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 브라더스와 니콜라스 케이지의 만남
팡 브러더스가 자신들이 1999년에 만들었던 <방콕 데인저러스>를 리메이크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무척 신선한 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주연 배우로 니콜라스 케이지가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에는 좀 황당하다는 생각을 했다. 왜 하필 니콜라스 케이지인가? 그가 개성적인 배우인 것은 분명하지만, 최근에 보여준 그의 연기는 예전만 못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또 별로 기억할 만한 영화도 없는 것 같다. 어쨌든 팡 브러더스와 니콜라스 케이지가 손을 잡았다.
팡 브러더스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계속해서 영화를 만들고 있는 이 쌍둥이 형제를 지금 판단하기는 이른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태국과 방콕 그리고 할리우드를 종횡무진 누비며 영화를 만들고 있는 이 형제는, 인정하든 그렇지 않든, 실제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형제감독이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들에게는 <디 아이>와 <C+정탐>과 같은 좋은 영화들이 있으며, 다양한 실험적 시도를 하고 있다. 또한 시장을 넓히려는 노력도 평가해줄 만하다고 본다. 할리우드와 함께 작업을 하는 것은 독배를 받아들이는 것일 수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일지도 모른다.
영화는 체코의 프라하에서 시작한다. 냉혹한 킬러를 연기하는 니콜라스 케이지를 소개하는 시퀀스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으로 맡은 일이라고 생각하며 방콕에 온다. 방콕의 범죄조직이 의뢰한 암살 4건을 하기로 받아들인 것이다. 영화는 방콕이라는 도시를 세계의 많은 관객에게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니콜라스 케이지는 복잡하고 더러운 도시에 왔다고 독백을 한다. 외국인들에게는 관광지일 뿐인 방콕, 현재 정치적 혼란으로 가기 힘든 도시가 된 방콕의 여러 공간들을 카메라는 훑고 지나간다. 그 속에서 미국인인 니콜라스 케이지는 스스로 고립된 존재가 된다. 그것은 그의 직업 때문에 그런 것이지만, 팡 브러더스는 아시아의 정적인 문화적 흐름에 들어온 서양인의 모습을 그리려고 한 것 같다.
그런데 영화의 흐름은 좀 매끄럽지 못하다. 니콜라스 케이지는 현지인 조수를 구한다. 암살 작업을 하는 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조수는 메신저와 통역 역할을 한다. 니콜라스 케이지에는 직업상 몇 가지 원칙이 있다. 그 중에는 일 이외에 다른 이들에게 신경 쓰지 말라는 것도 들어 있다. 한마디로 말해 쓸데없이 누군가에게 정주지 말라는 것이다. 뒷골목에서 관광객들에게 가짜 롤렉스 시계를 팔고 소매치기를 하던 조수에게 그는 갑자기 스승이 된다. 킬러로서 가져야 할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 조수는 킬러가 되게 해달라고 애원을 한 것도 아닌데 갑자기 니콜라스 케이지는 자신이 선생이라고 말하면서, ‘너는 나의 학생이다’라고 말한다. 왜 영화는 이상하게 <레옹>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이색적이나 여전히 진부한 킬러 이야기
이 영화는 한 킬러가 아시아에 와서 맞닥뜨리는 존재론적 고민에 대한 이야기이다. 즉 무자비하게 사람을 죽이는 킬러가 인간성에 대한 고민을 한다는 내용인 것이다. 이것은 사실 매우 진부한 스토리이다. 그 계기들 중의 하나는 짐작하겠지만 여자이다. 양채니가 연기하는 약사는 그야말로 해맑고 티 없는 여성의 표상이다. 오리지널에서는 주인공 킬러가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장애인이었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이 여성이 그렇다. 이 영화에서 양채니는 순수 그 자체이다. 그래서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물론 세상에 그런 여성이 없기야 하겠는가마는 찾기 힘든 것도 사실 아닌가. 니콜라스 케이지와 양채니는 방콕의 여러 곳을 다니며 데이트를 한다. 당연히 니콜라스 케이지는 그녀를 바라보며 설명하기 힘든 고민에 빠진다.
또 하나의 사건은 방콕의 범죄 조직에게 의뢰받은 암살 대상이 태국 국민들에게 존경받는 정치인이라는 것이다. 원래 나쁜 놈들은 총으로 쏴 죽이는 데 아무런 고민을 하지 않았다. 물론 이것 역시 많은 영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질문이다. 나쁜 놈들은 죽어도 괜찮은가? 보편적 인권이라는 문제가 걸려 있는 이 질문에 대해 어떤 대답을 할 수 있는 것일까? 그런데 태국 국민들이 열렬히 지지하는 좋은 정치인을 죽이는 것은 온당한가? 그렇지만 이런 의문을 전문 킬러가 품는다면 그는 이미 킬러로서 자격을 상실한 것이 아닌가? 아니 킬러에게도 직업윤리는 있어야 하는 것일까? 과연 니콜라스 케이지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는 영화를 보고 직접 확인해보길 바란다.
