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액션배우다>의 정병길 감독에 이어 영화의 주인공들인 5명의 배우들과의 만남을 시도 했다. 인터뷰 약속은 일치감치 잡혔지만, 그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일이 생겼다. 영화에서 화려한 개인기를 보여주었던 권문철이 오토바이 사고로 인터뷰에 참석을 하지 못했고(다행히 크게 다친 것은 아니라고), 개그맨 뺨치는 코믹함으로 관객을 웃겼던 권세진도 제주도에 머무는 관계로 나머지 세 명의 배우만 만날 수 있었다.
한국 액션 영화나 드라마에서 한 번쯤은 그들의 모습을 보았지만, 기억하기가 쉽지 않았던 그들. 스턴트맨으로 불리던 그들과의 대화는 예상했던 그대로 대단히 유쾌한 만남이었다. 사고로 참석을 못한 권문철의 빠른 쾌유를 바라면서 “진짜 액션 배우”와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장소: 상암 CGV 골드클래스 룸
참석 배우: 권기덕, 곽진석, 신성일
인터뷰어: 이용철(ibuti), 김종철(다크맨)
정리: 김종철(다크맨)
진짜 액션 배우들과의 만남
일반 관객과 기자 대상 시사회를 통해 영화가 공개되었다. 워낙 반응이 좋아서 무대 인사도 많이 다니고 인터뷰도 이어지고 무척 바쁘게 지내는 것 같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기분이 어떤지 궁금하다.
귀덕 : 영화가 완성되고 처음에는 상상마당에서 무대 인사가 열렸는데 그때는 별 생각이 없었다. 그러다 전주영화제에 소개가 되고 무대 인사가 진행됐을 때는 정말 재밌었다. 난생 처음 영화제에 와서 좋았고 다음에 또 갔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영화 개봉이 임박해 오니까 여러 매체에서 인터뷰도 하게 되고, 그런 것들은 처음 경험하는 일이라서 어리둥절했다. 뭘 어떻게 해야 될지도 잘 모르겠고. 그래도 사람을 만나고 질문하고 이야기하면서 알아가는 과정도 있고, 나중에 사적인 자리에서 사귀는 일도 생겨서 기분이 좋다.
무대 인사를 처음 할 때는 시선을 어디에 둬야 될지 몰랐다. 그래서 선글라스를 끼고 갔는데 긴장이 되니까 관객들한테 내 눈이 다 보이는 것 같아서 소용이 없었다. 내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진석 : 저녁엔 공연을 하고 있는데 요즘 영화 개봉 때문에 스케줄에 끌려 다니다보면 바쁘다는 게 실감이 난다. 이 일 저 일하면서 평소보다는 바쁘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나 먼 산도 바라보며 생각할 정도의 여유는 있다.
성일 : 이 영화 때문에 많이 돌아다니긴 한 것 같다(...)
권기덕
진석 : (웃으며) 아! 질문을 할 때는 이쪽에서(귀덕을 가리키며) 한 번 하고 저쪽에서(성일을 가리키며) 시작을 하고 그래야 한다. 그래야 성일이형도 말을 많이 할 수가 있다. 귀덕형에서 시작을 해서 마지막으로 넘어가게 되면 할 말이 없어진다.
성일 : 뭐 할 말도 별로 없고 해서.. (좌중 웃음)
영화가 배역을 맡아서 하는 게 아니라 80% 이상이 다큐멘터리다. 영화 속에서 자기 모습을 본 느낌이 어땠나?
성일 : 스크린에서 내 모습을 보니까 신기했다. 워낙 크게 나와서 신기하기도 하고.
영화는 어떻게 보았나? 마음에 들었는지?
성일 :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영화가 재미있었다. 캐릭터도 마음에 들었고, 뭐 재미있는 경험이었던 것 같다.
진석씨는 어떤가? 극중에서 많이 웃기기도 했는데.
