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가 망친 영화? 글쎄...
<바빌론 A.D.>에 대한 기사가 익스트림무비에 실린 적이 있다. 그 내용은 감독과 배급사 사의 갈등으로 영화가 엉망진창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싱가포르에서 이번 주에 이 영화가 개봉이 되었다. 과연 영화를 보러가야 할 것인가? 영화는 실망스러울 것이다. 이 사실을 알면 영화를 안 보는 게 좋겠지만, 얼마나 엉망진창일지 확인하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려 결국 극장에 가고 말았다.
영화를 보고 난 후 IMDb를 검색해보니 매우 흉흉한 내용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촬영이 스케줄보다 더 지연되었던 것 같고 예산도 초과되었던 모양이다. 폭스 스튜디오가 PG등급에 맞추기 위해 또 상영시간을 93분으로 만들려고 감독의 오리지널 버전에서 70분 분량을 들어냈다고 한다. 감독과 배급사 사이의 갈등으로 제대로 프로모션이 진행되지도 못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더 자세한 사정이야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과연 마티유 카소비츠는 할리우드와 함께 작업을 하기로 했을 때, 이런 상황을 예측할 수는 없었을까? 그는 너무 순진했던 것은 아닌가? 이 영화를 보면 배우나 스탭들은 대부분 프랑스인들이다. 주연배우인 빈 디젤은 아니지만. 프랑스도 다르지 않겠지만, 할리우드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돈이다. 마티유 카소비츠는 악마들과 손을 잡았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그의 책임이다.
빈 디젤과 마티유 카소비츠
물론 애초에 그의 기획 의도는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알고 보니 이번 영화는 프랑스 작가인 모리스 G. 당텍의 <바빌론 베이비즈>라는 원작소설을 각색한 것이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출판사인 갈리마르에서 책이 나왔다니 아마도 괜찮은 소설이라고 짐작이 된다. 차라리 마티유 카소비츠가 프랑스에서 제작비를 구했다면 어땠을까? 이것이 정녕 불가능했을까? 꼭 빈 디젤을 주연으로 기용해야 했나? 이것 역시 어쨌든 그의 책임이다.
악마와 손을 잡은 카소비츠
영화는 돈이 꽤 들어간 흔적을 보여준다. 빈 디젤은 구 러시아 연방이었던 지역에 살고 있는데, 그 지역의 분위기는 꼭 지구의 종말 직전처럼 보인다. 내전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지역 같다. 그는 미국에 돌아갈 수 없는 처지이다. 테러리스트 명단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제라르 드파르디유가 찾아와 일거리를 제안한다. 아, 제라르 드파르디유는 왜 이 영화에 나온 것일까? 몇 장면 나오지도 않는데. 마티유 카소비츠와의 친분 때문인가.
빈 디젤이 맡은 일은 한 소녀를 뉴욕으로 데려가는 것이다. 오로라라는 이름의 그 소녀 역할은 멜라니 티에리라는 프랑스 배우가 연기한다. 이 소녀의 옆에는 레베카 수녀가 있는데 바로 양자경이 연기한다. 아, 양자경은 왜 또 나왔을까?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원숙하고 매력적인 여성이 되어가는 지금의 양자경에게서,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 보았던 <예스 마담>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양자경이 맡은 역할 역시 별다른 매력을 보일만한 배역이 아니다. 정말 아까운 일이다.
어찌되었든 이 세 사람은 뉴욕으로 간다. 그 뉴욕을 지배하는 사람은 이상한 종교의 대주교인데, 샤롯데 램플링이 연기한다. 아, <비엔나 호텔의 야간 배달부>라는 이상한 제목으로 국내에 소개된 <The Night Porter>의 주연배우였던 그녀는, 이 영화를 통해서 가학과 피학의 그 복잡한 심리를 훌륭하게 연기했었다. 그녀와 함께 무슨 박사 역할로 랑베르 윌송도 나온다. 알랭 레네 영화에서도 자주 보았던 그 프랑스 배우도 마티유 카소비츠 때문에 이 영화에 나왔을까?
