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에 미친 우리의 자화상
지금 싱가포르 극장에는 <Mad about English!>라는 다큐멘터리가 상영되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의 공간적 배경은 중국 베이징이고 시간적으로는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기 전 약 200일 전이다. 베이징은 올림픽 준비가 한창이었고 베이징 시민들은 영어 공부에 매진하고 있었다. 그 풍경을 이 영화는 스케치하듯이 훑어나간다. 과연 그들에게 영어는 무엇일까? 아니 우리에게 영어란 언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면 중국인들을 통해서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것이 아시아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의 현실이기 때문이리라.
Lian Pek이란 감독이 만든 이 다큐멘터리는 수많은 베이징 시민들을 화면에 담고 있다. 그들은 모두 영어 공부를 하려고 한다. 40대로 보이는 택시기사는 영어공부를 해야 하는 형편에 처한다. 왜냐하면 영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올림픽 기간 동안 택시운전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에서 만든 차를 운전하는 그는 어쨌든 열심히 공부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쉽지 않다. 감독은 백인 손님들과 이 택시 운전사와의 대화를 여러 장면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그 상황은 매우 코믹하다. 그러나 그것을 단지 코믹하다고만 볼 수 있을까? 그 택시 운전사는 국가의 큰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다면, 즉 영어 테스트에 통과하지 못한다면, 일생 동안 한이 될 것 같다고 말한다. 물론 그 말은 진심일 것이다. 그러나 영어를 잘 못한다고 올림픽 기간 동안 일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정말 너무하다. 중국 정부니까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요즘 한국사회 돌아가는 걸 보면 별로 다를 것 같지도 않다.
중국에는 영어 강사로 스타가 된 사람이 있다. 리양(Li Yang)이라는 이름의 그 유명한 영어 강사는 소리를 지르게 하는 방식으로 영어를 가르친다. 미친 영어, 그러니까 크레이지 잉글리쉬이다. 그는 영어 학교까지 운영하고 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비싼 돈을 내고 그 학교에 가서 영어를 공부한다. 그 학교의 운영방식은 군대와 비슷하다. 학생들을 통제하는 조교들은 실제로 군복을 입고 있다. 학생들은 유니폼을 입고 아침에 일어나 조깅 아니 행군을 한다. 식당에 가서 밥을 먹으려면 교사에게 영어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합격하지 못하면 밥을 먹지 못한다. 리 양의 학습 방식은 간단하다. 큰 소리로 영어를 말하는 것이다. 과연 그런 방식의 학습 방법이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웬만한 연예인보다 더 바쁜 스타이다.
그를 초빙한 학교는 운동장에 전교생을 모아놓고 리양의 강연을 듣는다. 그는 중국인들의 민족적 감정을 자극한다. 서구사회를 동경하기 때문에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고, 서구인들이 만다린을 하지 못하는 것이 불쌍하다고 말한다. 대신 세계로 진출하기 위한 도구로 영어를 공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유교적인 세계관의 발현인지 몰라도, 집에서 고생하는 부보님을 생각해서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말한다. 그러면 학생들은 눈물을 흘린다.
리양과 더불어 이 다큐멘터리의 중심적인 인물은 한 할아버지이다. 74세가 된 할아버지는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한다. 그 이유는 올림픽 기간 동안 자금성을 안내하는 자원봉사자로 뽑히기 위해서이다. 그 할아버지의 바람은 택시기사와 다를 것은 없어 보인다. 조국에서 벌어지는 큰 행사 그리고 자신의 생애 다시 볼 수 없을 그 올림픽에서 자원봉사자가 되고 싶은 것이다. 그는 커뮤니티 센터에 가서 다른 노인들과 함께 영어를 배운다. 그 광경은 매우 활기차고 재미있게 보인다. 한의사인 할머니에게 진료를 받으러 가서 두 노인은 영어로 대화를 나눈다. 그것은 매우 간단한 영어로 보이지만 그들은 매우 진지하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할아버지가 영어를 배우면서 삶이 더 즐거워지고 더 젊어졌다는 것에 있다. 왜냐하면 그 할아버지는 자기가 좋아서, 또 즐겁게 영어를 공부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외국인 관광객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눈다. 비록 그 할아버지의 영어가 대단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영어권 국가에서 온 관광객들은 그의 영어가 대단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감독은 리양의 영어 학교에서 파김치가 되어 영어를 외치고 있는 젊은이들과 즐거운 마음으로 영어를 공부하는 할아버지를 대비시킨다. 과연 우리는 어떻게 영어를 익혀야 하는 것일까? 쇼핑센터에서 물건을 파는 점원들과 식당에서 서빙을 하는 종업원들도 영어를 공부한다. 그것은 자신들의 영업을 위해서 또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택시기사도 마찬가지다. 젊은 학생들은 좀 더 많은 보수를 받을 수 있는 직장을 얻기 위해서 영어를 죽어라 공부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는 것이지만, 억지로 또 난리를 치며 공부하는 것은 그다지 효과를 얻지 못한다. 왜 이렇게 중국 그리고 한국의 많은 사람들은 그 난리들을 치며 영어를 해보겠다고 하는 것일까? 그렇지만 왜 영어를 진정으로 잘 하는 사람들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일까?
영어를 잘 하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세계어의 지위에 있는 영어를 잘 할 필요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지만 리양처럼 많은 젊은이들을 군대처럼 통제하면서 큰 소리를 지르게 하는 것은 그의 슬로건처럼 말 그대로 ‘미친 영어’를 하는 것이 아닐까? 난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한국에서도 이런 다큐멘터리는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언젠가 영어를 잘 하게 한다고 아이의 혀를 수술하게 한 부모의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아마도 한국판 <Mad about English!>는 호러 장르에 속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오렌지를 ‘어륀지‘로 바꾸자는 황당한 주장도 있었으니 코미디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로 ’mad' 혹은 ‘crazy'하지 않은 상태에서 영어를 공부하는 것을 불가능한 것일까? 왜 한국사회는 그렇게 미쳐만 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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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을 입고 영어를 배우다니 거참
정확하게 말하면, 군복을 입은 것은 영어학교 조교들이구요. 학생들은 점퍼 비슷한 유니폼을 입고 있습니다. 학교 운영은 군대 훈련소와 비슷합니다. 정말 웃기죠...
참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한국이 더 하면 더 하지 못하지는 않죠.
이거참.. 영어병은 정말 -_-;;
얼마전 티비를 보니 영어에 한정된것은 아니지만
교육열풍이 심각할 정도던데
소름끼칩니다..
지금 한국정부의 교육정책은 학원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누가 이런 상황에서 돈을 벌고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아...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감상평을 보고도 눈물이 나려하는 이유는 뭘까요.
정말 답답하고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최근 입시를 경험하고 있는 고등학생분들이나 취업에 필사적인 대학생분들에게나 이 미친 영어병은 정말이지... 아 가슴이 쓰라리네요.
이 다큐는 한국에 소개되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일단 재미있기도 하고 우리의 현실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듯하네요.
제목만 보고..
우리나라의 현실을 담은 다큐인줄 알았어요..
정말 한국도 정상은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