진석 : 처음 할 때는 이렇게까지 될 줄은 생각도 못했고 영화제 가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영화 찍을 당시는 우리 모습이 정말 밝게 그려지는지, 그냥 우리들끼리 소장할만한 가치나 될까, 생각만 했다. 영화 보면서 놀랐다. 찍을 때는 그냥 찍었는데, 영화나 드라마 보면 감독 예술이라고 하는데 그 말이 실감이 났다. 캐릭터를 부각시키고 하는 것에서 연출이란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정말 영화는 감독의 예술인 것 같다.
내 경우는 몇 장면 잘랐으면 싶은 것들이 있는데, 관객들의 반응이 다 좋은 장면들이란 게 문제다. 신인왕전 나오는 장면은 언제 찍은 건지 기억도 안 나는 걸 PD 누나가 방송국에 가서 구해왔다. 그건 좀 잘라달라고 했었는데 결국 영화에 들어갔었다. 나는 재미없을 거라고 말했지만 사람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으니까 그냥 넘어갔다. (웃음) 사실 귀덕형이나 성일형은 멋있게 나오는 장면이 하나씩은 꼭 있는데, 나는 그런 게 없다. 나는 '마빡이'에서만 많이 나오고 그랬으니까.
그럼 영화 찍으면서 서로 경쟁을 한다든가 그런 게 있었나?
진석 : 경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아! 세진형 혼자서 바쁘게 경쟁을 다 했던 것 같다. 원래는 없는 캐릭터였는데, 자기가 막 들이대면서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지금은 제주도에 있어서 참석 못했는데, 일이 많다고 했다. 아마도 한가하지만 비행기 티켓 값이 없어서 못 오는 걸 거다. (좌중 폭소)
곽진석
진석 : 그건 사적인 자리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카메라를 잡은 형도 우리랑 워낙 친하기 때문에 그냥 막 떠들어 된 건데 마음이 상하거나 그러진 않는다.
근데 세진씨의 경우 문신은 어떻게 된 건가? 진짜 사기를 당했나?
진석 : 그게 하나에 150만원인가 그런데 하나씩 그리면서 결국 그림 3개로 잡고 450만원이 돼버린 거다. 일시불로 돈을 미리 주는 게 아니었는데, 그걸 몰라서 사기를 당한 거다.
귀덕씨는 영화에서 가장 무게감 있게 나왔는데, 자기 모습을 봤을 때 어땠나?
귀덕 : 그동안 스크린에서 내 모습을 본건 잠깐 잠깐 나오는 장면뿐이었다. 지금은 영화 주인공처럼 길게 나오니까 기분이 좋다. 영화를 찍기 3년 전에 정감독이랑 이야기할 때, 다음에 시간이 날 때 우리 모습을 담고 싶다고 했고, 그러자고 해서 시작이 된 거다. 영화에 대해 특별한 계획은 없었다. 그냥 우리가 어딜 가면 스케줄을 말해주면 됐고, 정감독이 사비를 들여 찍곤 했다. 일을 하고 있으면 와서 찍는 거라서 특별히 할 건 없었다. 물론 이런 저런 요구를 할 때도 있었다.
나중에 영화가 완성되고 봤을 때 "우와! 정말 재미있다. 진짜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속으론 마음에 들지 않아 그냥 공개 안됐으면 하는 부분도 있다.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는 정감독에게 삭제를 해달라고 부탁한 적도 있다.
진석 : 나는 우리가 일하는 모습에 임팩트가 많이 부족한 것 같아서 아쉬웠다. 많이 신경 쓰고 도와줬으면 더 좋은 그림도 뽑아낼 수 있었을 텐데 그 점이 안타깝다.
신성일(왼쪽)
귀덕 : 정감독이 이야기한 것이 촬영 현장을 많이 보여주면 메이킹이 된다고 했다. 우리가 스턴트맨이란 생활을 하고 있지만 다른 모습에 중심을 두자고 했다. 보통 TV 프로그램에 나오는걸 보면 스턴트맨들은 우울하고 처절하고 힘든 생활을 한다는 게 많이 나온다. 우린 그것만 있는 게 아니라, 나름대로 즐기면서 그 일을 하고 있고, 일상생활에서도 재미있게 논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런 회의를 하면서 뭔가 하나를 보여주자고 해서 나온 게 카스턴트였다.
