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흉가> <모녀귀> <이프>로 유명한 이종호 작가의 호러 & 판타지 <귀신전>은 7월 21일 랜덤하우스코리아에서 출간 되었습니다(2권은 8월 27일부터 출간). 익스트림무비에서는 작가분과 출판사와의 협의를 거쳐 독점 연재로 공개됩니다. 절대로 퍼가시면 안됩니다!

지난 내용 보기
제1장 귀사리
제2장 액막이
제3장 뺑소니 (1)
제3장 뺑소니 (2)
제3장 뺑소니 (3)
제3장 뺑소니 (4)
제3장 뺑소니 (5)
제3장 뺑소니 (6)
제3장 뺑소니 (7)
제3장 뺑소니 (8)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3장 뺑소니


용만이 손잡이를 잡아 돌리자 뜻밖에도 문이 열려 있었다. 일행이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사인검이 울기 시작했다. 그들은 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거실 한가운데 여자가 서 있는데 그녀의 고개가 반쯤 뒤로 돌아가 있었던 것이다. 용만이 사인검을 뽑아 들고 앞으로 나가려 하자 선일은 그를 제지했다.

“기다려! 영이 안 보이잖아. 뭔가 이상해!”

선일이 여자에게 물었다.

“한상철의 아내, 김지영 씹니까?”

고개가 돌아간 김지영이 쥐어짜는 것 같은 소리로 울먹였다.

“네, 맞아요. 제발 도와주세요. 너무 아파요. 제발!”

순간 김지영의 고개가 더욱 돌아갔고 그녀의 입에서 비명이 새나왔다. 용만이 초조한 음성으로 말했다.

“어서 구해줘야지, 한가롭게 얘기만 나누고 있으면 어떡합니까?”
“이상해! 여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영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어! 정확한 상대를 알지 못하면…….”

그 순간 지영의 고개가 더욱 돌아갔고 여자의 비명소리는 더 이상 듣고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하게 변했다. 그 순간, 선일이 말릴 사이도 없이 용만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용만이 여자를 향해 몇 발자국 다가갔을 때였다. 그때까지 보이지 않던 한상철의 원혼과 일전에 귀사리에서 만난 눈구멍 없는 악귀가 불쑥 눈앞에 나타났다. 한상철의 원혼은 김지영의 머리를 뒤틀고 있었고 악귀는 용만이 미처 사인검을 들어 올릴 사이도 없이 그의 팔을 후려쳤다.

놀랍게도 악귀는 물리력을 사용했다. 악귀의 팔이 뼈로 이루어진 것처럼 단단했기 때문에 용만은 너무 아파 팔을 움켜쥐며 비명을 질렀다. 그 덕에 사인검은 거실 구석으로 내동댕이쳐지고 말았다. 악귀가 용만의 목을 움켜잡았다. 악귀 앞에서 용만은 큰 덩치와 장사 같은 힘에도 불구하고 전혀 힘을 못 쓴 채 버둥거렸다. 그사이 발끝에서부터 물감이 번지는 것처럼 시커먼 기운이 다리를 타고 올라왔고 끔찍한 고통이 전해졌다. 용만은 비명을 지르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었다.

숙희가 겁먹은 음성으로 소리를 질러댔다.

“저 사람 왜 저래요? 뭐가 잘못된 것 같아요!”

처음엔 선일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 당황했다. 악귀는 보이지도 않는데 용만의 손에서 사인검이 튕겨 나왔고 그의 몸이 뻣뻣하게 굳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용만아, 왜 그래? 어떻게 된 거야?”

용만이 고통스럽게 중얼거렸다.

“오지 마세요! 여기 검은 기운과 악귀들이…….”

그제야 선일은 눈을 크게 뜨고 용만과 여자를 노려보다가 수인을 맺은 후 명안변술(明眼變術)법을 행했다. 명안변술법은 귀사리에서 박 영감이 선정인(禪定印)을 맺어 환술에 속지 않고 거짓을 가릴 수 있는 안목을 만든 것처럼 숨겨진 영이나 공간을 볼 수 있게 하는 주술이다.

선일은 중지와 검지를 깍지 끼듯 서로 교차한 후 단전에 올려놓고 단전에서 주고받은 기운을 극대화시켰다. 그는 마음속에 빛을 떠올린 후 단전에서 만든 기운과 빛이 어깨를 타고 눈으로 가도록 했다.

잠시 후 기운은 눈으로, 빛은 양미간 사이로 모였다. 눈의 기운을 받은 빛이 앞으로 뻗어나가며 숨겨져 있던 공간과 형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김지영의 주변으로 시커먼 기운이 그림자처럼 퍼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영은 하나가 아니었다. 검은 기운 안에서 원한령이 김지영을 잡고 있었고 검은 눈구멍의 악귀가 용만을 사로잡고 있었다. 뜻밖에도 머리가 반질거리는 그것은 귀사리에서 본 것과 같은 종류의 악귀였다. 뿐만이 아니었다. 시커먼 기운이 천장까지 뻗쳐 있었는데 거기에도 검은 눈구멍의 악귀가 둘이나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그것은 선일이 지금껏 보지 못한 기이한 현상이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검은 공간이 일전에 귀사리에서 박 영감이 말한 다른 차원의 공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악귀들이 물리적인 힘으로 여자와 용만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었다.

