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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가> <모녀귀> <이프>로 유명한 이종호 작가의 호러 & 판타지 <귀신전>은 7월 21일 랜덤하우스코리아에서 출간 되었습니다(2권은 8월 27일부터 출간). 익스트림무비에서는 작가분과 출판사와의 협의를 거쳐 독점 연재로 공개됩니다. 절대로 퍼가시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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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귀사리
제2장 액막이
제3장 뺑소니 (1)
제3장 뺑소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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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뺑소니


교단에선 눈동자를 양쪽으로 펼치고 교실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수학선생 무대뽀가 몽둥이로 탁자를 두드리며 연신 으름장을 놓고 있었다.

“봐라, 봐라! 눈 돌아가는 소리 들린다! 누가 시험시간에 이렇게 큰소리로 눈을 돌리나? 눈은 자기 시험지에만 채널고정 하라고 했다? 난 너희 서른두 명의 얼굴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신기한 눈을 가졌다는 걸 항상 명심해라! 알겠나?”

누군가 ‘네.’하고 대답하자 무대뽀가 인상을 쓰며 소리쳤다.

“누가 정신 못 차리고 시험시간에 대답하랬나? 내가 얘기하거나 말거나 시험에만 집중하란 말야! 알았어?”

이번엔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제야 그가 만족스러운 듯 스스로 고개를 끄덕였다. 공표가 볼펜을 굴려가며 열심히 문제를 찍고 있을 때 누군가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3번!”

공표가 놀라 고개를 돌리자 묘화가 머리를 풀어헤친 섬뜩한 모습으로 옆에 와 있었다. 아무래도 이런 귀신같은 모습으로 불쑥 눈앞에 나타날 때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곤 한다. 공표는 목구멍까지 튀어 올라온 비명을 간신히 집어삼켰다. 그때 앞에서 벽력같은 소리가 떨어졌다.

“야, 홍공표! 너 지금 시험지 안 보고 어디로 눈 돌렸어?”

무대뽀가 몽둥이를 휘두르며 교단을 내려와 공표에게 다가왔다. 공표는 얼른 고개를 숙이고 시험지에 코를 박았다. 잔뜩 긴장하며 숨을 죽이고 기다렸는데 다행히 무대뽀는 잠시 노려보다가 교단으로 돌아갔다. 묘화가 앞뒤 살피지 않고 공표의 귀에 대고 낮게 속삭였다. 사실 낮은 소리로 말할 필요도, 귀에 대고 속삭일 필요도 없지만 아직도 살아 있을 때의 습관이 몸에 배어 있는 모양이었다.

“틀렸어! 인하는 3번이라고 썼다구.”

인하는 전학 오자마자 전교 1등을 거머쥐었다. 인하가 3번이라고 썼으면 그게 거의 정답일 것이다. 확실하게 세 문제만 더 맞히면 최소한 지난번 점수보다 성적이 떨어지진 않을 것이다. 공표는 순간 갈등하다가 모른 척하고 답을 3번으로 고쳤다. 공표가 볼펜을 굴려 그 다음 문제의 답을 막 찍자마자 다시 묘화가 인하의 답을 보고 와서 속삭였다.

“또 틀렸네? 넌 어쩜 그렇게 찍는 것도 못하냐? 인하는 4번이 아니라 1번이라고 썼던데?”

공표는 자기도 모르게 1번으로 답을 고치려다 마음을 바꿨다. 그는 시험지 귀퉁이에 ‘조용히 하고 나가!’라고 썼다.

하지만 묘화는 나갈 마음이 전혀 없는 듯했다.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뭐가 즐거운지 평소보다 들떠 있었다. 아마도 공표 때문에 들어오지 못했던 교실을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기 때문인 듯했다. 묘화는 평소보다 한 톤쯤 높은 음성으로 약 올리는 것처럼 조잘거렸다.

“어떻게 찍는 것도 그렇게 못하니? 어휴! 나중에 또 아저씨한테 혼나겠다! 내가 인하 답보고 그대로 다 불러줄 테니까 그대로 적어! 공부도 못하는 게 꼴같잖게 자존심은 있어가지고!”

공표가 다시 시험지에 진하고 크게 글씨를 썼다.

‘나가라 그랬다!!!’

공표는 괜히 얼굴이 달아올라 안절부절못했다. 자신에게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인하나 아이들이 또 이상한 낌새를 챌까봐 불안했다.