배우들이야 사진까지 포함된 필모그래피가 존재를 한다. 요즘 액션 영화들을 보면 한국 영화에 알게 모르게 액션 신들이 많은데 그런 것을 액션 배우들이 하고 있지 않나. 기억에 남거나 이런 저런 연기를 했던 작품들이 있으면 이야기를 해달라. 또 잠깐 모습이 나오는 것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귀덕 : 내 경우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가 <홀리데이>란 작품이다. 처음 출연했던 영화이기도 한데, 극중 이성재가 죄수를 태운 버스를 탈취하고, 탈출하는 장면에서 버스 운전기사로 나왔다. 그 당시 찍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았다. 곧바로 집으로 내려가야 하나, 아니면 일을 끝내고 가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 장면을 마무리를 하자는 생각에서 촬영을 마치고 집으로 내려갔다. 바로 내려갔을 수도 있었는데, 내가 맡은 일에 책임을 지고 싶었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집으로 내려갔을 때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정말 미안했다. 그리고 영화에서 내 모습이 얼마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마음이 상하거나 그러진 않는다.
진석 : 나는 생긴 게 악당처럼 생겨서 그런 캐릭터로 출연을 많이 했다. 어느 정도냐면 처음 나를 본 사람들이 "어디서 본 거 같은데?" 하는 소리를 많이 한다. 여기저기 깡패로 많이 나왔으니 영화를 많이 보는 관객들이라면 익숙할 수도 있다. 나야 성일형이나 문철이처럼 곱상하게 생긴 외모가 아니라서 주로 그런 역할을 맡는 것 같다.
<1번가의 기적>에서는 링 위에서 정두홍 감독이랑 싸우는 일본 선수가 바로 나다. <세븐 데이즈> 때는 영화 속에서 성일형이랑 서로 반말하며 싸우기도 했고. <놈놈놈>에서는 송강호가 방 안에 있나 없나 엿보는 장면에서 뒤로 나가 떨어져 죽는 역할로 나왔다. 이번 <신기전>에서도 두 번 정도 나온다고 시사회 갔다온 친구가 이야기해줬다. 얼마 전 심심해서 영화 주간지 하나를 사봤는데, 거기 소개된 한국 영화 중 내가 나온 것이 7~8편정도 되더라.
성일 : 최근에 <놈놈놈>에 나왔고 <숙명>에선 권상우에게 맞는 역할이었고, <신기전>에도 나왔다. 배우를 쓰기도 뭐하고 엑스트라를 쓰기도 뭣한 장면에서는 스턴트맨을 쓰기도 한다. 보조 출연자나 배우가 하기에 부담스러운 연기를 액션 팀에서 할 때가 있다. 보통 기술을 요하는 역할을 우리가 소화하지만 실제로 맞는 장면 같은, 일반 사람들이 하기 힘든 장면을 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야 그런 게 익숙하니까 잘 참고 견디고 군소리도 안하니까. 그렇다고 우리가 무시당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를 보면 스턴트 도중 많은 사고가 일어난다. 진석씨의 경우는 크게 다쳤는데, 내레이션 때문에 그 장면에서 웃게 돼 미안하기도 했다. 몇 달 동안 기브스를 하고 고통을 겪는데, 이 일을 계속 하는 힘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진석 : 몸을 다쳤다고 해서 이 일을 그만두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일을 그만둘 때 그런 이유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건 실수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내가 부주의를 해서 다친 건데, 그걸로 그만두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일하는 도중 겁도 많이 나곤 한다. 심하게 다쳤을 때는 다시 스턴트를 하는데 1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그때 그만둬야 된다는 회의적인 생각을 하기 보다는 그냥 웃으려 했다. 팔을 다쳐서 기브스를 한 채 벌리고 있는데 남들이 '가재'라고 불러 웃기도 했고, 또 병실에 있으면 다들 부러진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까 그 분위기도 웃긴 거 같고.