또 바닥의 검은 기운은 마치 다른 세계로 통하는 차원의 늪처럼 두 사람을 서서히 검게 물들이며 빨아들이고 있었다. 선일이 소리쳤다.

“용만아, 조금만 참아! 넌 지금 악귀가 만든 차원의 공간에 갇혀 있는 거야! 우선은 그 공간을 먼저 깨트려야 하는데. 젠장맞을! 근데 어떻게 공간을 깨트리지?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고. 저곳은 놈들의 힘이 극대화된 곳일 텐데!”

진언이 효과가 있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선일은 일단 수인을 맺고 악의 세계를 없애준다는 멸악취진언(滅惡趣眞言)을 반복해서 외우기 시작했다.

“옴 아모가 바이로차나 마하무드라 마니 파드마 즈바라 프라바릍타야 훔…… 옴 아모가 바이로차나 마하무드라 마니 파드마 즈바라 프라바릍타야 훔…… 옴 아모가 바이로차나 마하무드라 마니 파드마 즈바라 프라바릍타야 훔…….”

그러나 악귀의 공간은 꼼짝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파동이 전해지듯 비웃음이 들려왔다.

‘절에서도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온 땡중이 제 몸 하나라도 잘 건사할 것이지!’

순간 선일의 집중력이 흐려졌다. 악귀가 어떻게 자신에 대해 알고 있을까? 마음을 읽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불길하고 께름칙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악의 검은 공간이 오히려 넓게 퍼지며 선일의 바로 앞까지 밀려왔다. 이제 천장을 비롯한 집 안 거실의 대부분은 검은 기운으로 뒤덮이고 있었다. 얼마 후에는 이 집 자체가 거대한 악의 공간으로 변할 것만 같았다. 선일은 도망치듯 뒤로 물러났다. 이제 여자와 용만은 상반신만 남은 채 몸의 대부분이 검은 기운에 물들고 있었다. 이대로 두면 여자는 물론 용만까지도 눈앞에서 사라져버릴 듯했다. 그때 곁에서 누군가 움직이는 기척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린 선일이 눈을 껌뻑이며 물었다.

“너,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숙희가 앞으로 나서서 악의 공간으로 걸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초점이 없었다. 숙희는 선일이 묻는 말에 대답도 하지 않았다.

“너 미쳤어?”

선일이 황급히 숙희를 잡으려고 했지만 그녀는 이미 경계를 넘어 악의 세상으로 들어간 후였다. 선일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눈을 휘둥그레 뜨고 허둥거렸다. 숙희가 들어오자 천장에 매달려 있던 까만 눈구멍이 얼른 기어 내려와 뒤에서 그녀를 감싸듯 껴안았다. 이상한 건 용만이나 김지영과 달리 숙희는 고통을 느끼거나 무서워하는 것 같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오히려 그녀는 천천히 돌아서더니 선일에게 말을 건네 왔다.

“이곳으로 들어오세요.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가 있어요.”

하지만 그건 그녀의 의지로 하는 말이 아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지만 숙희는 악귀들에게 사로잡혀 조종을 당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정신 차리고 어서 이쪽으로 건너와!”

숙희가 고개를 흔들었다.

“이쪽 세상이 더 좋아요. 전 한 번도 그곳에서 행복했던 적이 없어요. 법사님도 그렇지 않나요?”
“젠장맞을! 이게 무슨 일이야!”

검은 기운은 더욱 세력을 넓히며 앞으로 밀려나왔다. 이제 집 안엔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없을 것 같았다. 선일은 다급하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있었다! 검은 기운에 물들지 않은 곳이 딱 한 군데 있었다. 바로 사인검이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악의 기운도 사인검만큼은 맘대로 할 수 없는 듯했다. 문득 박 영감의 얘기가 떠올랐다. 이승과 저승이 공존하는 다른 차원의 공간에선 영적인 능력뿐만 아니라 물리력을 함께 사용해야 주술과 힘이 극대화된다던 말이었다. 선일은 사인검을 보며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영적인 힘과 물리력을 함께 사용한다?”

그러고 보니 귀사리에서도 이 검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했었다. 검의 날에 새겨진 진언과 검 자체의 위력을 떠올리면 이 검만큼 영적인 힘과 물리력이 완벽하게 조화된 물건이 있을까 싶었다. 선일은 검은 기운에 빨려들지 않도록 거실의 가장자리를 돌아가 구석에 있는 사인검을 집어 들었다. 순간 폭우가 쏟아지던 귀사리에서의 절박했던 기억과 검의 힘이 온몸에서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사인검 또한 선일을 기억하고 주인의 위급함을 아는 것처럼 길게 울었다.

선일은 일전에 귀사리에서 박 영감이 했던 것처럼 검을 곧추세우고 날에 새겨진 진언을 또박또박 읽기 시작했다.

