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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스러운 영상과 생기발랄한 캐릭터

충무로에 잠시 불었던 30년대 유행도 슬슬 끝물로 접어든 것 같습니다. <모던보이>는 나름대로 이 유행의 종지부를 찍는 작품이 될 텐데, 원작인 이지형의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가 이런 유행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었으니 나름 균형이 잡혀 보입니다.

이 시대를 그린 많은 작품들이 그런 것처럼, <모던보이>도 30년대를 관능과 쾌락의 시대로 그리고 있습니다. 물론 그거야 이해명처럼 부자 아버지를 두고 정치 따위엔 관심이 없는 모던보이들에게나 그렇다는 거죠. 하지만 우린 주로 해명의 관점에서 당시 경성을 보게 됩니다.

스토리만 보면 <모던보이>는 일종의 필름 느와르입니다. 해명은 어쩌다가 댄스홀에서 춤을 추는 로라라는 여자에게 반하는데, 본명이 아마 조난실인 것 같은 그 여자는 수많은 이름을 가면처럼 쓰고 버리는 수수께끼의 인물이고 해명이 그 여자에게 가까워질수록 그의 상황은 점점 난처해집니다. 그러는 동안 그가 애써 무시하고 있는 정복당한 조국의 현실이 그를 억지로 잡아 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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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컴컴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영화는 여전히 코미디입니다. 필름 느와르로서도 당연히 어설퍼요. 해명은 그냥 어설픈 청년입니다. 번지르르하게 차려입고 유행도 잘 따르지만 그 뿐이에요. 눈치도 없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잘 모릅니다. 나름 팜므 파탈인 난실도 보기만큼 야무지지 않은데, 그네들의 수준이 어떤지는 중반의 난투극 장면에서 잘 드러납니다.

영화의 질문은 심각합니다. 과연 철저하게 비정치적이고 개인적인 인물이 너무나도 정치적인 세계를 살면서 개인적인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과연 그것이 의미가 있을까? 이건 단순한 개인과 역사의 대립이 아닙니다. 변절한 친일파 아버지에게 빌붙어 사는 해명의 위치만 봐도 그는 정치와 무관한 존재는 아니거든요. 그냥 자기가 그런 줄 알 뿐이죠.

여기에 대한 해명의 답변은 어떨까요? 사실 그는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자신의 답변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는 영화 내내 단순한 로맨스의 논리에 따라 움직입니다. 그러다보니 어쩔 수 없이 정치세계에 말려들게 되는 것뿐이죠. 원작과 많이 다르다는 영화의 결말은 모두가 애국자가 되는 <경성 스캔들>의 결말과 비슷하지만, 그렇게 봐도 여전히 그는 비정치적인 사람입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뿐이죠. 생각해보면 그는 나름 운 좋은 소수입니다. 운명에 의해 강요된 것이건, 실수로 선택한 것이건, 그의 삶은 그가 기대했던 것보다는 알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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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보이>는 호사스러운 영화입니다. 30년대 서울의 모습이 CG 특수효과와 세트로 정교하게 재현되어 있는 등, 볼거리도 많습니다. 단지 종종 영화가 그 볼거리에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 특히 CG로 재현된 서울 명물들이 자막과 함께 등장할 때면. 하지만 박해일과 김혜수는 영화 내내 생기발랄합니다. 그렇게 정신이 또릿또릿하지는 않지만 중간에 에너지를 잃고 방황하는 일은 없어요. 다소 장황한 결말도 배우 탓은 아닙니다.

기타등등

30년대 비주얼을 그렇게 꼼꼼하게 재현했으면서 정작 언어 고증은 그렇게 건성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꽃미남'이나 '찌질이' 같은 단어를 넣는다고 영화가 특별히 재미있어졌다는 생각은 안 들거든요.

Posted by DJ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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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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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티엘린 2008/09/23 13:02

    경성 스캔들이랑 정말 비교되겠는데요...경성스캔들은 나름 재미있게 봐서...
    기대가 되는 영화네요...

  2. 바보초자아 2008/10/01 23:40

    사실 당시의 아픔에 대해서 좀더 세밀하게 파고든 영화가 딱히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적은데(민족적 감정 등에 호소하지 않고 더 객관적 입장에서)
    요새 나오는 일제강점시대의 영화들은 너무 가벼운 느낌으로만 가는 듯 해서 좀 불만이었어요. 물론 현대인들의 감성에는 그게 더 어울리겠지만요.
    모던보이는 좀더 진지한 접근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좀 있네요..

  3. 정말 대사는 신경을 안 쓴건지 일부러 요새 사용되는 단어를 집어넣은 건지 모르겠지만 딱히 좋은 선택은 아닌 것같습니다.

  4. 정지우 감독의 데뷰작인 헤피엔딩에서의 연출력을 돌려주시요..
    감독, 배우, 스탶 다 좋은데 영화는 왜 자꾸 전작이 떠오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