처음엔 손가락이 잘 말을 안 들어서 "의사선생님 이거 나중에 움직일 수 있는 거죠?" 하니까 못 움직일 수도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킬 빌>에서 발가락을 움직이듯이 손가락을 부지런히 움직이기도 했다. 나중에는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하는 대신 집에서 혼자 운동을 하면서 몸을 회복시켰다.
그런데 액션 스쿨 오디션 장면에 나오는 영상은 진짜인가? 새로 찍은 건지 아니면 실제 옛날 모습이었는지 궁금하다. 특히 귀덕씨의 경우는 옛날 모습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진석 : 원래는 자료가 있는데 그게 분실이 됐다. 4년 전 자료이고 또 우리가 어차피 오디션을 봤던 거라서 그대로 재현을 한 거다.
예전 모습 연기를 굉장히 잘 한 거네. 청바지에 구두를 신고 오디션을 보던데, 말투도 굉장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인 이야기도 하지만, 눈빛이나 행동을 보면 프로페셔널한 모습이 많이 보이더라. 원래 그렇게 의지력이 강한 편인지?
귀덕 : 계획을 많이 세우는 편이다. 멀리 보고 세우는 편인데, 어릴 때부터 진짜 하고 싶었던 것들이 너무 많았다. 안하고 나중에 후회는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뭐든 일단 해보고 보자는 스타일이다. 우스갯소리인데 한때는 가수가 되고 싶었다. 나름 내가 사는 동네에서 노래도 좀 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진석 : 촌동네죠. (웃음)
(좌중 폭소)
귀덕 : (크게 웃다가) 하여간 인터넷을 뒤져 서울에 있는 기획사 60개 정도를 찾아서 서울로 무작정 올라갔다. 주소만 보고 막 찾아다녔다. 10몇 군데를 실제로 가보고 3군데서 직접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처음엔 기획사 문전에서 망설였지만,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일단 해보자는 생각에 무작정 들어갔다. 노래 부른 뒤에 그에 대한 의견도 듣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건 내 길이 아니구나, 정말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해서 포기했지만, 해봤기 때문에 후회는 없었다.
진석 : 이런 게 우리가 갖고 있는 공통된 장점인 것 같다. 생각을 하고 뭔가를 하기 보다는 일단 들이대보자는 자세가 좋은 것 같다. 그런데 귀덕형이 잘한다는 노래를 듣고 싶어서 노래방에 한 번 간적이 있는데, 음이랑 박자는 잘 맞추지만...
(좌중 폭소)
진석 : 그러니까 정말 대단한 거다. 생각을 깊이 안하고 행동했다는 거니까!
귀덕 : 이런 일도 있었다. 서울을 많이 접해보고 싶어서 군대 있을 때 외박 나와 처음 서울 지하철을 탔는데, 지하철을 갈아탈 때 마다 다시 나와서 타곤 했었다. 그날 지하철비만 만 몇 천원인가 나왔다.
혼자서?
귀덕 : 그렇다. 그때 지하철에서 만난 여자가 있는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계속 눈이 마주치다가 말을 걸어봐야 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 여자가 내렸는데 지하철 문이 닫히는 찰나 나도 내려서 따라갔다. 한참을 따라 걸어가다가 어느 학교 강의실에 들어가려는 순간 되든 안 되든 하는 심정으로 잠깐 세워서 5분만 이야기를 해보자고 불렀는데...
진석 : 영화에서 나오는 무거운 이미지처럼?
귀덕 : 그건 아니야.. 이야기 안하고 돌아가면 후회할까봐 일단 들이대고 본거지.
진석 : 뭐야 너무 가볍잖아!
귀덕 : 아니야. 그때 내 감정은 가볍지 않았어. 하여튼 "미친놈이라고 생각해도 좋으니까 딱 5분만 시간을 주세요" 그랬는데 "바빠요.." 그러면서 바로 학교로 들어가더라.
5분도 안주고?
귀덕 : 곧 바로 들어갔다. 지금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도를 아십니까?' 하는 사람으로 여긴 것 같다. 뭐 그렇게 생각을 했길 바랄 뿐이다.