시험 보기 전에 묘화에게 절대 들어오지 말라고 그렇게 다짐을 해뒀는데. 벌써 감각이 예민한 애들 두세 명은 꺼림칙한 표정으로 공표를 흘겨보기 시작했고 인하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힐끗 쳐다봤다. 무대뽀가 몽둥이로 탁자를 두드리며 주의를 환기시켰다.

“뭐야? 갑자기 왜 이렇게 분위기가 어수선해?”

하지만 묘화는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교실을 뛰어서 돌아다니며 큰소리로 떠들어댔다.

“아! 너무 좋아! 교실에 들어오니까 기분도 좋아지고 마음도 편해져. 아무래도 내가 학생이기 때문인가 봐. 나도 시험 보고 싶어. 친구들도 보고 싶고!”

비록 아이들이 묘화의 소리를 들을 수도, 볼 수도 없지만 저렇게 큰소리로 떠들면서 헤집고 다니면 으스스한 기운 정도는 느낄 수가 있다. 무대뽀도 그런 느낌이 드는지 꺼림칙한 표정으로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때였다. 방금 전까지 기분이 들떠 마구 소리를 질러대던 묘화의 음성이 갑자기 소름끼치게 변했다.

“나도 다시 돌아가고 싶어! 너무 궁금해. 난 어떤 애였을까? 어떤 학교를 다녔을까? 내 친구들은 어떤 애들이었을까? 우리 부모님은 어떤 분들일까? 야, 홍공표! 너 왜 약속 안 지켜? 니가 내 기억 찾아준다고 했잖아. 얼른 우리 엄마 아빠 찾아내, 얼른!”

묘화가 비명처럼 악을 쓰더니 갑자기 공표를 노려보며 손톱으로 칠판을 긁기 시작했다. 순간 끼기긱 하는 소리가 전율처럼 교실을 한 바퀴 돌았다. 시험을 보던 여자애들이 비명을 질렀고 무대뽀도 놀라 교단 아래로 후다닥 달려 내려와서는 뒤를 돌아봤다. 칠판에는 묘화가 손톱으로 그은 자국이 길게 나 있었다. 무대뽀가 허옇게 질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방금 그 소리, 뭐……뭐야?”

여학생 누군가가 칠판의 손톱자국을 보고 놀라 소리쳤다.

“선생님, 칠판에 이상한 자국이 생겼어요!”

무대뽀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교단을 올라가 칠판을 만져보곤 화들짝 뒤로 물러났다. 누군가 또 소리쳤다.

“아깐 그거 없었단 말예요!”

다시 여기저기서 신음과 비명이 잇따라 터져 나왔고 옆 교실에 있던 선생님까지 달려와 안을 기웃거리기까지 했다. 그때까지도 묘화는 교단의 한가운데 버티고 서서 공표를 노려보며 악을 써댔다.

“다들 내가 안 보여? 내 소리 안 들려? 내가 그랬어! 내가 그랬단 말야! 나도 한때는 너희들과 똑같은 학생이었어! 나도 너희들과 친구가 되고 싶고 같이 공부하고 싶단 말야! 그런데 왜 아무도 날 못 보는 거야! 왜!”

묘화의 서릿발 같은 귀기가 교실 안에 서늘한 한기를 뿜어내자 교실 앞 칠판 위에 매달려 있던 급훈을 적어놓은 액자가 옆으로 기우뚱했다. 다행히 그건 공표 혼자 봤기 때문에 더 이상의 소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무대뽀가 연신 뒤를 돌아보며 몽둥이로 탁자를 두드렸다.

“조용! 조용!”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으려고 했겠지만 무대뽀의 얼굴은 이미 허옇게 질려 있었다. 마침내 묘화가 울기 시작했다. 공표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전형적인 귀신의 울음소리였다. 다시 귀기를 느낀 아이들이 웅성거리자 무대뽀는 그런 아이들을 진정시키느라 애를 먹었다.

“아무것도 없어! 아무 일도 아니니까 어서 문제나 풀어!”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무대뽀 역시 더 이상 교단에 올라갈 생각이 없는 듯했다. 그는 교단에 올라가는 대신 책상 사이를 걸어 다니며 몰래 공표를 힐끔거렸다. 아마 선생들 사이에서도 공표에 대한 얘기가 돈 모양이었다. 다른 아이들도 힐끔거리며 공표의 눈치를 살폈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모두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공표와 함께 있으면 자꾸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오싹한 기분이 들거나 가슴이 답답해져. 너희들도 그렇지?’

