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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부의 반전을 전부 폭로합니다.)


<빌리지>의 무대는 펜실베니아의 고립된 작은 마을입니다. 평화롭게만 보이는 이 마을에는 음침한 비밀이 하나 있었으니, 그건 마을을 둘러싼 숲에 무시무시한 괴물이 살고 있다는 것이었죠. 마을 사람들과 괴물들은 서로의 존재를 용납하며 아슬아슬한 평화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영화가 시작된지 얼마되지 않아 그 균형은 깨지고 맙니다. 괴물들은 마을 안으로 들어와 사람들을 위협하고, 주인공인 장님 소녀 아이비는 죽어가는 애인을 살릴 약을 구하기 위해 숲을 뚫고 바깥 세계로 나가야 하죠.

<빌리지>는 모범적인 샤말란 영화입니다. 우리가 지난 세 편을 통해 익숙해진 그 모든 것들이 이 영화에 담겨있죠. 금욕적이고 애조 띤 조용한 분위기, 초자연적인 설정, 그들을 커버하는 섬뜩하고 감각적인 스타일. 언제나처럼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하고 이 모든 것들을 통제하는 샤말란의 테크닉은 거의 완벽합니다.

그러나 <빌리지>는 샤말란의 영화들 중 가장 인기가 없는 작품입니다. 이 평가는 나중에 바뀔 수도 있고 사람들에 따라 어느 정도 개인차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식스 센스> 이후 샤말란이 이처럼 일방적인 악평을 받았던 적은 없죠.

왜일까요? 그건 후반부의 반전으로 밝혀지는 영화의 설정 때문입니다.

이 영화엔 세 가지 반전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마을 사람들을 위협하는 괴물이 사실은 마을 원로들이 만들어낸 가짜라는 것입니다. 이건 너무 당연한 것이라 예고편만 봐도 짐작할 수 있는 거죠. 두 번째 반전은 결코 정상이라고 할 수 없는 마을 사람 누군가가 그 괴물로 위장하고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다녔다는 것입니다. 이 역시 예측 가능하지만 일단 받아들이고 나면 흥미로운 추리물의 기둥이 되어주죠. 세 번째 역시 영화를 보면서 "설마 저게 진상일까?"라고 관객들이 걱정하는 것인데... 그건 지금까지 19세기 말엽으로 위장하고 있던 시대배경이 사실은 21세기의 현재이고, 그 마을도 20세기 미국사회의 폭력에 진저리가 난 몇몇 사람들이 야생동물 보호구역에 세운 가짜라는 것입니다. 괴물은 마을의 정체를 모르는 젊은 사람들을 외부로부터 고립시키기 위한 수단이었고요.

이 설정은 가치있는 것일까요? 그럼요. <빌리지>의 설정은 단순히 깜짝쇼로 관객들을 자극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영화는 그 이상을 바라고 있죠. 아마 여러분은 이 영화를 유토피아에 대한 씁쓸한 우화로 읽을 수 있을 겁니다. 현실 사회의 폭력으로부터 달아난 사람들이 자신들의 순수성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낸 거짓말이 또다른 폭력을 만들어내고 그 폭력이 다시 폭력적인 거짓말을 만들어낸다는 이야기로요.

하지만 이 설정이 관객들을 납득시켰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많은 관객들은 이 설정이 진부하고 어처구니없다고 생각할 겁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설정이 드라마의 무게를 날려버린다는 것입니다. 이야기를 둘러싼 모든 거짓들을 걷어내면 주인공들이 겪는 모든 끔찍한 고난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는 말이니까요. 맥이 빠질 수밖에 없어요. 게다가 샤말란은 반전에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서스펜스와 드라마를 강화할 수 있는 많은 기회들을 놓쳐버리거든요.

<빌리지>에 대한 일방적인 악평은 지나치게 단순한 구석이 있습니다. 반전과 설정이 위태롭긴 하지만 장점도 많은 영화니까요. 결말이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샤말란이 아닌 다른 감독이 이 결말을 다루었다면 어땠을지 생각해보세요. 하지만 샤말란이 자신의 영역을 넓힐 때가 된 건 분명합니다. 그가 만들어낸 세계는 여전히 아름답지만 슬슬 매너리즘의 징후가 보여요. (04/09/10)

기타등등

1. 아이비를 연기한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는 론 하워드의 딸입니다. 훈련이 잘 된 좋은 배우네요. 그리고 아빠보다 예뻐요.

2. 힐러리 한이 바이올린 독주를 맡고 있어요.

3. 근데, 이 사람들 앞으로 어쩔 생각이었을까요? 지금까지 거짓말이 유지될 수 있었던 건 진실을 아는 원로들이 사실을 조작했기 때문인데요. 언제까지 이 거짓말이 지켜질 수는 없어요.

Posted by DJ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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