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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가> <모녀귀> <이프>로 유명한 이종호 작가의 호러 & 판타지 <귀신전>은 7월 21일 랜덤하우스코리아에서 출간 되었습니다(2권은 8월 27일부터 출간). 익스트림무비에서는 작가분과 출판사와의 협의를 거쳐 독점 연재로 공개됩니다. 절대로 퍼가시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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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귀사리
제2장 액막이
제3장 뺑소니 (1)
제3장 뺑소니 (2)
제3장 뺑소니 (3)
제3장 뺑소니 (4)
제3장 뺑소니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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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뺑소니


소연이 입을 가리고 키득거렸고 찬수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저기 2층 계단으로 올라가보세요. 그렇잖아도 장 법사님하고 수정이가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용만의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

“수정 씨도 함께 계십니까?”
“예.”

그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물었다.

“저기, 화장실이……?”

찬수가 가르쳐준 곳으로 용만이 사라지자 소연이 참았던 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

“도대체 저 사람 뭐예요?”
“박두칠 영감님의 제자라던데?”
“그럼 퇴마사예요?”
“응.”
“복장하고 너무 재밌어요! 전 칼까지 들고 들어와서 무슨 무협영화의 검객이 들어오나 했거든요.”
“지난번에 수정이한테 얘기 못 들었어? 귀사리 얘기. 저 친구가 들고 있던 그 칼이 바로 그 유명한 사인검인 것 같던데?”
“정말요?”

그때 용만이 화장실에서 나왔다. 처음 들어올 때와 달리 그의 묶은 머리에서는 윤이 반짝반짝 나고 있었다. 소연은 다시 웃음을 참지 못하겠는지 입을 가리고 황급히 주방으로 사라졌다. 용만은 2층 사무실로 성큼성큼 올라갔다. 용만이 사무실에 들어서자 수정, 숙희와 함께 있던 선일이 반갑게 그를 맞아주었다.

“어, 용만아! 얼른 와라!”

용만은 선일과 수정을 보고 넙죽 인사를 했다. 수정은 아직도 몸이 완전치 않은지 창백한 얼굴로 힘겹게 말했다.

“어서 오세요. 귀사리에서 보곤 처음이죠?”

용만이 쑥스럽게 대답했다.

“예. 근데 어디 아프세요?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네. 지난번에 법사님하고 액막이 염체 퇴마하러 갔다가…….”

선일이 말했다.

“내가 능력이 부족해서 그렇지, 뭐. 처음엔 계속 악몽에 시달리고 많이 힘들어했는데 지금은 많이 나아진 거야. 예전에 영감님이 액막이의 염체가 무섭다고 하더니 정말 무시무시하더라고.”
“그렇겠죠. 세상 모든 저주를 한 몸에 받은 악령인데. 나중에 영감님이 그 얘기 듣고 액막이 염체인 줄 알았으면 절대 법사님 혼자 보내지 않았을 거라고 하더라구요.”

그때 수정이 끼어들었다.

“당연히 혼자 갔으면 큰일 났죠. 아마 저도 지금 이 자리에 이렇게 못 있을걸요? 그나마 공표가 함께 갔으니 이렇게 살아 있지. 어휴.”

선일이 그런 수정을 노려보며 입을 실룩거렸다.

“차 작가, 아프다는 거 거짓말이지? 무슨 아픈 사람이 그렇게 말을 잘 해?”
“그렇잖아도 영감님이 그 공표라는 학생 한번 보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어린 학생이 액막이 염체를 상대로 그만큼 싸웠다는 게 대단히 놀랍다고.”

선일이 말했다.

“영감님도 참 호들갑은. 놀랍긴 뭐가 놀라워. 아직 어린앤데. 뭐, 염력이 쬐끔 있긴 한데 아직 서툴러서 배울 게 많아. 지난번에도 내가 진언을 좀 가르쳐줬더니 그걸 갖고 어떻게 운 좋게 그렇게 된 모양이더라고. 허허허.”

수정이 다시 끼어들었다.

“어휴, 법사님. 혹시 공표를 무슨 라이벌 정도로 생각하시는 거 아니에요?”
“아니, 이 여자가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그 어린애하고 어떻게 날?”
“그렇잖아요. 공표 얘기 나올 때마다 어떻게든 깎아내리려고만 하고. 지난번에도 공표한테 고맙다는 소리도 안 했죠?”

선일이 얼굴을 붉히더니 얼른 화제를 바꿨다.

“어험, 어험. 저……저기 용만아. 그래, 요즘 영감님은 어떻게 지내시냐?”
“아, 예. 영감님 요즘 귀사리로 들어가는 도로를 폐쇄시키는 문제로 매일 지인들 찾아다니느라 무척 바쁘세요.”
“하긴 그걸 그대로 두면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인명이 희생을 치르게 될지 알 수가 없지. 우리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어마어마한 세력들이고. 아무튼 요즘 영적세계가 심상치 않은 것 같긴 해. 레테를 찾아오는 영들한테 얘기를 들어봐도 그렇고. 악귀들이 부쩍 늘어난데다 귀사리에서 봤던 그 까만 눈구멍과 비슷한 악귀, 영감님 말대로라면 요괴겠지만, 아무튼 현실세계에서 그 눈구멍 같은 요괴를 봤다는 영과 사람들이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단 말야.”
“요괴는 물리적인 힘을 지니고 있어서 단순한 영이나 악령과는 그 힘이 전혀 다를 거예요. 사람들에게 미치는 공포도 훨씬 무시무시할 테고.”