도저히 그대로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공표는 벌떡 일어나서 교탁에 시험지를 제출하고 교실을 나섰다. 평소 같으면 벌써 나간다고 한소리 했을 무대뽀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시선을 피했다. 공표는 자신의 등 뒤로 내리꽂히는 수많은 아이들의 당혹스럽고 의혹에 찬 시선을 온몸으로 느꼈다.

공표는 학교 뒤 창고로 가서 쪼그리고 앉아 무릎에 고개를 파묻었다. 친구들에 이어 선생님들까지 그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우울한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는 이러다가 결국 학교를 그만두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어디선가 묘화의 영기가 느껴졌다. 묘화가 눈치를 살피며 구석에서 소리 없이 나타났다. 공표는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

“내가 경고했지?”

묘화는 불안한 표정을 애써 감추며 딴전을 피웠다.

“넌 내 마음 몰라! 귀신으로 산다는 게 얼마나 답답하고 심심하고 외로운지!”
“심심하고 외로우면 그렇게 하는 거야? 그러는 넌 내 마음 알아? 넌 너밖에 모르잖아. 하긴 귀신이 그렇지. 변덕도 심하고 이기적이고. 항상 누군가를 원망하고 남 탓이나 할 줄 알지, 다른 사람 생각을 어떻게 하겠어? 사람의 마음이 없는데. 보기 싫으니까 지금 당장 떠나! 이승에서든 저승에서든 이걸로 너하고 내 인연은 끝이야!”

떠나란 소리에 묘화가 화들짝 놀라며 공표에게 매달렸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제발 떠나란 소리만은 하지 말아줘! 앞으론 절대 안 그럴게. 니가 하라는 대로 뭐든지 할게. 눈앞에 나타나지 말라면 안 나타나고 네가 찾을 때는 금방 달려올게. 제발 떠나라는 소리만 하지 마! 난 아직도 다른 귀신들이 무섭고 혼자서 이승을 떠돌아다니는 것도 너무 무섭단 말야. 내 기억을 찾을 때까지만 옆에 있게 해줘. 제발!”
“더 이상 할 말 없어. 네 거짓말과 변덕엔 이제 질렸어. 법사님도 그랬어. 귀신이 사람 옆에 너무 오래 머물면 음기가 쌓여 결국 악귀로 변한다고. 더 이상 고집 부리지 말고 저승으로 들든지 네 갈 길로 가버려. 계속 말 안 들으면 어쩔 수 없이 기공을 쓸 거야.”

묘화가 헉 놀라며 파르르 떨다가 공표를 노려보곤 소리쳤다.

“떠나라면 못 떠날 줄 알아? 넌 귀신 심정이 어떤지 알기나 해? 그래, 니 말대로 따스한 마음도 없고 먹지도 못하고 누워서 잠을 잘 수도 없고 집도 없고 친구도 없고 갈 곳도 없어. 넌 그런 귀신 심정을 알기나 하냐고! 한이 돌덩이처럼 가슴을 짓눌러 답답한 마음으로 정처 없이 이승을 떠돌아야 하는 게 얼마나 무섭고 끔찍한 일인지 알기나 하냔 말야!”
“그게 내 탓이야? 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어. 이렇게 된 건 전부 니 잘못이야.”
“최선을 다했다고? 웃기지 마! 넌 날 한 번도 친구로 대하지 않았어. 너한테 나란 존재는 그냥 귀신일 뿐이야. 툭하면 지금처럼 윽박지르고 겁만 줬지, 단 한 번도 나를 이해하려고 한 적이 없잖아. 진실했던 적도 없었고 솔직하게 속마음을 털어놓은 적도 없었어. 나도 한때는 너와 같은 사람이었고 아직도 내 가슴엔 그런 사람의 감정이 남아 있는데 넌 그걸 몰라. 그래서 난 니 옆에 있을 때가 오히려 더 외롭고 슬프단 말야.”
“나도 너 때문에 내 학교생활이 엉망이 됐어! 애들이 나한테 뭐라고 하는지 알지? 귀신 붙은 놈이라고 가까이 오지도 않아! 그게 다 누구 탓인데!”
“좋아. 솔직하게 얘기해. 진짜 나 필요 없어? 없어졌으면 좋겠어?”

묘화가 간절하게 공표를 쳐다보며 물었다.


다음 이야기
제3장 뺑소니 (4)




(일러스트: 이자정)

Posted by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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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재밌어요ㅠㅠ~~

  2.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고 담편이 너무나 기다려져요. 언제나 재미있는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3. 님 소설 잘 보고 갑니다. 재밌군요. 또 찾아오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