영화에서 무겁고 중후한 이미지로 나오는데 이거 너무 딴판인 것 같다.
성일 : (애원하듯) 5분마아안...!!
(좌중 폭소)
원래 경상도 남자들은 표준말을 쓰는 여자에 대한 로망이 있다. 나근나근한 어투로 “오빠 밥 먹었어?” 이러면 그냥 쓰러진다.
귀덕 : 정말 그렇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배우로 연기를 하거나 가수가 되길 선호한다. 그래서 얼굴이 안 보이는 일은 꺼려할 것 같다. 그런데 성일씨는 외모도 잘생겼으면서 몸으로 하는 일을 좋아해 스턴트 일을 지원한 것인가?
성일 : 구기 종목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특히 야구에서 슬라이딩으로 공을 잡는 걸 즐겼다. 그러다 보니 스턴트 일을 하면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 액션 스쿨엔 연기 쪽도 있고 액션도 있는데, 배우 쪽으로 지원을 할 수도 있지 않았나?
성일 : 처음부터 액션을 하고 싶었다. 지금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약간 들곤 한다. 하지만 그 당시엔 스턴트 외에 다른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다.
스턴트의 어떤 점에서 매력을 느꼈나?
성일 : 일반 사회단체나 회사하고는 많이 틀리니까. 뭔가 끈끈한 것에 끌리고 남자들이 있고 운동하는 사람들도 있고. 다른 사회 생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저분한 일들이 많은데, 이쪽은 그런 게 덜한 것 같았다. 몸을 쓰는 사람들이라서 머리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더 순수한 느낌말이다.
그만둘 때는 친해진 사람들 때문에 망설임도 있었는데, 지금도 그들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자기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이기 때문에 동료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 내가 와이어를 타고 있으면 쟤가 잡아줘야 되는데, 자기랑 같이 일 안 해 본 사람이 잡으면 불안해지곤 한다. "야! 이러다가 진짜 X되는 거 아냐!" 이런 식이다.
배우들의 대역을 하거나 위험한 장면을 찍곤 하는데, 그 일을 하면서 답답하거나 짜증이 나는 상황은 없는가?
귀덕 : 무술 감독들이 제일 우선시 하는 것은 안전이고 사고를 안 당하는 것이다. 그 뒤에 그림이 나오는 거다. 스턴트 일이 굉장히 위험한 일이긴 하지만, 100% 안전한 상황이면 일반인들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100% 안전 상태에서 일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우리가 필요한 거다. 영화 일을 하면서 정말 힘든 건 내 나름대로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이 있는데, 그건 안 된다고 나를 안 믿어 줄 때다. 그럴 때 정말 마음이 아프다. 또 위험한 신을 할 때 앵글을 이렇게 저렇게 해달라고 요구를 하는데, 실제 슛 들어갈 때 보면 그 앵글이 없는 경우도 있다. 스턴트를 할 때면 매번 달라질 수가 있어서 똑같이 재현하기도 힘든데 말이다.
진석 : 믿음이란 게 없으니까 그런 거다. 선배들이 믿음을 주려고 많이 노력했다. 옛날에는 액션 팀의 무술 감독에게 편집 권한이 없었다. 지금은 액션에 관해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다해주니까 점점 믿음이 생겨나는 것 같다. 요즘은 무술 감독에 대한 대우가 좋아진 것 같다. 예전엔 ‘사범님’이라는 호칭을 썼는데 이건 뭐 우리가 발차기를 가르치러 온 것도 아니고... 우리가 하는 건 배우들이 발차기를 할 때 어떤 앵글에서 가장 좋게 나오는지를 가르쳐 주는 거다. 액션 하나를 찍는다 해도 대본 전체를 파악을 파악해야하는데, 사범이라는 호칭은 생각해보면 정말 웃긴 것 같다. 체육관에서 사범 일을 한 적도 없는데 말이다. 이젠 그런 게 바뀌었으면 좋겠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또 프로로서 인정을 해줘야 되는데 지금도 대우를 제대로 못받는 때가 있다.