감독이 원래 의도했던 버전보다 70분이 잘려나갔다는 것은, 그 세 사람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알아차릴 수 있다. 일단 그들은 너무 쉽게 미국으로 들어간다. 그 과정에서 눈썰매를 타고 도망가는 장면이 있는데, 너무 느닷없이 나온다. 일단 세 사람은 잠수함에 탔는데, 중간과정 없이 바로 눈썰매를 타고 도망가는 것이다. 아마도 미국으로 들어가기 전까지 그 세 사람에게 더 많은 위협이 가해지는 장면들이 있었을 텐데, 모두 잘려나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 영화도 묵시록적인 주제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매우 심각한 것으로 그 주제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영화는 그럴 겨를이 별로 없다. 기독교에서 변형된 종교적 비전이 이 영화에 담겨 있는 것 같은데 그것 역시 무엇인지 알 방법이 없다. 원작소설을 구해서 읽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 영화를 보면 알폰소 쿠아론의 <칠드런 오브 맨>이 떠오른다. 설정은 차이가 나지만, 일단 첫 부분의 분위기가 그렇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 영화는 <칠드런 오브 맨>에게 한참 뒤떨어지는 영화가 되고 말았다. 그것은 영화의 주제가 실종되고 단순한 액션영화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티유 카소비츠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고 말할 것이다. 돈밖에 모르는 폭스사 간부들이 그렇게 만들었다고도 말할 수 있으리라. 그런데 그들은 원래 그렇다. 그런 사람들에게 돈을 받아서 예술을 하려면 훨씬 더 영리해야 한다. 작가주의라는 비평적 용어가 가지고 있는 실제 의미는 바로 그것이다. 남의 돈으로 예술을 하는 것, 그런데 돈을 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대박을 날릴 것이라고 거짓말을 잘 하는 것이 작가주의이다.
마티유 카소비츠는 이 영화로 많은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아니 그러기를 바란다. 그가 다시 <증오>와 같은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그가 다시 <증오>의 분노를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지금 우리에게도 그것이 절실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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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절하네요 ㅠㅠ
후아... 불안불안한 영화였는데 역시나인가 보군요..
할리우드로 가서 잘 적응을 하는 감독이 있는 반면에 정반대의 감독들도 많으니 알다가도 모를 할리우드의 세계... 말씀대로 그런 시스템적인것들은 충분히 감안을 하고 있었어야만...
얼마나,,...개판인지는 개봉일...아니....인터넷에 뜨면
몸소 느끼겟지여 -.- ㄷㄷㄷ
영화 정말 개판인가 보네요..
맞아요.. 남탓 하기 전에 본인 스스로를 돌아봐야...
그러게요~그는 좀 더 현명했어야하는데 말이죠;;
로튼 토마토에서 6점 줬군요 100점 만점에...
아마 영화가 상영되면 얼마니 망가졌는지 확인은 하고싶으나 극장을 들리는 일은 없지 싶습니다
안타깝군요..확인자살하고프지만 참을랍니다..
저 포스터의 포스에 마티유에 빈 디젤이니.. 우왕굳ㅋ 이러고 있었는데 정말 안구에서 홍수가 .--
헐리우드에 간 이상 저 사실을 설마 몰랐을까 그런 생각이 들긴 해요.
똑똑한 감독이라면 헐리우드가 얼마나 상업적이고 돈으로 돌아가는 영화시장인지
잘 알았을텐데
저 감독이 너무 순진했던지 아니면 자기 생각보다 더 못하게 나온 영화의 완성도에
제작사측에 책임을 넘기고 싶었던가 둘 중에 하나라고 보이네요.
어차피 감독판은 따로 있을터..
극장은 꽝이고 난주 DVD감독판을 봐야 할듯..
그나 저나 울나라도 역시 90분짜리 짤막한 영화로 등장하겠지..
역시.. 시간은 돈이던가.. ㅡㅡㅋ
헉 그런 겝니까!
저 영화 극장에서 보고 뭔가 이상하다 했는데... -_-;
원작 구해서 보던가 DVD 감독판 나오면 다시 보던가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