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특수효과와 드라마의 만남
50년대 SF 영화의 고전
리처드 매서슨의 대표장편 <줄어드는 남자>는 훌륭한 판타지지만 SF로서는 다소 약합니다. 하긴 멀쩡했던 남자가 지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조금씩 줄어든다는 이야기를 하드 SF로 그리는 건 불가능하겠죠. 하지만 전 이 책을 읽을 때 매서슨이 축소의 물리학을 지나치게 무시한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 때문에 종종 스코트 캐리의 모험담에 집중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전 방사능에 오염된 살충제라는 설정보다 벌레만한 크기로 줄어든 스코트가 아래로 내려가지 못한다는 설정이 더 어색해요. 차라리 과학을 완전히 무시한 순수한 판타지로 이야기를 열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물리법칙을 보다 엄격하게 지켰다면 더 좋았을 소설이에요.
물론 이런 거 신경 쓰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매서슨의 소설에서 중요한 건 물리학적 사실성이 아니라 어쩌다가 운없는 사고를 당해 점점 몸이 줄어드는 남자 스코트 캐리의 내면이니까 말이죠. 그는 그냥 줄어듭니다. 물리적 존재로서, 인간으로서, 남자로서... 이 축소의 과정은 실존주의적으로 해석될 수도 있고,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성적으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무엇으로 해석하건, 스코트가 그 과정 중 겪게 되는 공포와 좌절, 외로움은 독자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지요.
잭 아놀드의 영화는 원작이 그렸던 스코트 캐리의 실존적 고민을 전부 옮기지는 않습니다. 그러기 싫어서가 아니라 그냥 그럴 공간이 부족했지요. 몇몇 에피소드들은 등급을 염두에 두어야했을 거고. 그래도 원작자 매서슨이 직접 참여한 영화의 각본은 소설에 충실한 편입니다. '창조'와 '목적'에 대해 웅얼거리는 결말 부분의 기독교적 설교는 심각하게 불쾌하지만, 50년대 미국 관객들은 덜 거부감을 느꼈겠지요.
소설을 능가하는 영화의 이점은 역시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의 특수효과는 50년대 기준으로 보면 최고예요. 물론 군데군데 합성의 티가 나긴 하지만 스코트 캐리가 거대한 사냥터가 된 자기 집 지하실에서 거미와 싸우는 동안 가짜 티가 난다고 투덜거리는 관객은 많지 않을 겁니다. 소설에서는 다소 믿을 수 없었던 몇몇 묘사도 시각 매체와 결합하니까 꽤 그럴싸해졌어요. 후반부의 액션은 소설보다 영화가 낫습니다. 현실세계의 영화 제작 조건이 사실성에 도움을 준 것 같아요.
하지만 영화의 진짜 장점은 특수효과가 아니라 그 특수효과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드라마 자체입니다. 외계생물이 미국의 작은 마을을 침공하지만 용감한 과학자가 그걸 막아낸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골백번 보다가 <줄어드는 남자>를 보면 그 차이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게 되지요.
기타등등
브래트 라트너가 에디 머피 주연의 리메이크를 계획 중입니다.
관련 리뷰
2008/07/01 - [리뷰/게임&DVD] - 유니버설 고전 SF영화 컬렉션 DVD 박스
'리뷰 > SF / 판타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화피 - 畵皮 (2008) (5) | 2008/10/30 |
|---|---|
| 화피 - 畫皮 (2008) (10) | 2008/10/09 |
| 20세기 소년: 제1장 강림 - 20世紀少年 第1章 (2008) (6) | 2008/09/23 |
| 헬보이 2 : 골든 아미 - Hellboy II: The Golden Army (2008) (8) | 2008/09/14 |
| 줄어드는 남자 - The Incredible Shrinking Man (1957) (1) | 2008/09/13 |
| 헬보이 2: 골든 아미 - Hellboy II: The Golden Army (2008) (10) | 2008/09/03 |
| 슬리더 - Slither (2006) (4) | 2008/08/22 |
| 하우스 - HOUSE ハウス (1977) (3) | 2008/07/23 |
| 다크 플로어 - Dark Floors (2008) (0) | 2008/07/22 |
| 미지의 세계 - The Land Unknown (1957) (0) | 2008/07/12 |
| 몰 피플 - The Mole People (1956) (0) | 2008/07/11 |
|
익스트림무비 추천 도서 |
|
| 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
|


댓글을 달아 주세요
원작 소설에서는 다른 차원으로의 이동이 마지막이었죠?
영환 보지못했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