귀덕 : 무술 감독이 하는 일이 액션의 합을 짜고 그런 것만 하는 건 아니다. 내 개인적인 생각엔 영화에서 무술 장면이 있으면, 그런 건 전적으로 무술 감독에게 믿고 다 맡겨야 한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독과 많은 대화가 필요하고, 그렇게 했을 때 액션의 그림이 잘 나오는 것 같다.
진석씨가 드라마에서 죽는 장면이 나올 때, “삼촌 죽지마!” 라면서 우는 여자 아이 장면이 있었는데, 실제 조카인가? 어머니 때문에 웃다가 그애가 나올 때는 눈물이 나오고 그랬다. 어머니는 굉장히 낙천적이신 것 같고.
진석 : 그 꼬마는 사촌 조카애다. 어머니가 대범하시고 아버지가 오히려 반대를 하는 편이다. 미용 일을 할 때도 반대를 하시고 "너는 못생겨서 안 돼! 남자들이 그런 일을 하려면 이뻐야 된다"고 반대하셨다. 어머니는 적극적으로 "너 하고 싶은 거 해라" 그러시고. 복싱할 때도 아버지는 "때리고 맞고 그런 거 하지 말라"고 하시고, 어머니는 운동을 좋아하시니까 찬성해주셨다.
스턴트를 할 때는 아버지가 심하게 말렸다. 집에서 놀아도 되니까 그것만은 하지 말라고 했다. 집안 사정 생각하면 놀 수도 없는 건데 왜 그런 말씀 하셨는지... 어머니는 내가 드라마 속에서 대포 맞고 죽는데 막 웃으신다. 그래서 "아들이 죽는데 그게 웃겨?" 그러면 "재미있잖아" 하시면서 형도 부르고 아버지도 불러 같이 보신다.
귀덕씨의 경우 극중에서 술을 마시다가 가족 이야기가 나오는 장면에서 가슴이 아팠다. 보통 그런 이야기는 공개하기가 힘들 텐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감독과 이야기를 한 적이 있나?
귀덕 : 정감독과 이야기를 한 건 없었다. 촬영을 하고 어떤 장면들을 쓰겠다, 편집은 어떻게 한다. 그런 것에 신경을 쓰진 않았다. 그 장면을 찍을 때는 카메라가 있다는 것도 의식을 못했다. 그 장면을 쓸 줄은 몰랐지만, 영화에 들어간 걸 보고도 그걸 왜 집어넣었냐는 이야기도 일부러 하지 않았다. 사실 고민을 많이 하긴 했지만, 그런 걸 긍정적으로 보자는 생각도 했던 거고.
성일씨는 영화에서 위험한 카스턴트를 하고 난 후에 간단한 일을 한 것처럼 차에서 나와 쑥스러운 표정을 짓고 어디론가 가버리던데, 그 장면이 좀 이해가 안 갔다. 그렇게 위험한 장면을 찍었는데 대수롭지 않는 듯한 태도는 원래 성격인가?
성일 : 그냥 옷을 갈아입으러 갔다. 그 장면만 찍는 게 아니라서, 옷을 갈아입고 계속 다른 장면들을 찍어야 하니까.
카스턴트 장면을 찍은 뒤의 신성일
미용 일을 하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위노나 라이더인 것은 맞다. <비틀쥬스>를 보고 위노나 라이더가 좋았고, 팀 버튼의 <가위손>을 보고 미용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고3 때 자격증을 따 그 일을 하다가 공군에 입대한 뒤에도 계속 머리 깎는 일을 했고 제대 후에 액션스쿨에 가서 스턴트 일을 한 거고. 일로서 생각해보면 미용 일도 괜찮은 것 같았다. 적성에는 맞는 것 같은데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가위를 손에 끼고 휙휙 돌리고 할 때는 정말 신난다.
나는 돈이 안 벌려도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면 한다. 지금은 넉 달째 <거꾸로 놓인 사다리>라는 연극 작품을 대학로에서 하고 있다. 일반 통속극인데 거기서 특이하게 1인 4역을 하는 중이다. 처음에는 마임을 하고 싶었는데 액션 스쿨을 그만두고 나서 공연 문화에 대해서 체험하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공연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너무 좋다고들 해서 시작하게 된 건데, 재미가 있어서 좋다.
