쳤다.
“야, 어서 해!”
“피이, 좋으면서.”
다음 이야기
제3장 뺑소니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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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악!!! 읽다보니 시간이 벌써 이렇게!!!
회사 출근해서 지금까지 귀신전만 읽어버렸잖습니까...
오늘 야근해야겠네...ㅜ_ㅜ
그나저나 익무 첫 댓글에서부터 1등한게 자랑? *-_-*
ㅎㅎㅎ
매번 염치없이 잘보고 있습니다 ^^
건필하세요 ^^
저도 잘보고 있어요~
갈수록 흥미진진!!! 재밌어요.
글 올라오는 날이면 오늘은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하는 생각에 궁금해서 견딜수가 없네요 ^^ 언제나 좋은 글 읽고 가고~ 담 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해 죽것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