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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원작에 충실한 영화화

훌륭한 원작을 각색하는 영화는 대단한 핸디캡을 지니고 시작하는 것이다. 원작에서 깊은 감동을 받거나 매료된 사람이라면, 영화에서도 그에 못지않은 감동과 매혹을 원하기 때문이다. 소설과 만화를 영화로 만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소설의 경우에는 캐릭터의 심리나 주변 상황, 조건 등이 충실한 묘사와 작가의 개입 등으로 세세하게 제시된다. 그러나 영화로는 그 모든 것을 다 영상으로 보여줄 수가 없다. <반지의 제왕>처럼 원작의 팬들이 기꺼이 만족하는 영화도 있기는 하지만, 상상의 세계를 영상으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판타지조차도 <황금나침반> <나니아 연대기> 등 대부분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를 가지고 왔다. 그림이 존재한다고 해도, 만화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설정과 사건이 복잡한 이야기를 가진 대작 소설일 경우 각색은 더욱 어려워진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로리타>, 아서 C 클라크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스티븐 킹의 <샤이닝> 등 걸작 소설을 각색한 영화에서도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스탠리 큐브릭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원작을 망치는 감독이라는 비난도 들었다. 원작의 이야기와 사건을 가지고 오지만 철저하게 자신의 이야기와 주제로 바꿔냈기 때문이다. 자신이 해석한 대로, 자신이 관심을 가진 부분만을 가져와 영화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티븐 킹은 큐브릭의 <샤이닝>에 대해 비난을 퍼부었고, 결국 자신이 직접 시나리오를 쓴 TV판 <샤이닝>을 다시 만들기도 했다. 결과는? 스탠리 큐브릭의 완벽한 승리였다.

큐브릭의 경우로 판단한다면 소설과 만화를 영화로 만들 때 제일 좋은 방법은, 원작의 골격만을 가지고 와서 새롭게 재구성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원작의 팬들이 엄청나게 많고 게다가 열광적이면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적당히 이야기를 살리면서도 영화로서의 리듬감을 만들어내야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피터 잭슨은 이미 <반지의 제왕>의 팬이었기에, 소설의 팬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적당하게 원작의 일부분을 잘라내고 재구성한 정도로 그치지 않았다. 원작의 팬들이 반드시 필요로 하는 요소가 제대로 영화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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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20세기 소년>은 어떨까? 일단 국내에서의 반응은 대체로 무난하다, 와 실망스럽다, 로 나뉜다. 걸작이다, 는 물론 뛰어나다, 는 정도의 반응도 없다. 하지만 졸작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3부작으로 만들어지는 <20세기 소년>은 원작자인 우라사와 나오키가 직접 시나리오를 썼고, 영화 제작 전반에 관여했다. 즉 원작자의 입김 정도가 아니라 원작자의 감독 아래에서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감독의 자유로운 해석이나 재구성은 거의 허용되지 않은 것이다. 츠츠미 유키히코는 나름 재능 있는 감독이지만, 제작사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개성을 버리고 성실한 연출에만 전념한다. <20세기 소년>은 우라사와 나오키의 집요한 각색과 츠츠미 유키히코의 정석 연출로 만들어진 범작이다. 크게 튀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처지지도 않는다.

어린 시절의 공상이, 그대로 현실이 되어 돌아오는 악몽을 그린 <20세기 소년>은 방대하면서도 치밀한 설정으로 찬탄을 자아냈던 만화다. ‘친구’라는 집단이 세계 종말을 목표로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폭탄 테러까지 일으킨다. 그런데 종말의 시나리오를 만든 것은, 한때 록가수를 꿈꾸다가 지금은 편의점 점장으로 평범하게 살고 있는 켄지다.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하고 장난처럼 만들었던 시나리오가 미래에 현실로 부활한 것이다. 원작은 이 사건들을 순서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1973년, 1997년 그리고 21세기까지 자유롭게 오가며 거대한 미스터리를 만들어낸다. 비록 그 복잡한 설정과 구조에 짓눌려 후반으로 갈수록 지지부진하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20세기 소년>의 1편은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다. 원작을 본 사람이라면, 그 설정을 전달하는 것만도 벅찬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오히려 관심이 가는 것은, 원작에서 우왕좌왕했던 후반부가 어떻게 정리될 것인가, 다. 대폭적인 정리와 재구성이 없이는, 절대로 영화적인 재미를 줄 수 없기 때문에 이야기는 바뀔 수밖에 없다. 이미 우라사와 나오키도 2, 3부는 원작과 상당 부분 달라질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래서 영화로 만들어진 1부는 그냥 설정을 복기하는 것 정도로도 만족했다. 아니 츠츠미 유키히코는 나름 선전했다. 복잡하고 뒤죽박죽처럼 보이는 설정 부분을 최대한 깔끔하게 전달해 준다. 그래서 1편도 비교적 만족할 수 있었다. 2, 3편을 기대면서.

Posted by makene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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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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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영화같은 만화 하지만 만화같지 않은 영화?!...20세기 소년

    Tracked from LivE is...'s HoliCwoRld 2008/09/23 16:55  삭제

    20세기 소년....우라사와 나오키의 20세기 소년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영화죠. 간단히 말해서....아마 '만화'에 대해 조금의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20세기 소년이란 만화를 한 번쯤은 접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관이 그렇듯 20세기..도 워낙에 방대한 분량을 자랑했지만 솔직히 용두사미의 결말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영화화에 대해서 그다지 반길 수 만은 없었지요. 영화는 대체로 만화를 구성을 거의 완벽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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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3부가 대폭 바뀐다고 하니 왠지 더 기대가 되네요.
    역시 영화는 그 나름의 매력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2. 솔직히 너무 만화적인 구도로 나가서 편집 자체가 영 어색해 보이던군요. 차라리 전체적인 구도를 좀 더 긴장감있게 바꾸었다면 좋았을 것 같았습니다.

  3. 워낙 떡밥만 뿌려놓고 도망가서...;;;
    3부까지 제대로 보고 난 뒤에 감상을 정리해 보고 싶더군요.

  4. 일본은 제발 블록버스터 그만 만들길 아무리 만들어도 늘질 않네

  5. 원작을 읽어본후 영화를 본지라
    원작에 충실한 내용이 아주 맘에 들더군요
    섣부른 생각일지 모르지만 이대로 간다면 원작에 아주 충실한 걸작이 될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6. 자유인 2008/09/27 15:16

    나오키 형님이 정신차렸다면...

    21세기 소년의 만행은 저지르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오프닝 영상(사람들 이름이 마구 떠오르고 20세기 영상이 흐르는)이 참 맘에 들었고...

    의외로 2/3까지는 그럭저럭 원작을 잘 따라가면서도 교차편집으로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카운트다운 이후부터는 그냥 그렇더군요... 연출이 갑자기 완전 밋밋해진 느낌...

    그나저나... 제작비가 왜케 많이 들었나 했더니...

    엔딩크레딧에보니... 파리고 뉴욕이고 태국이고... 아무튼 나오는 나라는 전부다 로케이션으로 찍은 것 같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