그때까지 구석에서 조용히 얘기를 듣고 있던 숙희가 한 말이었다. 그제야 수정이 숙희를 용만에게 소개했다.

“앞으로 절 도와줄 친구예요. 영을 볼 수 있는 능력도 지니고 있고.”
“이쪽으로 저보다 아는 게 더 많은 것 같네요.”

용만의 말에 숙희가 얼굴을 붉혔다. 용만이 말했다.

“예. 영감님도 그것 때문에 요즘 걱정이 많으세요. 조만간 무슨 큰 변고가 일어날 것 같다고. 영감님도 이미 요괴가 이승에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는 걸 알고 계세요. 아무튼 영계가 불안정해지면 이승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겠죠.”
“당연히 그렇지. 참, 아까 잠깐 통화는 했지만 정확히 무슨 얘기야?”
“예. 영감님이 아는 병원 영안실에 근무하던 직원 두 명이 죽었는데 손바닥에 푸른 멍 자국이 있었대요. 영감님이 아무래도 영적인 존재에게 살해당한 것 같다면서 아는 분의 도움으로 병원 시체실에 안치된 시신들을 전부 조사했대요. 근데 그중 얼마 전에 교통사고로 들어온 시체 한 구에서 정상적으로 천도되지 못하고 원한령으로 발전했을 만한 흔적이 느껴졌다고 하시더라구요.”
“시신의 인적사항은 알고 있어?”
“예. 한상철이라고, 뺑소니를 당했나 봐요. 주소도 있고. 오기 전에 그 사람 아내한테 전화를 했었는데 막무가내로 무섭다고 말도 못 꺼내게 하더라구요.”
“가만있자. 차 작가는 아프니까 이번엔 너하고 나 둘이서만 가야 하는 건가?”

수정이 말했다.

“저 대신 숙희를 데려가세요.”

그 말에 선일은 물론이고 숙희도 놀란 눈으로 수정을 쳐다봤다. 선일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건 또 무슨 망발이야? 우리가 지금 한가하게 소풍가는 건가?”
“또, 또 화부터 내신다! 차분하게 제 말부터 들어보세요. 숙희를 이곳에서 일하도록 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라구요. 제게 무슨 일이 있을 때나 박 영감님 쪽에 일이 있을 때 저 대신 숙희에게 취재를 맡기려고. 어쩌면 취재 자체는 숙희가 저보다 더 잘 할 수도 있죠. 영들을 볼 수 있으니까.”
“그래도 그렇지. 현장에선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데.”

수정이 숙희를 돌아보고 물었다.

“숙희 너, 예전에 퇴마하는 현장에 꼭 가보고 싶다고 그랬지? 자신 있어?”

숙희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꼭 가보고 싶어. 그래서 장차 퇴마사도 되고 싶고.”

선일이 못마땅한 것처럼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나는 모르겄다. 혹시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난 산재보험금 같은 거 지급할 여력 없으니 너 알아서 해라! 용만아, 가자!”


7

나란히 앉아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인하와 공표는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버스를 타고 얼마 후 인하가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곤 입을 다문 탓이었다. 그렇다고 공표에게 먼저 말을 걸 용기는 없었다.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 동안 공표의 몸은 긴장으로 경직됐고 숨도 편하게 내쉴 수가 없었다.

이따금 인하의 팔이 스칠 때마다 공표는 화들짝 놀라 몸을 움츠렸다. 인하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내내 시선을 창밖에만 고정시켰다. 공표는 그런 인하의 옆모습을 힐끗거리며 훔쳐봤다. 그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렸고 심지어 납작하게 오그라들기까지 했다. 공표가 다시 고개를 슬쩍 돌렸다. 그때 인하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쌀쌀맞게 말했다.

“여기 창문으로 다 비치거든!”

그제야 인하는 고개를 홱 돌려 공표를 노려봤다. 귓불까지 빨개진 공표는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라 허둥거렸다.

“남자애들은 왜 그러냐? 보고 싶으면 그냥 당당하게 앞에서 보면 되지, 왜 그렇게 훔쳐보는 걸 좋아해? 누가 못 보게 했어?”

공표는 얼른 반대편 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온몸에선 후끈거리며 진땀이 났다.

“훔쳐보면 뭐가 달라 보여?”

공표는 별수 없이 궁색하게 입을 열었다.

“그게…… 훔쳐본 게 아니라 혹시 자는 줄 알고…….”
“이런 때는 변명하는 게 더 추해. 하여간 남자란 족속들은 다들 왜 그렇게 음흉해? 다 왔어! 얼른 내려!”

인하가 찬바람을 일으키며 먼저 내렸고 공표도 허겁지겁 뒤따라 내렸다. 버스에서 내린 인하는 먼저 성큼성큼 앞장서서 걸어갔다. 얼마 정도 지났을까, 열심히 걷던 인하가 갑자기 우뚝 멈춰 섰다. 횡단보도 앞이었다. 공표는 그녀가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다음 이야기
제3장 뺑소니 (7)





(일러스트: 이자정)

Posted by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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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