영화도 하고 연극도 했는데, 둘을 비교하긴 그렇지만 어느 쪽이 더 매력이 있는가?
진석 : 영화의 매력이 더 큰 것 같다. 공연은 매일 매일 다른데, 영화는 NG가 나더라도 가장 최상의 것을 찍어내고 고르고 계속 남겨지는 자료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먼저 해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런 이유 때문에 영화가 더 매력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TV 드라마나 영화에 잠깐만 출연을 해도 그 동안 연락이 안 되던 중고등학교 동창이 연락해오는데 그런 게 너무 좋은 것 같다. 연극 무대에선 많이 와도 70명 정도인데, 드라마나 영화는 많은 사람들이 보니까 그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어느덧 주어진 시간이 다 되었다. 사실 오늘 인터뷰는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다. 편하게 이야기를 했으면 싶었고, 준비가 소홀했다면 양해를 바란다. 마무리로 각자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간단하게 부탁한다.
성일 : 프로필을 만들어 아는 분들한테 돌리고 있는 중이고, 대학로에서 예전에 같이 일했던 분들이랑 연극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연기 쪽 일을 했으면 좋겠다. 카페도 잘 되었으면 싶고.
참! 진석씨는 효도르랑 같이 영화를 찍는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어디까지 진행이 된 건가?
진석 : 효도르랑 같이 일하는 건 아직 확정된 게 아니다. 당장 내일 일도 모르고, 내 자신이 즉흥적이기 때문에 계획을 길게 잡진 않는다. 그냥 재미있는 쪽으로 뭔가를 하게 될 것 같다.
귀덕 : 지금 하는 스턴트 생활에 만족하고 있지만,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있다. 그냥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연기가 뭔지 깊이 있게 배워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성장을 해야겠지만 말이다.
앞으로 영화나 연극을 통해서 자주 뵐 수 있으면 좋겠다. 위험한 장면을 찍으면서 안 다치기를 바란다.
관련 특집
2008/08/27 - [기획 / 특집/익스트림 피플] - '우린 액션배우다' 정병길 감독 인터뷰
관련 리뷰
2008/08/20 - [개봉작 / 예정작] - 우린 액션배우다 (2008) by ibuti
2008/08/20 - [개봉작 / 예정작] - 우린 액션배우다 (2008) by DJUNA
'기획 / 특집 > 익스트림 피플'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더글라스 트럼블 인터뷰 (3) | 2008/09/24 |
|---|---|
| 시각효과의 전설 더글라스 트럼블 (3) | 2008/09/24 |
| 키네마준보 전 편집장 카케오 요시오 인터뷰 (2) | 2008/09/12 |
| '매드 디텍티브'의 유청운 인터뷰 (14) | 2008/09/05 |
| '신기전' 김유진 감독 인터뷰 (18) | 2008/09/03 |
| '우린 액션배우다' 배우 인터뷰 (3) | 2008/08/31 |
| '우린 액션배우다' 정병길 감독 인터뷰 (1) | 2008/08/27 |
| 호러 판타지의 거장 클라이브 바커 (13) | 2008/08/17 |
| '다찌마와 리' 류승완 감독 인터뷰 (72) | 2008/08/13 |
| 매트릭스의 세라프를 만나다 (15) | 2008/08/01 |
| '스타 워즈: 클론 전쟁' 데이브 필로니 감독 인터뷰 (62) | 2008/07/28 |
|
익스트림무비 추천 도서 |
|
| 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
|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인터뷰 잘 읽었습니다..
재미나네요.. 가식이 없는 듯 한... 좋습니다
다들 꿈을 이루시길 바래요...
아무쪼록 배우분들 모두 성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어제 봤는데... 영화 괜찮더군요...
나름 꽤 흥행도 되고... 액션스쿨도 알려지고...
액션배우(스턴트맨)분들도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