“건강정(乾降精) 곤원영(坤援靈)! 하늘은 정(精)을 내리시고 땅은 영(靈)을 도우시니! 일월상(日月象) 강단형(岡澶形) 위뇌전(撝雷電)! 해와 달이 모양을 갖추고 산천이 형태를 이루어 번개가 몰아치는도다! 운현좌(運玄坐) 추산악(推山惡) 현참정(玄斬貞)! 현좌(玄坐)를 움직여 산천(山川)의 악한 것을 물리치고 현묘(玄妙)한 도리로써 베어 바르게 하라!”

검의 날에 새겨진 스물일곱 자의 진언에 푸른빛이 감돌았다. 선일은 검을 검은 기운이 뻗쳐있는 공간에 그대로 내리꽂았다. 순간 검에서 흘러나온 푸른빛이 사방으로 뻗쳤고 눈앞의 공간에 파동이 일어나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푸른빛이 가장자리에서부터 검은 기운을 뒤덮자 급기야 검은 공간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다음 순간 김지영과 용만 그리고 숙희는 힘없이 바닥에 털썩 쓰러졌고 악귀들이 울부짖었다. 선일이 품에서 급히 퇴마부적을 꺼냈지만 원한령과 악귀들은 더 이상 싸울 의사가 없다는 듯 스멀스멀 물러나더니 결국 스르르 눈앞에서 사라졌다. 보통의 악귀들이 아니라 어떻게든 끝장을 보고 싶었지만 김지영과 용만, 숙희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숙희가 제일 먼저 정신을 차렸다는 것이다. 그녀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어떻게 된 거예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요!”

선일은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너 다음부터 나 따라올 생각하지 마라!”
“왜요?”

숙희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선일이 말했다.

“그 얘긴 나중에 따로 하도록 해. 우선은 저 여자부터 좀 살펴봐.”

김지영은 정신을 못 차린 채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며 흐느끼고 있었다. 공포와 충격이 상당했던 모양이었다. 선일은 숙희에게 김지영을 돌보도록 했고 자신은 용만을 살폈다. 용만은 약간의 영적 치료만으로도 금방 기운을 차렸다. 선일은 온몸이 쑤신다고 인상을 찡그리는 용만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앞으로 한 번만 더 그렇게 앞뒤 안 가리고 설쳐대면 다신 안 구해줄 테니까 알아서 해! 지난번 귀사리에서도 멋대로 저수지에 뛰어들어서 사람을 그 고생을 시키더니!”
“그게 어디 제 맘대로 되는 줄 아십니까? 젊은 피가 부글부글 끓는 저하고 미지근한 피의 법사님하고는 근본적으로 감성이 다르죠. 아까도 이분이 그런 끔찍한 일을 당하고 있는데 한가롭게 질문이나 하고 있다는 게…….”
“그래도 입은 살아가지고! 이번에도 사인검이 아니었으면 넌 벌써 저승길에 올랐어! 사인검이 널 살렸으니까 앞으로는 신줏단지처럼 곱게 모시고 다녀!”
“근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지난번에 영감님이 귀사리처럼 이승과 저승이 공존하는 다른 차원의 공간이 생기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경우라고 했잖아요.”
“그러게. 나도 계속 그게 께름칙해. 악귀들의 힘이 점점 강해지고 그 수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것도 마음에 걸리고. 아무튼 무슨 영문인지 저 여자 깨어나면 사연이나 좀 들어보자고.”


10

공표가 밖으로 나가자 인하가 그녀의 이모를 소개해줬다. 인하의 이모는 한눈에 봐도 병색이 완연했다. 얼굴도 창백했지만 눈빛에서 어떤 희망이나 삶의 의지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문득 외부의 자극에 반응이 둔감한 사람들은 자살할 확률이 높다던 《귀신전》의 한 문장이 떠올랐다. 지금 인하 이모의 모습이 딱 그랬다.


- 계속됩니다.


Posted by 이종호

익스트림무비 추천 도서

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트랙백 주소 :: http://extmovie.com/trackback/6365 관련글 쓰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티엘린 2008/09/22 10:17

    연재 너무 감사합니다. ^^
    잘보고 갑니다 ㅎㅎㅎ 건필하세요 ^^

  2. 숙희가 왜 그런걸까요? 숙희에게 열등감이든 뭐든 뭔가 문제가 있는듯...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3. 정말흥미진진 ㅠㅠ

  4. 이종호 2008/09/22 17:09

    티엘린/ 응원 감사합니다^^
    쫑아/ 네, 숙희는 주요인물입니다. 2권에서부터 그녀의 정체가 조금씩 드러날 거예요.
    미송/ ^___^

  5. 이종호짱 2008/09/23 09:57

    진짜 너무 재미있습니다.
    일본 소설이나 여타 영미권 미스터리나 호러에만 관심을 가졌던 제 자신이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어쩜 이렇게 흥미진진하게 쓰실 수 있는지!!
    지금까지 나온 이종호 작가님 책을 전부 사서 읽었는데.
    귀신전은 그 중에서도 특히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근간에 나온 귀신전 2권도 대박나시길 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