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의 마음을 서정적으로 들려주는 안내서
<도자기: 마음을 담은 그릇>은 도자기에 대한 만화다. 도자기를 굽는 사람들의 이야기? 아니 우리가 박물관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청자, 백자 등의 도자기 자체에 대해 들려주는 책이다. 그럼 도자기에 대한 정보를 전해 주는 만화일까? 그렇기도 하지만 <도자기: 마음을 담은 그릇>은 도자기에 관한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도자기가 우리에게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어 하는 ‘마음’을 은근하게 전해주는 만화다. 우리가 어떻게 도자기에 접근하고, 어떻게 받아들이면 되는지를 다정하게 안내해 주는 정겨운 만화다.
호연이 그린 <도자기: 마음을 담은 그릇>은 매 회 도자기 한 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화무늬를 어떻게 만들었다든가, 왜 백자 굽바닥에 모래가 붙어 있는 경우가 많은지 등을 설명해 주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는 도자기의 ‘마음’을 서정적으로 들려주는 형식이다. 시퍼런 바다의 파도에 쓸리는 느낌으로 ‘분청사기 귀얄무늬 대첩’의 무늬를 설명하고,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떠오르게 하는 ‘백자 달항아리’의 이미지를 말하고, 온 세상을 짊어졌던 거북이 선조의 전설을 통해 ‘분청사기 모란무늬 자라병’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고고미술사학을 전공했던 작가는 도자기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야기와 그림이 함께 있는 만화를 선택했다. 비록 교수들은 탐탁찮게 생각했을지라도, <도자기: 마음을 담은 그릇>을 보면 작가의 선택이 얼마나 탁월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호연이 들려주는 도자기의 마음이 ‘정보’를 얼마나 담고 있는가는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다. 도자기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자세하게 알고 싶다면 전문서적을 보면 된다. 전문적으로 도자기를 연구하거나 공부해야 하는 사람들이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정확하게 알면 된다. 일상에서 도자기를 만나는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그들의 이력이 아니라 ‘도자기가 지금 나에게 어떤 말을 걸고 있는가.’다. 고대의 유적이나 유물들을 보고 있으면, 그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순간이 있다. 무한의 시간을 뛰어넘어, 나에게 어떤 이미지나 정서 같은 것을 전달해주는 순간.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유적지를 가고, 박물관에 가는 이유다. 시대를 외우고, 제작 기법을 외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도자기: 마음을 담은 그릇>은 도자기의 추상적인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쓴다. 시적인 그림만으로 정서를 전달하기도 하고, 동물을 의인화시켜 말을 건네기도 한다. 가장 많은 것은 작가 자신의 일상의 풍경을 통해서 도자기의 마음을 들려주는 것이다. 시험을 앞둔 풍경, 기숙사 방순이들과의 우정, 사랑 이야기 등등 작가의 작은 일상들은 제각각의 빛깔과 그림으로 형상화되어 하나의 도자기를 설명하는 데 쓰인다. 대단히 효과적으로, 깊은 울림을 준다. 그래서 호연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빠져들어 있다가 매회 마지막에 나오는 실제 도자기의 사진을 만나면, 간혹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한다. 직접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단지 사진으로 보는 것뿐인데도, 도자기의 진정한 느낌이 아찔하게 다가온다. 그만큼 호연이 전해주는 도자기의 마음이 제대로 전달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어쨌거나 <도자기: 마음을 담은 그릇>은 일종의 정보 만화라고 할 수도 있다. 도자기의 이름과 세부 등 도자기에 대한 다양한 정보도 알려주고는 있으니까. 하지만 <도자기: 마음을 담은 그릇>은 정보 만화들이 흔히 겪는 실수를 하지 않는다. 정보 전달에만 빠져 이야기와 정서에 소홀해지는 우를 범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와 감정에 충실하여 볼수록 마음이 푸근해지는 만화를 창조했다. 어디 그뿐인가. 호연은 도자기만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그려내는 데에도 탁월한 재능을 발휘한다. 도자기 자체가 아니라, 우리들 누구나 공감하는 인생의 희로애락을 다정하게 끌어내 도자기에 부연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이다. 기억에 남는 그림도, 글도 <도자기: 마음을 담은 그릇>에는 풍성하다. 호연의 다음 작품이 정말로 기대된다.
'만화 /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노다메 칸타빌레 - のだめカンタービレ (5) | 2008/11/02 |
|---|---|
| 소믈리에르 - ソムリエール (2) | 2008/10/20 |
| 신의 가면 (3) | 2008/10/01 |
| 심해어 - わにとかげぎす (8) | 2008/09/13 |
| 쉐도우: 스타테이라의 검 (2) | 2008/09/04 |
| 도자기: 마음을 담은 그릇 (5) | 2008/08/30 |
| 토성 맨션 - 土星マンション (1) | 2008/08/21 |
| 배트맨: 허쉬, 배트맨: 악마의 십자가 - Batman: Hush, Batman: Harvest Breed (2) | 2008/07/31 |
| 왓치맨 - Watchmen (6) | 2008/07/19 |
| 와이쥬엠 야규인법첩 - Y十M 〜柳生忍法帖〜 (1) | 2008/07/01 |
| 트레이스 (2) | 2008/06/21 |
|
익스트림무비 추천 도서 |
|
| 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
|


댓글을 달아 주세요
소장가치가 충분히 있는 아주 좋은 만화입니다.
잊혀지고 사라져가는 것들중, 우리의 도자기에 관해서 작가의 뛰어난 연상력과 재미있는 발상으로 다시한번 우리의 것을 소중하게 곰씹어 볼 수 있도록 안내를 해 줍니다.
저도 소장하고 있는데, 정말 감수성이 훌륭한 작품입니다.
박물관에 전시되어있는 수많은 도자기들을 무심코 지나치게 되는데
일반인에겐 별 의미없는 그릇들을, 만화속 한장면 한장면 떠오르게 하는
멋진 도자기로 만들어버리더군요.
호연님이 새로 연재하시는 만화가 야후웹툰에 연재중입니다.
꿈에 관한 이야기인데...섬뜩할 정도로 멋진 작품이더군요
이거 정말 강추죠...작가의 역량이 보통이 아님을 알 수 있다는..
이거 보고 나서는 오래된 물건들이 그냥 물건으로 안 보이더라구요.물건에 체온이 느껴지게 해준다고 할까...
위의 분이 말씀하셨지만, 작가님이 야후에서 연재하고 계시는 <꿈의 주인>도 강추입니다.
보다 보면 정말 소름이 쫘악..
이거 보고 호연님이 여자인줄 알고 한참 두근대다가
남자임을 알고 절망했었죠....ㅋㅋ
어떻게 저런 감수성으로 저런 여자 캐릭을 주인공으로 세워놓고
남자라니....