아시아 문화에 적응하려는 케서방
이 영화는 팡 브러더스가 감독을 하긴 했지만, 제작자의 이름들 중에 니콜라스 케이지가 들어 있는 것을 보면, 니콜라스 케이지의 영화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한국 여성과 결혼을 했다. 싱가포르 일간지에 실린 이 영화에 관한 기사를 보면, 그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나는 한국 여성과 결혼했고 생소한 한국 문화에 적응하려는 시도에서 오는 매력과 고립감을 알고 있다. 이러한 감정들이 <방콕 데인저러스>에 유기적으로 녹아있다.”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 “이 영화는 아시아 영화도 미국 영화도 아니다.” 아마도 그는 아시아 문화에 심취해 있는 듯하다. <넥스트>의 한 장면에서도 서울을 ‘soul’이라고 말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방콕 데인저러스>에는 그의 개인적 취향이 많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라는 짐작을 하게 된다.
뭐 이런 것은 다 좋다. 그러나 이번 영화가 다양한 관객들을 모두 만족시키기는 힘들 것 같다. 액션 장면들은 팡 브러더스 스타일이라고 말할 만한 것이 거의 없다. 아직 그들은 자신들만의 스타일을 개발하지 못했다. 내러티브 역시 별다르게 말할 만한 것이 없다. 엔딩은 할리우드적이지는 않다. 일종의 허무주의적인 엔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위에서 말한 싱가포르 신문의 표제는 ‘Cage-d and Dangerous'이다. 나름 의미심장한 표제라는 생각이 든다. 니콜라스 케이지는 새로운 선택을 한 것만은 분명하다. 그것이 성공을 할지 아니면 실패로 돌아갈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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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누리꾼들이 한국인과 결혼했다는 이유로 '케서방'이라 불리는 사나이.
기억에 남는 잔잔한 여운의 영화들을 꼽았더니 모두 '맨'시리즈네요. 히어로 물 절대 아닌데...
이렇게 영화에 대한 리뷰를 올려주시면 그에 따라 주연 배우들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곤 하는데 역시 <넥스트>나 <고스트 라이더>에서 주었던 악몽이 너무나 컸던 것 같네요. 그리고 브루스 윌리스 못지 않게 다작을 하면서도 흥행 면에서는 그다지 기억에 남는 영화가 없다는 것이 또 단점.
그래도 <패밀리 맨>, <매치스틱 맨> 그리고 <웨더 맨> 같은 영화를 꾸준히 찍어주는 것에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뭔가 다른 걸 시도해보려고 하는 것 같긴 합니다. 더 두고 보면 확실히 알 수 있겠지요...
한때는 연기파 배우였는데 어느새 액션배우로 각인됐는지...
제대로 연기 한번 보여줬으면 싶네요..
예~"광란의 사랑"의 차위에서 로라던을 향해 부르던 엘비스의 "러브미 텐더"가 아직도 생생한데...어느 순간부터 3류 액션 영웅으로 전락하는 느낌이라 너무 안타까운겁니다;;
아카데미 남주상을 받고부터 배우들은 탄탄대로가 아니라 헐리웃의 각본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가 되는...(너무 표현이 심한건지;
니콜라스 케이지는 이제 아시아로 눈을 돌린 것 같은데 앞으로 행보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광란의 사랑>은 예전에 극장에서 본 기억이 나는데, 너무 오래전이군요..
마이너한 영화 위주로 출연하던 사람이 어느날 '더 록'에 나오는 걸 보고
놀랐던 기억이 새삼 떠오릅니다...^^
흠..; 이거 보기로 했는데 걱정되네요
같이 본 놈들이 욕하는건 아닐지 ㅠㅠ
킬러영화라고 생각하시고 보면 큰 무리는 없을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가르쳐 달라고 하지 않는데도 선생이 되려 한다는 대목에서 뿜었습니다. ^^
제3자로서 그를 보는게 편했는데 캐서방이 된 후 왠지 모르게 불편해졌네요 -.- 친한 친구가 처남이 된 기분이랄까..ㅋㅋ 영화가 안되면 더 안타까워지고. 하여튼 제 기억으로 그의 영화중엔 '콘에어'가 제일 맛있었던 영화였던것같네요. 근육질도 한창 절정이었고..아시아사랑도 좋지만 앞으로 좀더 나은 선구안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