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인간들의 격돌
<남아본색>을 보면서 새삼스레 오경이란 배우에 대해서 생각을 했다. <태극권 2>에서 처음 만났던 배우인데, 그 후로 필모그래피의 성격이 좀 독특하다. 대개 무술 스타가 되면 고정 캐릭터가 생기기 마련인데, 오경은 그런 게 없다. 어떨 땐 지독한 악당을 연기하고, 또 다른 영화에서는 면도날 같은 살기를 거두고 선한 눈빛을 하곤 액션을 펼친다. 주연과 조연을 오가는 탓도 있겠지만, 여하튼 같은 해에 제작된 <남아본색>이 악역의 절정이라면 <쌍자신투>는 정반대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영화다.
<쌍자신투>의 이야기는 정말 별 볼일 없다.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신비한 효능을 가진 '천주'를 둘러싸고 세 그룹이 그걸 차지하려고 엎치락뒤치락 벌이는 액션이 전부다. 이런 진부한 이야기를 가지고 21세기에 영화를 만들다니! 제작자의 배포가 정말 크다는 생각이 영화 보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 만큼 영화의 이야기는 매력도 없고 재미도 없고, 또 허술하기 짝이 없다. 대체 천주라는 것이 어떤 물건이기에 목숨을 걸고 차지를 하려고 치고 박고 싸울까? 살짝 호기심은 생기지만, 신비한 효능은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는다. 애초부터 이 영화는 싸움질의 이유로 천주가 필요했을 뿐, 다른 게 없는 것 같다.
따지고 보면 홍콩 무술 액션 영화에서 이야기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짜임새 있는 드라마가 있다면 액션의 감동은 대폭 확장이 되고도 남지만, 액션 만으로 영화 한 편을 채울 수 있는 고급 인력들이 득실거리니 대충 대충 넘어가도 용서가 된다. 물론 액션의 질은 좋아야 한다.
<쌍자신투>의 주인공은 홍금보와 오경, 원화 세 명이다. 쌈질 잘하는 처자들도 있지만 외모 외에는 딱히 기억에 남지 않는다. 특이한건 여기 나오는 캐릭터들 대다수가 쌍둥이라는 점이다. 오경과 원화까지 디지털 기술을 빌어 쌍둥이가 되고, 심지어 등장하는 뱀까지도 쌍둥이다.
<쌍자신투>는 사실적인 격투를 추구하기 보다는 가볍게 즐기자는 영화 성격에 어울리게 과장된 연출로 액션의 합을 짰다. 와이어액션을 너무 과하게 응용을 하지 않았나 싶지만, 많은 격투 장면에서 꽤 효과적이다. 홍금보와 오경의 액션은 톱클래스 수준은 아니지만, 긴 액션을 함에도 조금도 지루하지 않는 볼거리를 선사한다.
<쌍자신투>는 요란한 액션을 끝내곤 반드시 속편이 나와야할 엔딩으로 마무리를 했다. 그때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두 가지를 빼먹지 말았으면 좋겠다. 첫째 쌍둥이들의 액션은 계속 이어져 갔으면 좋겠고, 두 번째는 말이 안 되지만, 오경이란 배우의 캐릭터를 잘 살려주기를 바란다. 성룡도 이연걸도 쌍둥이 연기를 했지만, 오경처럼 극단적으로 선과 악의 인상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쌍자신투>에서 악당 오경과 착한 오경이 대판 싸움을 벌였다면 후끈했을 터인데...
★★★
1. 본문에는 '기억 안나는 처자'라고 언급했지만 사실상 주인공인 종흔동과 채탁연은 중국의 유명 여성 그룹 '트윈스'의 멤버들이다. 이들 중 종흔동은 진관희 섹스 스캔들의 대표적인 피해자로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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